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1
30장. 그녀들의 유혹
“세상에……, 나 요즘 무서워서 해만 지면 밖에도 못 나가는 거 있지? 태산아. 정말 그게 말이 되니? 이 조그만 시에서 조폭들이 무고한 시민을 열 명이나 죽였다는 게…….”
특실 담당 소연실 간호사 누나가 내 앞에서 무서움에 떨었다.
난리가 났다.
내가 사는 시뿐만 아니라 전국 사건이 됐다.
대통령 지시로 특별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경찰서장 목이 바로 날아갔다.
박대출이 내민 접대장부에 경찰서장과 고위 경찰관들이 적혀 있었다.
대대적 사정 한풍이 불었다.
우리 시를 거쳐 갔던 검사와 경찰관들 몇몇이 옷을 벗었다.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상류 저수지에서 돌에 매달린 시신 몇 구가 나왔다.
장주산 자락에서도 백골이 발견됐다.
그리고 가장 처음 박대출이 죽였던 여고생 시신도 찾았다.
지금껏 실종 신고 처리가 되어 부모가 찾고 다녔던 여학생.
그녀의 시신까지 포함해서 박대출의 엽기적 범행이 모두 밝혀졌다.
그 밑에 있던 역전파 조직원들도 모조리 구속됐다.
살인죄에 방조범, 범죄단체조직죄, 협박죄 등등.
수많은 죄명이 드러났다.
시 분위기가 흉흉했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몸이라도 성하면 누나를 밤마다 에스코트 해드릴 건데……. 걱정입니다. 누나가 워낙 예쁘셔서 말입니다~.”
“어머~ 말만이라도 고마워. 세상에 태산이 너 같은 남자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사양입니다.
전 저 같은 남자가 혼자라는 게 좋습니다.
“박대출은 왜 그랬답니까?”
“그러게 말이야. 귀신에 씌었다는 소리가 파다해. 부하하고 쌈질하다 말고 자수를 하다니……, 마약 먹었을까?”
“그러게 말입니다. 약 먹은 게 확실하겠죠?”
“의사 샘들도 그러더라. 뽕 맞다가 정신 나갔다고. 집에서 필로폰도 발견됐대.”
박대출은 나를 불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부하와 싸우다 자수했다는 식으로 뉴스에 나왔다.
똑똑한 놈이었다.
나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자신의 가족들은 진심으로 건들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 나도 가족까지는 안 건드리마.’
박대출은 아마 사형이 선고될 것 같다.
여론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전국에서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일어났다.
친일과 재벌에 기반한 기회주의자 같았던 야당들이 이 사건을 키웠다.
2017년이 되어서야 국민들이 깨닫게 되는 그들의 행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정권은 위태함의 끝을 달렸다.
과거 내가 살았던 2006년과는 역사가 달라졌다.
정권은 약해졌지만 시는 깨끗해졌다.
시에 기생하던 양아치들과 깡패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중학생들까지 일진 놀이하던 놈들이 전부 조사를 받았다.
부모들에게 강제 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워낙 사건이 커서 자식 잘못 키운 부모들도 이사를 갔다.
시가 한 순간 청정지역이 됐다.
내가 원하던 바대로 모두 해결이 됐다.
“그런데 박대출이 첫 살인했다는 그 소녀 시신이 온전했다며? 세상에……,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박대출이 살던 고향집 뒷산 이장터에서 발견된 소녀의 시신.
강간을 당하고 삶을 마감했던 그녀의 몸이 썩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그녀의 부모가 그 시신을 보고 기절을 했다고 한다.
죽었지만 온전하게 돌아온 자식.
사회면에 떠들썩하게 장식됐다.
동시에 난 무서웠다.
‘왜! 그때 그녀가 보였냐는 말이야!’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쫄린다.
박대출을 추궁할 때 난 내가 아니었다.
지난 생부터 지금까지 누구를 그렇게 개처럼 패본 적이 없었다.
홍성현 처리부터 시작해서 내 행동이 과격해졌다.
풀의 싹을 제거하듯 치밀하고 냉정했다.
그때 박대출을 팰 때도 그랬다.
불법과외로 습득한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이용해 박대출의 정신을 쏙 빼놨다.
때리는 걸로 깡패를 협박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무협소설에서나 봤던 분근착골 같은 고문법은 놈에게 통했다.
내력을 이용해 놈의 기혈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동시에 탈이 나지 않게 놈의 몸에 치료도 했다.
박대출은 감옥에 가도 평생 감기도 안 걸리고 장수할 것이다.
하지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가족들에 대한 협박이 통했다.
생각보다 박대출이 가족에게는 약했다.
그때 난 보고 말했다.
박대출이 아홉 명을 죽였다고 말할 때 갑자기 그놈 옆에 한 소녀가 나타났다.
핏빛 눈으로 박대출을 노려봤다.
옛 여고생들이 입고 있던 검정색 치마 교복.
때리다 말고 나도 기절할 뻔했다.
귀신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사람의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난 알았다.
박대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필이 팍 꽂혔다.
그렇게 박대출이 소녀에 대한 살인까지 경찰관에게 고백하자 그녀가 떠났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빛과 함께 사라지던 그녀.
‘아우! 나 설마 퇴마사, 무당 되는 건 아니지?’
신선도 어찌 보면 귀신이다.
죽어서 영혼이 된 자를 통해서 불법과외까지 받았다.
영매와 연결된 것 같아 찜찜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난 그 이후로 다른 귀신은 못 봤다.
병원에서 죽어나간 사람들이 많을 텐데도 나에게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태산아.”
“네. 누나.”
“넌 안 심심해? 매일처럼 병실에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공부해야죠. 요즘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어서 심심할 틈도 없습니다.”
“호호호. 역시 우리 태산이는 달라. 다른 고삐리들은 입원하면 그냥 피가 끓어 날뛰는데 말이야~.”
“네? 피가 끓어요?”
“그래. 이것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간호사들 몸매 구경하느라 바빠. 괜히 일 만들어서 귀찮게 해. 그리고 음흉한 눈으로~ 흐흐흐.”
누나가 더 음흉한 웃음을 터트렸다.
다 알고도 즐기는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한참 팔팔한 고삐리들이 병원에 입원하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100미터 앞에서 지나가는 여자 향수만 맡아도 발정 나는 게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몸매를 강조하는 액션은…….
“전 그 일반화의 오류에서 빼주세요.”
“당연하지. 우리 태산이 같으면 믿음직스러워서 누나가 옆에 누워서 24시간 간호하고 싶다니까~.”
워워. 그건 안 되지 말입니다.
저 그렇게 순진한 놈 아닙니다.
알 것 다 아는 나이고 과거에는…….
뜨겁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했던 여자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슴츠레한 눈빛은 뭔가요?
저 알 것 다 안다니까요!
“태산아. 그런데 너희 어머니 뭐 하시는 분이야?”
“왜요?”
“어머니가 정말 세련되셨잖아~.”
“화가세요.”
“아! 어쩐지 예술 하는 분 같았어. 이 동네에서 외제차가 그렇게 어울리는 분은 처음 봤어.”
봤구나, 봤어.
우리 엄마 외제차.
하긴 소연실 누나는 특실 담당이었다.
툭하면 특실에 입원하는 내가 특별하게 보일 것이다.
병원비 빼고 하루 비용만으로도 50만원이었다.
어지간한 호텔 객실 사용료 저리가라였다.
내가 비록 고삐리지만 탐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했다.
지금도 간호 실습생들이 나와 눈만 마주치면 커피 사 달라, 영화 보여 달라 난리다.
“엄마 눈이 좀 많이 높으세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며느리 기준을 정했지 뭡니까? 학벌은 최소 박사나 고시 패스한 인재, 의사가 기본입니다. 거기에 한식 조리사 자격증은 필수고 집안 가풍도 본답니다.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말이 됩니까? 사랑 하나면 됐지! 부모님이 제 대신 결혼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누나~.”
“어? 어어…….”
대답이 영 시원찮다.
부담 팍팍 받은 눈치다.
소연실 누나는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거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였다.
엄마 미안해.
불효자식이 엄마를 된장 아줌마로 만들었어.
그래도 이렇게 차단하는 게 옳았다.
몸매, 얼굴 좋은 간호사 누나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면 나도 힘들다.
똑똑.
그때 병실에 노크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누구세요?”
스르륵.
내 물음이 끝나기 전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오빠!!!”
헐! 서…… 서련아!
놀랍게도 미래의 슈퍼스타께서 손에 꽃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언제 들어도 감미로운 오빠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오늘따라 교복치마는 왜 이렇게 짧은 거야!
“누구?”
아직 미련을 못 버린 소연실 간호사가 서련에 대해 물었다.
경계심이 잔뜩 담긴 목소리였다.
“태산 오빠 애인입니다.”
“!!!”
“우리 오빠가 보기보다 많이 좀 허약해요. 잘 부탁드려요.”
이런 싹수 넘치는 서련이 같으니라고.
소연실 누나를 한 방에 날렸다.
애인이라 말하고 고개까지 숙이는 서련.
키도 커, 피부 탄력 죽여.
거기에 얼굴과 몸매도 착한 애가 성격까지 착했다.
도저히 경쟁 상대가 안 되는 소연실 간호사 샘.
누나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
“그, 그래……, 그럼 놀다가. 태산아, 오늘은 바쁘니까 내일 보자.”
“네. 누나 수고하세요.”
잘 가 누나.
그동안 즐거웠어.
소연실 누나는 황급히 열린 문으로 사라졌다.
“서련아, 애인은 오버다.”
“피이, 걱정 마. 지금은 오빠가 튕기지만 곧 내가 애인임을 황송해야 할 때가 올 거야.”
서련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피자집에서 만난 그녀.
왜 내가 좋은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안 바빠?”
“학생이 뭐가 바빠.”
“공부해야지.”
“수능도 멀었는데 무슨 공부? 그리고 난 공부해서 성공할 스타일 아니야.”
이렇게 자기 자신을 일찍부터 잘 아는 애도 없을 거다.
아직은 완벽하게 꽃피지 않았지만 서련의 자태는 날 홀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나 쉬운 남자 아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애인님께서 입원했다는데 당연히 찾아와야지. 그리고 실망이야! 입원했으면 바로 알려야지. 어떻게 소문으로 알게 만들어? 너무한 거 아냐?”
“…….”
여자들은 확실히 뭔가 달랐다.
과거 여자 친구도 이런 점에서 비슷했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아니다.
“요즘 바빴다.”
쿨내 진동하는 이 답변 봐라.
나 이런 남자다.
미래 탑급 아이돌 앞에서도 고개를 뻣뻣하게 들 수 있는 사내다.
“그래~ 뭐 오빠는 그게 매력이니까. 내가 용서해 줄게.”
봐라.
서련도 내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런데 오빠 정말 괜찮아? 머리 다쳤다며?”
서련이 내게 다가왔다.
손에 들고 있던 꽃송이는 중앙 테이블에 놔두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스톱!
손님, 이러면 위험합니다.
스으윽.
내가 말릴 사이도 없이, 아니 말리고 싶지 않은 사이 그녀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하아……. 손이 이렇게 부드러워도 되는 거야?
“아파?”
“아, 아니…….”
마음이 아니라 갑자기 심장이 아프다.
숨이 막 가빠지려고 해!
상당히 위험했다.
서련에게서 풍겨오는 풋풋한 향기는 나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당장 뽀뽀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전개됐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에게는 첫사랑 그녀가 아직 있는데.
똑똑.
그때 거짓말같이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
“헛!”
뭐야 이건!!!
# 31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