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90
189장. 로스트 차일드
안아 그룹의 오승혁 전 회장은 급성뇌출혈로 전신불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조직적 횡령과 배임에 가담했던 가족과 전, 현직 임원들 수십 명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고위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 금액이 최소 1조대에서 최대 2조 가까지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합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안아가 망한 지 두 달 가까이 됐다.
안아 주총에서 패배했던 오승혁 회장은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긴급 수술을 받았다.
심심하면 뉴스가 나왔다.
2008년 봄과 여름 사이 대한민국은 시끄러웠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광우병 때문에 촛불을 든 시민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떨어지는 지지율에 최병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와중에도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끈질기게 욕심을 냈다.
국토에 물길을 내 섬으로 만들려는 무식한 돌대가리다.
조상신들이 용서치 않았다.
그 덕분에 오대강 사업으로 변질이 됐다.
건설회사와 유착되어 밝혀지지 않는 엄청난 돈을 뇌물로 받았다.
돈이라면 국가와 친족도 팔아먹는 썩은 정치인다웠다.
10년 뒤 정권이 바뀌면서 밝혀지는 비리는 일반인의 상식을 초월했다.
사방에서 받았던 당선축하금과 각종 비리 뇌물 액수는 상상을 불허했다.
나라 곳간을 거덜 냈던 대형 마왕쥐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병박 운이 좋다니까…….”
시위가 과격하게 변질되고 이른 장마로 비가 내려 촛불의 열기가 식었다.
동시에 벌어졌던 안아 그룹 사건으로 기레기들이 물 타기를 시도했다.
국민 관심사가 양분되며 정권은 안정을 되찾았다.
천하의 사기꾼이 이때부터 더 은밀하게 도적질을 준비했다.
마왕쥐는 똑똑했다.
여론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각종 국가 기관을 동원해 댓글부대도 가동시켰다.
최측근을 국정원장에 임명하고 임명 가능한 자리도 돈을 주고 팔아먹었다.
삼정이 문란했던 조선 시대 말기와 비슷했다.
임명된 은행장들이 수십억을 바쳤다.
본전을 뽑기 위해 그 놈들은 또 부하 직원이나 청탁자들에게 돈을 받았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어렵게 축적한 국고가 탕진됐다.
알고 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국민들이 뽑아 놓은 선출직의 장점이었다.
터트린다고 함께 움직일 동지가 없었다.
언론은 빠르게 정권 앞잡이들에게 장악당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세상이 됐다.
상식이 무너지고 공직기강이 무너졌다.
10년간 참았던 불법과 부조리가 다시 판을 쳤다.
과거 기억을 반추하며 철저히 기억해 놨다.
놀고만 있지 않았다.
가진 바 정보력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마왕쥐의 비리를 저장했다.
[대표님. 도도희 상무님이 올라오셨습니다.]“들어오라고 하세요.”
[네.]안아 그룹 인수팀은 거의 대부분 안아 본사나 계열사로 발령이 났다.
안아 본사를 점령하고 다른 계열사들도 빠르게 이사회를 열었다.
주식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기에 본사의 명을 거스를 수 없었다.
각 회사의 대표이사와 안 회장 측근들 상당수를 쳐냈다.
인수팀을 가동하면서 중요 임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다.
80프로 이상이 물갈이 됐다.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비리와 연루된 상당수 하급 직원들도 처리했다.
법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윗선의 지시에 따르는 조직원의 숙명이었다.
그렇지만 죄질이 가볍지 않은 직원은 적당한 퇴직금을 주고 퇴출시켰다.
암세포를 알고 방치하는 건 무지였다.
몸집이 가볍게 된 안아는 새로이 TS로 그룹명을 선택했다.
분명 공모하라 했건만 하관우 대표의 사심이 들어간 것 같았다.
너무 티 나는 아부였지만 싫지 않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자기 이름과 똑같은 그룹 하나 소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절대 내가 주인이라는 걸 몰랐다.
누가 봐도 지분 1.1프로의 주주에 불과했다.
그렇게 안아가 안정화 되는 사이 도도희 상무는 자기 일에 매진했다.
자동차 인수팀 팀장이라는 핑계로 빌딩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르르륵.
문이 열렸다.
“대표님~. 아니 회장님인가?”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도도희는 말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매력적인 여성과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흐뭇했다.
바랐던 건 아니지만 도도희와 유세라 팀장은 친구이자 경쟁자가 됐다.
여름이라 그런지 옷차림이 더 짧아졌다.
시스루 패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살들이 보였다.
눈이 달렸으니 봤다.
하늘색 투피스 정장은 도도희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름과 어울리게 도도하고 우아했다.
동시에 묘한 도발을 풍겼다.
미녀들의 경쟁은 언제나 옳았다.
“대표님 여기 삼룡 인수 최신 보고서예요~.”
도도희는 두툼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슬쩍 내용을 훑어봤다.
굳이 상세하게 볼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설마 이걸 읽어보라고 주는 건 아니죠?”
“네~. 대표님이 읽을 필요는 없죠. 제가 간단하게 브리핑 하겠습니다.”
도도희는 똑똑하고 야무져서 좋다.
생글거리며 웃는 저 여인에게 누가 화를 내고 침을 뱉겠는가.
“부탁합니다.”
여유롭게 앉아 눈을 맞췄다.
오늘 따라 유난히 반짝이는 도도희의 검은 눈동자.
요즘 들어 위험도가 더 상승했다.
안아를 멋지게 통으로 삶아 먹은 뒤로 더 그랬다.
“입사 시에도 말씀드렸지만 삼룡 자동차 인수는 리스크가 너무 커요. 한국 자료뿐만 아니라 과거 회사 동료들까지 포섭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업 지대의 전철을 따를 게 확실하다는 판단입니다.”
도도희의 말투는 독특했다.
강조하는 억양에 악센트가 가해져 귀 기울이기에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표정과 말투 중간에 부드러움이 담겨 전혀 위화감이나 반발감이 들지 않았다.
언변은 최고다.
“그래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
강성 노조, 말도 안 되는 복지, 퇴직자 의료 보험지급까지 책임지다 한 방에 훅 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어마어마한 공적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MADE IN USA 자동차 산업은 사라졌을 것이다.
“UAW 아시죠?”
“전미 자동차 노조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분들이 얼마나 유명하면…… 정말 미친놈들이죠.”
무식하다는 건 안다.
세상 자동차 노조 중에 가장 파워가 쌨다.
“자동차 산업은 태생부터 노조에 휘둘리기 쉬운 구조입니다. 수십 개 파트 중 한 파트만 강성노조가 점령하면 차는 생산되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죠.”
자동차 왕 포드가 발명한 컨베이어 밸트 시스템의 맹점을 도도희는 설명했다.
“해마다 임금 협상으로 파업을 진행한다는 게 말이 돼요? 점점 진화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고비용 저효율 생산구조에 노사간에 협력은 부족하고 노동 유연성은 떨어져요. 그럼 답은 뻔하죠. 망하는 거 밖에 없답니다.”
결론 참 쉽게 내린다.
“적당한 이익을 공유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적당한 이익……. 그런데 인간의 욕망이 그 이익 기준을 수시로 바꾼다는 게 문제죠. 노조에 휘둘리면 주식뿐만 아니라 순이익의 상당액, 나아가 평생 고용에 이어 세대 고용까지 들고 나올 걸요? 그리고 나중에는 주주들을 대신해 주인 노릇하고 싶어 안달이 날 겁니다.”
도도희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대기업 노조들의 맹점을 제대로 짚었다.
“미국 자동차 기업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퇴직한 노조원들의 연금과 건강 보험으로 1,000억 달러를 지불한다면 상식이 아니죠. 미래를 위한 재투자를 전혀 할 수가 없는 수익 구조랍니다. 전 예상해요.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자동차 산업은 큰 코 확실하게 다칠 겁니다.”
말하는 게 야무졌다.
붉은 립스틱이 오늘 따라 더 붉게 보였다.
위험도 99.91프로로 소수점까지 상승이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서 판매가 월등한데 망할까요?”
“망해요. 아니 망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받을 게 확실합니다.”
“공적자금요?”
도도희 말에 깜짝 놀랐다.
아직 오픈되지 않은 미래 사건이다.
회귀 인생도 아닐 텐데 두 치 앞 정도를 내다봤다.
대웅에 일찍 그녀가 투입됐다면 망하는 게 아니라 한국 재벌 1위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베어스턴스가 파산했을 때 미래를 예측해 봤답니다. 서브 프라임이라는 이 신종 위기가 과연 어디까지 퍼질까? 정말 암울한 답 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앞으로 닥칠 문제들 중에 합성 자산담보부증권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게 확실해요. 기업신용과 연계된 합성 CDO 투자 손실이 최소 90프로 추정되면…… 1조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진답니다. 이 파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도 강타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결론은…….”
도도희 눈빛이 현자처럼 빛났다.
정말 두렵다.
세상에 저렇게 천재들이 많았다.
회귀하지 않았다면 저런 인재들과 싸우는 게 불가능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연방준비은행이 구원 투수로 등장하는 일만 남았죠. 미국식 히어로의 등장입니다.”
놀라운 식견과 견해다.
“설마 FRB가 나설까요? 지금도 미국 부채가 많은데…….”
알면서 물었다.
아름다운 데 지적이기까지 한 여성과의 대화가 즐겁다.
“미국 연방 준비 은행이라 불리는 FRB 준비 기금은 8,000억 달러 수준이에요. 하지만 베어스턴 파산을 시작으로 곳간이 비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5,000억 달러 쯤 남았겠군요. AIG와 베어스턴스 투자은행 지원에 1,000억 달러쯤 들어갔을 것이고 앞으로도 모기지 증권에 수천억 달러 지원, 자동차 산업에도 1,000억 달러쯤 투자해야 살아남을 게 확실하다면…… 벤 버냉키 의장이 돈비를 뿌릴 거라 예상됩니다. 그렇죠, 대표님?”
갑자기 도도희가 훅 들어왔다.
눈동자와 눈동자가 마주쳤다.
배시시 웃는 도도희.
뭔가 알고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다.
“뭐가 그렇다는 거죠?”
웃으며 물었다.
도도희에게 당할 짬밥이 아니다.
“에이~ 아시면서~. 시장이 불안해지면 3.5조 달러짜리 머니마켓펀드(MMF)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답니다. 이 녀석이 무너지면 미국은 파산합니다. 그걸 막기 위해 벤 버냉키는 상부의 지시를 받아 돈을 프린트할 겁니다.”
상부?
도도희 말을 듣는 중에 흥미로운 단어를 들었다.
벤 버냉키의 상부라면…….
“혹시 그 상부가 차일드 가 이야기입니까?”
“우리 대표님 똑똑도 하셔라. 단어 하나에 바로 추론해 내시네요? 존경스러워요~.”
– 다른 조상을 섬기는 후손들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
– 인간 도도희에 대해 카르마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웃고 농담할 때가 아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또 다른 조상신을 알았다.
옆집 개들의 조상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이라 더 골치 아팠다.
로버트도 아직 모르고 있던 귀중한 정보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차일드 가가 연방준비은행 대주주라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대주주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조상을 섬기는 후손이라 문제다.
뭔가 엮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좋은 것과 나쁜 걸 반반 섞은 묘한 반반이었다.
“차일드 가에 대해 아십니까?”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요. 미국 월가에 근무하려면 당연히 알아야죠. 모건을 비롯해 여러 투자 은행들이 로스트 차일드 가문의 직계와 방계 구성원들 것이랍니다. 세계 부의 50프로는 로스트 차일드, 20프로는 록펠러, 그리고 나머지는 화교를 비롯해 몇몇 조직에 의해 굴러간다는 건 다들 아는 상식이랍니다.”
“…….”
미안하다 난 그런 상식을 몰랐다.
회귀했지만 그 정도 지식은 없었다.
소름이 돋았다.
옆집 개들만 신경 썼지 다른 조상들에 대해서는 무심했다.
어쩌면 진정한 적은 그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들이 나를 적으로 노릴 것이다.
“선물이나 옵션은 거대한 그들의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기에 만들어낸 금융기술이라는 견해가 다수입니다. 우리 대표님도 돈 좀 버시려면 그들과 연줄이 닿아야 할 걸요? 로버트라는 괜찮은 투자자 말고 리처드 요한슨 같은 그런 거물 말이에요.”
리처드 요한슨?
갑자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뉴욕에서 만났던 사라가 생각났다.
그녀 이름도 사라 요한슨이었다.
“그런데 대표님~”
도도희가 은밀하고 도발적으로 날 불렀다.
그녀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
확 부담스럽다.
“대표님…… 정체가 뭐죠?”
도도희 당신도 나를 박수무당으로 보는 건 아니지?
“혹시…….”
혹시 뭐!!!
# 190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