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5
184장. 축제 (3)
“매운 맛 해물짬뽕탕 하나!”
“오케이!”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중식당에서 사용하는 고화력 가스불이 거칠게 뿜어졌다.
치이이잇.
달아오른 팬 위에 양파와, 대파, 마늘, 홍당무 같은 야채를 먼저 볶았다.
촤아아아앗.
기름 한 번 뿌려 중식팬 위에 둘렀다.
중화요리는 불맛이 중요했다.
야채들이 빠르게 불맛으로 코팅됐다.
촤좌좌좌좟.
그 위에 뿌려지는 빨간 청양 고춧가루.
기름 먹은 빛깔이 죽인다.
매운 맛에 들어가는 베트남 고추도 다섯 개 넣었다.
조개도 듬뿍 넣었다.
그리고 해물짬뽕탕의 핵심인 조개 육수를 떠서 부었다.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명태대가리, 디포리에 무와 양파를 넣고 육수를 냈다.
맛의 승패는 육수에서 갈라진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커다란 두 개의 육수통이 김을 뿜었다.
달달 야채가 볶아진 팬 위에 조개 육수를 듬뿍 부었다.
금세 육수는 보글거리며 끓어올랐다.
화르르르르릇.
거친 불은 삼킬 듯 중식팬을 공격했다.
달그락달그락.
재료들이 타지 않게 중식용 국자로 빠르게 스냅을 줬다.
조개들이 입을 벌렸다.
낙지와 새우, 주꾸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틀거리는 문어를 넣었다.
싱싱한 재료들이 고열에 붉은빛으로 변했다.
탁!
대형 냄비에 해물짱뽐탕을 부었다.
“매운 맛 해물짬뽕탕 완성!”
시간은 정확히 4분 걸렸다.
중국집 주방장도 명함을 내밀면 안 된다.
불맛이 가미된 해물짱뽐탕은 감칠맛 나게 완성됐다.
해물탕과 짬뽕 국물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이다.
이대로 가져가 간이 버너에 끓여 먹으면 술을 부르는 무적 안주가 된다.
침이 확 돌았다.
최상의 재료로 만든 요리는 언제나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기를 담아 먹는 순간 놀라운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법이다.
“태산아! 주꾸미 제육볶음 두 개!”
“주문 받았음!”
한국대 축제가 성황리에 시작됐다.
지난 생 대학 시절에는 축제 기간에 언제나 이방인처럼 겉돌았다.
그러나 이번 생은 달랐다.
장금이 누님에게 배운 요리 솜씨를 재능 기부로 풀었다.
식탁과 집기는 팰튼 호텔에 부탁했다.
총지배인 안창수는 눈치가 빨랐다.
지금껏 한국인은 한 번도 총지배인이 된 적 없던 팰튼 호텔이었다.
그런 호텔에서 처음으로 총지배인이 됐다.
누구 덕인지 알아챘다.
호텔 야외 뷔페용 세트를 보내줬다.
순수하게(?) 기증을 받았다.
야채와 재료는 빌딩 식당과 거래하는 업자를 통했다.
좋은 재료에 값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도착한 야채와 생선들은 호텔에 들어갈 정도로 최상품이었다.
대학교 축제의 중추 중 하나인 천막 주점에 파격을 입혔다.
제육볶음이나 접시만 한 파전 따위는 과감하게 버렸다.
애들 코 묻은 돈 벗겨 먹고 싶지 않았다.
호텔을 통해 공수한 독일산 소시지와 갈린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부대찌개를 제공했다.
가격은 15,000원.
간단한 요리라 동기들이 맡았다.
봄철 맛이 제대로 오른 주꾸미와 흑돼지 전지로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고기와 쫄깃한 주꾸미, 적당히 볶아낸 야채가 기가 막혔다.
이 녀석의 가격은 20,000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가장 하이라이트인 해물짬뽕탕.
시원하고 칼칼한 육수에 조개, 해산물이 섞였다.
짬뽕 맛집도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 만큼 죽여준다.
30,000원을 받았다.
오징어와 조갯살, 쪽파, 그 위에 마무리로 달걀로 코팅된 오징어 해물 파전도 다른 학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별을 두었다.
싼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10,000원만 받았다.
며칠 후면 안아 그룹 주총이 예정됐지만 시간을 좀 냈다.
대학교 1학년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다.
회귀하고 난 뒤 작성했던 일이기도 했다.
치이이이이이잇.
둥근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다.
돼지전지는 기름기가 많지 않아 자칫 탈 수가 있다.
고기를 올리고 빠르게 볶았다.
매실액과 조청, 고춧가루, 국산 참기름, 간 마늘 등이 들어간 고기는 적당히 숙성됐다.
고기가 적당히 익고 난 뒤 야채를 넣었다.
그 다음 쫄깃한 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꾸미를 넣고 마무리 했다.
“캬아!!! 죽인다!”
“세상에…… 나 이런 맛 처음이야.”
“소주가 죽여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제 중국집 짬뽕은 다 먹었다……. 크으. 눈물 난다!”
해물짬뽕탕을 시식하던 대학생들이 눈물을 찍으며 감탄했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거 대박이다.
먹는 사람들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그건 모두 포인트로 돌아왔다.
동기들과 추억도 쌓고 포인트도 벌었다.
더욱이 이번 축제에서 남는 금액은 고아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주점이었다.
“태산아~. 나 왔어~.”
“어어머. 태산이는…… 요리하는 모습도 섹시하니.”
“나 오늘 또 밤잠 설칠 것 같아.”
주점은 오픈하자마자 대박이었다.
규모와 포스에 놀란 손님들이 앞 다투어 자리를 잡았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내용물이 끝장났다.
저녁 무렵이 되자 테이블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처럼 음대와 미대에서 수업 듣는 여학우들이 단체로 놀러왔다.
“오늘 매상 두둑이 올려주셔야 합니다.”
오픈된 주방이라 대화가 가능했다.
“물론이지. 이 누나만 믿어. 우리 과가 또 한 술 하잖아~.”
수업 시간에 레슨을 받는 음대생들이 윙크를 날리며 자리를 잡았다.
“뭐야…… 쟤들 음대 애들인데? 태산이 너 요즘…….”
학생회 간부라고 주방에서 돕던 강아린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눈치를 주었다.
“선배. 설거지 쌓이잖아요. 주방의 기본은 신속과 청결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빨리 그릇 씻으십시오.”
“와아아…….”
학생회장의 모든 권한을 넘겼다.
앓는 신음을 흘리며 강아린은 후배들과 함께 그릇을 씻었다.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그래 수고가 많아.”
“아닙니다. 자리 비워놨습니다.”
입구에서 계산을 담당하던 유학필 선배가 모습을 보인 교수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밥맛 조교는 안 보였다.
“장태산. 하하하. 또 사고 쳤구나!”
“나 요즘 저 녀석 보는 재미에 삽니다.”
“괘씸하게 법학과 수업 빼더니 요리까지 배웠나?”
입학 면접장에서 봤던 교수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날 봤다.
면접장에서 흥분하던 독기가 모두 빠졌다.
그저 사랑하는 자식 보는 듯한 눈빛이다.
“교수님들! 사랑합니다~.”
넉살이 요즘 자꾸 는다.
고지식한 분들이 의외로 정이나 애교에 약했다.
“어째 그 사랑이 돈 봉투 달라는 소리로 들린다?”
양윤수 민법 교수가 손으로 봉투를 만지는 시늉을 했다.
눈치도 참 빠르다.
“고아원에 기부하기 위해 저를 비롯한 제자들이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수님들의 하해와 같은 이해심과 넉넉한 조력을(?) 지원 받고자 합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그래! 오늘 넉넉하게 조력하마.”
“회장. 이거 미리 받아라. 선불이니까 안주나 술은 무한으로 챙겨줘라. 우리도 공무원이라 박봉이다.”
헌법 교수이자 학과장인 주태열 교수가 두툼하게 금일봉을 하사했다.
최소 100만 원 이상이다.
애초 학생들에게 돈 벌 생각은 없었다.
메뉴판 가격은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원가 수준이다.
교수들을 비롯해 선배들에게 삥을 뜯지 못하면 적자다.
“화끈하게 모시겠습니다!”
유학필 선배가 많이 변했다.
처음 인상은 딱딱하고 고지식한 법대 선배였는데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고개를 숙이며 나이트클럽 웨이터처럼 교수님들을 접대했다.
“하하하하하. 그래 한 번 모셔봐.”
교수님들이 유쾌하게 웃으며 자리로 이동했다.
“태산아, 넌 안 쫄리냐?”
옆에서 주방 보조로 있던 준식이가 놀라서 물었다.
“뭐가?”
“교수님들이잖아. 하늘같은…….”
한 번 죽어보니 세상 무서운 거 별로 없었다.
어차피 교수님들도 똑같이 때가 되면 향내 맡을 동지다.
“무섭게 여기면 무서운 거고 평등하게 보면 같은 인간으로 보이는 거다. 다 생각 속의 착각이니 마음공부에 더 매진하도록 하라.”
“네이~ 스승님.”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바쁘게 손은 움직였다.
“주꾸미 볶음 완성!”
넓은 접시에 볶음 두 개를 나눠 담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자리 차지하고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싶었다.
요리는 빠르게 완성됐다.
주문이 밀려들었지만 정신은 더 또렷했다.
요리에 마음과 기를 담았다.
펑! 퍼버버벙! 펑!
공연장 쪽에서 폭죽이 터졌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학생회에서 돈 좀 사용한 것 같다.
오고 가는 인파도 많았다.
신림동 거주 주민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축제를 즐겼다.
대학교 축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축제이기도 했다.
“장 대표!”
한참 음식을 만들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조 변호사님…….”
“대표님~. 우리도 왔어요~.”
“대표님 요리도 할 줄 아세요?”
조 변호사님이야 후배들에게 삼우 로펌 홍보를 위해 불렀지만 나머지 두 여인은 아니었다.
생글거리며 웃음 띤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유세라 팀장과 도도희.
주변 시선이 확 쏠렸다.
“연예인들 아냐?”
“……죽인다.”
강남 오피스룩 종결자 두 여인의 등장으로 주변의 여자들이 다 오징어가 됐다.
법학과에서 귀여움 받던 강아린도 고개를 숙였다.
큰 키에 쭉 빠진 다리 맨살이 그대로 보이는 투피스 정장 치마를 입은 유세라와 도도희는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멈춰서 멍하게 볼 정도였다.
“여기 학교입니다. 그렇게 부르면 안 되죠.”
조용히 두 여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머~ 죄송해라~.”
“우리 조용히 소주 한 잔 꺾고 갈게요~.”
여우들은 전혀 미안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아름다운 두 숙녀분들은 이쪽으로 오십시오.”
유학필 선배도 남자였다.
그냥 바로 꼬리를 흔들었다.
“유 선배 그 옆에 있는 분께 인사부터 드리세요.”
“응?”
“삼우 로펌 이사님입니다.”
“헛!”
법대생들에게 대형 로펌 이사는 가까운 미래에 본인들이 모셔야 할 상사였다.
유학필 선배를 비롯해 법대생들 여럿 긴장했다.
“다들 반가워. 77학번 조윤태라고 해~.”
조 변호사님이 까마득한 학번을 읊었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서, 선배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학필 선배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조 변호사님 손을 잡았다.
조 변호사님이 아니라 내게 잘 보여야 한다는 걸 다들 전혀 몰랐다.
“조 선배~. 먼저 와 계셨습니다.”
“어…… 손 이사…….”
그리고 기다리던 물주가 또 나타났다.
손대균 이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후배들 좋은 일 하는데 오실 수 있냐고 물었다.
조 변호사님이 선배인 것 같다.
“난 눈에도 안 보여?”
“선배님도 오셨습니까.”
“조 이사, 우리 대서양에도 좀 놀러와. 언제 라운딩 한 번 뛰어야지.”
“알겠습니다. 대표님.”
대서양 로펌 대표가 손대균과 함께 나타났다.
끈끈하게 연결된 한국대 인맥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났다.
“후배 나 왔어.”
“넵! 선배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학교에 오니까 좋네. 그렇죠 선배님들?”
피도 눈물도 없는 리앤장 이사도 이럴 때 보면 사람이다.
“그렇지. 우리가…….”
로펌의 대표와 이사가 나타난 순간 법학과 학생들은 그대로 몸이 굳었다.
전혀 상상도 못한 거물들의 등장이었다.
조 변호사님을 비롯해 세 명의 로펌 중요 인사들은 흐뭇한 눈으로 후배들을 봤다.
쪼는 후배들이 귀여워 보이는 것 같았다.
“어이! 조윤태! 손대균! 이성철! 거기서 애들 기죽이지 말고 이리와!”
그때 교수님들 쪽에서 호통이 들려왔다.
“아이고! 선배님!!!”
“어, 언제 오셨습니까!”
교수들을 보고 화들짝 놀라는 세 명의 변호사들.
부리나케 교수들 쪽으로 쪼로로 달려갔다.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권력 서열.
우리에게는 교수님이지만 저들에게는 선배님인 것 같다.
그들을 흐뭇하게 봤다.
오늘…… 저분들은 선택되었다.
지갑 탈탈 털기 전에는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현금 개미지옥이 그들의 헌신을 위해 활짝 열려 있었다.
흐흐흐흐흐.
# 18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