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2
181장. 도도희 (2)
도도희?
이름 한 번 특이했다.
은근 도도한 외모와 어울렸다.
도회적인 인상과 날씬함으로 무장됐다.
큰 눈이 인상적이다.
귀엽게 생글거리는 미소는 트레이드마크 같았다.
은은하게 붉은 빛이 도는 입술도 작지 않았다.
나이는 이십 대 중반 정도 됐다.
그런데 누굴까?
“제가 궁금하죠?”
“그렇습니다. 도운중 회장님이 부탁은 하셨지만 이런 미인이실 줄 몰랐습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입고 있는 검은색 버튼 달린 원피스가 잘 어울렸다.
풍성한 머리칼은 웨이브를 넣고 한쪽으로 쓸어 넘겼다.
새하얀 목선이 도드라졌다.
미인계인가?
“아버지가 좀 괴팍하세요.”
“네? 아버지요???”
“네~ 도운중 회장님이 제 아버지세요.”
연세가 얼마인데 저런 딸이 있단 말인가!
손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런 눈빛으로 보시면 안 되죠. 한국 재벌들 뒤로 혼외자 몇 명씩은 다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아버지가 미국에 심어 놓은 엄마가 세컨드? 아니 써드도 훌쩍 넘을 걸요~.”
“…….”
도 회장님 세계 경영을 저런 식으로 할 줄 몰랐다.
부러운 양반 같으니라고…….
정작 중요한 저런 경영방식은(?) 입도 뻥긋 안 했다.
“그래도 차별하시면 안 돼요~. 제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난 죄 밖에 없답니다. 쫄딱 망해서 물려받을 재산도 없어요. 아시잖아요. 우리 아버지 자기 쓸 돈 밖에 없으세요.”
미소만큼이나 당당했다.
보기에 좋았다.
“앉으십쇼.”
자리를 권했다.
갑작스런 면접이지만 환영이다.
“커피?”
“네~. 오늘 커피를 못 마셨어요.”
“유 팀장님 커피 두 잔 부탁합니다.”
[네~ 대표님.]인터폰으로 커피를 부탁했다.
“직원분이 엄청 미인이세요. 능력 좋으신가 봐요.”
“능력이 아니라 월급을 많이 줍니다.”
“저도 그 월급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한국에 들어와 차비가 똑 떨어졌어요.”
도운중 회장 딸은 성격이 엄청 밝았다.
은근히 사람을 편하게 만들었다.
친화력도 대단했다.
“회장님이 그래도 먹고 살 정도는 해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집 한 채, 학비, 차 한 대, 그리고 소소하게 통장에 100만 불 정도는 있어요.”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자본이다.
“젊은 나이에 비하면 괜찮군요.”
“한 참 부족해요.”
“직장 다니고 그러면 충분히….”
“찾고 싶어요. 아버지 꿈을요.”
웃고 있는 그녀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언뜻 뜨거운 열정이 스쳤다.
새하얀 피부와 어울리지 않는 놀라울 정열이다.
폼을 보아하니 도도희에게 걸리면 웬만한 남성들은 매혹의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나야 워낙 면역이 돼서 문제없지만 다른 남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험도는…… 99.
“아버지 꿈이 크셨다는 건 아시죠?”
실력 있느냐 넌지시 물었다.
세계를 훔치는 도적이 되려고 했던 분이다.
그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이 요구됐다.
“맡겨 봐 주실래요?”
도도희가 도도하게 들이댔다.
“실력만 있다면 투자하겠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그곳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어요.”
뉴저지에 위치한 아이비리그 사립대학교 중에 상위권에 위치한 대학 출신이다.
벌어들이는 학비보다 지출하는 장학금이 몇 배나 많은 명문 대학이었다.
그곳 출신이라면 학업 면에서는 합격이다.
“인턴 패스하고 베어스턴스 투자 은행에서 국제 상품 투자부에서 근무하다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하루아침에 망해서 쫓겨났답니다.”
갑자기 찔렸다.
베어스턴스 망할 때 가죽 한쪽 맛있게 벗겨 먹었다.
이래서 사람이 갑자기 당하지 않으려면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다.
인연의 법칙이 무서웠다.
“대표님. 커피 가져왔습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유세라 팀장이 도도희를 아주 빠르게 훑었다.
거의 찰나의 순간에 견적을 뽑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자들 참 무섭다.
“흐음……. 커피 향이 환상이에요.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같은데 맞나요?”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커피의 황제라 불리는 블루마운틴을 모른다면 커피 애호가가 아니죠~.”
“그렇죠?”
커피 하나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서로를 탐색하는 두 미녀.
이제는 여자들의 심리가 조금 보였다.
“드립 솜씨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향이 전혀 손상되지 않았어요.”
“재주가 조금 있어요~.”
“유 팀장님이 내려주는 커피는 중독성이 있죠.”
한 마디 거들어줬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세요.”
유세라 팀장이 조신하게 사라졌다.
“감사해요~. 언니.”
미국에서 살았다면서 언니 소리는 잘 한다.
“박사 과정을 마치셨다면 나이가…….”
“한국 나이로 스물 다섯요.”
“네? 스물 다섯요?”
“조기 졸업 몇 번 했어요.”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소유한 것 같다.
한국과 달리 미국 명문대는 철저하게 실력으로만 평가한다.
도운중 회장이 왜 딸을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아버지의 이름만으로 뭘 요구했다면 대차게 까였을 것이다.
능력 없는 직원을 인맥으로 꽂아놓고 지켜볼 성격이 아니다.
“대단하십니다.”
“장 대표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전 이제 겨우 한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에이, 왜 이러세요. 아빠 얘기는 좀 다르던데요. 아빠와 다르게 진짜 세상을 훔칠 수 있는 도적이라고 하셨어요.”
도운중 회장 참 무서운 분이다.
그냥 하룻밤 라면 먹고 소주 한 번 마셨을 뿐인데 별걸 다 안다.
“도 회장님이 절 높게 봐주셨을 뿐입니다.”
“아빠 굉장히 눈이 높아요. 저 보고……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도도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넘쳤다.
좋은 향기가 났다.
위험도가 99.5로 상승했다.
“뭐라 하셨습니까?”
“기업 하나 정도는 맡을 수 있다고 말하셨어요. 그룹 경영 같은 건 꿈꾸지 말고 한 곳만 파면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다고.”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띠이이이.
[넵! 회장님.]“사무실에서 뵙고 싶습니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하관우 이사를 호출했다.
“저 합격인가요?”
“인턴 하셔야죠.”
“와아! 짜다. 베어스턴스에서 저 모셔가려도 이사라는 분이 얼마나 찾아왔는데…….”
“그 정도 실력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초청하지 않았습니까?”
“왔죠. 당연히.”
월가는 언제나 인재에 굶주려 있다.
그래서 투자를 가장한 투기로 돈 버는 거다.
“그런데 왜?”
“아빠가 여기가 더 재밌을 거라고 하셨어요. 지켜만 봐도 짜릿할 거라던데요?”
도운중 회장…… 알면 알수록 더 무섭다.
영락없이 기업 경영 하나 맡겨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시험은 통과해야 했다.
마침 일거리도 많았다.
“국제 상품 투자부에서 뭘 하셨습니까?”
“월가에서 국제 상품이 뭐가 있겠어요. 해외 유수의 좋은 기업 싼값에 후려쳐 제값에 이자, 경영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받고 파는 곳이죠.”
설명 간단해서 좋다.
스르르르.
대표실 문은 오픈모드였기에 자동으로 열렸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하관우 이사는 들어서자마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앉으십시오.”
“넵!”
군대도 아닌데 상명하복이 몸에 밴 하관우 이사다.
“하 이사님 여기 이분 아십니까?”
“……처음 뵙습니다.”
도 회장님 참 철두철미하다.
딸내미를 미국에서 비밀 병기로 키워냈다.
“두 분 인사하시죠. 여기는 대웅에서 부사장까지 지내셨던 하관우 이사님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도도희라고 해요. 하관우 이사님에 대해서 아빠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님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하관우 이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운중 회장님이 제 아버지세요.”
“헉!”
하관우 이사가 깜짝 놀랐다.
모시던 전임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 자랐어요.”
도도희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었다.
“아!”
대웅맨들 사이에서는 뭔가 눈치로 아는 것 같다.
설명은 짧았지만 바로 알아들었다.
“앞으로 인수팀에서 근무할 예정입니다. 직급은…….”
“팀장 정도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도도희 야무졌다.
스스로 직책까지 정해서 왔다.
“그렇게 하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그냥 팀장 달면 다른 이들이 서운하게 생각한다.
“어떤 조건요?”
도도희는 두려움보다 투지를 보였다.
저 자세 본받을 만하다.
“자동차 회사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한국의 삼룡 자동차가 일단 목표입니다.”
“삼룡이라…… 내수시장 위주로 키울 건가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왔음이 분명했다.
“아닙니다. 내수 및 수출이 목적입니다.”
“삼룡으로는 불가능해요.”
도도희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그릇이 너무 작아요. 그리고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단물 쪽쪽 빨아먹고 있어요. 기술력에 투자하지 않고 노하우만 빼 가는데 회사가 온전할까요? 미국 금융 위기가 곧 몰아닥칠 게 확실해요. 그렇다면…… 삼룡은 버림받고도 남아요. 중국의 해외 투자 자본의 전형적인 형태죠.”
나이와 상관없이 안목이 대단했다.
금융위기를 예측해 냈다.
월가에서는 아직도 반신반의 하는 투자자들이 태반이다.
도도희는 삼룡이 버림받을 것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금융위기가 전파될 때 상하이는 자본금 투자 대신 도주를 택했다.
전형적인 먹튀다.
“그래서 다른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 대책을 추천해 주십시오.”
미션을 제시했다.
“…….”
도도희가 가만히 눈을 마주쳐왔다.
반짝이는 눈빛이 영롱하다.
위험도가 상승했다.
99.8
“대표님, 자본금이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전…….”
도도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수출까지 목표라면 볼부 자동차를 전격적으로 인수할 겁니다.”
“!!!”
실로 놀라운 여자다.
내가 계획했던 바를 정확히 짚어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녀의 위험도는 99.9를 찍었다.
“잘 부탁합니다. 도도희 상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 18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