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2
211장. 오크 대전사 (2)
탈만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오크 대전사들은 인간 기사 급이었다. 오크 주제에 마나를 다룰 줄 아는데, 성년식 때 마수를 사냥해서 구한 마력석을 삼킨 놈들이란다.
대가리 숫자로 살아가는 오크들은 성년식 때 보통 수천 마리가 투입되는데, 개중에서 몇 마리만 얻는 영광이란다.
쿠라차 쿠아라라라라!
일반 오크들과 포효부터 달랐다.
자세히 보니 곰만 한 개를 탄 오크 전사들은 도끼, 대형검, 창 따위를 들었다.
대충 딴 긴 머리칼이 바람에 밧줄처럼 나부꼈다.
쿠구궁 쿠궁쿵.
지축이 진동했다.
가까이서 보니 포스가 장난 아니다.
너무 레벨 차이가 났다.
놈들은 두툼하고 거친 쇠 갑옷까지 걸쳤다.
힘 좋은 개를 탄 오크 대전사들은 갑옷에 투구까지 풀세트다.
“설마 성문을 뚫는 건 아니지?”
“……아마 뚫을 걸요. 성문에 강화 보호 마법이 걸려있지 않는 한…….”
탈만 단장! 당신 지금 누구 편이야!
사방을 둘러봐도 오크 밭이다.
숫자는 대충 봐도 1,000마리가 넘었다.
공성전을 노린 듯 사다리도 수십 개다.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성벽으로 올라가요!!!!”
용병들이 난민들 중에 쓸 만한 사내들을 착출했다.
“무기를 주십시오!”
먹지 못해 곧 쓰러질 것 같은 난민들.
그 중에 남자들 수십 명이 창과 방패를 받았다.
그들의 아내와 자식, 부모가 벌벌 떨었다.
오크도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가족을 놓치는 게 더 두려운 것이다.
“전 오늘부터 영주님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겨우 오늘?
“술 마실 때부터 아니었어?”
“그때는……. 고마웠죠.”
탈만, 농담도 할 줄 안다.
말하면서 씨익 웃는 게 그동안 정이 든 것 같다.
“그럼 오크 치고 난 뒤 그때는 내 밑에서 일해.”
“기사 작위를 주시는 겁니까?”
“그래 까짓것 기사 해.”
“충성으로 봉사하겠습니다. 주군!”
– 마나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이 아저씨, 농담 아닌 것 같다.
직원 섭외 완료다.
로버트가 갑자기 절절하게 보고 싶었다.
한 마디 하면 킬러를 보내겠다 말하던 좋은 파트너.
이곳에서도 그런 파트너를 얻은 것 같다.
탈만은 인상이 좋았다.
용병들도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관상도 배신수가 없는 상이다.
“제롬이 서운해하지 않겠나?”
“영주님이 제롬의 마차 물건을 다 구입해 주시면 됩니다.”
눈치 빨라서 좋다.
오늘 피신해 들어온 난민들 역시 어디 갈 곳 없는 게 뻔했다.
그들을 먹여 살리려면 마차를 통째로 구입해도 부족할 것 같다.
쿠라라라라라라라라!
그때 아라쿤을 탄 오크 대전사 한 놈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이 찢어져라 이빨을 드러냈다.
끼릭!
선물 달라는 놈에게 줄 게 화살 밖에 없었다.
오크 심장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피이이잉!
쾌속하게 날아가는 화살.
팅!
그대로 오크 대전사의 심장에 박혔다.
아니……. 튕겼다.
“???”
오크 대전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크 가죽 갑옷이 마력을 담은 화살을 막았다.
쿠라라라라라라라!
나를 향해 송곳니를 보이며 포효를 터트리는 오크 대전사.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마수 가죽 갑옷입니다. 비싼 겁니다.”
탈만이 정신줄을 살짝 놓았다.
오크 떼의 포위에 목숨 부지하는 걸 포기한 것 같다.
누가 봐도 100전 100패의 상황이다.
다시 화살을 재었다.
놈과의 거리는 대충 100미터 정도.
이빨을 드러낸 오크 대전사의 주둥이를 노렸다.
“바람아! 박아버려!”
정령을 소환했다.
마나도 듬뿍 담았다.
화살이 날았다.
그 뒤를 소환되자마자 평소 훈련 받은 대로 같이 날아가는 바람의 정령.
퍽!
오크가 고개를 돌렸다.
입이 아닌 얼굴 옆에 박힌 화살.
실패다.
바로 화살을 뽑아내는 오크 대전사.
우적우적.
화살에 찍혀 뜯어진 자신의 살점을 씹어 먹었다.
“…….”
쩐다.
쿠라라라라라라! 꾸에에 꾸에에에!
성벽 바짝 오크들이 몰려들었다.
카아앙! 카가가강!
닫아 놓은 성문을 놈들은 온갖 무기로 내리쳤다.
단숙 무식한 놈들의 공격력에 말문이 막혔다.
“발사!!!”
오크 1차전에서 회수한 화살이 제법 많았다.
오크들이 사용하던 화살도 회수해 손질했다.
피비비비빙!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퍼버버버벅.
오크 대전사와 달리 갑옷으로 무장하지 않은 오크들이 화살에 맞았다.
그러나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오크들은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도 계속 화살을 날렸다.
다른 용병들과 달리 일발백중.
꾸에에에엑!
간간이 오크들이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몸을 꿰뚫는 화살에 몇 놈이 바닥을 뒹굴었다.
“오, 온다!!!”
오크들이 사다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공성에 돌입했다.
내성벽이 의외로 넓었다.
마부까지 다 동원해도 1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대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손에 도끼를 든 오크 대전사가 성문을 찍었다.
콰드드드득!
단 한 번의 도끼질에 두툼한 쇠철문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화르르 검은빛 마나가 오크들 무기에서 넘실댔다.
쿠라라 쿠카자자자자자!
성문을 박살내며 사기 충만한 오크들.
“주군 짧지만 행복했습니다.”
탈만은 나의 기사가 되겠다고 해놓고 바로 하직을 고했다.
눈빛을 보니 살고자 하는 걸 포기했다.
하긴 누가 봐도 이 전투의 끝은 빤했다.
오크들이 침을 뚝뚝 흘렸다.
한 달 굶은 거지 떼 같았다.
인간이고 가축이고 살아 움직이는 건 다 잡아 먹을 기세다.
입안이 썼다.
해도 해도 좀 심했다.
게임 초반에 뭐 좀 해보려는데 본진 털릴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이곳 시간으로 이제 한 달 하고 조금 지났는데 이건 아니었다.
정말 돌아가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그를 수는 없었다.
마나 포인트 벌어 꼭 지구로 귀환해야 한다.
콰아아앙!
아라쿤을 탄 오크 대전사들은 도끼로 계속해 성문을 공략했다.
이제 완전히 개방되기 일보 직전.
“지구 조상님들이여! 이 가엽은 아들을 불쌍히 여기신다면……. 오크들의 날카로운 이빨로부터 보호하소서!”
이계 하늘 한 번 바라보고 깍듯한 자세로 간절히 빌었다.
성문 뚫리면 이대로 끝이다.
지구에 못 돌아간다.
타다닥.
재빨리 무기를 챙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계에서 밥 줄 끊기게 생겼다.
여기서 죽으면 영혼도 이계에 갇힐지 모른다.
아사신은 더러운 오크에 비하면 양반들이었다.
나는 목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저 뒤에서 떨고 있는 난민들을 보라.
아이들은 공포에 질려 눈동자가 초점을 잃은지 오래다.
영문 모를 뜨거움이 가슴에서 솟아 올라왔다.
누가 뭐라 해도 허접한 이 성의 주인은 현재 나였다.
“들으라!”
벅찬 일성이 터졌다.
모두 주목했다.
쨍!!
검으로 바닥을 찍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 것이다! 모두 나를 따르라!!!”
진부한 대사다.
알게 뭐냐. 이곳 사람들은 처음 듣는 대사일 것이다.
투기가 담긴 목소리가 성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여, 영주님을 따라 뒈져 버리자!!!”
용병대장 탈만이 넋 나간 눈빛으로 뜨겁게 외쳤다.
“와아아아아아! 영주님과 함께 뒈지자!!!”
함께 뒈지는 게 무슨 축북이라도 되는 양 용병들이 주문처럼 함성을 질렀다.
용병들 중에 마력을 다루는 자는 탈만 한 명뿐이다.
쇠창도 바닥에 박았다.
검도 박았다.
손에 두툼한 쇠도끼를 들었다.
카가가가가가강!
강철 성문이 쩍 하고 금이 가면서 벌어졌다.
마력이 듬뿍 담긴 오크 도끼가 그 사이로 보였다.
살기에 절어버린 붉고 노란 눈동자가 성안을 노려봤다.
“……. 으으.”
“어, 엄마. 무서워…….”
“괜찮아, 괜찮아……. 저기 영주님이 계셔…….”
뒤에서 들려오는 숨죽인 대화에 어깨가 무거웠다.
무슨 인연으로 이곳으로 피신해 왔는지 모른다.
다만 지금 현재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것만은 안다.
모두 숨을 죽였다.
성문이 열리면 오크 대전사를 상대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크 하나가 통과할 만한 구멍이 뚫렸다.
와라 썅!
도끼를 잡은 손에 힘과 마력을 가득 담았다.
그동안 땡땡이 치고 놀기만 하지 않았다.
푸른빛이 도끼에서 일렁였다.
쿠르르르르르르르.
갑옷을 착용한 오크 대전사 한 놈이 겁도 없이 도끼로 성문을 찍으며 몸뚱이를 통과시키려고 했다.
어? 이것 봐라!
그때 눈이 번쩍 떠졌다.
눈에 먼저 들어온 오크의 도끼가 엄청 좋아 보였다.
도끼 손잡이 부근에 오리알만 한 무언가가 박혀 있다.
“마, 마력 도끼다!!!”
누군가 외쳤다.
어쩐지 처음 보는 물건이다 싶었다.
탈만에게 들었던 그 마력 무기다.
용병 대장 탈만도 돈이 없어 구경만 했다고 했다.
마력석이 박혀 있다는 상위급 무기.
“!!!”
필이 확 왔다.
쿠라라라라라라라라!!!
오크 대전사가 자신의 도끼를 쳐다보는 시선에 위기감을(?) 느끼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포효했다.
씨이익.
저게 뭔지 몰라도 대박 같았다.
쉐에에에에엑.
겁 없이 구멍난 성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오크 마빡을 향해 도끼를 풀 스윙으로 날렸다.
콰드드득!
단단한 오크 대가리 뼈에 도끼가 박히는 생생함을 맛봤다.
마력 담긴 도끼질에 오크 머리통에서 쩍 소리가 들렸다.
촤아아아아앗!
도끼를 뽑자 오크 대전사의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그 피, 피하지 않고 옴팡 뒤집어썼다.
쿠웅!
대전사의 도끼가 발 앞에 떨어졌다.
빠르게 도끼를 잡았다.
– 오크 대전사의 머리통이 부서졌습니다. 마나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강철 마력 도끼를 획득하셨습니다.
– 종합무력이 상승했습니다.
대박이다!
위기와 함께 기회가 오는 법!
쾌재를 불렀다.
손에 든 마력 도끼는 확실히 달랐다.
도끼에 박혀있는 마력석이 나의 미미한 마력과 호환을 시작했다.
파아앗!
도끼에서 파란 마력이 진하게 터졌다.
쩌저저저적!
성문이 더 크게 찢어져 나갔다.
그 넓어진 구멍으로 몸통을 들이밀며 들어서는 오크 대전사들.
eye contact!
레벨업한 데다 손에 마력 도끼까지 들리자 사기 만땅이 됐다.
오크들도 덩치만 컸지 피부와 뼈로 구성된 생명체다.
양손으로 묵직한 도끼를 휘어잡았다.
오크가 사용하던 것답게 도끼는 더 크고 무거웠다.
팔 근육이 꿈틀거렸다.
“타앗!”
그리고 대가리를 들이밀고 들어서는 오크 대전사의 머리통을 시원하게 내리깠다.
순간 떠오른 명사들의 격언 한 줄.
‘까고 까다 보면 세상에 못 깔 게 없다.’
# 21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