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88
187장. 그가 그곳에 간 이유
– 카르마 포인트를 화끈하게 획득하셨습니다.
– 카르마 포인트가 보너스로 지급되었습니다.
– 카르마 포인트를 몇몇 신들이 기쁘게 이체시켰습니다.
오승혁 회장이 쫓겨나는 순간 연속으로 알림음이 터졌다.
얼마나 죄를 많이 졌으면 화끈한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되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큰 단위 카르마 포인트였다.
“휘이~ 이게 말로만 듣던 재벌 회장실이야? 죽이네~.”
조 변호사님이 휘파람을 부르며 놀라움을 표했다.
“대단하네요. 서열 10위가 이런데 다른 재벌들은 더 하겠습니다.”
나의 놀라움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 LOR 사무실에 있는 대표실보다 딱 2배 정도 더 넓었다.
블랙 대리석 바닥과 동일 색의 탁자와 벽면에 설치된 깔맞춤 책장에는 장식용 책과 도자기가 그림처럼 구비되어 있었다.
벽에는 한눈에 봐도 돈 좀 될 거 같은 그림들이 걸렸다.
큼지막하고 튼튼한 회장 책상은 재벌 회장의 권위를 엿볼 수 있었다.
“사방을 돈으로 처발랐구나. 이래서 한국에서는 재벌집 자식이나 손자로 태어나야 한다니까. 정말 요즘 애들 말로 개부럽다.”
“조 변호사님이 그러면 다른 분들은 뭐가 됩니까?”
“원래 부러움은 상대적인 거야. 솔직한 말로 요즘 어지간한 집도 옛날 왕보다 잘 살아. 여름에 왕들도 에어컨 없었어. 고기도 더 잘 먹고, 우유는 타락죽 끓여 먹을 정도로 귀했어. 해외여행? 우리 때는 여권 발급받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여러 면에서 세대 차이가 많이 났다.
조 변호사님은 확실히 아재다.
“요즘 젊은 세대들 불만 많은 거 안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불평등과 불만은 존재했고 그 와중에 뚝심 있게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이들도 있어 왔다. 대신 과거에는 더 어렵고 가난해도 불만 가진 사람들이 적었다. 왜냐고? 오늘 밥 먹고 등판 대고 누울 수 있는 작은 방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었다. 일체유심조라…… 모두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사는 눈높이가 달라진다.”
적당히 공감과 비공감을 동시에 날렸다.
냉정하게 조 변호사님 청년기에는 길가에서 호떡만 팔아도 돈 버는 경제 부흥기였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나면서는 모든 게 달라졌다.
경제성장률이 하향되면 장사해서 돈 버는 게 쉽지 않았다.
임금은 오르겠지만 물가와 각종 비용도 치솟는다.
과거보다 물질은 풍요로운 게 맞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높았다.
하늘 높이 치솟는 집값과 급변하는 정치, 경제의 전반 상황은 현대인을 위축되게 만든다.
2020년에도 인간들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바짝 쫄았다.
아무리 똑똑해도 인공지능에 비하면 인간의 지식은 어린아이 수준이었다.
“오승혁 회장 열 받았겠네요. 물건도 거의 챙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어 말이 길어질 듯해 말을 돌렸다.
오승혁 급하게 쫓겨났다.
옷가지와 몇몇 중요 서류들만 챙겨간 것 같다.
야박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쾌속하게 점령군은 전권을 휘둘렀다.
모든 임원들의 결재도 스톱됐다.
이제부터 하관우 대표 도장 없는 서류는 무조건 책임을 지게 됐다.
대웅맨들이 빠르게 중요 부서를 점령했다.
연습했던 대로 착착 실행됐다.
“미치기 일보 직전일 거다. 갑자기 쫓겨나서 아끼던 골프채도 놓고 갔잖아. 저걸로 사람 여럿 팼다는데…… 크크.”
한편에 놓인 화려한 금장 골프채가 보였다.
오승혁 회장이 아끼던 놈다워 보였다.
“다른 계열사는 어떻게 됐습니까?”
“주총 신청하면 바로 날짜 잡힐 거다. 그 전에 사장단 불러서 경고해야지. 자료 무단 폐기하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방산 기업인 안아 로템 대표는 그대로 유임시키세요.”
“오케이. 회장님이 까라면 까야지.”
“왜 이러세요. 누가 보면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오해는 무슨~ 진실이잖아.”
그냥 웃었다.
명칭이 뭐가 중요하겠나.
오늘은 안아 회장 쫓아낸 경사스런 날이다.
사방 대기업들에게 떡 돌리고 경고를 날리고 싶었다.
날 건들면 개 값 물고 확실히 패버릴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몸 괜찮아? 킬러 새끼가 총 쐈다며?”
측근들만 아는 극비다.
총질하던 레옹 같은 킬러놈 반병신 만들었다.
그리고 날 불러냈던 중급 악신.
세상에…… 이제 와서 말하지만 놀랍게도 그 신의 이름은 전설의 명의 화타였다.
그날 밤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상상불허였다.
***
“어! 어…… 어!”
검은 빛이 터지며 나타난 곳에 놀람이 삼단으로 터졌다.
블라드미르와 처음으로 맺었던 악신계.
비루하고 가난하고 처절했던 지하창고가 첫 기억이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광경은…….
“여기 천국이야?”
만화에서나 봤던 산신령들의 거처가 확실했다.
둥둥 하늘 위에 떠있는 거대한 돌덩어리, 그곳에 전각 같은 거대한 집이 나타났다.
콰르르르르르르.
한쪽에서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폭포수가 바위틈으로 쏟아졌다.
쪼롱 쪼롱 쪼로롱.
오색의 아름다운 새가 노래를 불렀다.
땅바닥은 푹신한 잔디밭이다.
주변 암석 사이로 기화요초가 만발했다.
그러나 저 먼 곳은 허공이었다.
새하얀 구름이 잡힐 듯 떠다녔다.
“이건 도대체…….”
믿기지 않는 광경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클클. 어서 안 들어오고 뭐하느냐.”
전각 안쪽에서 창노한 음성이 칼같이 들렸다.
귀신에 홀린 듯 높은 대문을 자랑하는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오! 세상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중국식 전각 안쪽은 기다란 대청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대청 안에는 수백, 수천 개의 한약봉지가 매달려 있었다.
그윽한 향내가 코끝을 타고 들어왔다.
“뭘 그리 놀라느냐?”
“헛!”
언제 나타난 지도 모르게 옆쪽에 노신선이 보였다.
새하얀 수염이 허리춤까지 늘어져 있었다.
질끈 황금실로 동여맨 머리칼은 단정하게 금비녀가 꽂혔다.
얼굴에서는 우윳빛 광택이 좌르르 흘렀다.
입가에 미소는 부처님 전문 염화미소였다.
이런 분이 중급 악신이라니!
“혹시 저를 소환하신 신선이신지요?”
절로 말투가 공손해졌다.
저 외모에 중급 악신이다.
괜히 다른 신선들처럼 대했다가는 뭔가 사단이 날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이번엔 철저하게 을이다.
“소환이라…… 허허.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신선이 농담도 따먹는다.
“그게 무슨…….”
“쭉 지켜보고 있었네.”
“저를요?”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자도 아닌 자네가 참 궁금했네.”
“…….”
일단 할 말이 없다.
중급 악신이라더니 능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나쁜 의미는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그건 그렇고……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인들이 삼국지를 좋아한다고 하니 내 쉽게 설명하겠네. 관우의 독화살을 치료한 의원이 누군지 아나?”
“설마 화타세요???”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전설의 명의 화타가 이런 노신선일 줄 몰랐다.
더군다나 그가 중급 악신이라니!
하지만 이 와중에도 확인할 일이 있었다.
“진짜 화타십니까?”
“그렇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가 궁금한가?”
“분명 화타께서는 조조에게 건안 13년에 살해당하셨습니다. 그런데 삼국지연의에서 관우를 치료한 시기는 건안 24년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관우를 치료하셨습니까?”
실로 삼국지를 읽다가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당사자가 앞에 있으니 그것부터 확인받고 싶었다.
“그것은 맞고 맞네.”
“…….”
화타 신선 참 말 어렵게 한다.
확실하게 ‘네, 아니오.’로 답하면 얼마나 좋을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데 그런 게 궁금하나?”
“넵! 정말 궁금합니다!”
한 번 죽어봤더니 간이 무지 커졌다.
어지간해서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 더 그렇다.
“난 조조에게 죽었네.”
“정말요?”
“그리고 관우를 치료하기도 했지.”
“네???”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나. 내 신선 초창기에 포인트 좀 따려고 출장 좀 갔다네.”
“아……! 포인트!”
이놈의 포인트로 인해 여러 사람 헷갈리게 만들었다.
“관우를 섬기는 사람들이 많아 포인트가 쏠쏠했네. 막 신계에 들어와 이것저것 구매할 것도 많은데 마침 포인트가 딱 떨어졌네. 그래서 출장을 갔네.”
“현신하신 겁니까?”
“아니지. 빙의했네. 제자에게 포인트 좀 넘겼어.”
“그렇군요…….”
이제야 의문이 쫙 풀렸다.
관우를 치료한 신의가 화타네 아니네 말이 많았다.
앞으로 삼국지연의를 읽을 때 .마다 궁금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화타 어르신 어인 까닭으로 악신이 되셨습니까? 그 부분 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질문에 화타 신선이 빙그레 웃는다.
저 미소만 보면 영락없이 신선계 상위 신으로 보인다.
“인간이나 신계나 모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되네. 어차피 인간이 죽어 신선이 되는데 다를 게 뭐 있겠나.”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도저히 상상이 안 갑니다.”
화타가 악마와 동급인 악신이 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살아생전에도 수많은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줘 신의(神醫)라 불렸던 불세출의 영웅이다.
그가 천당에 가지 않으면 누가 앞으로 그런 선행을 베풀겠는가.
“자발적으로 왔네.”
“네? 자, 자발적으로요?”
“신선계에서는…… 일거리가 없었네. 매일 만나 가식 넘치는 대화나 나누고 술도 취하지 않을 만큼 마시며 자재하는 신선들이 다치거나 싸울 일이 뭐가 있겠나? 하지만 이곳은…… 매일 매일이 아름다운 전쟁터라네.”
“아! 아아아아아아!”
이해가 완벽하게 갔다.
“포인트 벌이가 쏠쏠하지. 선신계에서 100년에 벌 포인트 여기서는 하루면 된다네.”
포인트여 영원하라!
선신도 악신계에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포인트가 새삼 위대해 보였다.
“악신도 신인데 상처가 남습니까?”
“하급들은 능력이 낮아 몸에 구멍이 나네. 그곳으로 영기가 쏟아져 나오네.”
아직 눈으로 안 봐서 이해가 안 갔다.
“여기 악신들 무식하지 않습니까? 막 포인트 뺏고 포인트 깡도 한다고 하던데…….”
“그건 하급 애들이나 그렇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네. 괜히 건드려봐야 서로 피곤하다는 거 잘 알고 있다네.”
점점 신들의 세계가 친숙해졌다.
재벌들처럼 포인트 넘치는 신들은 서로 봐주는 눈치다.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포인트를 벌기 위해 지옥에서도 꽃을 피우는 선신의 아름다운 선행(?)에 마음이 숭고해졌다.
신선이 되더라도 꼭 이런 신선이 되고 싶었다.
“뭐가 그리 대단한가. 저기 옆 동네에 자네도 알고 있는 신선이 있다네.”
“누구요?”
“허준이라네.”
“허, 허준요!”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손님이 많아. 침술이 훌륭하지.”
“네…… 그렇지요.”
언젠가 허준도 만나보고 싶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화타 님. 그럼 제가 포인트를 건네고 능력을 전수 받으면 되겠습니까?”
지금 인간계에서 육신은 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총알 맞은 곳 때우려면 화타의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일단 능력부터 전수해주겠네.”
“선불입니까?”
화타도 악신이라 의심부터 들었다.
“그게 아니라…… 요즘 손이 좀 달리네. 새로 들어오는 악신들이 요즘 들어 성격이 참 거칠어. 게임을 많이 해서 그렇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네.”
“그래요?”
우당탕탕!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전각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 X발! 아구창을 더 날렸어야 했는데!”
“닥쳐 새끼야! 포인트 벌려면 확실히 뒤통수를 까야지! 아구 빙시!”
“일단 치료부터 받자…… 내장이 줄줄 새어나온다.”
“포인트 앞으로 벌어 치료비로 다 까게 생겼네.”
“그래서 억울하면 강해지면 되는 거야! 친구야! 우리 더 피 터지게 싸워. 악신계의 짱이 돼보자!”
말과 함께 대문을 열고 우르르 등장하는 일단의 악신들.
팔이 덜렁거리고, 고개가 반쯤 돌아갔으며, 칼빵에 맞은 듯 내장이 줄줄 새나왔다.
악신이 아니라 좀비 같았다.
그리고 신계에 와서 처음 보는 피…… 다.
세상에 붉은 피가 아니라 검정 기운이 뭉클뭉클 피어나왔다.
신이라 피도 달랐다.
“뭐 하나? 어서 정중하게 모시게. 보아하니 포인트 단골손님이 될 귀한 신들이네.”
“네? 다, 단골손님요!”
어쩌다 그렇게 난 화타 신선의 포인트 앵벌이 조수가 됐다.
그날 하루에 찾아온 악신들의 수가 100단위를 넘었을 때…….
훗날 이 사업체를 인수하고픈 강력한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 188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