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75
275장. 클럽에서 (2)
“저희 클럽을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영광?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
가드들이 고개를 90도로 꺾었다.
누가 보면 이 동네 양아치인 줄 착각할 만한 액션이다.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두 여성은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입장불가라는데 소리치며 싸울 것까지 없었다.
성 차별에 고소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사라질 뻔했다.
무지한 건 용서가 되지만 무식한 건 답이 없었다.
“VIP룸 비었습니까?”
“특실 말씀하십니까?”
“네~ 가장 안쪽에 있던 룸 확인해 주십시오.”
그때 박살 낼 때 보니 가장 좋은 방 같았다.
“모시겠습니다.”
검은 양복 차림의 가드가 안내했다.
“오~ 오빠 선수구나?”
김한별이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다.
“정식 방문은 처음입니다.”
“에이~ 클럽 오는 데 정식 방문, 약식 방문이 어딨어. 그냥 왔으면 왔다고 양심 고백해요. 나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에요~.”
여기서 속 좁은 여자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가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두우~♪ 두루루루루루 두우우우~♬.
귀를 찢는 소음이 문을 열자마자 들렸다.
일렉트로니카 클럽음악이 정신을 혼미하게 울렸다.
10년 뒤쯤 클럽을 점령한 음악과는 색이 많이 달랐다.
“꺄아아아아~!”
흥을 주체하지 못한 고음의 비명이 사방에서 들렸다.
광란의 도가니가 따로 없었다.
아직 여름 기운이 남아 있어서인지 반라에 가까운 짧은 옷차림의 여성들이 과격하게 춤을 췄다.
꽃들 옆에 벌들도 부비부비를 하느라 바쁘게 설쳤다.
2020년과 달리 이때만 해도 남녀 간의 스킨십이 자연스럽고 또 한편으로 관대했다.
뜨거운 욕망과 알코올, 음악이 주는 쾌감에 젖어 남녀들이 한때인 청춘을 불태웠다.
그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에 클럽 안은 후끈거렸다.
“오빠 여기 죽여!!!”
홍콩 가이드 아가씨 완전 신났다.
그녀 덕분에 나도 호강했다.
지난번 방문 때는 눈이 돌아가 있어서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온전히 클럽 분위기를 즐기러 왔다.
젊은 청춘들의 열기에 전염이 되어 나까지 뜨거워졌다.
가끔 답답할 때마다 신계에 넘어가 진이 누님과 뜨겁게 춤을 추곤 했다.
그때의 필이 왔다.
“담당 노아입니다.”
나이트도 아니고 클럽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룸 담당이 따로 있었다.
가드가 물러나고 30대 초반의 날렵한 인상의 웨이터가 나타났다.
나비넥타이가 아니라 깔끔한 셔츠 차림이었다.
“들어가십시오.”
VIP룸 문이 열렸다.
“와아아……. 진짜 끝내준다. 홍콩 클럽보다 더 좋은 것 같아! 타샤 여기 오면 침 흘리겠는데?”
김한별은 홍콩 촌놈처럼 굴었다.
룸을 자세히 봤다.
새로 구입한 검정 대리석 탁자와 가죽 소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설에 천장에는 넓은 화면으로 스테이지가 보였다.
VIP라 불리는 인간들이 이곳에서 술 마시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 여인들을 이곳에서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음도 완벽했다.
문이 닫히자 바깥 음악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저녁으로 먹을 안주 몇 가지 준비해 주십시오. 과일 안주도 부탁합니다. 술은 싱글 몰트, 맥주 시원한 녀석으로 몇 병, 와인도 가격에 구애 받지 말고 가져오십시오. 샴페인으로 돔페리뇽 준비 되죠?”
“물론입니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 잘 부탁합니다.”
태도 역시 건방 떨지 않았다.
김한별의 취향을 몰라 술은 다양하게 주문했다.
“VIP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개를 바짝 숙이는 웨이터 노아.
지갑에서 수표 100만 원을 꺼내 건넸다.
“감사합니다!”
넘치도록 모은 돈 이럴 때 쓰는 거다.
수표를 받아든 노아는 영혼이라도 빼줄 것처럼 눈빛을 빛냈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돈은 역시 정직했다.
“부킹은 필요 없고 조용히 놀다 갈 겁니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방금 주문한 안주와 술값만으로도 수백이 훌쩍 나갔다.
이 정도 사용해야 룸에 앉을 자격이 됐다.
웨이터 노아가 고개 숙이고 나갔다.
“오빠 뭐하는 사람이야? 진짜 부자였어? 러시아 애들에게 정말 10억 달러 쏜 거야? 진짜야? 망한 거 아니지?”
오고가는 주문과 돈에 김한별은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호기심이 많은 여자다.
“아직 먹고 살 만합니다.”
“마약 거래해?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이 땅 부자야? 그룹 회장도 몸값으로 10억 달러는 못 쏘는데……. 왜 차장님이 보호해 주는 거야? 으아아아! 미치겠네!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이건 상식적이지 않아!”
호기심이 많은 전직 블랙요원이 두 손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특이한 제스처다.
“세상은 상식과 비상식이 해와 달처럼 공존하며 돌아갑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이거나 없는 건 아니듯 말입니다.”
“오빠 맞네~ 아제~ 흐흐.”
김한별은 웃음이 많았다.홍콩에서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농담을 던지던 그녀였다.
백치미가 있는 그녀가 블랙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오빠~나 먼저 스테이지 밟고 올 게~.”
“맨 정신에 말입니까?”
“어머~ 외모와 스타일은 여자 킬링 머신 같은데 생각은 왜 이렇게 노땅이에요! 춤은 맨 정신으로 비벼야 제맛이죠~ 술 마시고 춤추면 그건 춤에 대한 예의가 아니랍니다~ 아재 오빠!”
손을 흔들며 김한별이 밖으로 나갔다.
“귀신에 홀린 건 아니지?”
넓은 룸에 앉아 고개를 저었다.
밥이 클럽이 됐다.
앞으로 김한별의 직장 문제는 해결해 줄 생각이다.
내 목숨 값은 클럽 따위로 때울 만큼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그녀도 목숨을 내놨었다.
대가는 충분하고도 넘치게 줘야 이치에 맞았다.
똑똑.
노크와 함께 노아와 보조 웨이터가 술을 세팅했다.
이렇게 대놓고 룸에서 술 마셔보는 건 이번 생에 처음이었다.
미성년자라는 걸 저들은 몰랐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호출하실 일이 있다면 벨을 눌러주십시오.”
사라지는 두 웨이터.
“제법 추는데?”
그 사이 화면에 김한별이 보였다.
어느새 무대 중앙까지 진출해 열심히 몸을 흔들고 있는 그녀.
강남 성형 미인들 사이에서 혼자 귀여움으로 빛을 발했다.
그녀가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블랙 요원이라지만 직장도 잘리고 홍콩에 갈 수도 없는 김한별이었다.
몸을 흔들며 신나게 스트레스를 푸는 게 보였다.
“응?”
그때 열정적인 김한별에게 다가가는 한 남자.
가까이 근접해 몸을 비비적거렸다.
싫다고 말하며 거부하는 김한별.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계속 춤을 췄다.
평일임에도 스테이지는 거의 다 찼다.
그런데 놈이 다시 다가갔다.
모자를 눌러써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제법 몸이 좋은 놈이다.
또로로록.
양주를 언더락 잔에 반쯤 채웠다.
단숨에 삼켰다.
화끈해지는 목젖과 위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콩에서는 몰라도 이곳은 대한민국 강남.
내 영역에서는 김한별을 보호할 의무가 나에게 있었다.
***
삐비비비 삐비비비~♬.
전자음 가득한 음악이 진동하는 스테이지.
“I Love My People~♪ 여러분 서로를 사랑하세요~ 오늘 밤 테마는 사랑입니다~ 뜨겁고 거친 사랑~I Love My People~♪~”
디제이의 화끈한 디제잉이 스피커를 울렸다.
“와아아아~”
“하아아~”
연속되는 격렬한 음악에 몸을 맡긴 청춘들이 땀을 흠뻑 흘리며 몸을 흔들었다.
현란한 사이킥 조명과 위장에 담긴 알코올, 향수에 젖은 땀 냄새가 서로를 도발했다.
수컷들은 마음에 드는 여인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몸을 흔들면서도 구애의 몸짓을 살피는 여인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냉정함을 표했다.
가드들에 의해 차단된 클럽 K의 수질은 최고였다.
텐 프로 급 아가씨들이 즐비했다.
기본적으로 업장에서 깔아 놓은 미녀들이 수십 명이다.
대표와 영업상무가 섭외한 강남 선수들이었다.
그에 못지않은 미녀들이 늘씬한 몸을 흔들며 공간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김한별.
무늬만 블랙요원이 아니었다.
체중 관리와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는 빠지지 않았다.
착 달라붙은 청바지로 드러나는 건강한 히프.
진하지 않은 화장에 조명을 받은 순수한 피부는 광택을 더했다.
모자를 벗고 머리칼을 늘어트린 김한별은 요염하면서도 섹시하게 자신을 어필했다.
향기 진한 장미 밭에 피어난 백합 같았다.
손짓과 몸태도 틀렸다.
홍콩에서 놀던 그녀의 춤은 격조가 달랐다.
곁눈질하는 경쟁 상대 여성들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남성들은 군침을 흘렸지만 대시 하지 않았다.
그녀가 풍겨내는 기운은 건들지 말라는 거부의 신호였다.
진짜 춤을 추러 왔다는 걸 모두가 알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한 남자가 다가갔다.
‘오늘 물 좋은데?’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다가가는 남자.
몇 년 사이 스타급 배우로 인정받는 연예인 차시훈.
신분을 감추고 조명 아래에서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가끔 욕망이 끌어오를 때 클럽을 찾았다.
그가 차시훈이라는 걸 알게 되면 열에 아홉은 품에 안겨왔다.
원 나잇이나 몇 달 잘 놀고 나면 여자를 바꿨다.
다른 간 작은 동료들은 텐 프로에 가서 몸을 풀지만 차시훈은 대담했다.
지금껏 실패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클럽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한눈에 날라리와 순진녀를 구별할 수 있었다.
차시훈의 목표는 언제나 때가 덜 묻은 신참들만 노린다는 것이다.
후~ 랄랄라~♬ 랄랄라~♫
묘하게 중독성 넘치는 가사와 음률이 남녀들의 심장을 자극했다.
차시훈도 욕망이 부쩍 끌어 올랐다.
이곳에 오기 전에 가볍게 약 하나를 먹었다.
매니저도 같은 인간 부류였다.
차시훈이 건져 온 여성들을 가끔 공유하기도 했다.
I Love My People~♪
노래는 격렬해졌다.
차시훈은 목표로 한 여성 곁에 다가가 신호를 보냈다.
눈을 감고 춤을 추던 여자가 눈을 떴다.
차시훈의 손이 여자의 엉덩이를 실수인 척 가볍게 스쳤다.
몸과 몸의 거리는 30센티.
숨과 땀 냄새가 서로 공유되는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뭐죠?”
김한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 몰라요?”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차시훈.
이 때쯤이면 여성들 반 이상이 놀라며 흥분했다.
조각 미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차시훈의 외모는 훌륭했다.
“몰라요. 방해되니까 비켜주실래요?”
김한별은 자꾸 달라붙는 차시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벼운 얼굴에 진실함은 전혀 없었다.
‘뭐야? 이 족제비는!’
룸에서 기다리는 장태산을 보고 왔던 김한별에게 이 남자는 전혀 느낌이 없었다.
건들거리는 몸짓과 저열하고 끈적끈적한 눈빛은 한마디로 밥맛이었다.
다른 놈들은 알아서 다가오지 않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뭉친 놈은 달랐다.
“나 차시훈이에요~.”
속삭이듯 말하는 놈.
“그래서요?”
김한별이 춤을 멈췄다.
짜증이 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룸에서 양주나 한 잔 마시고 얘기하죠. 절 모르시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좋은 남자입니다~.”
연기력으로 다져진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차시훈은 김한별의 손을 잡았다.
‘좋으면서 빼기는~ 흐흐.’
일단 룸에만 들어가면 모든 게 끝났다.
매니저가 세팅한 술에는 약이 들어 있었다.
한 잔만 마시면 눈앞의 여성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다.
“좋은 말 할 때 놓으세요…….”
차갑게 식는 김한별의 눈빛.
“왜 이러실까~ 나 달빛 계절의 차시훈이라니까~.”
빼는 줄 알고 오른 손으로 강하게 팔목을 잡는 차시훈.
동시에 왼손은 여자의 허리를 잡아 휘감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탱탱함.
‘이거 물건인데?’
차시훈은 잠시 후 맞이할 다음 순간을 생각하며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그 손 놓는 게 좋을걸?”
그때 갑자기 나타나는 한 남자.
차시훈보다 키가 좀 더 컸고 얼굴도 잘생겼다.
놈이 비웃으며 경고를 날렸다.
“오빠!”
손에 잡고 있는 여자가 남자를 향해 오빠라고 불렀다.
“넌 뭐야!”
자존심이 상한 차시훈이 억지를 부리려는 그 순간.
턱!
차시훈의 뒷목 셔츠 자락을 누군가 강하게 움켜잡았다.
“어! 어어!”
# 27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