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7
166장. 이모! 조카가 찾아왔습니다!
“이사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대한민국 1위 로펌인 리앤장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이사실이다.
안아 회장의 오른팔 비서실장 유병석과 한 남자가 대화를 나눴다.
책상 위에는 이사 손대균의 명패가 놓여 있다.
“삼우 로펌이 나섰군요.”
손대균 이사가 임시주총소집 요구서를 슬쩍 훑어보았다.
삼우 로펌이 대리인으로 나섰다.
손대균은 나이 50이 넘었지만 샤프하고 멋진 중년 남성으로 아직도 매력이 넘쳤다.
명품 안경이 날렵한 얼굴선과 어울렸다.
큰 키에 운동으로 장기간 다져진 몸은 청년 못지않게 보기 좋았다.
입가에 배어있는 미소도 멋졌다.
인품이 넘쳐 보였다.
누가 봐도 40대 중반의 지적 매력이 넘치는 남성으로 보였다.
“그 새끼들이 미쳤습니다. 우리 안아 그룹을 물 먹이려고 작정한 것입니다.”
유병석이 버럭 화를 냈다.
삼우도 한때 안아가 뿌린 혜택을 받았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등판에 칼을 꽂았다.
“요즘 삼우 애들이 이상해졌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래봐야 삼우입니다.”
손대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아무리 발악해도 대한민국에서 리앤장을 따라올 로펌은 없었다.
1강 리앤장 뒤에 올망졸망한 로펌들이 뒤를 따랐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기업과 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및 각종 국가 기관과의 유착은 알고도 누가 감히 건드릴 만큼 배짱이 큰 자가 없었다.
리앤장은 전직 대법원장들로 시작해 검찰총장, 국세청장을 비롯 각부 장차관들이 전관으로 앉아 있었다.
인맥 있는 자들은 알아서 숨을 죽였다.
더러 용기 있는 자들이 리앤장의 부조리를 떠들었지만 삽시간에 모조리 사라졌다.
검찰과 국세청이 털어서 먼지 안 날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대한민국에 드물었다.
거기에 대기업이 슬쩍 가하는 압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그 사슬에 걸리면 한국에서 밥 먹고 살기 힘들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몇 달 사이에 외국계 지분율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요즘 안아가 힘들죠?”
손대균이 대놓고 말을 던졌다.
유병석은 입을 다물었다.
리앤장과는 애초 갑과 을의 관계조차 될 수 없었다.
리앤장은 대한민국 내 기업들의 갑이었다.
상위 4대 그룹 정도만이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웠다.
“일단 이사회에서 거부하십시오. 그 기간 중에 외국계 지분을 인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딱 보니 돈 뜯어내려는 금발 양아치들이네요.”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그런데 꼼짝을 안 합니다?”
“흐음……. 그래요? 그럼 골치 아프네요. 월가 애들 뭉치면 장난 아닌데…….”
“손 이사님! 회장님이 특별히 부탁하셨습니다.”
안아에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정치권에 자금을 뿌렸지만 반응이 늦었다.
인수합병 이슈까지 터지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안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미국에 본적을 둔 월가의 사냥꾼들이다.
“쉽지 않겠습니다. 주식 지분이 너무 많이 넘어 갔습니다. 이 정도면 눈치채고도 남았을 텐데…….”
말을 끊었지만 안아의 무능함을 질타하는 손대균이었다.
‘이거 병아리가 아니네? 후후.’
판이 커지면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오른다.
리앤장 로펌은 최하 기본 수임료가 1억을 깔고 시작한다.
성공 수수료는 따로 받았다.
그 대신 승소율 결과는 언제나 대단했다.
살인자도 기소유예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협박과 증인 매수는 기본이다.
돈에 영혼을 판 변호사들의 집단이 바로 리앤장이었다.
결코 평범한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그룹의 해결사 집단인 셈이다.
“……대출건을 비롯해 이번 위기만 해결한다면 회장님이 특별히…… 큰 거 한 장 준비하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큰 거 한 장의 단위가 틀렸다.
안아의 목숨을 담보로 적용되는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특별히 부탁드릴 곳도 있습니다.”
“특별히?”
“LOR 투자법인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을…… 제대로 밟아 주십시오. 조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LOR 투자법인이라……”
“대표자는 한국대 법학과 대학생입니다.”
“한국대 법학과요?”
손대균이 잠깐 호기심을 보였다.
한국대 법학과라면 본인의 후배가 된다.
더욱이 현재 한국대에 손대균의 자식이 재학 중이다.
“장태산이라고, 반드시…… 처리 부탁드립니다!”
***
“Mmmmmmmmmmm~♬ Let me talk~♫.……”
노래가 요란했다.
1월부터 3월 초까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힙합 LOW!
대박이다.
스피커가 빵빵 울렸다.
차고에 있던 벤틀리 컨티넨탈 GT를 몰고 나왔다.
사운드가…… 죽였다.
학교에 타고 다니는 스포츠카보다 더 묵직한데 치고 나가는 맛이 장난 아니었다.
부우우우웅!
“she legs on my~♬.”
19금 판정을 받을 만큼 그냥…… 내용도 죽였다.
미국 랩의 진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열린 창문으로 요란한 비트음이 팡팡 터졌다.
돈 많은 놈이 클럽에서 죽이는 여자 만나서 발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소라면 듣기 거북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전쟁에 나갈 때 듣기 딱 제격이다.
아니 오늘 콘셉트와 완벽하게 깔맞춤이다.
떼돈 벌어 돈지랄 하는 갑부 콘셉트가 오늘의 나다.
목적지가 가까웠다.
노래는 요란했고 어깨는 들썩였지만 마음은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했다.
엄마를 첩 자식 취급했던 외가의 배다른 이모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외할머니 한이 깊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날 원한을 감춰야 했다.
그래서 엿 같은 노래를 들었다.
열린 창문으로 거친 랩이 빵빵 울렸다.
피가 뜨겁게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끼이이이익.
거칠게 차를 멈췄다.
동룡 제과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용산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이다.
대기업이 아니어서 본사 건물은 소소했다.
다만 입구 가까이 파킹된 차는 마이바흐다.
연식이 조금 돼 보였다.
오늘 만나야 할 주인이 타고 다니는 차가 맞을 것이다.
“누, 누구십니까!”
경비원이 후다닥 달려왔다.
죄 없는 분에게 시비는 걸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좀 놀란 것 같다.
찢어진 청바지에 파란 셔츠, 선글라스에 머리는 무스로 떡을 친 내가 편하게 보일 리 없다.
누가 봐도 돈 많은 쌩 양아치다.
“이모 있어요?”
어깨도 좀 흔들고 목소리도 건들거렸다.
“네? 이모요?”
40대 중반 경비원은 눈을 껌뻑 떴다 감았다.
“주미란 이모님. 계시냐고요?”
“회…… 회장님요?”
“네~ 회장님요.”
“…….”
나와 차를 번갈아 보던 경비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 기억 속에 나 같은 조카는 입력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꼬락서니를 보고 갈등했다.
장난이라고 무시하기에 벤틀리의 포스가 만만치 않았다.
“가서 이모에게 전해주세요……. 여동생 주설란…… 그분의 아들이 찾아왔다고 말입니다.”
적의 소굴에 내 발로 찾아왔다.
어제 여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외삼촌이 이미 움직였다.
허를 찌르고 싶었다.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적을 깡그리 몰아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타다다다닥.
경비원이 급하게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
그 뒤를 따라 나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입은 랩을 흥얼거리고 눈은 여우를 노리는 사자처럼.
그리고 걸음은 느긋하고 잔인하게 한 걸음씩 떼었다.
***
“중국 지사를 확장하고 베트남 지시를 설립해야 합니다. 러시아 지사가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리아 초코파이는 동남아에서도 충분히 먹힙니다.”
“전 부사장님과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수상합니다. 외환 흐름도 나쁘다는 소문입니다. 괜히 이럴 때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제2의 IMF 위기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서 찌라시로 돌고 있습니다. 최대한 현금을 비축해야 합니다.”
“대표님. 오 전무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럴 때가 기회입니다. 남들 다 말릴 때 러시아에 들어가 우리 동룡 제과 아리아 초코파이가 국민 과자가 됐습니다. 느낌이 옵니다! 기회입니다. 한류 붐이 휩쓸 때 같이 달려야 합니다.”
동룡 제과 본사 5층 회장실에 모인 핵심 임원들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전략 회의 중이었다.
“오 전무. 자본금은 얼마 남았나요?”
본사 자금담당 전무에게 대표이사 주미란이 물었다.
눈매가 치켜 올라간 게 냉정하게 보였다.
미인형 얼굴이지만 전체적으로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다.
동룡 제과 대표 주미란.
아버지의 죽음 뒤에도 오빠의 간섭을 받다가 2002년에 겨우 계열사 분리를 받아 독립했다.
아리아 초코파이를 비롯해 포포칩, 초토스 등으로 메가 히트를 쳤다.
그 힘으로 대형 과자 기업들 사이에서 버텼다.
인내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켰다.
제과업계에서는 경영능력이 탁월하다고 인정받았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유용자금은 900억 정도 됩니다.”
“생각보다 얼마 없군요.”
“러시아 투자 대금 중 일부를 상환했습니다. 은행권에서 대출금 일부를 갚아주기를 요구했습니다.”
“오 전무 말대로 나도 짜리시를 들었어요. 하지만…… 기회가 아쉬워요.”
주미란은 투자 신호를 강하게 받았다.
중국 시장 확대와 동시에 베트남 시장도 공략 대상이었다.
지금껏 남들이 두려울 때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해 대박을 쳤다.
러시아 사업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임원들 전부 말렸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가 먹힐 리가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러시아 여행을 직접 다녀온 주미란은 과감하게 밀어 붙였다.
결과는 초대박.
아리아 초코파이가 러시아 국민 간식 대접을 받을 줄 누구도 상상 못했다.
대박을 쳤지만 현지 공장 건설과 판로 개척으로 자금이 상당히 들어갔다.
중국의 꽌시 비슷하게 러시아도 돈으로 만든 인맥이 필요했다.
정치 자금이 쏠쏠하게 뿌려졌다.
국내로 회수하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더욱이 갑자기 미국발 서브프라임 영향으로 대출 상환 압박이 들어왔다.
버틸 수는 있지만 사업 확장에는 걸림돌이었다.
“……동룡 주식을 조금만 처분하면 어떻겠습니까?”
오 전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식을요?”
“10프로는 너무 많습니다. 동룡을 인수할 것도 아니고 백기사 노릇을 위해 2,000억 가까운 금액을 썩히고 있습니다. 주가 더 떨어지기 전에 반만 처분하도록 하시죠. 그렇다면 베트남 사업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표님. 오 전무 생각이 옳습니다. 우리가 동룡 하청업체도 아니고 돈을 썩힐 필요가 없습니다.”
“오빠도 우리 제과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거 몰라요?”
“어차피 대표님과 가족분 모두 50프로 이상 주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경영권에 전혀 타격이 없습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주미란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유할 때보다 주식이 많이 올랐다.
오빠는 국내에서 알짜 사업만 챙겼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분해 잠이 오지 않았다.
정확히 반절을 나눴어야 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다.
동룡 제과도 협박과 때를 써 겨우 받았다.
오빠가 욕심이 많다는 걸 진작 알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삐이이이이.
비서설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회의 중인 거 몰라?”
주미란은 짜증을 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타인들에게 화를 푸는 특기가 발휘됐다.
[대표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손님? 누구?”
[조카분이라고 합니다.]“조카? 내 조카?”
[네.]“무슨 헛소리야! 걔들이 연락도 없이 올 리가 없어!”
[그게…… 주설란…… 저기요! 막 들어가시면 안 돼요!!!]비서실 직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들렸다.
“뭐, 뭐라고 주…… 주설란?”
주미란은 주설란이라는 이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때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서는 날라리 같은 미친놈 하나.
“이모오오오오오오! 조카 장태산이 이모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하하하하하!”
# 16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