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3
162장. 똥의 향기
“주식이 없어?”
“……유통되는 주식 씨가 말랐습니다.”
총괄비서실장은 눈치를 보며 보고를 올렸다.
“미친!”
“외국계 자본 인수합병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났습니다. 하락하던 주식이 일제히 상한가를 쳤습니다.”
“크!”
안아 그룹 오승혁 회장은 위에서 역류한 쓴물을 다시 삼켰다.
분노에 밤잠을 설쳤다.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아 혈압 수치도 올랐다.
눈에 핏발이 가득했다.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웅 조선 인수가 박살이 났다.
약 먹은 아들과 자신의 과거 행적으로 여론도 등을 돌리는 판이다.
자금이 갑자기 막히더니 이제는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안 죽어! 나 안 죽는다고!’
오승혁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얼마 챙겼어?”
“20억 담았습니다.”
“30억으로 올려.”
“……알겠습니다.”
오늘 저녁 만사형통이라 불리는 신임 대통령의 형을 만나기로 했다.
집권당 국회의원인 동생을 통해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각 그룹 대관업자들이 줄을 섰다.
국민을 위함이 아니라 사업을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걸 기업가들은 다 안다.
대관 담당자들이 매일 수억에서 수십억씩 가져다 바쳤다.
공약 중 하나였던 오대강 사업은 따기만 하면 노다지였다.
뿐만 아니라 돈만 주면 이권을 쉽게 얻었다.
상위 대기업들은 당선자 미국 소송비용으로 100억씩 돌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대한 성의를 표해야 했다.
100억이라도 꽂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올 한 해만 버티면 됐다.
정치권의 힘을 이용해 대출 만기 연장과 산업은행에서 추가 자금을 받으면 끝이다.
“동룡 주회장 계열사들이 안아 지분 2프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 회장…… 이 개새끼가!”
오승혁은 거침없이 욕을 퍼부었다.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자신보다 더 더럽게 손을 쓰는 자가 동룡의 주 회장이었다.
“접촉하시겠습니까?”
“……오늘 갔다 와서 자리 한 번 잡아봐.”
“알겠습니다.”
“후우우…….”
오승혁은 긴 한숨을 뱉었다.
“리앤장에 연락해…… 조만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오승혁은 바보가 아니었다.
“손 이사에게 연락해 놓겠습니다.”
리앤장의 실질적 주인이라 불리는 손 이사.
비쌌지만 대한민국 법조계를 휘어잡고 있는 리앤장의 도움이 오승혁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다.
***
“모작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타일러. 일단 지켜봅시다. 자기가 증명하겠다고 나섰지 않습니까.”
“미치광이야! 세상에 소더비를 통해 구입한 작품이 모작이라니!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
MoMA의 수석 큐레이터 제임스는 로건 타일러를 달랬다.
큰 키에 바짝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얼굴을 소유한 로건 타일러는 실력만큼이나 성질이 더러웠다.
뉴욕 소더비 경매장의 작품들을 평가하는 뉴욕대 미술학과 교수이자 미국미술품감정사협회(AAA)의 뉴욕 지부장 신분이었다.
얼굴은 몇 시간 전부터 불콰하게 달아올랐다.
폴 세잔의 샤토 누아르가 모작이라 주장하는 동양인에게 화가 났다.
그의 말을 제임스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후원자 신분이 엄청났다.
“기다려봅시다. 타일러.”
“로버트 라이언…… 당신이 요즘 유명인이라는 건 알지만 이건 나와 소더비, 나아가 AAA를 모욕한 것이오! 오늘 그 벌거숭이 같은 동양인에게 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소!”
월가의 떠오르는 투자 귀재 로버트 라이언을 향해 로건 타일러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위작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소더비 소속 감정사들과 과학적 기법을 통해 진품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애송이가 모작이라 주장했다.
“다니엘 장은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니오.”
로버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
로건 타일러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버핏을 제치고 투자의 귀재라는 호칭을 빼앗아 간 로버트 라이언을 뉴욕에서 무시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경이적 수익이었다.
경매로 살아가는 소더비에 로버트는 요즘 큰손으로 불렸다.
경기 위축으로 미술품들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그때 나타난 로버트가 큰돈을 뿌렸다.
뉴욕 미술계의 큰 손이었다.
“사라, 시간이 얼마나 됐지?”
“네…… 이제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증명하겠다던 다니엘 장이라는 동양인은 오후 1시에 나타났다.
그림을 그려 증명하겠다는 그는 캔버스와 유화, 조용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장소를 요구했다.
미술관 지하 창고를 빌려줬다.
평소라면 무시했겠지만 블랙 카드의 위엄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월가에서도 선택 받은 소수만이 주인이었다.
더군다나 어제 로버트 라이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니엘 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말라고 말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로버트는 어떻게 아는 거야?’
사라는 의문에 빠졌다.
다니엘 장과 로버트 관계가 궁금했다.
동양인들은 동안이 많아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큰 키에 날렵한 몸매와 드러난 근육도 탄탄했다.
미국 여자가 봐도 사내다운 매력이 넘쳤다.
행동은 자신만만했고 의견을 말할 때는 눈빛이 뜨거웠다.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 증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그는 오늘 나타나지 않을 거라 사라는 생각했다.
대가의 화풍은 쉽게 따라할 수 없었다.
더구나 유화작품을 단 몇 시간 만에 완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신이라면 모를까…….
띠리리 띠리리.
그때 로버트의 핸드폰이 울렸다.
“다니엘 대표님…… 알겠습니다.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로버트가 짧게 통화를 마쳤다.
“완성했다고 합니다. 가시죠.”
“벌써요?”
사라가 놀랐다.
“흥!”
로건 타일러가 가장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관장님을 모시고 내려가겠습니다.”
수석 큐레이터 제임스 무어가 뒤로 빠졌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사라가 재빨리 나섰다.
작은 소동 같지만 절대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위작이라면 미술관뿐만 아니라 소더비에도 엄청난 타격이 가해 질 것이다.
그리고 주도적으로 감평했던 로건 타일러는 이 바닥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물론 로버트 라이언도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타다다닥.
다들 발걸음이 바빴다.
말도 안 되는 증명 방법이 모두 궁금했다.
지하실 문이 보였다.
마음 급한 로건 타일러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건방진 동양인 놈! 다시는 뉴욕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부셔버리겠어!’
폴 세잔을 존경하는 로건 타일러였다.
그의 화풍은 평생 로건 타일러에게 영감을 주는 마르지 않는 수건과 같았다.
그런 폴 세잔의 작품에 모욕을 가한 자를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당신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기선 제압을 위해 들어서자마자 분노를 표출하던 로건 타일러.
그대로 몸이 굳었다.
“무슨 일…….”
뒤따라 들어가던 사라 요한슨도 로건 타일러의 시선을 따라가다 그대로 멈췄다.
“!!!”
둘의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아!”
마지막에 들어서던 로버트가 큰 소리로 감탄을 터트렸다.
취미로 와인 이외에 미술을 좋아했던 로버트는 단숨에 알았다.
머리 아플 때 산책 겸 찾아왔던 MoMA의 명화들을 똑똑히 기억했다.
분명 5층 특별 전시장에 걸려 있어야 할 폴 세잔의 그림이 떡 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로버트 씨. 괜찮으십니까?”
입구에서 멈춰버린 로버트 뒤로 수석 큐레이터와 뉴욕 현대 미술관 원장 오스틴 브라운이 나타났다.
그들은 멍청하게 서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 놀라 물었다.
유령이라도 발견한 듯 놀란 표정이다.
“샤토…… 누아르!”
로건 타일러가 샤토 누아르를 외치며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봐도 폴 세잔이 말년에 그린 《샤토 누아르》다.
아픔과 절망, 그리고 얇은 희망이 그림에 덧칠해져 있었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샤토 누아르》가 짝퉁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분위기가 달랐다.
“세상에!”
마법에서 깨어난 사라 요한슨은 손으로 입술을 깨물며 놀랐다.
완벽한 《샤토 누아르》가 그녀를 반겼다.
지하 불빛 아래 정말 폴 세잔이 앉아 있었다.
작품을 끝내고 피곤한 듯 등을 살짝 구부리고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있다.
“오오오오오!”
“이런 말도 안 되는!!!”
관장과 수석 큐레이터 또한 들어와 미친 듯 탄성을 터트렸다.
‘보스…… 도대체 당신의 정체는 뭡니까!’
로버트 라이언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을 맛봤다.
5시간 전 웃으며 작업실로 들어갔던 보스였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샤토 누아르》를 재생해 냈다.
뒷모습에 풍겨 나오는 거장의 숨결.
그가 등을 활짝 폈다.
모두 숨을 죽였다.
“잘 보십시오.”
거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을 꺼냈다.
“샤토 누아르의 《동굴 부근의 바위들》이라는 작품보다 더 늦게 완성한 《샤토 누아르》는…… 붓질이 정확히 둘둘 셋으로 덧칠해졌습니다. 파리 피카소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흐릿한 《샤토 누아르》는 좀 더 후기에 완성된 작품입니다. 이곳에 보관 중인 작품이 더 명료하지만 수전증 초기라 손 떨림을 보정하기 위해 터치 간격을 가볍게 이동하는 식으로 색채를 첨가했습니다. 그러나…… 위작은 삼삼삼으로 정확한 채색 기법이 가미됐습니다.”
작품의 포인트를 짚으며 담담하게 설명해 나갔다.
“화풍은 별것 없습니다. 그림 그리는 화가의 육신과 정신, 시간과 공간이 종합 결합해 만들어 내는 영혼의 진한 흔적입니다. 그렇기에 5층에 걸려 있는 건강한 《샤토 누아르》는…… 모작입니다. 폴 세잔의 영혼이 그곳에는 없습니다.”
진정한 화가는 확언했다.
“이,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봐도 MoMA에 전시된 작품은 폴 세잔의 그림입니다. 그만이 완성해 낼 수 있는 색체 혼합의 시적 감응을 가미해 추상적 분위기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둘둘 셋 리듬감이라니…….”
로건 타일러는 감히 하대를 하지 못했다.
영혼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경의에 존칭을 사용하며 항변했다.
“쯧쯧.”
혀를 차는 화가.
그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헛!”
“허어억…….”
화가의 얼굴을 보던 모든 사람들 모두 심장이 떨어지는 충격을 받았다.
눈동자가 불타오르듯 퍼렇게 이글거렸다.
도저히 인간의 눈빛이라 말할 수 없는 예술가의 거대한 광기가 짧게 공간에 퍼져 나왔다.
“어리석은 인간아…….”
로건 타일러를 직시하는 시퍼런 광기의 눈동자.
로건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난생 처음 맞이하는 공포 앞에서 무기력했다.
신 앞에 선 죄인처럼 영혼이 포박당했다.
“그 짝퉁은…… 내 똥이 스친 냄새조차도 없다고!!!”
# 16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