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4
203장. 또 다른 길
– 선한 마나 포인트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 어둠의 마나 포인트가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야?
마나 소모라니?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선신 포인트로 전환은 해봤지만 소모는 처음 듣는 말이다.
그것도 마나 포인트란다.
빛이 터졌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채색의 빛이다.
백광도 아니고 검은 빛도 아니었다.
전혀 색감이 느껴지는 빛이 터지고 난 뒤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다.
장거리 기차를 타고 잠들었다 깨어난 느낌과 비슷했다.
“여기는 어디야???”
분위기가 요상했다.
신들의 세계가 아닌 것 같다.
휘이이이이이잉.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찬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지금껏 경험한 선신계나 악신계에서 전혀 본 적이 없는 풍경이다.
“헙!”
비명이 터졌다.
높다란 성벽 망루 위였다.
이끼가 자라고 곳곳이 무너진 폐성이었다.
엄청나게 큰 보름달이 하늘에 떠있다.
발 밑 성벽 아래로 보이는 거대한 평원과 저 멀리 강줄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래 묵은 악신이 거주하는 공간 같았다.
“여…… 여기는 뭐야?”
앞에 경험했던 분위기와 완전 달랐다.
볼을 세차게 꼬집었다.
“아얏!”
짜릿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아팠다.
그것도 무지하게.
“오, 옷은 어디로 간 거야!”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연속으로 벌어졌다.
옷이 사라졌다.
청바지와 편안한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없다.
속옷도 없다.
누가 벗겨 갔는지 천 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화들짝 놀라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감싸고 사방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낯선 공간이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상당한 규모의 중세 성이었다.
“저기 누구세요? 계약하신 신님 계세요~.”
주문한 사람을 찾지 못한 마라도 자장면 배달부도 아니고 신을 찾았다.
상위로 갈수록 신들 성향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 타 차원의 신과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 마나 포인트는 모두 차원 이동 비용으로 결제됐습니다.
그 때 다시 들려오는 알림음.
지금껏 들었던 헛소리 중에 가장 참신했다.
신들 세계도 아니고 타 차원?
“노, 농담이지? 시, 신 님! 신 님!!!”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신을 간절히 찾았다.
신이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휘이이이잉.
시원하게 스쳐가는 바람이 비웃듯 사라졌다.
피부가 떨릴 정도의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지금 무슨 개떡 같은 상황이냐고! 난 단지 신과 계약을 맺었을 뿐이야. 그런데 타 차원이라니!!!”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신들의 호수를 통해 신들이 타 차원 신들 세계에 방문하는 것까지는 알았다.
그런데 다이렉트 차원 이동이라니!
이건 아니다.
회귀한 것 이상으로 충격파가 몰아쳤다.
영혼이 육신와 분리돼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비비안을 구해야 할 귀중한 1분 1초의 시간이었다.
신들 세계에서 아무리 시간을 오래 보내도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았다.
그걸 감안하고 행했던 도박이다.
그런데 차원을 이동해 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신 님!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장난이라면 그만 하셔도 됩니다. 충분히 쫄았습니다! 포인트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방금 전까지 아사신 새끼들과 목숨 놓고 전투를 벌였다.
그런데 지금은 알몸으로 타 차원에 이동해 있다.
이 기분은 다른 말로 표현이 안 됐다.
믿기지도 않았다.
높은 성벽 망루 아래로 보이는 성과 마을들이 비현실적이었다.
– 신과 계약한 당신은 두 가지의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응?”
지금껏 듣던 알림음과 뭔가 달랐다.
카르마 포인트 축적과 다른 신들이 나타났다는 걸 알리던 녀석의 불친절함과 비교가 됐다.
감정이 느껴졌다.
“그 길이 뭡니까? 계약한 신이 누굽니까?”
알림음 반응이라도 와서 다행이었다.
– 신과 마신의 길이 있습니다. 선택받은 당신은 두 길 중 하나를 택해 신마전쟁 전투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신마전쟁? 내가?”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지구에서는 각종 조상신들과 얽혔다.
선신과 악신이 존재했지만 그들 세계는 쌓은 카르마 포인트로 우화등선 뒤에나 선택받을 장소였다.
차원이 다르긴 달랐다.
여기는 신마전쟁 전투에 개입이 된단다.
기분이 싸했다.
“반스데일 님!”
“…….”
“진희 누님!!! 화선이 삼촌!!!”
언제든 만날 수 있었던 신들을 목 놓아 불렀다.
그러나 누구 하나 답하지 않았다.
내 포인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신들의 반응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까?”
포기가 빨랐다.
회귀할 때부터 말이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타차원의 신이 왜 나를 불렀는지 모르지만 알림음은 지금껏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돌아가야 했다.
비비안이 위험했다.
그것도 아주 빨리!
– 마나 포인트를 일정 이상 축적하면 살던 곳으로 귀환이 가능합니다.
“……그 엄청난 포인트를 다시 모으라고?”
고등학교 2학년으로 회귀해 3년 동안 적립했던 포인트다.
나쁜 놈 때려잡고 이것저것 착한 일을 통해 착실히 모았던 포인트다.
신들에게 삥도 뜯고, 뜯겼다.
포인트 교환소장 노릇하며 바꿔주기도 했던 엄청난 포인트.
그걸 다시 모으란다.
허탈함이 진하게 몰려왔다.
위기 뒤에 악재가 찾아왔다.
– 타 차원을 통해 넘어 온 그대에게 신들이 무료 육성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
꿀꺽.
육성프로그램!
차원을 넘나들 정도라면 프로그램 정도는 우스울 것이다.
뭔지 몰라도 특혜가 분명했다.
느낌이 말했다.
이건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 선택하지 않고 맨땅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하는 바입니다. 10, 9, 8, 7…….
이제부터 알림음 저것도 믿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뭔지 모르지만 오묘한 프로그램 같은 놈이다.
전지전능 AI일지도 몰랐다.
“선택하겠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양심은 있었다.
지구에서와 달리 체계적이었다.
–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전신을 스캔해 등록하겠습니다.
파아아아앗.
빛이 갑자기 허공중에서 쏟아지며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알 수 없는 청령감에 휩싸였다.
의외로 기대가 됐다.
– 스캔이 완료 됐습니다. 상태 창을 확인하시겠습니까?
갑자기 인생이 게임 세상 캐릭터처럼 변했다.
상태창이란다…….
“사, 상태창!”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떨렸다.
기본정보
종족: 인간 LV 7
주력기술
종합예술: 중급 1
요리: 초급 9
치료술: 초급 5
최상급 마나호흡법: 초급 7
종합무력: 초급 4
칭호 당황하는 이계의 계약자
“!!!”
허공중에 선명하게 떠오른 홀로그램에 넋이 나갔다.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미친…….”
간단하게 표시되는 상태창에 할 말이 없었다.
완벽하게 속은 게 분명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내 간절한 부름에 대한 반응일지도 몰랐다.
아사신과 상대할 때 잠깐 마법을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큰 사고가 터질 줄 짐작도 못했다.
– 차원 이동 위로 차원에서 신들께서 랜덤 능력을 쥐꼬리만큼 지급할 예정입니다. 치사해도 받으시겠습니까?
알림음이 이쪽 차원 녀석인 것 같다.
아주 사람을 들었다 놨다 장난이 아니다.
치사해도 받겠냐고?
나 이래 봬도……. 한국대 법학과 다니는 남자야!
“예스! 예스!!!”
배고픈 알바생은 유통기한 지난 삼각 김밥 가리지 않는다.
고개까지 흔들며 예스를 연발했다.
– 예술의 신 디아르소스께서 당신에게 예술적 창작력을 축복하셨습니다.
앞으로 창작하는 모든 예술적 재능에 창작력이 +5만큼 증가합니다.
종합 예술이 중급 2로 진화했습니다.
– 주방의 신 두케타께서 당신에게 레시피 모음집을 선물하셨습니다.
아르켄 행성 요리에 대한 이해력이 상승했습니다.
요리가 중급 1이 되었습니다.
– 치료의 성자이신 아르시오께서 당신하게 하급 치료 성력을 선물하셨습니다.
하급 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술이 초급 7이 되었습니다.
– 마법의 조종이셨던 고룡 하르케우스의 영혼이 당신에게 마나 감응력을 지급하셨습니다.
마나호홉법이 초급 9가 되었습니다.
– 자연의 사대 요정들이 당신에게 정령 친화력을 기쁘게 선물하셨습니다.
하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초급 정령사가 되었습니다.
– 신의 편에 섰던 위대한 대장장이 바쿨라의 영혼이 당신께 기술을 남겼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초급1을 습득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신들이야…….”
열거되는 신들 이름에 당황스러웠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신들의 호칭이었다.
드워프, 고룡과 요정까지 나왔다.
– 불만족이면 위로 능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꼽고 더러우면 열정 페이로 남자답게 세상사는 것도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열정 페이?
그런 썩을 말은 도대체 어디서 배워온 거야!
알림음 이 자식 나쁜 놈이다.
축복받는 게 상당히 아니꼬운 것 같다.
아직 저놈 목소리 정체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귀에 들리는 음성 시스템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진작 눈치 챘다.
– 10초 내에 선택하지 않으면 위로 능력치를 삭제하겠습니다. 9, 8…….
“받는다 받는다고!!!”
아쉬운 놈은 나뿐이다.
포인트 모아 비비안에게 돌아갈 차비 마련해야 한다.
능력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았다.
휘이이이이이잉.
찬바람이 분다.
회귀 뒤 맞은 위기에 엎친 데 덮친 차원 이동.
이곳에서 또 다른 길을 걸어야 함을 직감했다.
아…….
이건 또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 204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