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5
24장. 미래를 찍고 온 고삐리
“죽여 버린다. 개새끼…….”
최혁찬은 이를 갈았다.
피자핫에 들렀던 아는 계집애가 연락해왔다.
최혁찬이 사랑하는 그녀가 장태산과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이다.
씨름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왔다.
의욕이 없다.
고3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었다.
요즘 실력이 부쩍 떨어졌다.
씨름으로 유명한 용인 대학교에는 감히 입학할 생각도 못했다.
과거 농고라 불리던 학교에서 배운 것도 없다.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었다.
그 동안 주먹으로 왕처럼 살았지만 이제 남은 건 군대와 양아치 인생뿐이었다.
1학년 때 집중을 받았지만 씨름이라는 스포츠는 1등만 기억했다.
운동 부족으로 근육량도 줄고 스트레스에 피고 있는 담배로 폐활량도 떨어졌다.
그런 최혁찬에게 예린은 꿈이었다.
가질 수 없어 더욱 더 애절한 소망이다.
4년 전 예린이 같은 중학교에 전학을 왔다.
그 때 최혁찬은 여신이 재림한 듯한 환상을 봤다.
감히 그녀에게 사귀자는 말은 못했다.
시골 여중생들을 압살하는 하얀 피부와 분위기, 학업 성적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그래도 혁찬은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혁찬은 예린을 살폈다.
통학 버스 안에서 누구도 예린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혁찬이 소문을 풀어놓아 감히 누가 나서지 못했다.
그냥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좋았다.
시내에도 소문을 쫙 냈다.
논다 하는 애들 모두 예린을 보면 혁찬에게 보고를 했다.
그런데 오늘 사건이 터졌다.
“장태산…….”
최혁찬을 이를 갈았다.
놈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놈은 방학 동안 뭔 짓을 했는지 장주 고등학교 일진들을 모조리 정리했다.
돈도 많고 뒤에 권력자도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장주 고등학교 홍성현에 대해서 혁찬도 알았다.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그럭저럭 하는 놈에 빽도 좋았다.
시내에서 마주치면 인사는 하는 정도로 서로를 인정했다.
그런 홍성현이 개발렸다.
“혁찬아.”
아지트로 사용하는 노래방에 혁찬의 친구가 들어왔다.
“왜?”
혁찬은 까칠하게 나갔다.
오늘 누구 하나라도 걸리면 죽여 버릴 기세였다.
“형님이 오래.”
“어떤 형님?”
“기동 형님이 너 데려오래.”
“기동 형님이?”
최혁찬은 놀랬다.
기동 형님이라 불리는 조폭은 시를 장악한 역전파의 행동 대장이었다.
최혁찬 같은 애들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인데?”
“몰라. 너 데려오래.”
“알았다.”
혁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지 모르지만 기회였다.
어차피 운동을 포기하면 갈 곳은 하나였다.
조폭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군대도 가기 싫었다.
적당히 조직에서 지시한 칼빵이나 하나 놓고 빵에 갔다 오면 됐다.
또래보다 주민등록이 한 살 어리게 기재된 최혁찬.
아직 처벌이 경미한 소년범죄 대상이었다.
***
“아버지, 어머니. 시내에 집 한 채 구입했으면 합니다.”
“집?”
“시내에?”
오붓한 아침 시간이었다.
피자 사건은 어제부로 마무리 됐다.
돼지 같은 친구 놈들이 무려 98만 원어치를 먹었다.
음료는 서비스로 처리돼서 그 정도였다.
거의 1인당 한 판씩 아작을 냈다.
그래도 좋았다.
예린 선배와 서련의 피자 값도 내가 직불카드로 시원하게 긁었다. 그 자리에서 피자 먹던 분들을 위해 골든벨까지 울렸다.
돈이 썩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러고 싶었다.
회귀한 후 처음으로 만점을 받은 기념적인 파티자리였다.
우 예린, 좌 서련을 얻은 기쁨도 있었다.
처음으로 어제 예린 선배에게 먼저 문자도 받았다.
피자 잘 먹었다며 수능 끝나고 자신이 한턱 쏘겠다는 문자였다.
얼마나 기쁘던지.
서련이도 문자가 왔다.
취미가 뭔지, 좋아하는 아이돌은 없는지, 자기는 연예인 지망생이니 지금 잘 보이라는 둥.
확실히 문자 수준이 달랐다.
서련은 딱 요즘 애들이었다.
그에 반해 예린 선배는 요조숙녀 필이 났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쉬는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수련을 마쳤다.
여동생들은 오늘도 보충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갔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 호박 우렁 강된장에 텃밭에서 딴 상추와 깻잎으로 쌈을 싸먹었다.
역시 엄마 밥이 최고다.
“내년에 쌍둥이들 통학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저야 남자니까 그렇다지만 애들은 그 시간에 가까운 곳에서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통학을 해보니 시간이 많이 낭비됩니다.”
내 경험이었다.
딱히 음악 듣는 것 말고 할 게 없었다.
여학생 가방 쌓아놓고 공부한다는 것도 말이 안됐다.
버스가 늦을 때도 있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버스는 개판이 됐다.
사고 위험도 많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쌍둥이들은 여자들이다.
그들의 꿈을 위해서는 조용한 학업 장소가 필요할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우리 집 형편이 그 정도는 아니다. 태산이 네 인세 때문에 어찌 위기를 넘겼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아빠 말이 상식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아빠는 하나만 알고 나머지 둘, 셋, 넷…… 모른다.
철저한 협조 하에 어머니 통장에 돈을 적립했다.
가족 간에도 증여세가 발생된다.
엄마 통장으로 보낸 2천만 원으로 투자금을 삼아 기하급수적으로 불렸다.
후에 내 재산 증식을 문제 삼을 건더기를 없앴다.
최고 장점인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그래서 부자들이 안정적인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거다.
물론 통장이 있다고 해서 어머니가 관리하지 못했다.
부모님 두 분 다 인정에 약했다.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믿지 못했다.
살림만 하던 미술학도다.
내가 관리할 생각이다.
과거의 나도 이런 목돈을 만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돈에 대해 담담해져갔다.
간이 부은 게 확실했다.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수련한 이후로 냉정함이 나를 지배했다.
웬만해서는 감정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았다.
“이번에 또 증쇄를 했답니다.”
증쇄 신공이 벌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나갔다.
빨리 출간한 덕을 보는 것 같았다.
“음…….”
아버지가 할 말이 없으신 듯 짧은 신음을 냈다.
“그리고 이 집도 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집수리까지?”
“기와가 다 망가졌습니다. 건넛방 벽에 곰팡이가 핀 것을 보니 물이 샌다는 증거예요. 잘못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요. 그리고 어머니 부엌도 바꿀 때가 됐습니다. 지금이야 그렇지 나이를 더 드시면 편한 시스템이 좋습니다. 제 방도 이제 한계이고요.”
“태산아 정말 괜찮겠어?”
어머니가 놀라 물었다.
살림만 아시는 엄마가 봐도 무리라는 걸 아실 것이다.
아마 엄마가 은행에 가서 본인 계좌를 확인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두 분 다 시간 있으시죠?”
“지금?”
“네. 토요일이잖아요. 이런 일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집수리는 제가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택 전문 수리업체를 찾았다.
견적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가격이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래봐야 어머니 통장에 하루에 꽂히는 것보다 적다.
“곧 겨울입니다. 그 전에 빨리 처리해야죠.”
내 방은 생각보다 춥다.
난 상관없지만 여동생들이 문제다.
찬 공기가 방까지 침투해 겨울이면 감기에 자주 걸렸다.
“그래 알았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경계를 아는 합리적인 분이시다.
다른 부모라면 자식 통장에 얼마나 꽂혔는지 물어보시고 관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달랐다.
자신의 처지를 알지만 비관적이지 않으셨다.
그래서 난 나를 믿어주는 아버지가 좋다.
“우리 아들이 가끔 보면 도깨비 같단 말이야~ 장태산. 너 내 아들 맞지?”
에이, 그 도깨비 저만도 못해요.
도깨비, 생각보다 불쌍합니다.
심장에 검도 꽂고 다녀야지.
사랑하는 여자를 마음대로 사랑하지도 못하지~.
그게 할 짓은 아니잖아요.
돈만 많은 불쌍한 도깨비랍니다.
“네. 도깨비 아닌 주설란 여사의 장남 장태산이 맞습니다!”
***
“오늘도 조용하네…….”
행복부동산의 사장 유길태는 손님 한 명 찾아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입맛을 다셨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지금 난리였다.
판교 신도시 청약광풍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집값이 폭등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버블세븐 지역을 선정하고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또한 평당 1천5백만 원이 넘는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휩쓸었다.
하지만 아직 지방까지는 그 이슈가 못 미쳤다.
집값이 소폭 올랐지만 딱 그 정도였다.
딸랑.
그 때 부동산 문이 열렸다.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중년 부부와 아들로 보이는 세 사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30년 간 부동산 업자로 살아온 유길태는 두 부부가 돈이 많지 안다는 걸 알았다.
중년 남자의 검게 탄 얼굴과 손발이 농사꾼임을 말했다.
그래도 놀고 있느니 월세 건수라도 잡기를 원했다.
“집 좀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몸도 좋고 잘생긴 아들이 나섰다.
그에 반해 부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지? 이 녀석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을 많이 상대한 유길태는 태산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가진 자의 여유가 풍겨 나왔다.
“어떤 집을 원하시는지요? 주택도 있고 아파트도 있습니다. 요즘 매물이 귀하지만 전세하고 월세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말씀만 하시면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한 건만 성공해도 수십만 원 복비가 들어왔다.
유길태는 손님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아파트 보여주세요.”
“평수는 얼마면 되겠습니까? 소형 평수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고등학생 아들이 나서고 여전히 부부는 조용했다.
유길태는 속으로 이상하다 느끼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기 아파트 어때요? 대형 마트도 지척이고 학교도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난 마음에 든다. 아들.”
“아빠도 괜찮다.”
“그럼 여기로 하죠.”
태산이 길 건너 아파트를 가리켰다.
유길태는 태산의 말에 깜짝 놀랐다.
유길태 부동산이 주로 취급하는 아파트가 바로 최근에 완공된 부동산 앞 아파트였다.
1천 세대 규모로 오정그룹에서 신축했지만 분양 후 완공까지 물량이 남았다.
그것도 대형 평수 위주였다.
“65평 있다고 들었는데 남았나요?”
“네? 6, 65평요?”
딱 100가구만 분양된 65평 아파트.
평당 800만 원으로 2006년에 이 시에서는 최고 분양가였다.
이곳 시민들 수준을 생각지 못한 파격적인 분양이었다.
“없어요?”
“있습니다! 그것도 최상층부터 다양하게 남아 있습니다!”
유길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분양 물건을 판매하면 수수료가 장난 아니었다.
비공식적으로 20퍼센트까지 책정되었다.
한 건으로 1억 원 가까운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25층 남았나요?”
“물론입니다. 최상층인 25층부터 고르시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나 DC 가능합니까?”
“네?”
씨익 태산이 웃었다.
“에이 선수끼리 왜 그러세요. 다 알고 왔습니다. 분양가에서 19프로 빼고 주세요.”
“헛!”
유길태는 신음을 질렀다.
분명 나이가 어리건만 눈빛은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 같은 눈앞의 학생.
유길태는 몰랐다.
태산이 미래를 한 번 찍고 온 모양만 고삐리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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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