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6
165장. 전쟁의 시작
“아가씨. 괜찮습니까?”
“아무 일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는 단순 투자자입니다. 그린 레벨로 하향 조치해도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확인이……”
“코미어 날 못 믿나요?”
“아닙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림자들은 되도록 멀리 배치해 주세요. 너무 티가 납니다.”
“……조치하겠습니다.”
“아빠에게는 따로 전화할게요. 수고해요.”
“쉬십시오.”
무미건조한 통화가 끝났다.
맨해튼이 발아래 보이는 팬트하우스 트라이베커.
3,000만 불의 가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주인은 여자였다.
건평만 수백 평이었다.
360도 어느 곳에서나 맨해튼이 눈에 들어왔다.
몇 개의 대형 빌딩을 제외하고 모든 걸 발 밑에 깔았다.
수영장을 비롯해 6미터가 넘는 거실 천장까지 화려함의 극치였다.
“하아.”
부의 극을 달리는 이곳의 여주인은 창밖에 서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큐피트 화살을 가슴에 맞은 것처럼 어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림을 그려낸 남자의 등을 보는 순간 주저앉을 것 같았다.
식지 않는 열기가 남자의 온몸에서 수증기가 되어 뿜어져 나왔다.
강인한 남자만이 풍겨내는 페로몬에 중독되었다.
떠나는 남자를 잡았다.
“실수였을까? 아니면…….”
사라는 마음이 복잡했다.
맛있는 요리와 위트 있는 남자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와인과 포도주를 비롯해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수없이 만났던 상류층 자제들보다 더 매너 있고 지식이 풍부했다.
웃고 떠들다 보니 헤어질 시간.
사라는 마음을 크게 먹었다.
그런 감정의 뜨거움이 낯설었다.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다.
하이스쿨까지 기숙사가 있는 여학교에서 보냈다.
대학교 때는 미술사와 경영 두 학과를 이수하기 위해 정신없었다.
언제나 주변에는 아버지가 보낸 보디가드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허락된 남자에 대한 정보 파악.
평소라면 사라가 나서지 않았다.
가문에서 취급하는 정보 취득 마스터 과정을 획득했기에 가능했다.
총기 사용 및 암호 해독, 정부 획득과 비밀 유지에 관한 종합 교육 과정이었다.
갑작스럽게 타깃이 미술관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만남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날 가까이 하면 당신이 위험해져요.”
하룻밤이지만 사라는 모든 걸 불태웠다.
친구들이 쓰던 은어까지 사용해 남자를 유혹했다.
처음이었다.
남자는 사라의 유혹에 넘어왔다.
길고 긴 밤이 어제는 너무 짧았다.
새벽 동이 틀 무렵 사라는 마법에서 깨어났다.
말로만 듣던 여자들의 행복을 수없이 맛봤다.
아직도 짜릿한 기운이 휘돌았다.
거친 숨결, 땀에 젖은 단단한 근육, 들끓는 남자의 이글거리는 눈동자, 부드럽고 때로는 거칠었던 성난 파도.
“하아아……”
사라는 한숨을 뱉었다.
남자는 오늘 떠난다 했다.
마치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사라는 첫눈에 반한다는 감정을 믿지 않았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영혼이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이 밀려온다는 친구들의 말이 거짓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당해보니 알 것 같았다.
“안녕…… 다니엘.”
하지만 이제는 잊어야 했다.
평범한 남자라면 결코 사라의 짝이 될 수 없었다.
가문에서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아아아아.”
사라의 긴 한숨이 맨해튼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사라졌다.
***
“유 팀장님 받으세요.”
“대표님!”
유세라는 장태산 대표가 건네는 향수를 받고 감동에 빠졌다.
미국에 갔다는 건 알았지만 선물까지 사올 줄 몰랐다.
“별일 없었습니까?”
“네~.”
“맛있는 커피 부탁드립니다.”
“네! 완전 맛있게 타겠습니다!”
유 팀장은 대표 말에 활짝 웃었다.
“그럼.”
짧게 고개를 숙이고 대표실로 사라지는 장태산.
‘어? 뭐지? 뭔가…… 바뀐 것 같은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유세라는 알아챘다.
항상 눈빛에 담고 있던 반짝이는 장난기가 사라졌다.
눈빛이 깊어졌다.
외관은 변한 게 없어 보였지만 분명 달랐다.
유세라의 육감이 발동됐다.
“더 멋있어진 것 같은데…….”
좋은 쪽으로 변화였다.
대학생으로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도 나이에 비해 노숙했지만 이제는 완벽한 경영자 같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룹 3세 실장님 같았다.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묵직했다.
대표가 스쳐 지나간 향수 냄새와 뒤섞인 묘한 남자 체취가 감지됐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머! 나…… 얼굴 빨개진 거야?”
향수도 유세라가 갖고 싶었던 마니아용 니치 향수.
유세라는 대표실을 바라보며 설렜다.
어른이 되어서 나타난 장태산.
유세라는 한참 동안 문을 바라보았다.
***
“커피숍 하나 차려줘? 끝내주네.”
유 팀장이 타온 커피를 마셨다.
콩가라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풍미가 가볍고 산뜻했다.
이것도 전생과 달랐다.
자판기 커피와 봉지 커피 마니아였다.
직장 생활 당시에도 비싼 커피는 사양했다.
탕비실에서 2봉지씩 타서 마셨다.
그러나 이번 생은 또 다른 길을 걸었다.
스타박스 커피와 원두가 질적으로 달랐다.
“오늘도…… 다들 바쁘구나.”
모니터 가득 수많은 암호처럼 그래프들이 생명을 품고 살아 움직였다.
중국 주식은 계속 폭락 중이다.
주식 맛에 빠졌다 화들짝 놀란 중국 시민들이 투매를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뭔지 제대로 맛본 것 같다.
크루드 오일을 비롯한 각종 선물 그래프도 무식하게 치솟았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선물 시장은 과열이었다.
이때도 조금만 똑똑해도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 가능했다.
철광석과 원유 같은 세계 물자를 진공 흡입기로 빨아들이는 중국시장이 주식으로 박살이 났다.
중국 기업 활동이 좋지 않다는 걸 의미했다.
그런데 선물은 기형적으로 올라갔다.
욕망에 눈먼 투자자들이 폭탄 돌리기 놀이에 빠졌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러시안 룰렛 판이었다.
“아멘.”
미리 명복을 빌어줬다.
“얘도 재대로 미쳤어.”
환율 그래프도 환상이었다.
미래를 찍고 왔기에 나만 차분했다.
지금 환율 시장 딜러들은 매일매일 스트레스 연속일 것이다.
시장에서 불길한 사인이 계속 전달됐다.
그런데 선물 시장은 날뛰었다.
환율 시장도 덩달아 제어가 되지 않았다.
“후훗.”
이 순간 또한 나만 행복했다.
선물 시장 수익률이 미쳤다.
로버트를 통해 새끼가 새끼를 치며 자기 분화를 시작했다.
자기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미국 형들 스타일이 그렇다.
조직에 대한 충성보다도 자기가 남들에게 판단 받는 가치를 중요시했다.
연봉과 보너스가 그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식 사고방식은 당연한 일이다.
투자금은 애들 보너스로 좀 뿌리고 새로운 조직이나 통장으로 이체했다.
복잡하지만 결코 장부를 만들지 않았다.
오직 내 머릿속에만 자금 흐름과 통장 내력, 비밀번호가 존재했다.
누군가 탈취하고 싶다면…… 날 죽여야 가능했다.
“돈은 쓰면 쓸수록 중독성이 있다니까.”
와이너리 투자 사모펀드에 100억 달러를 던졌다.
2008년 위기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람들은 흥청망청의 길을 걷는다.
“미술품 구매도 적기다.”
서브프라임은 미술시장에도 한파로 후려친다.
당장 망하게 생겼는데 고가 사치품이 잘 나갈 리가 없다.
미국과 한국 미술관 구입도 준비 중이다.
세상은 넓고 싸고 좋은 물건도 많았다.
2008년은 10년만에 돌아온 기업 바겐세일 기간이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9년 1월 세상에 개발을 알린 비트코인도 곧 출시가 된다.
지금은 직접 개발할 생각은 없다.
대신 블라드미르가 할 일이 많았다.
적당히 시간 날 때마다 간식 구입 하듯 지갑에 담을 생각이다.
피자 한 판에 비트코인 5,000개 할 때가 온다.
몇 푼 되지는 않지만 용돈용으로 쏠쏠했다.
동생들 시집갈 때 축의금으로 알맞을 것 같다.
그리고…….
때가 되면 직접 개발을 시작할 예정이다.
단순한 전자 단위가 아닌 실물에 기반한 전자화폐는 미래의 대세다.
튤립 뿌리 같은 허망함이 아닌 금이나 원유 같은 실물이 보증된다면 그 확장성은 무궁무진했다.
2017년에 세계적 광풍에 휩싸였던 전자화폐들은 베네수엘라와 러시아의 원유 담보로 또 다른 영역에 진입한다.
투기가 아닌 투자의 시초가 됐다.
뿐만 아니라 거대 IT기업들도 자사 유료 플랫폼들을 자체 개발한 전자화폐로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네, 조 변호사님.”
“장 대표. 방금 안아 본사에 경영자 교체를 위한 임시주주총회 요구서 제출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전포고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조 변호사님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놀 때는 화끈했지만 일처리는 깔끔했다.
미국에서 승무원들과 술 마시고 스킨십도 즐기셨지만 귀국 비행기 안에서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소형 기체로 한국까지 날아왔다.
큰 비행기는 거절했지만, 대륙 횡단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그 안에서 조 변호사님과 삼우 법무 팀, 로버트가 파견한 로펌 변호사들이 대책회의를 벌였다.
뒤에서 구경했는데 영화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학부 법대생들은 구경하기 힘든 상법과 경영 실무 용어들이 오갔다.
그동안 조 변호사님은 놀고만 있지 않았다.
공부를 한 듯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었다.
판사도 아닌 검사 출신에게는 벅찰 일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
훗날 자가용 비행기를 보너스로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반응은요?”
“흐흐. 물어서 뭐해. 그쪽 법무팀장이 받아갔는데…… 얼굴색이 완전 똥이다.”
악당의 찰진 웃음이 듣기 좋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약속만 잊지 마. 나 너에게 남은 인생 다 걸었다.”
“휴가 때 타고 가세요.”
“저, 정말?”
자가용 비행기가…… 쓸모가 많다.
“그리고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뭐? 말만 해!”
사기충천이다.
“설립한 대국 재단법인으로 학교 하나를 구입했으면 합니다.”
아버지 이름으로 법인 세 개가 등록됐다.
어머니가 아버지 이름을 원했다.
현명한 아내다웠다.
“학교? 뭐? 중학교? 고등학교? 장주시 쪽이야? 아버지 드리려고?”
언제나 조변호사님은 통이 작다.
말없이 빙긋 웃었다.
“서…… 설마 대학교?”
“중용대학교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사장을 만나 딜 하십시오. 2,000억 던져준다고 말입니다.”
“…….”
말이 없는 조 변호사님.
적응할 때도 됐는데 항상 충격을 받았다.
이때쯤 두용 그룹에 중용대학교가 1,200억에 넘어간다.
그걸 그냥 보내기 아까웠다.
어차피 다시 사는 인생.
쓸 데 써야 죽어서도 포인트 혜택 받을 수 있다.
그 점에서 대학교는 어머니 명함용으로 준비하기에 딱 좋았다.
# 16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