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13
212장. 무식지존
‘……어느새 마력이 또 늘었다!’
탈만은 영주의 도끼에서 피어나는 마나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매일 같이 저렇게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인간은 처음 봤다.
얼마 전 오크를 상대했을 때와 또 달라졌다.
이제는 인간의 탈을 쓴 드래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마력 무기를 획득했다고 저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었다.
마력 무기와 동기화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잡자마자 마력 도끼를 휘두르는 영주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가문의 후예란 말인가?’
답 없는 의문에 빠진 탈만.
꾸에에에에엑!
그 사이에 영주는 들어서는 오크 대전사의 머리통을 또 깠다.
“대, 대장! 오크들이 올라옵니다!!!”
쿠에에 쿠에에에에에!
오크들이 사다리를 놓고 본격적으로 성벽을 공략하고 있었다.
“뭣들 해! 각자 자리를 수비해! 성벽이 높다! 오크 사다리는 조잡하고 오크들은 무겁다. 모조리 걷어내 버려!!!”
용병 밥만 수십 년 먹은 탈만이 격앙에 차 명령을 내렸다.
“막아라! 막아!”
수비병들이 정신줄을 잡았다.
영주가 지급하거나 수리한 무기를 들고 성벽을 타는 오크들을 공격했다.
망루가 있어 성벽에서 방어하기에 용이했다.
화살을 날리고 사다리를 걷어냈다.
외성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은 내성.
추락한 오크들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피떡이 되었다.
퍼어어억!
꾸에에에엑! 꾸에에엑!
그 와중에도 오크 대전사 멱따는 비명이 성문을 울렸다.
“하하하하하. 어서 와! 이 돼지감자 같이 생긴 새끼들아!!!”
영주가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피를 뒤집어쓴 채 부서진 성문을 통과하는 오크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다.
마력석이 장착된 도끼가 갈수록 더 빠르게 휘둘러졌다.
벌써 열 마리가 넘는 오크 대전사 대가리가 박살났다.
쿠라 쿠라라라라라랏!!!
반쯤 쪼개진 성문 안쪽으로 동료들 시체가 쌓이자 오크 대전사들이 광분했다.
“언능 와라. 이 형아. 오늘 완전 필 받았다!”
영주가 도끼를 까닥거리며 오크 대전사들을 상대로 도발했다.
오크들의 마수 가죽도 마력도끼 앞에서는 한 장의 천 조각 신세였다.
쿠르르르르…….”
투구 사이로 흉포하게 흉광을 빛내는 오크 대전사들.
입술을 비집고 나온 뻐드렁니가 누렇게 빛났다.
흉포한 더러운 눈동자로 영주를 죽일 듯 노려봤다.
“뭘 봐 돼지 새끼들! 니들 마빡 오늘 다 까버릴 거야!”
용병보다 더 용병다운 영주의 면모와 말투에 진짜 용병들이 힘을 내는 상황이었다.
“우리도 다 까버리자!!!”
오늘처럼 위험 수위가 높고 더구나 신난 전투는 없었다.
탈만도 힘이 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
***
묵은 체증이 확 날아가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도끼 체질인가!
나는 오늘 나의 거친 무기 취향을 알았다.
손맛이 끝장났다.
도끼를 들고 성문 앞을 당당히 막아섰다.
오크 대전사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짐작하고 있었다.
오크 대전사들이 한꺼번에 몰아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화룡아 나와!!!”
불의 정령 샐러맨더를 소환했다.
녀석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
화르르르르르릇!
소환되는 녀석.
나와 충분히 동화돼 있어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불길을 뿜었다.
레벨업 덕분에 마나가 늘자 화룡이의 불길도 장난 아니었다.
“실프!”
바람의 정령도 소환했다.
마음으로 뜻을 전달했다.
“노움!”
땅의 정령도 불렀다.
“땅을 파!”
명령이 연이어 떨어졌다.
“운디네! 진흙밭으로 만들어!!!”
레벨업이 있은 후라 내공이 달리지는 않았다.
파아아앗!
빛이 연달아 터지며 정령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콰와와와와와와왕!
그사이 강철 성문이 박살나며 뚫렸다.
오크 대전사들 몇 마리가 합심해 각자의 무기로 성문을 찍고 돌격해 왔다.
“지금이다! 화룡아! 저 돼지 새끼들 향해 불벼락!”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불의 정령이 불길을 뿜었다.
화룡과 연계하여 실프가 불길을 놈들에게 날렸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릇.
불벼락을 뒤집어쓴 오크 대전사들이 눈을 황급히 가렸다.
치이이이이이이잇.
뒤집어쓴 가죽이 타들어갔다.
쿠라라라라라라라!
놈들은 그 와중에도 무기를 쥐고 공격해 왔다.
콰다다다다당.
하지만 깊이 파놓은 진흙탕에 곧 처박히는 오트 대전사.
“이거나 처먹어 새끼들아!”
창을 집어 들었다.
내공을 담아 창끝으로 오크들의 심장과 팔다리를 가리지 않고 찔렀다.
푸욱! 푸부부북.
미친 듯 창이 허공을 갈랐다.
꾸에에에에에에엑! 꿱! 꿰에에엑!
죽을 듯 비명을 지르는 오크 대전사들.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쉬지 않고 불벼락이 떨어졌다.
놈들은 눈도 뜨지 못하고 창에 찔려 사지 육신에 구멍이 났다.
촤아아아아아아앗.
피분수에 온몸은 이미 흠뻑 젖었다.
지독한 피비린내에 코가 마비됐다.
죽기 아니면 살기.
내공을 있는 힘껏 끌어올려 놈들의 가죽을 찔러댔다.
손바닥이 얼얼하고 손바닥 가죽이 벗겨진 듯 쓰린 통증이 느껴졌다.
“다 죽어버려!!!”
바닥에 깔린 동료 시체를 밟고 들어오는 오크의 심장을 창대로 깊숙이 찔렀다.
“!!!”
광전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끼를 들고 오크 대전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어차피 이판사판 개판이었다.
쇄애애앳.
이어지는 풀 스윙 도끼질이 날아갔다.
오로지 노리는 목표는 오크 대전사들의 마빡.
빠가각! 퍼어어억!
오크 머리통 터지는 시원한 소음이 성 정문에서 소름끼치게 울려 퍼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의 함성을 터트리는 한 마리 오크 대전사가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공을 담아 나도 악을 질렀다.
전생 최전방 12사단 땅개 병장 출신을 놈들이 우습게 봤다.
“오, 오크들이 물러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용병들의 함성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몰아일체로 도끼를 휘두르다 보니 마침 앞이 훤히 비었다.
쿠게게게 쿠라라라!
오크들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뭣 나게 도망쳤다.
“…….”
오크들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언제 성문 밖까지 나와서 싸우고 있었다.
– 인간들 772명의 생명을 구원했습니다.
– 마나 포인트를 엄청나게 획득했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레벨업 하셨습니다.
– 마신이 당신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 전투에 감명 받은 고룡 하르케우스가 아공간을 선물했습니다.
– 칭호가 ‘무식 지존! 깐 이마 또 까라’ 로 변경되었습니다.
끝에 칭호 변경음이 들렸다.
선물과 칭호가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후읍…….”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망치는 오크들 뒷모습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제대로 맛보았던 레벨업 레이스.
아직 난…… 포인트가 고팠다.
***
이곳 영주님은 참 이상합니다.
그를 만난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그러나 영주님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영주라는 작자들은 싸가지 없고 밥맛이며 자기만 아는 재수탱이들입니다.
어린 시절 그런 영주가 싫어 가출해 용병이 되었습니다.
세금이란 명목을 앞세워 수시로 삥을 뜯기고 신체 구속을 했습니다.
차라리 자유로운 들개로 살다 죽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뭐 모진 목숨을 붙들고 있다 보니 운 좋게 작은 용병대를 이끄는 대장이 되었습니다.
수입이 짭짤하냐고요? 건물 좀 올렸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죽을 고비를 딱 열 번 넘기다 보니 인생 별거 없더군요.
저축하다 죽으면 누구 좋은 꼴 보겠습니까?
곰 같은 마누라도 돼지 같은 새끼들도 없는 인생입니다.
당연히 벌어 그냥 썼습니다.
마을마다 연인을 만들고 술로 동료들과 개처럼 인생 살았습니다.
용병의 인생은 길에서 죽는 게 원래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번 상행 중 위기의 순간에 만난 영주는 이상합니다.
글쎄, 영주가 요리를 직접 합니다!
똥도 자기가 안 닦는다는 그 엄청난 신분의 귀족이 말입니다.
매일 요리를 해서 우리를 대접했습니다.
맛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용병 생활 30년 만에 이렇게 요리 잘하는 남자는 처음입니다.
제 입이 원래 싸구려지만 그래도 살아 온 세월 입맛이 있습니다.
딱 보면 그 맛을 아는데…….
영주님의 요리는 야전 요리의 끝장판입니다.
특히 며칠 전 먹었던 수대국? 순다굿? 좌우지간 그런 요리가 있습니다.
순찰을 나가 직접 멧돼지를 잡아왔습니다.
들개나 뜯는 돼지뼈를 물에 끓여 뽀얗게 우려냈습니다.
그 안에 내장과 머리고기를 넣고 수프로 끓여주는데…….
내장에 야채와 고기를 듬뿍 넣은 긴 덩어리, 마치 소시지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걸 몇 점씩 줬는데…….
완적 죽음이었습니다.
진한 국물에 두툼한 고깃덩어리는 특급 보양식이었습니다.
간도 얼마나 잘 맞는지 귀하다는 향신료가 팍팍 뿌려져 있습니다.
요리만 잘하냐고요?
아니 놀랍게도 영주는 대장장이였습니다!
시원하게 망치질 하는 소리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울립니다.
고장 나거나 수선이 필요한 무기와 갑옷 따위를 모조리 수리해줬습니다.
특급 정도는 아니어도 웬만한 대장장이들 뺨을 후려칠 정도 수준은 됐습니다.
이런 영주가…….
다들 알다시피 정령도 다룹니다.
그것도 사대 정령들을 말입니다!
와아! 정령 하나만 다뤄도 용병계에서는 먹어주는데 무려 사대 정령을 다 소환합니다!
정령들도 특이합니다.
초급 정령이 분명한데……. 그게 또 초급 정령처럼 보이지 않는 겁니다.
마치 진화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주님이 정말 대단하다고요?
내 말이요!
게다가 영지민들을 진짜 사랑합니다.
찾아든 난민들에게 집과 먹을 것을 줬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귀한 치료 마법으로 살펴주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영주가 옆에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이런 귀족이 말입니다…….
쪽팔리지만 저보다 더 무기를 잘 다룹니다.
도끼면 도끼, 창이면 창, 궁술이면 궁술……. 검이면 검!
그리고 며칠 전 희망을 봤습니다.
오크 대전사들의 대공격 앞에서도 혼자였던 영주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잔머리를 굴리는 게 보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그걸 문제 삼지 못하게 합니다.
볼매영이라고나 할까?
그게 뭐냐고요?
볼수록 매력 있는 영주라는 말입니다.
그런 영주 눈빛을 그때 제대로 봤습니다.
죽음이 닥칠 때 우리 용병들은 외칩니다.
태어날 때는 달라도 죽을 때는 다 같이 뒈지자!!
영주 눈빛이 마치 그것과 같았습니다.
참으로 인간적인 영주…….
그날 다짐했습니다.
목숨을 부지한다면 전 이 영주에게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고 말입니다!
이제 나이도 먹어 찬이슬 맞으며 잠자는 것도 이골이 났습니다.
볼품없는 영지지만 이곳 영지민 1호는 제가 하고 싶습니다.
용병 대장 탈만.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아주 소박합니다.
볼매영 발바닥 확실히 핥아주면서 이 영지에서 노령연금 받으며 살 겁니다.
그리고 많이도 말고 딱 스무 살 어린 과수댁 만나 영지에 뿌리 한 번 내려 보렵니다.
오크들 문제는 해결됐냐구요?
아니요……. 그래서 이 소망이 처절하게 간절합니다.
다니엘 장! 영주님! 오늘도 당신의 무한 능력을 제 눈에 보여주세요!
# 21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