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3
22장. 피자핫의 그녀
“자, 장태산……, 이게 뭐냐?”
“뭐가요?”
“니가 어떻게 만점을…….”
“선생님 그거 인간 차별적 발언입니다~.”
“우와와와와와와!”
“뭐여? 태산이가 만점?”
“쌤 저 새끼 컨닝했을 겁니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지? 그렇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합니다!!!”
황금 같은 금요일 종례 시간이었다.
난리가 났다.
평소 자기들과 동급으로 놀던 내가 만점을 받자 친구 놈들이 더 지랄이었다.
이래서 적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라고 성현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자식들, 니들도 죽다 살아와 봐라.
세상이 달라 보일 거다.
“장태산……, 설명이 필요한 것 같지 않냐? 내 교직 생활 통틀어 이런 경우는 없었다.”
담임이 놀라 믿지 못하며 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중간고사 결과 성적표가 배부되는 중이었다.
친구들 누구도 믿지 않았다.
성적이 하루아침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쩌랴 문제가 쉬운걸.
“문제들이 너무 쉽던데요?”
“쉬워?”
“네. 병원에서 착실하게 교과서 위주로 공부만 했습니다. 뇌진탕에 걸리더니 머리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와! 저 새끼. 지가 무슨 판타지 주인공이야?”
“교과서 위주? 재수 없는 새끼 구라를 정도껏 쳐라!”
“우우우우우우! 장태산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너 주먹으로 내 대가리 한 번 때려봐라.”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친구 놈들이 생난리를 쳤다.
그래 나라도 안 믿고 싶을 상황이다.
“오늘 모두에게 피자 쏜다.”
“…….”
피자라는 말에 교실이 조용해졌다.
“부족해? 그럼 피방비도.”
하나 더 미끼를 던졌다.
“태, 태산이가 머리가 좋았지?”
“그래! 우리 태산이가 공부는 좀 했었어.”
“뇌진탕으로 머리가 각성됐다고 나 인터넷에서 봤어!”
“태산아! 난 널 믿는다!”
“쌤! 태산이는 천재입니다!!!”
“장태산 만세! 만세! 만세!”
하하하.
이런 조삼모사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니들을 안다.
만세까지 나오면서 오해가 깔끔하게(?) 풀렸다.
남학교에서만 통할 수 있는 억지스러운 광경이었다.
추석도 끝나고 휴식의 여운도 남아 있었다.
아직 고3은 아니라 애들 마음이 풀어질 때였다.
분위기 흐리던 놈이 사라지자 교실은 평화가 찾아왔다.
급식도 완벽하게 달라졌다.
이사장님과 대면한 그 다음날부터 요사한 영양사 아줌마가 사라졌다.
새로 급히 뽑힌 이십 대 중반의 영양사 누나가 왔다.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땄을 법한 영양사 누나는 열정이 넘쳤다.
세상에! 그날 점심부터 제육볶음으로 고기를 깔기 시작하더니 오늘 점심에는 통닭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왔다.
영양사 누나 수호 모임까지 발족 되었다.
적당히 통통하고 귀여운 누나는 학교 인기 순위 1위가 됐다.
급식이 달라지자 애들 영양 상태도 좋아졌다.
고기뿐만 아니라 질 좋은 지역 농산물을 수급해 반찬으로 제공했다.
하루에 1,500명이 많은 양의 재료를 소모하자 시장 상인들 칭찬도 자자했다.
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수천 명이 행복을 맛봤다.
2017년 대통령이 파면 당하고 맛봤던 국민들 행복감과 비슷했다.
“그래! 태산이가 요즘 멋져졌다. 태산아 축하한다. 니가 전교 1등이다! 모두 박수!”
짝짝짝짝짝짝!
요란하게 박수가 울렸다.
속이 훤히 보이는 꼼수였다.
그래서 더 귀여웠다.
“휘이이잇!”
“난 두 판 먹을 거다 태산아!”
“니 지갑 내 거다! 크크크.”
전교 1등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질투도 없는 친구 놈들이었다.
어차피 만점이라는 점수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압도적 위치였다.
“다들 적당히 놀고. 사고치지 마라.”
쌤이 웃으며 종례를 마쳤다.
참 좋은 선생님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차렷! 경례!”
“쌤 사랑합니다.”
“그래 나도 내 새끼들 사랑한다.”
특이한 우리 학급만의 인사법이었다.
그렇게 종례가 끝나고 우리 반 애들은 우르르 시내로 질주했다.
줄은 역시나 개판이었다.
배고픈 늑대들에게 먹잇감 앞에서 줄을 서라는 게 말이 안 됐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시내 중심가.
피자핫!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4시, 자리는 많았다.
피자핫에는 여중과 여고생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늑대들은 습격을 시작했다.
“어머니! 패밀리 사이즈 콤비네이션하고 콜라! 사이다! 스파게티! 그리고 아무거나 많이 주세요!”
“저희 먼저 주세요!”
“어머니. 배고파요! 저부터 주세요!”
기다리지 못하고 우르르 카운터에 몰려간 늑대들이 주문을 시작했다.
“우리 새끼들 무슨 일 있어?”
피자핫의 주인장인 아주머니는 어머니로 통했다.
큰 아들이 우리 학교 선배였으며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도 있었다.
아주머니는 장주 고등학교 학생들을 아들이라 불렀다.
“중간고사 만점 받은 놈이 오늘 쏜대요.”
“만점?”
“네! 얼마 전에는 학교 일진도 박살냈던 친굽니다!”
“일진? 아! 장태산?”
“어머니도 아세요?”
“그럼 우리 막둥이가 학교가 조용해졌다고 얼마나 자랑했는데. 장태산 학생이 누구야?”
“저기 있네요. 저기.”
“어머. 키도 크고 잘생긴 학생이네~.”
“저 새끼가 잘생겨요?”
이런 여기까지 유명인사가 됐네.
반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었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은 없었다.
지역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만이 누리는 프리미엄이었다.
타 학교 학생과 주먹질을 해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먼저 될 수 있었다.
교복 입고 학교 주변 상점에서 차비를 빌려도 8, 90퍼센트는 성공한다.
장주 시내에서는 우리 학교가 곧 명함이었다.
지금도 여학생들이 힐끗 내 친구들을 살폈다.
호기심은 많지만 모태솔로 전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라 다들 실전 연애 방법을 몰랐다.
먹을 거에 팔려 자신들이 여학생들 심사대에 올랐다는 걸 모른다.
그러다 여학생들이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어머니. 애들 배 터지게 만들어 주십시오.”
카운터에 다가가 넉살좋게 말했다.
“얘들 배 터지게 먹이려면……, 감당할 수 있겠어?”
“돼지들도 배 터지게는 안 먹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피자핫의 안주인 어머니가 나를 조용히 바라봤다.
한참 크는 남자들이 얼마나 먹는지 아는 분이다.
나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래. 그렇다면 피자 한 번 거하게 뽑아볼게.”
어른들은 눈빛만 봐도 안다.
특히 장사하시는 분들은 감이 좋다.
나에게서 돈 냄새가 나는 걸 아셨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전생이었다면 꿈도 못 꿨다.
피자 패밀리 사이즈 한 판에 2만 원이 넘었다.
40마리의 돼지들은 인당 한 판씩 먹어 치울 기세로 피자와 싸웠다.
진짜 많이 먹었다.
스파게티에 훈제치킨, 샐러드까지 마구 퍼먹었다.
음료수는 그냥 목구멍을 열고 털어 넣었다.
그런데 이 새끼들 친구 맞아?
내가 그렇게 말했다 치더라도 걱정해줘야 친구 아니겠는가?
그러나 누구 하나 내 주머니 사정을 묻지 않았다.
배 터져 죽을 돼지 같은 새끼들…….
“끄으윽~. 나 배터질 것 같아.”
“그럼 콜라 마셔 새꺄. 트림하면 더 들어가.”
“그럴까? 아까는 사이다 마셨더니 덜 꺼진 것 같아.”
“종철이 새끼는 화장실 가서 토하고 와서 먹더라.”
“와! 징한 새끼…… 본받아야겠다.”
“태산이 새끼 지갑 빵구 내 버리자!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개잘하는데 돈까지 많으면 우리 인생이 억울하잖아!”
“맞아! 더 파이팅하자! 아구창 찢어지도록!”
곳곳에서 친구들의 파이팅이 넘쳤다.
와아…… 진짜 사랑한다. 새끼들아!
눈물겨운 친구들의 사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친구들에게 언제 보시할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 수익도 수십 억이 넘었다.
쪼잔하게 100만 원도 아끼면 그건 남자도 아니다.
미친 친구들을 보며 홀로 카운터 옆 간이 의자에 앉아 콜라를 마셨다.
맥주가 아니라 서운했지만 어쩌랴 내 신세가 그런 걸.
피자 한 조각만 먹었다.
돈이 없을 때는 그렇게 먹고 싶던 피자였는데 이제는 엄마 된장국이 더 생각났다.
나이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저기요…….”
그때 쭈뼛쭈뼛 여학생 하나가 다가와 날 불렀다.
“네?”
제법 괜찮은 여학생이었다.
아니, 다시 보니 엄청 보기 좋았다.
발육 상태가…… 다른 여자 애들과 틀렸다.
몸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익숙한 얼굴은 뭐지?
그녀도 장주여고 1학년 여학생이었다.
“2학년이죠? 오빠, 핸드폰 번호 있어요?”
오빠!
여동생들이 부를 때와 다른 그 이상한 느낌이 까칠하게 피부를 일으켰다.
헐? 그런데 나 지금 번호 따임 당하는 거야?
역사적인 순간이다.
아! 헌팅 당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제법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오! 신이시여!”
“오빠라니! 장태산 재수 없는 새끼…….”
“삼 대 발기불능의 저주를 받으라!”
피자 처먹던 친구 놈들의 적의가 사방에서 풍겨왔다.
새끼들 그렇게 처먹여도 의리가 없다.
내가 먼저 딴 것도 아니고 여학생이 선수를 쳤는데도 나를 향해 적의를 보였다.
여학생은 생글거렸다.
많이 본 생김새였다.
그래도 명색이 아이돌로 단련된 나였다.
쿨하게 그녀의 요청을 물리쳤다.
“좋아하는 여자 있습니다.”
“네?”
뭐지? 황당하다는 그 표정은?
그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보기가 아주 드문 스타일이었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에게서만 풍긴다는 반짝이는 아우라도 느껴졌다.
“사귀는 사이에요?”
여학생이 당차다.
그러니까 남학생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이렇게 나에게 올 수 있었을 테지.
“아니요.”
“그런데 왜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짝사랑도 사랑인데 순결해야죠.”
“피이, 거짓말이죠?”
와아, 심장까서 보여줄 수도 없고.
그런데 웃는 모습에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지?
이런 게 심쿵 맞지?
교복 명찰이 보였다.
김서련…….
서련? 설마 그 서련?
둥!
머리를 해머로 때리는 충격파가 밀려왔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의 정체를 파악했다.
김서련.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아이돌이 아니던가!
우리 시가 배출한 최고 스타라는 칭호를 받던 서련.
그룹 FOB의 중앙 센터 미모 담당이었다.
한때 여자 아이돌 중에서 최고라 불렸던 그녀다.
그러다 나이를 먹은 후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2019년에 출현한 중국 드라마가 엄청난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내가 죽을 때까지도 가장 핫한 한류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지금 번호를 요구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딸랑.
그때 피자핫의 문을 열고 세 명의 여학생이 들어왔다.
침묵 속이었기에 그들의 등장은 시선을 모았다.
“헛!”
“우와와와…….”
“주, 죽인다.”
나를 향해 분개하던 친구들이 들어오는 여학생을 보고 감탄을 터트렸다.
뭐지? 누구야?
서련에 빠져 있던 애들에게서 시선을 빼앗은 존재는!
나도 입구를 바라봤다.
그때 나와 눈이 마주치는 한 여인.
“장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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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