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79
178장. 꼴리는 대로
“서, 선배님…….”
남상열 검사 목소리가 떨렸다.
눈빛도 흔들렸다.
“내가 네 선배는 맞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압수수색영장 집행 중인 사무실에 들어오는 민간인.
피식 웃으며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유 팀장. 커피 마셔도 돼?”
“물론이죠~.”
“얘들 것도 부탁해.”
“네~. 이사님.”
조윤태는 검사나 수사관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았다.
전직 차장검사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검찰은 철저히 기수문화다.
군대보다 더 심한 서열에 남상열이 긴장했다.
이럴 줄 알고 빨리 치고 빠지려했는데 한 발 늦었다.
삼우 로펌이 리앤장 만큼은 아니어도 요즘 떠오르는 다크호스였다.
“여기는 어쩐 일로…….”
“알면서 왜 물어? 나 이 회사 감사에 담당 변호사야.”
조윤태의 이죽거림에 남상열은 입을 다물었다.
로펌의 이사 신분은 결코 낮은 자리가 아니었다.
남상열은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특히 검사들에게 로펌은 미래의 보험이나 마찬가지다.
아래 기수가 치고 올라오면 바로 방을 빼는 게 관례다.
퇴직 후 손 빨기 싫으면 로펌에 잘 보여야 하는 이유였다.
“영장 줘봐.”
“…….”
수사관들이 남상열의 눈치를 봤다.
10년 이상 베테랑 수사관들도 전직 차장검사 정도는 다 알았다.
“눈치를 왜 봐. 피의자 변호사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거 몰라? 빨리 줘!”
조윤태가 눈을 부라렸다.
“드려.”
김이 샌 남상열이 허락했다.
아무리 현직 검사라 해도 과거 지방에서 잠깐 모셨던 검사 앞에서는 힘을 못 썼다.
전관예우가 판사 쪽보다 검사 쪽에서 더 먹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불법 주식 거래? 하하하. 미치겠네. 이거 얼마 전에 금감원에서 조사 다하고 빠졌어. 그런데 뒷북을 쳐?”
“선배님 그건 조사해 보면…….”
“수색영장 범위에도 없는 다른 층도 뒤지라고 했지? 너 미쳤냐? 그래서 검사들이 짭새 형님 검새 소리 듣는 거야. 법을 집행하는 놈이 법대로 해야지. 왜 니 X 꼴리는 대로 나가?”
처절하게 조윤태가 남상열을 발랐다.
차장검사에 로펌 이사 신분이 이렇게 무섭다.
“고광렬이가 시켰냐?”
“…….”
“그 새끼 줄 잘 잡아서 1차장 되더니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 뻥카로 압수수색영장을 남발해. 안 그러냐 상열아.”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를 새끼라 말할 수 있는 조윤태다.
남상열은 입을 꾹 다물었다.
검사가 된 이후로 숱한 노력 끝에 연마된 자세다.
결코 얼굴에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윤태와 연결된 라인이 어떤 줄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괜히 자기 같이 연줄 없는 지방대 출신은 한 방에 통영 같은 오지로 발령나갈 수 있었다.
“여기 커피 드세요.”
유세라는 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얼음 둥둥 띄워 내놓았다.
딸기 조각 케이크는 덤이었다.
“다들 앉아서 마셔. 니들이 무슨 죄냐.”
호랑이 같은 조윤태의 태도에 수사관들은 남상열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여기 커피가 예술이다. 유 팀장이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어.”
“예술 정도는 아니죠~.”
“무슨 소리야. 유 팀장 커피가 강남 제일이야.”
“정말요? 그 거짓말 기분은 좋네요.”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당하는 사무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화가 오고 갔다.
“상열아, 적당히 하자. 우리 대표 하루 수익이 얼마인 줄 알아? 최소 수십억이다. 너 뻥카 치다가 쫄딱 망하는 수 있다. 대표 꼬드겨 민사소송 할 거다. 그리고 이 회사 지분 중에 미국 투자자 거도 있어. 미국에서 소송 할 거다.”
“…….”
커피를 마시던 남상열의 얼굴이 굳어갔다.
잘못 건드렸다가 상부는 조용히 빠지고 조직에서 새 되는 경우 많이 봤다.
특히 미국 소송이라면 골치가 아팠다.
한국과 달리 미국법원은 검사라고 봐주는 것 없었다.
“아직 몰랐어? 여기 장 대표. 로버트라고 미국에서 요즘 핫한 월가 투자자와 동업 관계다. 너 줄 잘 서라. 라인 잘 못 타면…… 태어난 곳으로 간다.”
빙긋 웃으며 악당처럼 협박하는 조윤태.
남상열은 차가운 아이스커피처럼 머리가 식었다.
1차장 검사가 부장이 아닌 자신에게 직접 권할 때부터 이상했다.
“캬아. 커피 한 번 시원하다. 4월인데 날씨가 여름 같다니까. 유 팀장 케이크도 잘 먹을게. 요즘은 이 시간 되면 당 떨어지더라.”
“케이크 더 드려요?”
“됐어. 해 떨어지는데 저녁 먹어야지.”
시간을 확인하고 밖을 보던 조윤태.
“어! 이런 벌써 해가 넘어갔네. 다들 짐 싸라.”
“???”
“뭘 봐 새끼들아. 영장에 야간집행 허가 조항이 없잖아. 해 떨어졌으면 집행 끝내야지.”
조윤태가 씩 웃었다.
‘젠장…… 이거 똥 밟았네.’
남상열은 오늘 영장으로 아무 재미도 못 봤다.
차장검사에게 찍힐 게 뻔했다.
거기에 삼우 로펌과도 앞으로 얼굴 붉힐 일만 남았다.
“세월 금방 간다. 상열아……. 일 잘한다고 소문나면 선배가 적당히 밀어 줄게.”
회유도 나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명분이 없었다.
이 정도 완벽한 준비라면 증거자료뿐만 아니라 투자 기법도 알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철수해.”
“넵! 검사님.”
눈치 보던 수사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사관들도 이 자리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위 포식자들의 힘겨루기는 새우들에게는 언제나 감당하기 벅찼다.
“선배님…… 들어가겠습니다.”
남상열은 거의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접고 고개를 숙였다.
“압수목록교부서는 주고 가야지.”
“여, 여기 있습니다.”
수사관 한 명이 재빠르게 증명서를 건넸다.
“수고했어. 남 검사는 조만간 밥 한번 먹자. 연락하마.”
“감사합니다.”
밥 한번 먹자는 검사들만의 은어에 남상열의 굳었던 얼굴이 풀렸다.
스폰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네~. 다음에는 전화 주시고 오세요.”
유세라도 끝까지 미소를 띠고 자세를 유지했다.
밀어닥쳤던 기세와 달리 꼬리를 말고 검사와 수사관들이 떠났다.
매섭게 바라보는 조윤태의 시선이 그 뒤를 배웅했다.
***
“이 새끼들 미쳤다. 나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영장 쳤다.”
야밤에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유세라 팀장에게 대표실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괜히 무식한 놈들이 힘 자랑 할 것 같아 예방 조치했다.
커피나 시원하게 한 잔 타주라고 지시했다.
컴퓨터는 멀쩡했다.
하드는 떼어가도 아무것도 못 찾는다.
입력해 놓은 투자 프로그램은 고도로 암호화 되어 있다.
블라드미르가 제작한 핵미사일용 발사 암호장치로 가동됐다.
억지로 프로그램을 건들면 바로 버그로 변한다.
비밀번호나 접속 은행 주소도 하드디스크가 아닌 휘발성 메모리인 램(RAM)을 이용했다.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찾아도 아무것도 없다.
바보도 아니고 귀한 정보를 하드 따위에 남기는 짓은 하지 않았다.
다만 공격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데 놀랐다.
“뒤에 누굽니까?”
검찰을 조종한 권력자를 물었다.
“중앙지검에 이번에 발령 난 1차장 검사 고광렬이라는 놈이 있다. 그 녀석이 지시했는데……. 아마 그 뒤에 리앤장이 있는 것 같다.”
짐작은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차장검사를 움직일 정도라면 리앤장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조 변호사님도 아직 그 힘에 못 미쳤다.
돈 더 발라야 할 것 같다.
“안아가 바쁜가 봅니다.”
“회장 동생이 이번에 제대로 사고쳤잖아. 흐흐. 요즘 소문이 엄청 안 좋다. 정권에서 확실히 부담스러워 한다.”
안아 똥줄이 바짝 타 들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동생이 이제 여당 국회의원도 아니다.
검찰을 이용할 정도라면 마른 주머니에서 물을 짜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위기 돌파 후 엄청난 목돈을 약조했을 것이다.
“리앤장에서 움직였다면 다음 공격도 있겠죠?”
“아마 그럴 것 같다. 걔들이 집요하고 악랄하다.”
이번 압수수색영장은 쨉이다.
정치 검새들의 2차 공격이 있을 수 있다.
죄가 없어도 몰아붙이면 죄가 되는 게 대한민국이다.
“안테나 바짝 좀 세우십시오.”
“미안해. 최선을 다했는데 힘이 부족했다. 조금만 참아봐라. 여기저기 비밀 라인 세우고 있다.”
채찍도 가했다.
강하게 나가줘야 조 변호사님도 긴장을 안 풀 것이다.
“밖에 감시하는 놈들도 보인다고 합니다.”
“리앤장 힘이면 국정원도 움직인다. 조심해.”
피부에 와 닿는 공권력의 위험이다.
강도가 점점 세졌다.
알고 대비했지만 기분이 영 찝찝했다.
개인이나 조폭 같으면 야밤에 짱돌 들면 그만이지만 이건 단위가 달랐다.
권력이 이래서 무섭다.
독재자들이 이 맛에 빠져 사람을 죽이는 거다.
“그럼……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군요.”
“방법? 뭐 좋은 수 있어?”
바보가 아니다.
회귀해서 과거 지식으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이런 일에는 경험이 거의 없다.
여러 각도로 생각해 봤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나…….
“그냥 꼴리는 대로 하려고요.”
“뭐라고???”
***
“자료를 못 찾았다고?”
– 죄송합니다. 이사님.
“고 차장……. 이거 실망인데. 애송이 사무실 하나 못 처리하고…….”
– 면목이 없습니다. 바로 다시 한 번 치겠습니다!
“됐어. 그 놈이 바본 줄 알아? 오늘은 바빠서 이만 끊겠네.”
손대균은 중앙지검 차장검사에게 호통을 치고 일방적으로 통화를 끝냈다.
지검 차장검사 쯤은 언제나 심고 빼낼 수 있었다.
“쓸 만한 수족이 요즘 부족해. 자식들이 헝그리 정신이 없어. 쯧쯧.”
손대균은 이 사태가 마음에 안 들었다.
장태산이라는 놈 뒤에 조윤태라는 전직 차장검사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정도는 간단하게 분쇄할 정도의 수단은 많았다.
“선거 때문에 바쁜 건 끝났고…… 유리도 프랑스에 잘 도착해서 적응하고 있으니…… 남은 건 장태산뿐인데.”
손가락으로 다시 이마를 톡톡치는 손대균.
이번 압수수색 목적은 장태산의 비리를 찾는 게 아니다.
아무리 털어도 세금이나 투자 문제는 깔끔했다.
어린놈이 법에도 빠삭했다.
더욱이 로버트라는 미국 월가의 슈퍼 투자자와 연도 닿아 있었다.
그래서 장태산 투자 프로그램을 찾아 손에 넣고자 했다.
회에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고등학생 놈이 갑자기 상상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세상 돈을 쓸어 담았다.
엄청난 투자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걸 확보하려 했는데 실패했다.
“경비도 삼엄해서 뚫을 길이 없는데…….”
안아 문제는 부수적으로 변했다.
안아를 살리기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다.
큰 거 한 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또로로로록.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손대균은 달콤한 샴페인을 즐겼다.
솨르르르르르르.
글라스에 거품을 만들며 채워지는 샴페인의 향기에 손대균은 잠시 근심을 잊었다.
누구에게도 침범 받고 싶지 않은 이 시간.
진공관 오디오를 틀면 완벽한 휴식이 됐다.
[띠이이이이이이.]갑자기 들려오는 인터폰만 아니면 완벽했다.
“무슨 일이야?”
깨트려진 평온에 손대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섰다.
[이사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퇴근하지 않은 손대균 때문에 남아 있던 여비서가 조용히 방문자가 있음을 알렸다.
“손님 누구?”
이 밤에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약속 또한 잡힌 게 없었다.
[LOR 투자법인 대표 장태산이라고 전하면 아실 거라고 합니다.]“뭐, 뭐라고? 장태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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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