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85
285장. 인연과 악연 (2)
“공장에 이상한 놈이 왔다고?”
“네. 형님. 망보는 애들 말로 수상한 놈이 왔다고 합니다.”
부두목 장만석이 눈치를 보며 보고했다.
두목 심기가 요즘 꽤 안 좋았다.
“흐흐. 딱 걸렸어! 날 개무시했다 이거지~ 확실히 맛을 보여주지!”
“영감탱이와 그 딸년, 그리고 그 놈까지 모두 세 명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동해 캐피탈 사무실이 탈탈 털렸다.
경찰들이 바지사장과 병원에 입원한 놈들을 입건했다.
그놈들이 총대를 멨다.
그 대가로 나머지 조직은 그나마 무사할 수 있었다.
속속들이 정보를 보고 받았다.
별장으로 도망친 동해파 보스 남학수는 느닷없는 사건에 이를 갈았다.
그깟 공장 하나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여론이 최악이었다.
아무리 지역 국회의원이 뒤를 봐준다고 해도 국민적 여론이 일어난 사건에는 힘을 못 썼다.
다행히 그동안 깔아놓은 인맥을 써 무마하려고 하고 있지만 사건이 커져서 좋을 일이 없었다.
“선수들은?”
“도착해 있습니다.”
“실력은 확실하지?”
“마닐라에서도 수준급입니다. 일 처리 후 바로 출국 예정입니다.”
“좋아. 그럼……. 길게 끌 필요 없지. 알아서 처리해. 뒷정리 깔끔히 해. 증거 없으면 죄가 아니니까~ 흐흐흐.”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장만석의 고개가 절도 있게 숙여졌다.
남학수가 지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성질이 바짝 나 있다는 걸 장만석은 잘 알고 있었다.
독기 하나로 카지노와 강원도 노른자를 차지했다.
남학수에게 밉보였다 동해 바다에 수장된 놈들이 한둘이 아니다.
다른 조직들도 남학수 때문에 쓴 입맛만 다셨다.
국회의원과 형님 동생 하는 남학수를 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너만 믿는다.”
“넵! 형님!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세상 흐름만큼 조폭 세계도 변했다.
남학수는 결코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
돈만 주면 손을 쓸 불법 체류자들 천지였다.
그중에서도 요즘은 필리핀 애들이 제법 쓸 만했다.
***
“드르렁 퓨우……. 드르렁…….”
공장이 떠나가라 노래 부르고 막걸리를 쭉쭉 마시던 임해룡 사장이 소파에 쓰러져 코를 골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한진웅은 임 사장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막걸리 열 병을 해치우고 쪽잠을 자는 모습은 보는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빠가 보는 것과 다르게 마음이 아주 여려요. 그래서 내가 아빠 곁을 못 떠나는 것 같아요.”
영업과장 임혜린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애잔한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슬쩍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임혜린.
한진웅은 그녀를 저릿저릿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과거 군 제대 후 회사를 차렸을 때 임혜린이 속했던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그때 임혜린을 알게 됐다.
그녀는 동료 모델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다.
모델 업계에서 성장하지 않고 명문대 공대를 다녔던 임혜린.
학벌과 미모에서 임혜린에게 밀리던 기존 모델들이 그녀에게 엄한 군기를 잡았다.
울고 슬퍼할 때 한진웅이 커피 같은 음료를 건네며 격려했다.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 날 좋은 시절이 올 거라 다독였다.
임혜린은 한진웅을 친오빠처럼 따랐다.
임혜린 마음에는 애틋한 감정이 생겼지만 에이전시와 계약이 해지된 이후 서로 연락이 끊겼다.
물론 한진웅에게는 당시 여자 친구가 있었다.
“혜린 씨 마음 착한 건 제가 보증하죠.”
“피이~ 말로만 그래요?”
“네?”
“대표님 결혼은 했어요?”
“아직…….”
“여자 친구 분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거예요?”
“헤어졌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요~ 혜린 씨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더 매력적입니다.”
“정말요?”
“네~ 저 거짓말 못하는 것 아시잖습니까.”
“고마워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과거보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시선을 주고 받았다.
한진웅도 혜린이 당시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잘 알았다.
그러나 엄격한 삶의 태도를 견지했기에 옆에 있는 여자 친구를 배신하지 않았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때 여자 친구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언제나 바쁜 한진웅 대표를 대신하는 애인이 있었다.
“동해파 놈들에 대해서 알아보니 아주 지능범들입니다. 지역 유지들과 유착하여 여러 이권에 개입하고 있었습니다.”
“하아……. 알고 있어요. 경찰서나 검찰에 투고해도 조사하지 않았어요. 동네 변호사도 동해파라는 사실을 알고 꼬리를 말았구요. 세상이 바뀌었지만 법을 아는 분들이 아직도 주먹을 무서워하는 게 현실이에요.”
임혜린이 분한 표정을 지었다.
“전 아닙니다.”
“대표님 죽을 수도 있습니다. 동해파와 연결된 분들 중에 실종 신고된 분들이 많아요.”
“특수부대 출신입니다. 그깟 조폭들 쯤이야 한 방에 뽀개버리겠습니다!”
한진웅은 오랜만에 상남자의 허세를 제대로 부렸다.
이 여자 앞에서는 왠지 그러고 싶었다.
“정말요? 과거부터 대표님은 뭔가 달라 보였어요~.”
“사장님과 혜린 씨는 제가 한 몸 바쳐 보호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옛날부터 대표님은 제 키다리 아저씨 같은 분이었어요.”
혜린이 부드럽게 웃었다.
한진웅을 오늘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과거 다정하고 좋았던 인연의 연장.
그녀는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런 임혜린을 보는 한진웅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헤어진 여자 친구보다 가끔 더 생각났던 그녀였다.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됐던 혜린과의 추억을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임혜린.
콜라를 마시는 한진웅.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기류가 흘렀다.
“뭐죠? 이 분위기는?”
그때 소리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
“대표님!”
한진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누가 봐도 썸 타는 두 남녀.
다른 직원을 호출해도 됐지만 한진웅 대표가 팍 떠올랐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과거에 알고 지냈던 사이였음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조폭과의 전쟁을 앞두고도 남녀 간의 마음은 교류를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오묘한 신의 배려가 아닐 수 없었다.
– 월하노인이 당신에게 중매 대가로 카르마 포인트를 제공했습니다.
월하노인? 그럼 이들이 천생연분???
과거보다 다양하게 신들이 포인트를 지급했다.
레벨업은 역시 옳았다.
“왜들 이렇게 놀라요? 두 사람 사귀기라도 했어요?”
안으로 들어서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 그게…….”
한진웅 대표가 말을 더듬었다.
“과장님. 능력 좋네~ 우리 회사 핵심 기둥을 벌써 찍은 것 같습니다~.”
임혜린 과장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얼굴만 붉힐 뿐 부정하지 않았다.
이래서 인연이 무서운 것 같다.
잠시 밖에서 들어보니 과거부터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두 사람이었다.
묘하게 어울렸다.
마치 나무꾼 곰과 선녀 같았다.
“과장님. 조폭들 떼어내면 공장 가동은 가능합니까?”
드워프 공장이 한시라도 빨리 정상 가동 되어야 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공장이었다.
상태 파악에 나섰다.
공장 채무를 비롯해 특허 관련 기술을 점검했다.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필요한 작업도 진행했다.
몇 번 해 본 일들이라 자연스러웠다.
여론이 무섭게 들끓었다.
조 변호사님을 동원해 여론 몰이와 함께 법률적 준비도 이뤄졌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차를 몰고 강릉으로 급하게 왔다.
한진웅 대표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시에 들었다.
한마디로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과거보다 더 예민해진 탓이기도 할 것이다.
며칠 동안 잠잠했던 동해파.
악랄한 놈들이 이렇게 그냥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게…….”
임혜린 과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며칠 후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대출이 있다는 걸 안다.
그것 말고도 근저당과 운영자금 대출을 비롯해 빚이 10억이 넘어갔다.
“재무상황을 살펴보니 이달 안에 대출 상환과 밀린 임금, 재료대금까지 7억 정도가 필요합니다. 동해파 사채가 아니더라도 파산 신청을 신청해야 정상일 겁니다.”
깔끔하게 쫘르르 읊었다.
한진웅 대표도 내용을 듣고 놀랐다.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중소기업 수준에 이 정도면 회복 불가다.
“뿐만 아니라 4분기에 도래하는 만기 대출자금까지……. 최소 20억 이상의 운영자금이 투입되어야만 회생 가능성이 보입니다.”
조 변호사님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확인했다.
“맞아……. 아마 그럴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임혜린 과장.
“제품 품질은 괜찮습니다……. 소비자 인식이 스테인리스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특수 비법으로 열처리를 한 까닭에 독성도 없고 광택도 유려한데 비교 가격 측면에서 확 밀립니다.”
파악한 정보를 쏟아냈다.
스테인리스 사업은 대체제가 풍부한 레드 오션 사업 종목이었다.
일반인에게 스테인리스 제품은 다 거기서 거기다.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부엌을 자랑하고픈 상류층은 없었다.
나도 아공간에서 삼키지 않았다면 드워프 공장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산을 해도…… 남는 게 없습니다. 공장 터와 건물 말고는 시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불경기라 앞으로 전망도 어둡습니다.”
조 변호사님의 정보수집 능력이 확실히 빨라졌다.
자본과 인력이 보충되자 도움이 많이 됐다.
“차라리 망하면……. 아버지 모시고 서울로 갈 생각이야……. 이제 강릉은 지긋지긋해.”
많이 지친 임혜린 과장이다.
반드시 공장이 필요했다.
나에게 다른 대체제가 없었다.
임씨 가문의 특수 비법 열처리 된 스테인리스 제품은 대한민국에서 구할 수 없었다.
“공장 구매자를 알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살짝 떠봤다.
“구매자? 없어. 몇 달 전에 사채 새끼들이 중국인들 데려와서 특허권과 비법을 팔라고 했었거든. 아버지가 싫다고 하셨어. 국부 유출이라고 대단히 화를 내셨지. 망하게 생겼는데 한 푼이라도 챙겨야 맞는데……. 아버지를 못 말려…….”
중국 애들이 똑똑했다.
특수 기술과 자본이 결합되면 팔리는 물건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제가 투자 계획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진짜로 작성했어? 이곳을 왜?”
“돈 됩니다!”
“???”
내 말에 임혜린 과장과 한진웅 대표가 놀라며 무슨 얘기냐는 눈빛을 보냈다.
그들 눈에는 망해가는 사업이 확실한데 무슨 헛소리냐는 의견이 담겼다.
“너 돈 많아? 몇 억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거 알지?”
임혜린 과장은 나에 대해 전혀 몰랐다.
스무 살짜리 대학생 사업가 능력을 우습게 보는 게 당연했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겠습니다.”
길게 끌 것도 없었다.
“공장 운영권은 공증으로 보장하겠습니다. 지분의 51퍼센트는 제가 소유할 겁니다. 모든 채무 변제와 운용 자금 일체 지원하겠습니다. 조건 괜찮겠습니까?”
“나, 나야 고맙지만…….”
임혜린의 눈동자가 몹시 흔들렸다.
이런 조건은 어디에서 듣도 보도 못했을 것이다.
“태산아 이거 사면 망해. 그거 알고 하는 말이야?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아.”
임혜린 과장은 나름 양심껏 현실을 알렸다.
양심이 살아 있다는 건 덮어놓고 좋은 인연이다.
“판로는 걱정 마십시오. 모두 처리할 자신 있습니다.”
그 동네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
심각한 현실 분위기와 달리 마음은 흐뭇했다.
쨍그렁.
그때 갑자기 밖에서 들려온 쇳소리만 빼면 더 완벽했다.
게다가 왕창 느껴지는 잡스러운 기운.
인상이 나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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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