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69
269장. 화랑에서 (3)
‘뭐야? 이 여자는?’
전주희는 안면 있는 장찬우 교수 옆에 서 있는 그림 같은 중년 여인에게 질투를 보였다.
연대 그룹이 오정에 밀리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자식들의 외모였다.
오정그룹 자녀들은 뭔가 포스가 달랐다.
다른 재벌 집 자녀들 중에서도 독특했다.
묘한 개성으로 똘똘 뭉쳐 범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연대 그룹 자녀들은 핏줄 영향이 커서 그런지 아름답다거나 잘생겼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중년 여인은 서 있는 자체만으로도 위화감이 들었다.
중년 나이임에도 30대 중반 같았다.
잔주름이 보였지만 피부도 깨끗하고 몸매도 날씬했다.
분위기는 고귀함이 흘렀다.
수없이 많은 상류층 부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기품 넘치는 중년 여인은 드물었다.
돈을 발라 성형 수술을 하고 피부 관리를 해도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흉내 낼 수 없었다.
상류층과 그 아래층을 나누는 기준이 바로 품격이었다.
그래서 대기업 사모나 자제들이 문학을 공부하고 미술과 음악, 예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였다.
‘누구야? 어느 그룹 사모야?’
상대를 모르다 보니 전주희는 긴장했다.
일단 정체를 알아야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장 교수 이분은 누구야?”
홍인대 사모가 관심을 보였다.
“제 동창입니다. 장모님 얘기 들으셨죠. 동룡 주 회장님 막내 따님요.”
“아! 주 회장님!”
“네~. 요즘 엄청 잘 나갑니다. 중용 대학교도 여기 설란이가 샀어요.”
“맞아! 중용대학교 넘어갔다던데 주 회장 따님이 사셨구만. 반가워요. 나 홍인대 오동숙이에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같은 학교 재단 소유자인데 잘 지내야지요~. 우리 잘해 봅시다.”
홍인대 사모 오동숙은 활짝 웃음을 만들었다.
사학들끼리 안면 트면 좋은 이점이 많았다.
‘중용대 제값 주고 넘겼다던데……. 돈 냄새가 나…….’
오동숙은 귀신 같이 돈 냄새를 맡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흔쾌히 목돈을 투척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옆에 서 있는 연대 그룹의 전주희보다 더 돈 냄새가 더 강하게 풍겼다.
“이거 제가 찜한 거 모르시죠?”
전주희가 다짜고짜 나섰다.
“네?”
“이미 이모하고 구두로 계약했어요. 그러니까 그쪽이 포기하세요.”
“누구세요?”
“저는 연대 전주희라고 해요~.”
전주희가 도도하게 고개를 들며 자신을 알렸다.
대부분 이 정도라면 알아서 꼬리를 말았다.
그리고 동룡 그룹 정도라면 연대 앞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일 년 매출 차이가 거의 10배나 났다.
“중용 이사장 주설란이라고 해요.”
‘뭐지? 지금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그깟 사학재단 하나 소유했다고 당당히 나서는 주설란에 전주희는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아버지 때문에 조용히 살고 있지만 전주희는 성격이 강했다.
“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거예요?”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주설란이 웃었다.
그러자 칙칙했던 지하 수장고가 환하게 밝아졌다.
전주희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화신이었다.
보고 있던 장찬우 교수가 헤벌쭉 입을 벌릴 정도다.
‘역시 주설란!’
홍대 퀸이 진짜 살아 돌아왔다.
그것도 거의 공작 부인급 포스를 풍기며 말이다.
“이모. 현찰 1,000억에 주시기로 했잖아요. 지금 쏴드릴게요. 돈이 급하다고 하셨으니까……. 10억쯤 더 얹어 드릴게요.”
“주희야……. 껌 값도 아니고 10억은…….”
오둥숙은 기분이 나빴다.
서민들에게 10억은 큰돈이지만 이런 거래에서는 수수료 밖에 안 됐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수백억 융통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얘는 통이 작아 큰일은 못하겠네. 쯧쯧.’
오동숙은 전주희의 배팅에 그녀의 미래를 봤다.
본처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돈 냄새와 사람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하는 오동숙이었다.
다만 배 아파 낳은 자식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이모!”
전주희가 다시 한 번 다그쳤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그때 그림 한 점을 들고 나타나는 청년.
“!!!”
전주희는 그 그림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 자식이 어떻게…….’
우연히 발견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못했다.
모든 능력을 동원해 알아본 바에 진품일 가능성이 90퍼센트가 넘는다는 샤갈의 그림.
동룡 주설란을 엄마라 부르는 미청년 손에 딱 들려있었다.
그냥 동네 표구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그림을 든 것처럼…….
***
‘이번에는 연대야?’
대한민국 참 좁은 곳이다.
강남에서 옷깃만 스치면 대기업이나 상류층과 다 연결됐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대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썩 친하게 지낼 것 같지 않았다.
돈이 넘치니 인연 또한 넘치는 것 같다.
“이 잘생긴 청년은 누구?”
“장모님. 설란이 아들입니다. 한국대 법대생입니다.”
“오! 아들 잘 키웠네. 인물도 훤칠하고……. 어째 이 늙은이가 중매 좀 서줘?”
장 교수 장모님이라는 곱게 늙고 있는 할매가 눈동자를 빛냈다.
중매는 필요 없었다.
지금 넘치는 여인들도 과했다.
“말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직 신입생입니다.”
“그래? 풍기는 기도는 어디 회사 대표라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투자회사 대표예요.”
엄마가 나섰다.
우리 엄마가 원래 아들 자랑하고 그런 분 아닌데 요즘 변했다.
지금도 중용 이사장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명함이 엄마 어깨를 펴게 만들었다.
연대 그룹 앞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진작 하나 사드릴 걸 하는 후회감이 들었다.
“투자회사? 어디?”
“안아 그룹 인수 한국 파트너였어요. LOR 투자법인입니다.”
사무실에 다녀왔던 엄마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봉은사 앞 20층 건물이 아들 투자 회사 건물이에요.”
“어머……. 그래요? 어린 청년이 벌써 그렇게 큰일을 했나요?”
말투가 급격하게 변했다.
동시에 할머니 눈빛이 요사하게 변했다.
“학교도 아들이 사줬어요.”
“??? 하, 학교도?”
“설란아 진짜야?”
“독학으로 주식과 선물을 공부한 것 같아요.”
조신하고 차분하게 별일 아니라는 듯 발언하는 엄마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이제 대학교 신입생 아들이 투자로 대학교를 사주고 투자 회사 대표로 큰일을 해냈다는 걸 저들의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서서히 소문이 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엄마가 원한다면 오늘 아들 자랑하라고 놔뒀다.
“그런데 장 대표님. 그 그림 왜 들고 있어요?”
할머니가 장 대표님이라고 호칭하며 물었다.
“위작인데도 느낌이 괜찮아서요.”
“그렇죠? 싸구려지만 느낌이 독특했답니다.”
“말씀 놓으세요. 듣는 제가 민망합니다.”
“그럴까요?”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장 대표 그럼 말 놓을게~.”
“네. 사모님.”
“어쩜 이렇게 싹싹할까. 여자 친구 필요하면 말해요. 내가 참한 규수로 소개시켜 줄게.”
“감사합니다~.”
굳이 웃으며 다가오는 인연자에게 얼굴 굳히며 갑질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 바닥 좁았다.
엄마의 사립학교 이사장 놀이를 위해서는 이런 인연이 필요했다.
“이모! 지금 한가하게 이런 말 나눌 때가 아니잖아요. 빨리 계약 마무리 지어야죠. 변호사 선임하고 이것저것 처리하려면 일주일도 짧아요!”
연대 아줌마 성격이 급했다.
그 와중에도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샤갈 진품을 곁눈질했다.
– 예전에 저 보고 놀라고 간 여자네요. 사진 찍어 갔으니까 대충 알아 봤나 봐요.
예의가 넘치는 샤갈 형님이다.
신계로 보내주면 이제 피카소 팀이 아니라 샤갈 팀으로 불려야 할 것 같다.
피카소 저 아저씨는 믿음이 안 갔다.
혼자만 살겠다고 동료를 내팽개친 모차르트와 다를 바 없었다.
“교수님~”
“응?”
“저도 이 건물 마음에 듭니다. 소장 컬렉션들도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소장자의 안목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어머머~ 부끄럽게 왜 그런데. 태산이 너 다른 여자들 앞에서 그러지 마라. 그냥 몇 명은 말만으로도 쓰러지겠다.”
할머니도 여자인 척 목소리를 가늘게 하며 입을 가렸다.
칭찬 몇 마디에 얼굴에 홍조를 띤다.
“뭐에요! 나 전문구 회장님 딸이에요. 지금 연대 그룹 무시하는 거예요!”
연대 그룹 회장 딸이 분명한 전주희 아줌마.
TV에서 자주 보이던 얼굴이 아니다.
연대 그룹 회장급들은 언론에 자주 등장했지만 그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정과 완전 다른 행보를 보였다.
“무시가 아니라 경쟁하자는 겁니다. 사모님, 아직 매매계약 전이죠?”
“물론이지~.”
“이 자리에서 빨리 결정하고 식사하러 가시죠. 제가 근사한 곳에서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럴까? 오늘은 장 대표 만난 기념으로 할미가 살게.”
“!!!”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전주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아직 수준이 멀었다.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남겼다.
– 적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내 판단이 흐려진다.
지금 아줌마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다.
안아 한국 투자 파트너라는 말을 이해 못하고 있었다.
자수성가해 중용 대학교를 구입했다는 말은 흘려들어 버린 것 같다.
판단력이 흐렸다.
큰 사업 하기는 글렀다.
물론 나를 미워해도 된다.
여차하면 돈질로 화끈하게 뭉개버리면 그만이다.
“이모! 1,100억 더 드릴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돈 주면서 성질이다.
듣는 이모 기분 나쁘게 말이다.
“주희야…….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쌍둥이 막내 여동생과 이름은 같은데 싸가지는 확실히 틀렸다.
홍인대 사모 얼굴이 굳어갔다.
한때 잘나가던 사모님 상대로 1,100억을 던지며 뭉갰다.
“좀 약하지 않나요? 좀 더 쓰셔야 할 것 같은데요~.”
살짝 조미료를 뿌렸다.
샤갈과 피카소 그림이 진품임이 밝혀지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몰랐다.
한눈에 봐도 깨달음의 절정기에 그렸던 작품이다.
그 이외에도 저 평가된 그림이 많았다.
건물 값도 대로변 안쪽에 위치해 제법 나갈 판이다.
미래 투자가치로도 그만이었다.
“넌 빠져! 어른들 얘기하는 거 안 보여!”
이 아줌마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싫습니다.”
“이이이!”
“사모님 제가 구매하겠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교수님 안면도 있는데 그냥 넘어가기가 그렇습니다. 그림들도 전부 마음에 듭니다.”
“그러면 나야 좋지~.”
홍인대 사모 얼굴이 활짝 펴졌다.
쩨쩨하게 1,100억에 굴하지 않았다.
사업 좀 할 줄 아는 할매다.
자식 사업 빼고.
“1,200억! 더 이상은 안 돼요!”
1,200억까지 나왔다.
이것저것 시세가 한때 2,000억까지 나갔던 화랑이었다.
미술관에 준할 정도로 개인 소장 그림들이 많았다.
엄마 위신을 세우기에 좋았다.
오늘 사건 저 할매가 사방에 떠벌릴 게 분명했다.
“1,500억 드리겠습니다. 제 기준에는 그게 맞습니다.”
“…….”
잠시 흐르는 침묵.
“1,500억 맞아? 정말???”
장찬우 교수가 확인하듯 물었다.
“현찰로 드리면 되죠. 아니면 카드도 돼요?”
“그 가격에 넘기겠네!”
할매 입에서 허락이 떨어졌다.
“이모오오오오오!”
– 대기 중이던 여러 신들이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를 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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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