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2
161장. 수족들의 회의
“한국의 안아 그룹 순환출자 중심은 (주)안아, 안아 손해보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핵심은 안아입니다. (주) 안아를 얻으면 다른 계열사들은 도미노처럼 무너집니다.”
“계획대로 미국 법인의 탈세 혐의와 오너 일가의 이미지 불신으로 주가가 폭락 중입니다. 자본금 확충과 담보 대출을 용이하게 하려고 무리하게 진행한 계열사 합병들이 독이 됐습니다. 2007년 5월에 안아 에너지, 9월에 포항열병합발전소 등을 계열사로 흡수했습니다. 동시에 대규모 M&A로 인해 부채비율이 폭등했습니다.”
로버트가 렌트한 투자 회사 회의실에서 열띤 회의가 시작됐다.
아침이 밝자마자 조 변호사님을 비롯해 삼우로펌 변호사들 셋을 대동하고 찾아갔다.
회의실에는 남녀 열 명이 모였다.
안아 M&A 팀이 꾸려졌다.
조직은 복잡하게 구성됐다.
나와 조 변호사님, 로버트 그리고 각종 사모펀드나 투자회사 직원들이었다.
로펌 변호사들은 밖에서 다른 투자 회사 변호사들과 대기 중이다.
환상적이다.
영화 같은 실제 인수합병 작당회의다.
정장을 차려 입은 남녀노소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장난 아니다.
한쪽에서 관상이나 보며 느긋하게 감상했다.
나의 수족들이 일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밥 안 먹어도 배불렀다.
한국 투자자 신분으로 말을 맞췄다.
괜히 신분을 밝혀 좋을 것 하나 없다.
월가는 돈 많은 각국 투자자들로 언제나 붐볐다.
나 같은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다.
안아 인수에 대한 브리핑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로버트가 중앙 상석에 앉았다.
로버트는 지시를 잘 따랐다.
사모펀드를 출자순환으로 비밀 고리를 만들었다.
비밀 자금만 모이면 완성되는 사모펀드 특성답게 회의실 내에서도 서로를 몰랐다.
철저한 점조직 형태다.
설계자가 나고 중간 실행자가 로버트였다.
여기 있는 누구도 이 모든 게 나와 로버트 작품의 합작이라는 걸 몰랐다.
FBI가 털어도 못 찾는다.
“주식 상황은 어떻습니까?”
로버트가 안아에 대한 월가의 주 투자자였기에 회의를 주도했다.
“총 발행주식수는 64,900,715주로 액면가는 5,000원, 현 시장가 13,000원으로 평가금액은 한화로 8,430억 원 정도입니다. 몇 달 사이 공매도로 3조 4000억 정도가 빠져나갔습니다. PER도 7에서 1.7 대폭 하향됐습니다. 참고로 동종 업계의 PER은 14.4입니다.”
안아 주식 똥 됐다.
흐뭇했다.
“자본대비 순수부채 비율이 179.48입니다. 좀 더 흔들면 주가가 더 폭락할 것 같습니다.”
“당기순이익이 2006년 2,755억에서 2007년도 5,388억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한국 증권회사들의 투자의견 컨센서스가 매도에서 강력매도로 바뀌었습니다.”
사방에서 빠르게 대화가 오갔다.
나를 배려했음인지 한화로 계산해서 발표가 됐다.
물 흐르듯 각자가 준비한 자료들을 토대로 발표됐다.
“매집 현황은요?”
다 알면서 로버트가 모르는 척 물었다.
조합해서 보고가 들어왔었다.
로버트는 연기대상 조연 최우수상 감이다.
“노무라, 메를린치, 모건, 도이치 및 몇 개 외국계 증권회사를 통해 현재까지 (주)안아에 대해 49.42프로의 주식을 매집했습니다. 동시에 폭락한 안아생명과 안아화재보험, 상장 회사들에 대한 주식 매집도 순조롭게 마무리 됐습니다.”
포위망은 완성됐다.
“2주 전 지시했던 위임장은 받았습니까?”
“소액 투자기관들의 위임의결서를 받아왔습니다.”
흥미롭게 들었다.
과거 증권회사에서 배웠던 업무와는 차원이 달랐다.
돈 주고도 못 배울 월가의 작당모의다.
스피드하고 샤프했다.
족집게 과외 저리가라 수준이다.
회사 합병 전문가들이라 각자 필요한 의견들을 개진하고 고개를 수긍했다.
이렇게 철저하니 당하는 거다.
월가에 근무하는 투자 회사 직원들은 눈빛이 전부 늑대 같았다.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동자는 냉정했다.
IMF 당시에도 대한민국도 이런 계획에 당했을 것이다.
핫머니와 결합한 사모펀드, 투자회사들이 은밀히 만나 굽고 튀기고 삶아 먹기를 의결했음이 빤했다.
안아 그룹 하나 잡아먹자고 모은 자료 준비가 엄청났다.
하관우 대표가 작성해서 올리는 자료들보다 족히 10배는 많았다.
“안아 그룹의 대응 방법은 뭐라 생각합니까?”
로버트의 질문은 계속 됐다.
“오너 일가의 직접 지분이 11프로, 출자순환 된 그룹 계열사가 21프로 정도 됩니다. 한국 연기금과 기관이 12프로 나머지는 소액 주주들이 분산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아 오 회장 우호지분은 44프로 밖에 안 됐다.
개미 투자자들이 불쌍했다.
조금만 참으면 꿀 빠는데 그걸 못 참았다.
공매도로 후려치고 망한다는 소식에 개미들이 투매를 한 것이다.
이래서 개미는 대형 세력에 대응이 안 되는 거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물량에는 장사가 없는 법!
나의 일이라 보고는 있지만 무서운 현실이었다.
내 돈으로 고용하지 않았다면 저들의 손에 당하는 입장일 수 있었다.
“안아의 회장은 한국 정부와 인연이 깊습니다. 한국 연기금이나 대형 투자기관들은 안아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간다면 국민적 반발을 앞세워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방산 기업이 그룹 계열사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예상했던 바입니다. 정치권에 로비 자금이 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나선다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한국 언론 등에도 동조자를 심었습니다.”
“방산 기업은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경영진 취임 후 감사를 벌인다면 전 경영진들은 법률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획득한 정보에 의하면 분식회계를 비롯해 페이퍼컴퍼니로 수익의 상당한 부분을 빼돌렸습니다.”
“오너가…… 쓰레기입니다. 미국 기업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방만 경영의 표본입니다.”
분노에 찬 일갈도 터졌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안아 때문에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한미 FTA가 곧 발효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제소 절차가 있어 함부로 소송은 할 수 없을 겁니다. 미국 내에서는 저희가 승소 100프로입니다.”
섬뜩한 내용들이 많았다.
월가는 프로만 살아남는다.
사냥에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안아 그룹에서 주주총회 소집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 대비책은 세웠습니까?”
“법률 자문을 받았습니다. 한국 상법에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는 권리가 366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사회가 의결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대표이사 주총 소집 요구 허기 및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기간은 얼마나 잡으면 됩니까?”
“3프로 이상의 주주가 요구하면 이사회 의결 및 이사회 소집서 발송 기간까지 6주 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총 소집이 얼마 후에 지분 5프로로 변경되지만 2008년도에는 3프로 소집요구 규정이었다.
한국 법률에 다들 빠삭했다.
“꿀꺽.”
옆에 앉아 있는 조 변호사님이 마른침을 삼켰다.
회의실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직접 눈으로 보는 안아 사냥 계획에 놀랐을 것이다.
“장 대표…… 이거였냐?”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물어왔다.
안아 인수에 걱정 마라했던 말을 이제 이해한 것 같다.
“잘 모르겠습니다. 전 단순 투자자입니다.”
시치미를 뗐다.
누가 봐도 로버트가 주도자다.
난 그 위에 숟가락 얹으려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럼 부족한 한국 지분은…….”
로버트가 날 봤다.
눈빛이 마주쳤다.
이제 연기를 시작할 때다.
기업 하나 인수하기가 이렇게 힘들다.
외국 같았다면 돈으로 끝내겠지만 한국 그룹 인수는 달랐다.
주식이 많다고 바로 경영자를 바꿀 수 없다.
“제 투자회사 및 지인이 나머지 지분 1프로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니엘 대표님.”
로버트가 고개를 만족한 듯 웃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마침 이렇게 참석하였으니 여러 투자자들에게 제안을 할까 합니다.”
로버트와 이것도 짰다.
“어떤 제안인가요?”
안경 쓴 30대 초반 까칠한 여성이 묻는다.
입가에 친절한 미소까지 보였다.
눈빛에 사심 보인다.
“한국 경영자는 제가 임명할까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사방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가 봐도 개소리다.
“지분 1프로 소유자께서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개방됐습니다. 당신의 지분 없이도 인수 가능합니다.”
30대 후반의 콧수염 기른 남자가 반발했다.
확 자를까?
괘씸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저자도 쓸 만한 인재다.
다만 실질적 주인을 모를 뿐이다.
“한국 여론이 외국 자본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한국 그룹은 경영 방식이 독특합니다. 여러분들의 투입 자금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투자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 추구가 아니겠습니까?”
“나이가 어린 것 같은데 직접 경영하시겠다는 건가요?”
안경 쓴 여성이 다시 물었다.
“당연히 아닙니다. 다들 대웅 그룹이라고 들어보셨죠?”
“……해체된 대웅 그룹은 압니다.”
해외에서도 대웅의 이름값은 아직 남았다.
“대웅 그룹 출신 경영자를 섭외했습니다.”
“못 믿겠습니다. 망해버린 조직의 경영자라니…….”
“이건 불가합니다.”
자식들 겁나 말 많다.
“유 퐈이어!”를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연극은 계속 되어야 했다.
다음에는 참석할 생각 없다.
그냥 시간 많아서 놀러온 것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투자 귀재 로버트에 대해서 사방이 주목할 것이다.
대놓고 투자자로 나서 관심을 돌릴 생각이다.
감춰놓으면 호기심을 보이지만 막상 내놓으면 관심을 끄는 이치와 같다.
지금 이 현장에서 오간 것들도 밖으로 발설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쳐야 한다.
나라 팔아서 돈 밝히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오늘 내 목표다.
“안아를 인수하면 주가가 안정화 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비효율적 자회사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까지 끝내면 최소 5조 이상의 가치입니다. 안아 생명 같은 계열사까지 쪼개 팔면 이익은…… 10조가 넘습니다. 그런데 겨우 1프로 투자자에게 경영을 맡기다니요?”
꼬우면 네가 회장해라.
“물론 저도 양심은 있습니다. 사외 이사 3분의 2를 추천 받아 임명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 거다.
그냥 원하는 바를 질러줬다.
어차피 그게 더 편했다.
해외에서 파견된 이사들을 뒤에서 조종하면 더 쉽다.
GM의 해외 사업장 먹튀도 이렇게 완성이 됐다.
미래에서 좋은 것 많이 배워왔다.
“저도 달콤한 꿀을 원합니다. 1프로라는 투자금액이 중요함이 아니라 정부와 여론의 눈을 돌리는 액션이 중요합니다. 그 점에서 대웅 출신 경영자는 확실한 민심 저격용 카드입니다. 만약 경영이 부실하다면 책임을 물어 해고하시면 됩니다.”
“…….”
다들 서로 얼굴을 봤다.
제안이 매력적이라는 걸 안다.
자신들이 경영자를 꾸려도 되지만 이사들을 3분의 2나 점유하면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삼모사(朝三暮四) 계책을 떡밥으로 뿌렸다.
“좋은 제안인 것 같습니다.”
로버트가 찌를 무는 척했다.
날 보고 눈동자가 웃는다.
충직한 내 사람이다.
“그런 제안이라면…… 찬성입니다.”
사심이 엿보이는 여인이 찬성했다.
물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친다.
“다들 어떻습니까?”
로버트가 확인 사살에 들어갔다.
“상부에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자리에서 명확한 답변은 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 가서 물어봐라.
나의 숨은 수족들 수고했다.
인수하면 떡 하나씩 던져줘야겠다.
조직에 충성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보기 좋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답은 정해졌다.
그 상부 주인은…… 흐흐흐.
“그럼 내일 최종 결정을 내리고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로버트가 회의를 끝냈다.
정확히 2시간 30분이 걸렸다.
“장 대표 밥 먹자. 하유. 긴장하니까 에너지 쭉쭉 빠진다. 오후에 같이 시내 구경 갈까? 내가 길 안내를…….”
“선약 있습니다.”
“뭐 선약? 미국에 아는 사람 있어?”
# 16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