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68
167장. 큰 사업 한번 하시겠습니까?
“너……!”
이런 이모가 당황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토끼 눈을 떴다.
큰마음 먹고 왔는데 벼락 맞은 이모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이모!!!”
그냥 가서 덥석 안았다.
“!!!”
놀라는 심장 소리가 귀까지 팡팡 들렸다.
대책 안 서는 미친놈이 나타나 이모라 부르고 안는데 어떤 여자가 안 놀라겠나.
그것도 벌건 대낮 회사 대표실에서 말이다.
“미…….”
“미치게 보고 싶었다고요? 저도 그랬습니다. 제게 이모가 있다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모라는 여인을 품에서 떼어냈다.
외할아버지가 잘 생겼다고 하더니 그 피를 이어 받은 것 같다.
젊었을 때 잘나갔을 것 같은 외모다.
그래봐야 엄마 발끝 수준이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냐고?
“선물입니다. 약소하지만 받아 주십시오. 급하게 오느라 제대로 준비 못했습니다. 달랑 1억 밖에 안 되더라고요.”
항상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적의 소굴에 대가리부터 들이밀면 박 터진다.
이모라는 존재도 여자다.
까르띠에 보석이 박힌 2008년 한정판을 구매했다.
엄마와의 쇼핑 덕분에 백화점 VIP다.
“!!!”
기업 대표도 1억짜리 시계 함부로 차는 거 아니다.
특히 아직 동룡 제과는 중소기업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매출 5조짜리에 순이익이 짭짤해 주당배당금도 매년 지불하는 알짜 기업이 된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아리아 초코파이가 먹혔다.
‘초코파이는 사랑’이라는 문구가 사람들 머리에 저장됐다.
다른 건 몰라도 경영능력 하나는 괜찮았다.
어머니를 괴롭혔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확보 못 했다.
내 목숨을 노리는 외삼촌이라는 인간과 얼마나 차이를 보일지 궁금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체면도 있고 인심 좀 썼다.
오늘은 테스트 자리다.
파르르르.
갈등하는 듯 눈동자가 떨린다.
이모 소리 한 번 들어주고 1억짜리 시계를 받을까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선물에 약한 그대 이름은…… 여자다.
“다… 다음에 회의하도록 하죠.”
“아, 알겠습니다.”
회의하던 임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들의 얼굴에는 각종 의문부호가 떴다.
그래 복잡해져라.
당신들도 흔들려야 이 회사도 흔들린다.
“앉아도 되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원들이 나간 가죽 소파 위에 엉덩이를 깔았다.
“하아.”
짧은 한숨을 쉬는 이모 이마에 주름이 갔다.
머리 복잡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복 여동생 조카가 개뿔이나 반갑겠나.
나도 마찬가지다.
“이모 참고로 전 드립으로 내린 원두커피 좋아합니다. 요즘 입이 고급이 돼서 큰일입니다. 이모도 그렇죠?”
양아치 행동도 은근 어울리는 것 같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처럼 편했다.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놈이 내 안에 사는 것 같다.
달달달 다리도 떨었다.
떡하니 한쪽 발을 다른 발에 올리고 밥 맛 없는 짓은 다 골라서 했다.
“장 비서. 커피. 원두로.”
“네…… 대표님.”
비서가 당황하는 모습도 재밌다.
대표실에서 아직 대기 중이던 여비서가 주문을 받고 나갔다.
여차하면 밖의 경비원이나 다른 직원들을 부르려던 눈빛이다.
“……설란이 아들이라고?”
의외로 목소리가 차분했다.
관상도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관상은 그 사람이 살아왔던 전생과 현생의 업들이 믹스 돼서 발현되는 결과다.
이모 주미란의 관상은 그걸 대변했다.
콧날은 도도하게 살아왔던 인생을 말했다.
두툼한 귓불의 재복은 부족함이 없었다.
살짝 올라간 눈썹과 짙은 인중은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상이다.
그렇게까지 심각한 관상은 아니다.
재벌 집 싸가지 2세 정도로는 보였다.
딱 거기까지.
누구를 죽이거나 음해할 음흉한 상은 없었다.
그것이 당황스러웠다.
준비한 시나리오를 급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사업적 능력도 엿보였다.
날카로운 눈매는 결단력을 나타낸다.
고집스러운 입매도 경영자의 뚝심 경영, 재복과 결합되어 어려움 없이 사업을 할 팔자다.
나로 인해 쪽 망할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름이…….”
“장태산입니다. 이모.”
지난 생과 이번 생 털어 이모를 오늘 처음 보고 불러본다.
그것도 밥집 이모 말고 진짜 이모.
피가 섞여서 그런지 이모라는 말에 정감이 담겼다.
이래서 핏줄이 무서운 거다.
“설란이는?”
시계에 눈도 주지 않았다.
엄마 안위를 묻는 목소리에 미안함이 담겨 있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연속이다.
“집에 계십니다.”
“어디 사는데?”
“장주시에 삽니다.”
“지방이네……”
이복 여동생이 사는 곳도 몰랐던 것 같다.
“잘했네. 먼 곳에 있어야 안전하지.”
“!!!”
안전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 같지 않다.
뭔가 있다!
“그래 너는 뭐해? 보아하니…….”
날라리는 아닙니다.
“대학교 다닙니다.”
“그래? 어디?”
“한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그…… 그렇구나. 잘했네.”
내가 원하던 대화 방향이 아니다.
말 속에 놀람과 진심이 느껴졌다.
드라마 속에서 이런 이모는 싸가지 없는 기운 풀풀 풍기고 “꺼져, 미친, 네 외할머니 때문에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죽어!” 막 이런 대사들이 화려하게 터져 나와야 했다.
하지만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조금 전 안전은 어떤 뜻입니까?”
말투가 진지해졌다.
내 눈을 조용히 바라보는 이모.
“……몰라서 묻는 것 같지가 않구나.”
역시 인생 거저 살지 않은 게 맞다.
철부지 재벌 2세가 아니다.
그랬다면 2020년까지 동룡 제과, 아니 미래는 아리아 제과로 이름 바뀌는 이 회사가 멀쩡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셨습니까?”
“우리 오빠 무서운 거?”
주현태 회장을 무섭다 말했다.
눈에 공포가 스쳐 지나가는 게 보였다.
우리 엄마야 그렇다지만 자기 형제까지 저런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재벌들이 지분 앞에서 살인청부도 한다지만 그건 다 영화 이야기라 생각했다.
새삼 외삼촌이라는 작자가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우세요?”
“……난 세상에서 우리 오빠가 제일 무섭다. 너도 조심해.”
날 죽이려 청부했던 자가 외삼촌일까 하는 짐작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여동생이 이 정도로 평가하면 말 다했다.
자세를 고쳐 잡았다.
굳이 다리를 떨지 않아도 됐다.
50대를 넘은 사업가다.
감출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스윽 명함을 내밀었다.
“응?”
“조그만 투자 회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네 거야?”
“제 회사입니다.”
“출세했네.”
“이모만 하겠습니까.”
“힘들다. 회사 경영 쉽지 않아.”
“외삼촌이 도와주시겠죠.”
“태산이라고 했지?”
“네.”
“나 떠보지 마라. 1억짜리 명품 시계 들고 와서 살갑게 굴 사이 아니라는 거 나도 알고 너도 안다.”
“진짜 선물입니다.”
재산에 비하면 얼마 하지도 않는 시계다.
“진짜인 거 같구나.”
날 지그시 보던 이모가 놀라는 것 같다.
이모도 사람 보는 눈은 있었다.
“자수성가 했습니다.”
“로또라도 맞았어?”
“주식과 선물, 외환으로 돈 좀 만졌습니다.”
얼마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네가?”
“우연히 개발한 투자 프로그램이 돈을 벌어다 줬습니다.”
“……흠.”
냉철한 사업가가 믿는다면 바보다.
그거까지 바라지 않았다.
어차피 감춰진 패를 보일 필요까지는 없었다.
“찾아온 목적이 뭐야? 네 엄마에게 미안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리 엄마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새 여자가 왔을 때 난 열 살이었다. 좋게 보였다면 그건 성자나 가능한 일이다.”
셀프 고백에 지그시 이모를 봤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막 미워하지 않았다. 꾸물거리며 웃는 여동생이 싫지 않았다. 다만…… 네 엄마에게 관심을 보이면 오빠에게서 폭력이 가해졌다. 나도 살아야 했다. 우리 오빠는…… 진짜 무서운 사람이니까.”
진정 두려움이 느껴졌다.
얼굴도 모르는 날 죽이기 위해 살수를 보낼 정도라면 말해 뭐하겠는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을 이모다.
그런데 아직도 의문이다.
날 죽여서 얻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상속이 될 것도 아니다.
상속 순위가 한참 멀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 순으로…….
“!!!”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법정상속제도 허점이 보였다.
나를 죽이고 아버지가 죽는다면 모든 재산은 어머니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여동생들을 처리하고 어머니까지 죽는다면…….
으드득.
이가 갈렸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시나리오다.
형제자매 상속까지 내려간다면 일도 아니다.
시골집에 내려가 어머니만 살려두고 모조리 죽일 수 있는 놈이다.
그 다음에 어머니를 처리하면 여기 있는 이모와 외삼촌이라는 작자가 상속자가 된다.
개새끼!!!
“무슨 일 있었니?”
이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일단 이모는 혐의에서 제외다.
범죄를 꾸몄다면 최소한의 눈동자 떨림은 보여야 한다.
그런데 전혀 기미가 안 보인다.
“별일 없었습니다.”
아직은 사건을 알려 줄 수 없다.
나에게는 배다른 이모지만 외삼촌과는 형제다.
“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어? 돈은 아닌 것 같고……”
이제 본론을 얘기할 때다.
이모의 눈을 직시했다.
길게 얘기해 봐야 시간만 아까운 타이밍이다.
“조만간 제가 회사 하나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네가? 아빠나 엄마가 아니라?”
“그때 분할되는 회사가 몇 개 있습니다.”
“분할? 대기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한다.”
대기업이 아니라 그룹이다.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고…… 이모”
조용히 이모를 불렀다.
“뭐… 도와줘?”
“도움은 필요 없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이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주치는 눈빛.
씨익 웃었다.
“이모 저와 큰 사업 한번 하시겠습니까?”
# 16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