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9
28장. 풀을 뽑으러 가다
뻐거걱!
“으아아악! 내, 내 소오오온!”
“악! 아아악!”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숫자로 밀어붙이던 씨름부와 후배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 이게 무슨!!!’
최혁찬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장태산을 봤다.
영화 주인공도 아닌 놈이 허공을 붕붕 날아다녔다.
그리고 두발차기로 후배들의 팔과 머리통을 날렸다.
맨손으로 각목을 부숴버렸다.
맞으면 뼈가 부러지는 알루미늄 방망이는 교묘하게 손을 움직여 빼앗았다.
“태산아 파이팅!”
“와아아아……, 미친!”
“영화다, 영화…….”
장주고 놈들이 신나게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그 사이 최혁찬은 후배들이 모두 바닥을 기는 걸 봤다.
“으으윽……. 악!”
“다, 다리…….”
다들 팔과 다리 한 짝씩 사이좋게 부러졌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정신줄을 놓았다.
평소 때리기만 했지 이렇게 맞은 적이 없던 후배들이라 충격이 더 컸다.
“아~ 머리야. 이거 전치 20주짜리네……~.”
악마 같은 놈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각목에 잠깐 스쳤을 뿐인데 아픈 척했다.
“친구들아~ 뭐해. 어서 112하고 119에 전화해. 친구가 깡패들에게 집단 폭행당했다고~.”
“어? 어, 그래! 바로 신고할게!”
‘죽여 버린다!’
최혁찬도 잠깐 갈등했다.
역전파 행동대장 이기동이 장태산을 확실하게 담그라고 명령을 내렸다.
조직에서 변호사를 비롯해 뒷바라지와 돈 5,000만 원을 준다고 했다.
잘해야 3, 4년만 살다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 뒤로 진짜 조직원으로 키워주겠다고 속삭였다.
대답은 했지만 살인에 대해 갈등하던 최혁찬.
눈이 돌아갔다.
이대로 오늘 사건이 마무리되면 조직과의 인연은 물론 후배들도 자신을 무시할 것이다.
다시는 이 시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스윽.
최혁찬은 의자 밑에서 사시미를 꺼냈다.
사시미를 가장한 칼이었다.
이기동이 선물이라고 줬다.
특별 주문한 사시미 길이는 50센티미터.
날은 단단한 뼈도 벨 수 있을 정도로 세워져 있었다.
“다들 봤지? 오늘 난 정당방위였다~.”
친구들을 향해 머리를 잡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장태산.
놈의 등 뒤가 보였다.
“죽어어어어어어어! 이 X발 새끼야!!!”
씨름부지만 몸이 날렵한 최혁찬이 그대로 장태산을 향해 사시미를 찔러갔다.
쉬이이이이잇.
정확히 등판과 심장 부위를 노렸다.
아귀에 힘이 가득 들어가 박히면 바로 숨통이 끊길 것이다.
갈등 따위는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였다.
그때!
찌릿.
거짓말처럼 놈이 등을 돌려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는 걸 최혁찬은 봤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하지만 사시미는 이미 놈의 등판에…….
휘이익.
바람 소리와 함께 사시미가 빈 허공을 갈랐다.
방금까지 있던 놈이 사라졌다.
“넌……, 한 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오른쪽 귓가에서 들려오는 놈의 목소리.
빠각!
순간 사시미를 들고 있던 오른쪽 팔꿈치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고통.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가장 큰 비명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최혁찬은 봤다.
자신의 오른팔 중간부분이 덜렁거리며 마음대로 흔들리는 것을 말이다.
띠디 띠띠띠.
비명을 듣고도 놈은 태연했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조변호사님, 집단 폭행에 살인미수가 발생했습니다. 변호 부탁드립니다.”
담담하게 변호사와 상담을 나누는 놈.
그제야 최혁찬은 깨달았다.
저 놈은 만만한 일개 고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
“이번에 학생 집단 폭행 사건은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폭력서클을 만들고 일반 학생들을 끌어들여 사시미를 이용해 살인미수까지 저질렀습니다. 학교 폭력이 단순히 교실과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까지 오염시키는 실태는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정치권까지 반성을 해야 함을 시사하는 바입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KBC 9시 뉴스 앵커의 마지막 멘트가 끝났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 댓글 창은 폭발했다.
– 사시미까지 등장했다는데 이게 학생이야? 도대체 그 동네 경찰들은 뭐 한 거야? 뇌물 처먹은 거야? 이게 나라 맞아?
– 정부는 뭐 하는가! 다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부동산도 못 잡는다면 치안이라도 잡아라!
– 저 동네 무서워서 어떻게 삼? 니미, 학교에서 사시미 활용법이라도 가르침?
– 레알……, 지린다.
– 청소년이라고 봐주지 마라! 모조리 구속하고 법정 최고형을 때려!
– 짭새! 검새! 판새들……, 지켜볼 거임!
여론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몇 군데 언론에서 오늘 있었던 폭력 사건이 올라왔다.
아주 상세하게 당시 있었던 내용이 알려졌다.
메인 방송국뿐만 아니라 인터넷 언론들도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했다.
사시미, 예비조직원, 씨름부 등등이 메인 포탈 검색어로 올랐다.
검사와 함께 강력계 형사들이 앰뷸런스와 함께 들이닥쳤다.
팔다리가 부러진 놈들이 질질 끌려갔다.
나도 물론 앰뷸런스에 탔다.
계획적으로 각목에 살짝 스쳤다.
경고했다시피 나 아직도 뇌진탕 후유증이 있다.
119 대원들이 날 발견했을 당시에는 얼굴에 혈압이 올라 벌겋게 되어 있던 상태.
애들과 작별인사도 못 하고 난 쓰러졌다.
그리고 익숙한 의사와 만났고, 편안한 특실에서 뉴스와 인터넷 댓글을 봤다.
형사들이 아주 싹을 뽑기 위해 시를 뒤집었다.
이미 저번 사건으로 경고를 먹은 경찰서장이 눈이 돌아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윤태 변호사의 입김을 받은 새로 발령 난 검사가 시에서 좀 논다는 애들을 모조리 끌고 갔다.
한 놈이 불자 이놈 저놈이 아는 놈들을 다 부는 형식이었다.
범죄단체조직죄.
이게 아주 무서운 법이다.
사형, 무기,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지을 목적으로 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한 자는 그 목적에 해당하는 죄에 정한 형으로 처단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난 그렇게 짧고 굵게 사건을 마무리했다.
봐주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양아치들 때문에 고통받았을 평범한 애들을 대신해 정의의 이름으로 조졌다.
팔다리 한 번씩 작살나봐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최혁찬은 씨름부를 비롯해 힘쓰는 일은 영원히 아웃이다.
내가 입원한 병원에 소문이 파다했다.
팔목 관절이 수십 조각으로 쪼개져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찝찝해……, 이게 다가 아니야.”
아직 하수인 역전파와 홍장혁이 남았다.
조윤태 변호사에게 그들에 대해 물었지만 증거가 없다고 했다.
나에게 털린 애들도 조폭들이 임명한 변호사들이 나타나자 입을 다물었다.
증거가 필요했다.
“오늘 밤……, 직접 친다.”
내가 입원한 특실은 절대안정 안내 문구가 붙었다.
뇌진탕 재발이라는 병명이 덧붙었다.
전치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상해였다.
최혁찬 이놈은 몇 년 동안 감옥에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살인미수에 중상해죄, 범죄단체조직죄, 특수폭행죄 등이 경합하여 범죄혐의가 됐다.
놈은 문제가 안 됐다.
하지만 조폭은 달랐다.
“오늘 밤……, 니들은 다른 세상을 볼 것이다.”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밤이 깊어 가기를 기다렸다.
***
“하아……, X발. 이거 X 됐네. 도대체 넌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검사가 냄새를 맡았잖아! 똘빡 같은 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형님!”
“새로 온 검사 새끼가 꼴통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돈 먹은 짭새들이 연락하지 말란다. 니미……, 개새끼들 같으니라고. 술자리에서는 쌩 양아치들이 무슨 검사라고…….”
“홍 변호사는 뭐라고 합니까?”
“그 개새끼도 똑같지. 나보고 멍청하다고 지랄했다. X발 새끼. 언제 제대로 묻어 버린다!”
역전파의 두목 박대출은 행동 대장 이기동에게 화를 풀었다.
박대출은 10년 전 범죄와의 전쟁이 끝나고 시내 조직들을 완벽하게 통합했다.
그 이후로 순탄하게 조직을 이끌었다.
서울에도 구역이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런데 더럽게 걸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고삐리 하나 처리하다가 전국 언론의 중심이 됐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모든 게 박살이 날 수 있었다.
이런 때는 몸을 사리는 게 좋았다.
“술 한 잔 따라라.”
“애들 부를까요?”
“됐어, 임마. 이런 날에는 계집도 귀찮아.”
“네. 형님.”
이기동은 박대출이 즐겨 먹는 로얄샬루트 38년산을 따랐다.
얼음도 없는 스트레이트 잔이었다.
“너도 당분간 숨 죽여라. 애들 단속하고.”
“지시하고 왔습니다.”
“그래. 넌 행동 대장치고 똑똑해서 좋아. 앞으로도 잘해보자.”
“감사합니다. 형님!”
또로록.
이기동의 잔에 박대출이 술을 따랐다.
그리고 둘은 잔을 부딪쳤다.
짱!
맑은 유리잔 소리가 났다.
이런 위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머리를 처박고 숨기를 잘하는 두 사람이었다.
“크으으으. 좋다~.”
박대출이 독한 위스키를 원샷하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귓가에 들려오는 한 마디를 듣기 전까지는.
“좋냐?”
“누, 누구야!”
“그건 알 거 없고~.”
우당당탕 자리를 박차고 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대출의 집은 시 외곽에 위치했다.
이렇다 할 적이 없기에 경비를 서는 조직원 둘이 전부였다.
마누라와 애들은 학교 문제로 서울에서 생활했다.
“야! 민식아! 춘철아!!!”
이기동이 밑에 애들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딸깍.
집에 전기가 나갔다.
“어……, 어떤 새끼야! 당장 나와!”
이기동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휘이이이익.
이기동의 눈이 어둠에 익숙하기도 전에 무언가 날아왔다.
퍼어억!
“컥!”
강하게 얼굴을 얻어맞고 그대로 혼절하는 이기동.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바닥에 흘렀다.
짱돌에 제대로 당했다.
“누, 누구야!!! 당장 나와!”
사람 여럿 죽여 본 박대출이 긴장하며 외쳤다.
오늘따라 그믐밤이었다.
집안 전기가 나가자 마당 가로등도 모두 꺼졌다.
저벅저벅.
그리고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검은 실루엣이 박대출에게 보였다.
언제 들어왔는지 안방 쪽에서 모습을 보이는 침입자.
씨이익.
놈의 하얀 이가 유난히 밝게 박대출의 눈에 보였다.
# 2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