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
2장. 불법과외를 받다
교통사고로 머리통 박살났던 날은 2020년도 7월의 어느 날이었다.
내 나이 서른둘이었다.
남성 호르몬이 스트레스와 여성 호르몬에 싸대기 맞아 아침 텐트도 잃어버렸던 슬픈 나이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고……, 고삐리?”
책상에 꽂혀 있는 교과서와 문제지가 보였다.
낡은 가방과 하복 교복도 눈에 들어왔다.
과거의 내 기억과 오버랩 되었다.
칙칙한 수컷의 서식지.
사춘기 시절 홀로 울부짖던 고난의 유적지였다.
이제는 추억의 방 한쪽 구석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던 기억의 조각이 떠올랐다.
“헐……. 지, 진짜 이게 뭐야!”
벌떡 일어났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감각은 너무나 생생했다.
까칠 거리는 이불보와 퀴퀴한 수컷 냄새 쩌는 향취는 오감이 정상임을 말했다.
손이 자연스럽게 얼굴로 향했다.
“아얏!”
얼굴을 강하게 꼬집자 짜릿한 고통이 몰려왔다.
얼얼함은 청양고추도 울고 갈 정도로 강렬했다.
“대…… 박!”
보이는 손과 발은 고삐리 시절 그때처럼 탱탱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모습 그대로였다.
추억의 사진으로만 남았던 2006년도 고삐리 시절.
벌벌 몸이 떨렸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뇌가 뒤엉켰다.
“그럼 지금 몇 살이야?”
잊혀졌던 과거였기에 손가락을 떨며 나이를 세었다.
“18!”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전설의 나이 18세.
“꾸, 꿈이 아닌 거지?”
몸이 파르르 떨렸다.
감당 못할 충격이 2차로 온 몸을 덮쳤다.
“할배 말이 구라가 아니었어?”
미래를 한 번 살다온 예지몽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게 너무 선명했다.
대학 첫 소개팅 때 술에 취해 개쪽 당하던 슬픔까지 모조리 재생됐다.
군대에서 선임에게 갈굼당하고 화장실 뒤편에서 처맞던 기억도 생생했다.
대학교 졸업식 때 취직 못한 자의 쓸쓸한 비애도 떠올랐다.
첫 직장 월급 받던 기쁨!
가슴 떨리던 사랑!
기쁨과 슬픔이 수없이 교차했던 지난 32년 세월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도대체 뭐가 진실이야!”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을 믿기에는 상식이 뺨을 후려쳤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존재하는 대사건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단 말인가.
짝!
“아!”
확인을 위해 다시 뺨을 후려치자 진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 아프구나.
구라가 아니었다.
“이런. 지, 진짜 회귀 로또 맞은 거야?”
덜덜덜 몸이 강렬하게 떨렸다.
강도 9의 지진 같았다.
휘청 몸이 흔들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럼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는 거야?”
저장된 메모리 중에 고등학교 시절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너무나 생생했던 전생(?) 아니 지난 생!
대충 살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아우우…….”
얼굴이 화끈하게 붉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평범한 패배자 우수등급 막장 테크 트리 코스를 착실히 걸어갔던 때였다.
뭐든지 대충대충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는 애들과 소설책을 돌려보거나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았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피시방에 달려가 스타크래프트를 달렸다.
집에서는 사춘기 핑계대고 반항을 했다.
수험서 대신 소설을 빌려 낄낄거리고 봤다.
머리는 나쁘지 않았다.
중딩 때 열라 닦아 놓은 기본 실력을 바탕으로 지역 명문 고등학교에서 딱 중간 성적을 유지했다.
미래에 대한 꿈과 선견지명은 게임비와 책으로 다 팔아먹었다.
“진짜……. 쪽팔리네.”
쪽팔림은 지금 이 순간 오직 내 몫이었다.
이런 허접 인생을 초석으로 다져놨으니 다음 코스도 뻔했다.
“그런데 다시 수능……!”
수능 생각을 하자마자 갑자기 메모리가 기억들을 소환됐다.
“어! 어!! 어어어!!!”
갑자기 비명이 튀어나왔다.
입을 손으로 막으며 비명을 막았다.
‘다, 다 떠오른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돼?
머릿속에서 수능 문제가 모조리 떠올랐다.
재수 때 아쉬움에 수능 문제들을 다 풀어봤다.
각 대학교 논술문제도 포함됐다.
아쉽고 아쉬웠던 과거였기에 몸부림쳤다.
지나간 문제였지만 최선을 다해 풀었다.
“사, 사법 시험도…… 떠오른다!”
사시 공부 중에도 과거 기출문제는 주구장창 외웠다.
1차뿐만 아니라 2차 문제도 포함됐다.
기출문제 파악은 모든 공부의 기본이었다.
내년에 당장 시험을 봐도 최고 득점이 가능했다.
젠장. 이거 꿈 아니지?
덜덜 떨리는 심장과 손을 진정시켰다.
꿈은 아닌 게 확실했다.
각 년도 기출문제들이 내 머릿속에서 떠다녔다.
움직이는 사법고시 출제관이 됐다.
“맞아! 나 주, 주식도 했다!”
증권회사 다닐 때 주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전산직이었기에 장 마감 시간 이후에는 수없이 그래프를 봤다.
증권 전산 오류는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주식과 여러 상품도 다뤄봤다.
정규직 채용을 위해 금융3종이라는 증권, 펀드,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증을 공부했다.
거래소에 상장 중인 코스피, 코스닥 주가, 해외 주가, 주가지수선물, 금리선물, 통화선물, 상품선물뿐만 아니라 옵션 파생상품에 FX 마진거래까지 준비했었다.
나름 정직원이 되기 위해 공부한답시고 열심이었다.
집에 오면 옥탑방에서 수 없는 날을 각종 그래프를 파고들었다.
증권맨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그래프였다.
방 벽에 주가 그래프를 뽑아 도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작은 돈이지만 증권사 직원들이 추천하던 주식도 해봤다.
제법 짭짤하게 벌었지만 작전주에 걸려 폭망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이었던 순간이었다.
“날 도대체 왜…….”
이건 로또가 아니라 10회 정도 누적된 슈퍼볼이었다.
역천의 거울을 열심히 문질렀다는 할배 말이 모두 믿겨졌다.
과거로의 회귀는 소설에서나 가능한 상상 속 허구라 생각했지만 현실이 됐다.
고개를 들어 내 방을 다시 살폈다.
“할배가 보너스로 주신 선물은 또 뭐야?”
팟!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서 강렬한 빛이 터졌다.
으악! 눈부셔!
안구테러가 발생했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거라. 이제 너에게 태극오행양의심법(太極五行兩意心法)을 전수하겠노라.”
‘뭐, 뭐야?’
눈앞이 뿌옇게 변하더니 갑자기 내 앞에 허연 수염을 펄럭이는 도인이 앉아 있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휘도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바위산 위의 꼭대기였다.
시간은 해가 막 뜰 무렵이었다.
새하얀 구름이 산 아래에 걸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잔뜩 풍겼다.
신선들이 뛰어 노는 세상 같았다.
“누구세요? 여기는 어딥니까?”
귀신도 멍청해질 정도로 빠른 환경 변화였다.
회귀라는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서 다시 벌어지는 공간 이동이었다.
“나? 신선 헬스케어 원장 천룡신군.”
“네? 시, 신선 헬스케어 원장요?”
정신이 벙벙해졌다.
신선 헬스케어는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었다.
“빨리하자. 이거 불법과외라 걸리면 영업정지 먹는단 말이다!”
“컥!”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판인지 몰랐다.
신선 헬스케어와 불법과외, 천룡신군이라는 단어는 모두 낯설었다.
“근골은 최상인데……. 몸이 왜 이렇게 탁기가 쩔어?”
천룡신군이 나를 훑어보더니 인상을 팍 썼다.
“네? 제가 근골이 좋아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야동 끊어라. 뼈 삭는다.”
“…….”
이런 젠장. 처음부터 핵심을 찔러왔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라면 적당히 처먹어라. 피 썩는다.”
말도 안 되는 말이다.
돈도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백수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살라는 거야?
“눈을 감아라. 빨리 끝내자?”
헬스케어 원장님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 정상이라 조심스러웠다.
“이런 거 막 처리하면 위험하지 않나요?”
죽어 다시 태어난 인생 한 방에 날리고 싶지 않았다.
“너 족집게 과외 3대 요소 몰라? 신속! 정확! 핵심!”
“아!”
뭐지? 이 어처구니가 왜 납득이 가는 거야?
나도 모르게 가부좌 자세를 취했다.
“본 건 있네?”
천룡신군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협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나옵니다.”
“짝퉁 쓰다가 골병난다.”
아! 짝퉁!
순간 할 말을 잊어버렸다.
신선 헬스케어 원장이라면 적통이 확실했다.
“시작한다.”
말과 함께 등 뒤에서 자칭 천룡신군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명문에서 시작해 백회, 전정을 돌아 임맥까지 한 바퀴 시원하게 돌려주마. 대주천 이후에는 알아서 찾아 먹어라.”
“어떻게요?”
“임마! 그런 게 있어. 자 그럼 간다~.”
우르르르르르릉.
이건 뭐야? 왜 등판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거야!!!
# 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