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0
29장. 뒤늦은 후회
“박대출……, 불어라.”
“뭘 불어 새꺄!”
“니가 죽인 억울한 사람들이 묻힌 곳.”
“미, 미친 새끼! 난 아무도 안 죽였어!”
“그래? 그럼 네 부하들이 죽인 억울한 분들이 묻힌 곳!”
“닥쳐!”
박대출이 몸을 날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살인 증거를 직접 제출할 놈은 세상에 없었다.
어느새 손에 술병이 들렸다.
지금은 나이가 먹었지만 한때 근방에서 날리는 쌈꾼이었다.
휘이익.
손에 들린 술병을 그대로 침입자를 향해 날렸다.
어둠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놈의 숨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발은 놈이 도망갈 방향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넌 죽었어!’
박대출이 봐도 깔끔하고 완벽한 공격이었다.
뻑!
갑자기 이마에서 번쩍 별이 빛나기 전까지 말이다.
와장창창창창.
박대출이 던진 술병이 벽에 부딪치며 요란하게 박살났다.
사방에 유리 파편이 튀었다.
그 순간 박대출은 바닥에 뒹굴었다.
뭐가 뭔지 정신이 없었다.
퍽! 퍽! 퍽!
그리고 쓰러진 자신의 온몸에 느껴지는 짜릿한 발길질.
무지막지했다.
때린 곳만 더 때렸다.
뼈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탈이 안 날 정도로 맞았다.
본능적으로 박대출은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평생 때리기만 했던 박대출이 맞으면서 느끼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미친놈이 확실했다.
“아아악! 그, 그만! 그마아아아안!”
“어디서 반말이세요~.”
퍼억! 퍽퍽퍽!
등판과 어깨가 집중적으로 얻어터졌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욱신거리며 온몸의 뼈와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때리는 데 이골이 난 놈이 확실했다.
사람 좀 때려본 놈처럼 거침없이 팼다.
“그만요! 그만하세요!!!”
“어디서 큰 소리야!”
퍼! 퍼버버벅!
박대출은 정신이 가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진짜 패서 죽일 생각인 게 확실했다.
과거 자신도 조직을 이탈한 놈을 이렇게 패서 죽였다.
장장 1시간 동안 맞아 온몸의 뼈가 골절되고 구멍에서 피를 다 쏟고 죽었던 조직원이 머리에 떠올랐다.
‘지, 진짜 죽일지 모른다!’
일체의 자비가 없는 손속에 박대출은 정신을 차렸다.
이놈이 누군지 몰랐다.
다만 자신과 원한이 있는 놈이 확실했다.
“크윽……, 잘못했습니다. 모,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뚝.
거짓말처럼 발길질이 멈췄다.
박대출은 폭행이 멈추자 살며시 눈을 떴다.
눈두덩이가 부었다.
어둠 속의 습격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 스타킹을 뒤집어썼다.
손에는 딱 달라붙는 라텍스 장갑을 착용했다.
지문 하나 남기지 않으려는 치밀한 놈이었다.
“불어.”
“어, 어떤 사건을 불어야 합니까?”
“몇 명이나 죽였어?”
“……, 9명입니다.”
“많이도 죽였네. 백정 놈의 새끼.”
습격자는 말이 거칠었다.
목소리는 나이가 많지 않았다.
“백화점에서도 죽였지?”
“……, 네.”
‘이 새끼……, 다 알고 온 거야? 누가 분 거야!’
믿을 만한 놈들하고만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정확히 살인 장소까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너, 왜 거짓말해?”
“네???”
“10명이잖아!!! 옛날 교복 입은 여고생도 죽였잖아!!!”
“허억!”
박대출은 숨이 넘어가는 충격을 받았다.
평생 감추고 싶었던 30년 전의 살인 사건.
당시 좋아하던 옆 동네 여학생을 강간하고 땅에 묻었다.
고백했지만 냉정하게 거절하자 꼭지가 돌았다.
동네에서 잘 나가던 박대출이었다.
기고만장한 박대출은 사고를 쳤다.
쫘아아악!
이번에는 제대로 아구창이 날아갔다.
손바닥으로 후려쳐 맞았는데 정신이 얼얼했다.
충격으로 모든 정신이 가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박대출은 몸을 덜덜 떨었다.
놈은 자신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승사자 같은 놈이었다.
“너 같은 놈은 살 가치가 없다. 하지만 죗값은 받아야겠지.”
말과 함께 습격자는 박대출의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박대출은 뒷목에서 엄청난 기운이 몰려드는 걸 느꼈다.
“크으으으윽……,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처음은 미약하였지만 갈수록 기운이 노도와 같이 흘러 다녔다.
기운이 흘러 다니는 곳마다 박대출의 뼈와 살들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우두둑 우두두두두둑.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뼈가 뒤틀리는 기묘한 소리가 저택에 울렸다.
비명이 뒤를 이었다.
아무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기절한 이기동은 깨어나지 못했다.
외딴곳에 위치해 비명 소리는 어둠 속에 파묻혔다.
“불어. 기억나는 대로 전부 다. 마지막 기회다.”
지독한 고통이건만 기절도 못하던 박대출은 지옥의 끝에서 희망을 봤다.
이 미친놈에게서 도망칠 수만 있다면 감옥이라도 좋았다.
고통을 넘어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고통은 난생 처음이었다.
“112에 전화해.”
툭.
거품 침을 질질 흘리는 박대출 앞으로 자신의 핸드폰이 던져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박대출은 핸드폰을 열었다.
놀랍게도 그렇게 뼈가 뒤틀렸는데도 거짓말처럼 팔이 뻗어졌다.
지금쯤 반병신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고통이었는데 몸이 움직였다.
“난 다 알고 있다. 만약 거짓말이 조금이라도 들어간다면…….”
다시 한 번 박대출의 목에 손을 가져가는 침입자.
“다, 다……, 다. 불겠습니다! 크으…….”
놀란 박대출은 급하게 112에 전화를 걸었다.
화들짝 놀라면서도 숫자패드를 정확히 눌렀다.
목소리도 제대로 나왔다.
실로 놀라운 고문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여……, 여보세요! 경찰이죠! 자수하겠습니다!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박대출의 자수.
지금껏 죽였던 사람들 인적사항과 묻힌 곳을 낱낱이 불었다.
112에 신고를 받고 있던 센터 경찰관은 급히 레드 코드를 발령했다.
경찰서에 대기 중인 모든 경찰 인력이 투입되었다.
비상 연락망도 가동됐다.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만한 살인 사건이었다.
“하나 더 있잖아.”
그때 박대출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다른 쪽 귀로 속삭이는 침입자.
“네?”
“홍장혁의 사주.”
“!!!”
치밀하고 무서운 놈이었다.
그것까지 알고 있을 줄 몰랐다.
박대출은 모든 게 끝났음을 알아챘다.
112에 신고하면 모조리 녹음이 됐다.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였다.
그리고 짭새들이 지금쯤이면 자신의 집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올 것도 알았다.
“그리고……, 최근에 있었던 고등학생들 살인미수 사건도 제가 지시했습니다. 홍장혁 전 시의원의 사주를 받았습니다…….”
“박대출! 너 그대로 꼼짝 말고 있어! 지금 실시간으로 지명수배 떨어졌다. 도망칠 곳은 대한민국에 없어!”
승진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상담하던 경찰관은 흥분하며 박대출에게 가만있으라고 명했다.
뚝.
핸드폰이 끊겼다.
잠깐 정적이 찾아왔다.
박대출은 귀신에 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순간에 모든 게 끝났다.
지금껏 쌓아 올린 조직도 오늘 이후로 끝장날 것이다.
믿기지 않았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잘했어~ 죽어서야 감옥에서 나오겠지만 그 안에서 반성 잘해라. 그리고 밑에 쓰레기들도 다 끌고 가라. 남겨 놓으면……, 네놈 가족들에게 네가 받았던 이 고통을 그대로 선사해 줄 것이다.”
악마 같은 놈이었다.
놈은 그 말을 남기고 천천히 방에서 나갔다.
박대출은 도망가는 걸 포기했다.
가족까지 끌어들일 줄 아는 잔인한 놈이다.
박대출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만은 살려야 했다.
자식만큼은 평범하게 살게 만들고 싶어서 일찍 서울로 보냈다.
허무함이 짙게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지금껏 잊고 있었던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생겼다.
자신에게 겁탈 당하고 죽었던 어여쁜 여고생.
박대출의 첫사랑이었다.
살려달라고 말했다면, 자신의 뜻을 따라줬다면 멈췄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맞아도 생명을 구걸하지 않았다.
화가 났다.
그리고 마음껏 그녀를 망가트렸다.
그리고 죽였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저주하던 핏빛 눈동자가 생각났다.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착각이 들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지금의 박대출을 만들었다.
“미안하다……, 순례야…….”
그리고 흘리는 박대출의 뜨거운 눈물.
방울지며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박대출은 알았다.
이 눈물 따위로 그녀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 30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