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1
180장. 도도희 (1)
“이번 선거 결과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막판에 변수만 터지지 않았다면 최소 10석 이상 더 획득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안아는…… 정말 골칫덩어립니다.”
“회원으로 받지 말라는 회주님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뿐입니다.”
고풍스러운 기와 주택.
일제 시대 때부터 운영되었던 삼청동에 위치한 한 요정이다.
열린 창밖으로 보기 좋은 소나무와 푸른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VIP룸에서 세 사내가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였다.
술상도 큼지막한 상이 좁아 보일 만큼 각종 요리들로 가득 채워졌다.
“원내대표님 그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손 이사님 지원 덕분입니다.”
“반종현 회장님 덕이기도 하죠.”
“다 회를 위한 일입니다.”
리앤장 로펌 이사 손대균, 한국자유당 원내대표 전운택, 조국일보 회장 반종현이 모였다.
모두 일송회의 최상위 회원들이었다.
조상들 때부터 끈끈하게 연이 닿아 있는 인물들이었다.
핵심 인물들이라고 할 만한 그들이 선거를 끝내고 술을 마셨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선거까지 일이 마무리 됐다.
지난 10년 동안 빼앗겼던 권력을 되찾아왔다.
서로 밀어주고 빨아주고 덮어주는 끈끈한 커넥션의 부활인 셈이다.
“손 이사님, 그런데 안아를 정리하자고 하셨습니까?”
잔을 들던 전운택이 물었다.
“회주님께 결재 받았습니다. 안아를 품고 가기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손대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습니다. 안아가 돈을 잘 뿌렸는데…….”
조국일보 반종현 회장이 입맛을 다셨다.
지난 10년간 본의 아니게 타격을 받아 돈줄이 많이 마른 일송회였다.
회의 비밀을 위해 철저하게 회원들을 가려서 받았다.
회원들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수장으로 활동했다.
대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믿을 만한 자들만 골랐다.
생각보다 조직의 자금이 많이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 쏟아 부은 자금도 상당했다.
“그래서…… 제가 좋은 방법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그래요?”
“뭡니까?”
전운택과 반종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손대균 일가가 제공하는 회비가 상당히 많았다.
몰래 뒤로 받는 성공 사례금 상당수가 비자금이었다.
“한국대 후배 하나가 재주가 좋습니다. 아니 투자의 천재입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재산을 단기간에 몇 조로 불렸습니다.”
“네에! 며, 몇 조요?”
“스무 살이라고 하셨습니까?”
“여기 자료가 있습니다.”
손대균이 건네는 자료를 둘은 빠르게 훑어봤다.
“허어!”
“이런…… 천재가 다 있나!”
반종현과 전운택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투자 수익은 듣도 보도 못했다.
“대단한 인재입니다만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문제요?”
“회원은 아니더라도 관리 대상으로 삼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수익 3조라는 정보에 둘은 안달이 났다.
“안아를 달라고 합니다. 후배가 로버트라는 월가의 투자자와 손을 잡고 안아를 삼키겠다고 합니다.”
“……로버트라면 투자의 귀재를 말씀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인맥이 대단하군요. 한 번 보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던데…….”
반종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자입니까?”
전운택은 몰라서 물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투자 수익이 수백억 달러가 넘습니다.”
“아! 그랬군요.”
돈 단위가 달랐다.
“안아라면 넘겨주도록 하죠. 손 이사님 표정을 보니 뭔가 제시한 것 같은데 틀립니까?”
“안아는 이제 정리할 때가 됐습니다. 소속 의원들도 다들 고개를 젓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룡 주 회장과도 얽혀 있습니다.”
“주 회장과요?”
“주 회장이 쳐냈던 이복 여동생의 아들입니다.”
“이런!”
“흐음……. 복수를 하겠다는 겁니까?”
반종현과 전운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한 번 회원으로 받아들인 이상 철저하게 보호하는 게 규칙이었다.
이런 이유로 회원을 가려서 받았던 것이다.
회에 대해 누설이라도 한다면 일송회는 거대한 타격을 입을 게 뻔했다.
“그래서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동룡을 일정 기간 건들이지 않도록 말입니다.”
“오! 다행입니다!”
“주 회장이 알고도 가만있었습니까? 그 성질이면…….”
“한 번 킬러를 보냈더군요. 그래서 후배가 죽인다는 걸 말렸습니다.”
“흐흐흐. 주 회장답습니다.”
셋은 주 회장을 떠올리며 웃었다.
회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는 더러운 칼 역할은 그가 맡아서 해왔다.
“그런데 후배가 말했다는 그 제안이 뭡니까?”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떡밥에 입맛을 다셨다.
“……큰 도박판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뒤를 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준다면…… 투자금을 1년 내에 10배로 불려주겠답니다.”
“헉! 1, 10배요!”
“위험 요소는 없습니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래서 제가 개인 자금으로 일단 투자해 보기로 했습니다. 맛보기로 300억 정도 맡길까 생각중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투자 결산금을 정산해 준다고 합니다. 계산이 정확하면 투자금을 늘릴 생각입니다.”
“오오오! 그렇게 좋은 후배가…….”
“똑똑한 친구군요.”
“일단은 지켜볼까 합니다. 그러니 두 분께서도 조용히 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이런 일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흐흐흐.”
셋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회를 위해 노력봉사 할 종을 새로 영입한 만족감에 입맛이 돌았다.
“그럼 못다 먹은 술 한 잔 더 하십시다!”
“좋습니다! 오늘은 밤새 달려보도록 하죠. 하하하.”
“선구자를 위하여!!!”
“위하여!!!”
***
“다들 좋다고 술 한잔했겠지?”
손대균을 만나 결판을 냈다.
일송회와 선구자에 관해서는 전혀 모른다 생각했을 것이다.
찾아가길 잘했다.
손대균은 적이 아니라면 탐나는 인재다.
한 마디 던지면 두 마디를 알아챘다.
미끼를 던졌고 그는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친일파로 살아서 얼마나 벌었겠는가.
언론과 친일파 정치인들을 이용해 상부상조로 이익을 나눴겠지만 대기업들이 만만치 않았다.
유명한 회장들은 모두 대단한 장사꾼들이었다.
도운중 회장이 당하고 나서야 알았다면 다른 그룹들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그러니 친일파는 자금이 풍부하지 못할 게 확실했다.
조심 또 조심하느라 운신의 폭이 좁았다.
행적이 알려지면 성질 까칠한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일제 잔재 청산을 주장했던 앞선 두 정권 시기에 몸을 바짝 사렸을 것이다.
배고픔에 빨대 꽂을 대상을 찾던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깟 몇 백억, 미끼 지렁이 값으로 그만이다.
통이 그렇게까지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잘해야 1년 뒤에 몇 천억 수준.
그 돈으로 가족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안전이 확보됐다.
투자금도 버진 아일랜드 비밀 외국 법인 계좌에 입금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꿀꺽 삼키면 그만이다.
절대 그들과 접촉 흔적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다.
“때를 기다리자…… 때를.”
주먹을 쥐고 주문을 외웠다.
화는 났지만 실력을 기르고 지혜를 모을 때다.
아직까지는 덜 자란 사자 새끼다.
늑대들에게 집단 공격을 받으면 사자 새끼도 한입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곧 세계적인 파티가 열릴 시기다.
군자의 복수는 10년 묵히는 게 기본이다.
한 번 더 훌쩍 도약할 때가 올 것이다.
창밖으로 벚꽃이 보였다.
일본인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꽃이지만 토종 벚꽃의 고향은 대한민국 제주도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조 변호사님이다.
“장 대표! 주총 날자가 잡혔다!”
“그래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법원이 완전 빨리 결정 내줬다.”
“다행입니다.”
“더 놀라운 사건 알려줄까?”
“다른 일이 있습니까?”
“리앤장이 안아 법률대리인에서 사임했다.”
리앤장 행동 한 번 빠르다.
“오! 정말요?”
알고도 모르는 척해줬다.
손대균을 찾아갔던 일은 비밀이다.
누가 알아서 좋을 것 하나 없다.
“하늘이 장 대표를 돕는 것 같다. 역시 장 대표는…… 부러운 남자다.”
뒷거래는 모르는 분들은 잘 풀리는 일들을 이렇게 하늘 공덕으로 돌린다.
“다 조 변호사님 덕분입니다.”
“그렇지? 후딱 처리하고 여행 갈 거다. 마누라가 요즘 휴가지 고르는 재미에 바가지를 안 긁는다.”
“가족들과 모두 함께 다녀오십시오. 비행기도 넓은데 좋지 않습니까.”
“흐흐흐. 그 말 기다렸다. 그럼 우리 아들 딸 모두 함께 간다.”
“변호사님이 부럽습니다.”
“됐어. 이런 거 부러워하지 말고 절대 장가가지 마! 놀다가…… 놀다 지쳐 어느 날 미쳤다 생각 되는 날 장가가라. 이건 인생 선배로서 충고다.”
“아~ 예~”
저렇게 말하면서도 가족을 끔찍이 생각했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주총 통지서 발송하고 날짜가 잡히려면…… 한 달 꼬박 걸린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날도 딱 좋다.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부탁합니다.”
“오케이! 수고~.”
전화는 간단하게 끝났다.
핸드폰 잡은 상태에서 문자를 보냈다.
– 선배님 선물 잘 받았습니다.
띠링.
– 언제 와인 한 잔 더하자고.
바로 답변이 왔다.
– 계좌번호는 메일로 보내놓겠습니다.
– 고마워. 후배.
고맙기는……. 언젠가는 서로 목에 칼 꽂아야 끝나는 사이다.
꿈 속 할배가 친일파들과 쎄쎄쎄 하는 짓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 존경합니다. 선배님.
아부 한 번 더 던지고 문자를 종료했다.
판이 커지면 내딛는 보폭도 조절할 줄 알아야 했다.
삐이이이이 삐이이잇.
그때 인터폰이 울렸다.
“네.”
[대표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손님요?”
갑자기 찾아온 손님.
오늘 약속을 잡은 기억이 없다.
[도운중 회장님이라 말하면 아실 거라 합니다.]“!!!”
잠시 잊고 있었다.
도운중 회장이 취업청탁을 했었다.
“들어오라 하십시오.”
[네. 대표님.]얼마나 대단한 인재를 소개시켜 주려고 그러는지 몰랐다.
망해도 준치라고 기대가 됐다.
하관우 이사와 대웅맨들의 업무추진력은 대만족이었다.
스르르륵.
대표실 문이 열렸다.
또각 또각 또각.
규칙적인 하이힐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딱 봐도 엄청난 미인이다.
당황스러웠다.
“누구…….”
“처음 뵙겠습니다. 장태산 대표님.”
활짝 웃는 그녀.
“도도희라고 합니다.”
# 181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