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4
183장. 축제 (2)
“제육볶음은 다 준비됐지?”
“오케이! 맡겨만 줘.”
“파전 파트도 괜찮지?”
“흐흐. 나 우리 집 요리사야. 믿어봐.”
“그래 며칠 동안 잘 부탁해. 교수님들이 오신다니까 다들 실수하지 말고.”
“네네~ 과대표님!”
아유라는 준비한 노트에 꼼꼼하게 상황을 체크했다.
한국대 경영학과 주점에서 요리 파트를 맡게 된 신입생들은 열의를 불태웠다.
특별히 요리에 소질 있는 동기들을 소집했다.
과대표 아유라가 준비해 온 식재료는 상품이었다.
깔끔하고 싱싱한 재료와 쉽고 명확한 레시피로 다들 몇 번을 연습했다.
맛이 기가 막혔다.
모두 다 활활 투지를 불태웠다.
교수님들에게서 법대 주점을 확실히 눌러버릴 만한 것들로 특별 주문을 받았다.
선배들과 아유라가 머리를 짰다.
사소한 일 같지만 경영학과에서 교수들 파워는 장난 아니었다.
아유라가 신입생들과 주점의 핵심인 주방을 맡았다.
선배들은 돈 되는 주류와 서빙, 계산을 책임졌다.
철저하게 분업 시스템이 가동됐다.
신입생인 아유라 말발이 의외로 잘 먹혔다.
재료비를 비롯해 상당수 자본이 아유라를 통해 지원 됐다.
이번 신입생들 중에 아유라 집안이 가장 잘 살았다.
‘이번에는 교수님들께 확실히 인정받겠어!’
아유라는 두 번 법대에 밟혔다.
설욕을 위해 축제에 모든 걸 걸었다.
중간고사 중에도 틈틈이 전략을 세웠다.
축제에서 가장 많이 찾는 대중적인 요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해마다 한국대학교 축제 주점 중 경영학과가 상위 매출을 휩쓸었다.
원래부터 똑똑해 개인주의가 만연한 한국대학교 학부들 중에서 경영대가 가장 단합이 잘 됐다.
공대를 비롯해 상당수 학과는 자기들끼리 먹고 놀기 위해 주점을 운영했다.
그에 반해 경영학과는 경영적 관점에서 주점을 돌렸다.
짱짱한 선배들도 응원 차 많이 찾아왔다.
선배들이 팔아주는 액수와 격려금으로 학생회 1년 회비 이상이 채워졌다.
“법대 올해 콘셉트가 뭐야? 작년처럼 돼지구이 통구이하다 장사 접는 거 아냐?”
“그거 타고 안 익고 난리가 아니었지.”
“크크. 법대 애들 단합도 개판이잖아. 뭐 볼만한 게 있겠어? 몇 년 동안 법대 주점 파리만 날렸다. 자기 학과에서도 안 먹히는데 타 과 상대로 장사가 되겠어?”
“맞아~. 정말 법대 애들 요리 못해.”
경영학과 선배들이 법대 주점 천막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오늘 오후부터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의자와 테이블도 세팅되지 않았다.
“자리는 뭐 이렇게 넓어?”
“다른 과 천막을 통합한 것 같은데?”
경영학과는 천막 세 개를 신청했다.
탁자는 20개 정도면 적당했다.
학과생 숫자에 비례해 신청할 수 있는 개수가 달랐다.
그런데 법대는 천막 일곱 개를 설치했다.
운동장 한쪽 상당수를 법대가 차지한 것이다.
대학 자존심 대결의 끝판왕인 고영대와 연지대에 비하면 한국대 주점 개수는 반도 안 됐다.
그런 천막 주점의 한쪽을 당당하게 점령하고 있는 법대는 오늘 뭔가 달라 보였다.
‘뭐지? 이 불길함은…….’
아유라는 법대 주점을 보며 위화감을 맛봤다.
지금은 휑하지만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요즘 들어 법대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
오티와 개강 모임에서 보였던 저력은 경영대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냈다.
그때!
부르르릉 부르르르릉.
“어? 저 트럭들 뭐야?”
운동장으로 내려오는 일단의 트럭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한두 대가 아니었다.
끼이이익.
다섯 대나 되는 대형 트럭들이 법대 주점 앞에 멈췄다.
“다들 빨리 세팅하세요!”
“넵!”
트럭 뒤로 일단의 남녀들이 봉고차를 타고 나타났다.
트럭들의 문이 열리자 안에 물건들이 보였다.
“헐…… 저 고급 식탁과 의자는 뭐야?”
“어어! 저거 호텔 식기 아냐?”
“……중국집 주방 프라이팬이다.”
“가스통이 도대체 몇 개야?”
트럭에 실려 있던 물건이 착착 법대 주점 자리에 안착되자 다들 웅성거렸다.
순식간에 주방이 세팅이 됐다.
집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나 휴대용이 아닌 화력이 남다른 대형 버너만 해도 몇 개나 보였다.
식탁과 탁자들이 호텔에서 사용하는 야외 파티용 기물들이다.
그 위에 위생을 생각해 예쁜 문양의 비닐 식탁보가 덮혔다.
의자도 간이용이지만 싸구려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안이 훤히 보이는 식재료 냉장고도 두 개나 설치됐다.
어지간한 대형 식당 같았다.
“뭐냐…… 저건…….”
“으으으. 오늘 느낌이 쎄~ 하다.”
경영학과 선배들이 몸을 떨었다.
법대의 남다른 물량 공세는 지켜보는 눈들을 충분히 놀라게 만들었다.
“다 끝났으면 철수!”
1시간도 안 돼 설치가 마무리됐다.
부우우우웅.
그리고 트럭들이 떠났다.
“와아아아아. 이거 천막 주점이 아닌데?”
“이 정도 시설이면 함바집 식당해도 되겠다.”
법대 주점을 살피던 경영학과를 비롯해 다른 학과생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은 데다 아늑해 보이기까지 했다.
흙바닥 천막 주점치고는 차원이 달랐다.
부르르릉 부릉.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나타난 트럭들이 들어왔고 곧 흙바닥에 나무판자를 깔았다.
그리그 판자 위에 설치되는 특별한 물건.
“횟집 수족관 아냐?”
“…….”
대형 횟집 수족관이 설치되고 바닷물이 콸콸 채워졌다.
그 뒤로 나타난 또 다른 트럭.
“조개다!”
“나, 낙지다!”
“문어도 있어!!!”
“저거 살아 있는 주꾸미 아냐?”
프레쉬함의 차원이 달랐다.
생기와 힘이 넘치는 해산물들이 수족관을 채웠다.
뿐만 아니라 대형 식재료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여지는 야채와 과일들은 누가 봐도 최상품이다.
빛깔도 좋고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요리사 초빙이라도 한 거야?”
“법학과 선배들이 쏜 거 아닐까?”
“이 새끼들 미쳤네. 미쳤어.”
“미친…… 축제는 학생들 몫이지! 저건 반칙이야!”
경영학과 학생들이 사방에서 웅성거렸다.
“거,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봤자 주방 실력 없으면 못 만들어요. 저런 재료들 손질하기 얼마나 힘든데…….”
아유라는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막상 중요한 것은 실속이었다.
“저 정도면 단가를 맞추기도 힘들 것 같은데요?”
“맞아. 저런 재료 사용하면 얼마를 받겠다는 거야?”
“그래 쫄지 말자. 법학과 애들 허세 장난 아니잖아.”
“모두 힘내자! 무적 경영의 힘을 보이자! 아자! 아자! 아자자자자!”
경영학과 주점 담당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쳤다.
경영의 기본인 판매와 조달, 인사, 재무 정책에서 법학과는 엄청난 실책을 벌였다.
가격단가와 주방장을 비롯해 써빙 요원, 계속적 물량 공급 및 수지타산에서 답이 안 보였다.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오오! 벌써 준비된 거야?”
“크크크. 완전 죽인다!”
그때 법학과 학생들이 우르르 모습을 보였다.
범학과 과잠바와 과티를 입었다.
경영학과와 달리 평소 쪽팔리다고 입지 않던 단체복이다.
숫자는 20명이 훌쩍 넘었다.
“다들 오늘 자기 할 일 체크 다 끝났지?”
“넵! 선배님!”
“맡겨만 주십시오!”
법학과 학생회장 유학필이 시설에 만족하며 학생들을 지휘했다.
단합이 안 되는 법학과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다.
학생회 임원들뿐만 아니라 08학번 신입생들이 단합이 잘 됐다.
그들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유 회장. 이거 반칙 아냐?”
경영학과 회장이 같은 학번인 유학필에게 따졌다.
“뭐가 반칙이야.”
“학교 축제는 학생들 수준에 맞게 운영돼야 맛이지. 이렇게 협찬 받으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번번이 법학과에 밀린 자존심이 폭발했다.
괜히 생트집을 잡았다.
“푸하하하.”
유학필이 거침없이 웃었다.
얼굴에 자신감이 넘쳤다.
“경영학과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너희들도 그랬잖아. 잊었어? 선배들 도움을 받아 항상 주점 꾸렸잖아. 오늘도 보아히니…… 과회비로 준비할 수 있는 범위는 넘었네?”
유학필이 경영학과 주점을 보고 반문했다.
누가 봐도 다른 과하고 달랐다.
“……그래도 상도의가 있지. 그건 아니지!”
“법학에는 그런 거 없어. 어차피 작게 훔친 놈이나 크게 턴 놈이나 똑같은 절도범이야. 그러니까…… 상도의는 패스~.”
유학필 말에 경영학과 선배들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껏 법학과를 선배들 힘을 이용해 눌렀다.
대기업 협찬 제품을 가장 많이 받는 과는 항상 경영학과였다.
지금도 대기업 로고가 찍혀 있는 일회용품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협찬자가 누구죠? 기업 협찬인가요?”
아유라가 궁금한 표정으로 유학필에게 물었다.
설마 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설마? 이거…….”
“다들 일찍 오셨네요~.”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주변을 압도하는 외모와 당당함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남자다.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전설의 법학과 신입생.
“장태산…… 또 너야!!!”
***
“으아아아함. 날 우라지게 좋네~.”
인천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양주용은 택시 안에서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택시 경력 30년째지만 이 시간을 극복하기 참 힘들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식곤증이 몰려와 입이 절로 쩍쩍 벌어졌다.
5월이 되자 체력이 딸렸다.
마음 같아서는 일찍 퇴근해 산에라도 가고 싶었다.
운 좋게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인천공항에 들어왔지만 나가는 손님을 잡지 못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려 겨우 차례가 왔다.
딸깍.
문을 열고 들어오는 큰 키의 금발 외국 남자가 탔다.
날이 더운데 롱코트를 입었다.
체격은 날렵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디로 모실까요?”
간단한 영어를 사용해 인사와 목적지를 물었다.
운 좋으면 팁을 받을 수 있기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
그 때 룸미러로 손님을 보던 양주용은 깜짝 놀랐다.
손님 눈동자가 샛노랗다.
택시 기사 30년 동안 수없이 태웠던 외국인들 중에 저런 눈빛은 없었다.
‘으으으!’
보는 순간 갑자기 숨이 턱 막히고 공포가 밀려왔다.
뭔지 모르지만 숨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았다.
양주용의 몸이 의지를 벗어나 덜덜 떨렸다.
“압구정.”
정확하게 한국 발음을 뱉는 외국 남자.
말과 함께 입을 다물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뭔 놈의 눈이 독사 새끼야…… 아우 X발! 오금 저려.’
부우우우웅.
눈빛을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양주용은 급히 차를 몰았다.
그리고 절대 룸미러로 뒷자리 손님을 쳐다보지 않았다.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재수가 옴 붙은 것 같은 음울한 기운이 남자를 감싸고 있었다.
장례식장에도 초대 받지 못할 손님 같았다.
# 18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