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4
334장. 화끈한 파티 (2)
“정말 맛있어! 세상에! 이런 맛 처음이야!”
카리나가 물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맛있네…….”
입맛 까다로운 베르타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 식사 장소는 호텔 레스토랑이나 성내 식당이 아니었다.
마당 한쪽에 있던 대장간에 식탁이 차려졌다.
손님들은 이틀 후에나 본격적으로 몰려들 것이다.
그 전에 카리나와 시간을 보내려고 찾아온 베르타는 예기치 않은 질투심에 타올랐다.
‘두 사람…… 언제 만난 거야?’
다니엘 장이라는 동양 남자.
차가운 겨울임에도 가벼운 셔츠 한 장만 입고 요리를 만들었다.
성벽이 두르고 있어 바람이 곧바로 들이치지도 않고 뜨거운 화로 덕분에 추위는 다소 덜 느껴졌다.
셔츠 아래로 잘 다듬어진 근육에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몸매는 누군가 빚어놓은 듯 보기 좋았다.
어릴 적 몇 번 경험했던 야영캠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호텔에서 식기와 재료를 공수해 온 다니엘은 빠르게 요리를 만들어 냈다.
화로에 빵도 직접 구워냈다.
어떻게 믹스했는지 정말 쫄깃한 맛이 제대로였다.
베르타도 인정하는 이곳 와이너리의 와인이 요리들과 어울려 입맛을 더했다.
카리나가 사랑스런 눈으로 자칭 애인 다니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카리나와 달리 다니엘은 카리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베르타는 특히 카리나와 이탈리아에서 경쟁 관계에 있었다.
둘 다 마피아 보스 딸이었고 나이도 같았다.
미모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서로 비교 당하고 살았던 카리나와 베르타는 어쩔 수 없이 인생 라이벌이 됐다.
남자 친구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이탈리아 본토 사교계에 일찍 데뷔한 베르타는 다니엘 같은 남자가 드물다는 걸 잘 알았다.
얼굴이야 이탈리아 미남들이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독특한 매력은 맛이 달랐다.
“다니엘. 닭고기 티카 너무 맛있어!”
칠리 나초와 방울토마토, 아보카도, 요거트, 할라피뇨 등을 이용해 즉석에서 만든 멕시코풍 토마토소스는 입맛을 확 살렸다.
미식가인 파파 덕분에 집안에 미슐랭급 요리사가 상주하고 있지만 그가 만든 것보다 더 감칠맛이 느껴졌다.
그것도 직접 눈앞에서 만들어 낸 요리였다.
재료는 수준이 비슷하거나 살짝 모자란 감이 있었는데 입안에 착착 감기는 맛은 더했다.
유산지를 넓게 깔고 닭고기에 올리브유를 뿌려 만들어 낸 티카도 죽였다.
와인 식초가 뿌려져 고기 비린내를 모두 잡았다.
대장간 화로로 금방 익혀낸 닭고기 위로 뿌려진 야채들은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었다.
특히 쫄깃쫄깃한, 처음 맛 본 버섯은 정말 환상이었다.
“다니엘~ 이 버섯은 뭐예요?”
“한국에서 공수한 자연산 버섯입니다.”
“그래요? 정말 맛있어요~.”
베리타는 카리나와 달리 억양을 곱게 뱉었다.
다니엘은 격식을 중요시하는 동양인이었다.
성격 급한 파파 밑에서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체득했다.
“다니엘 같이 먹어.”
“이것만 만들면 돼.”
매우 자상한 남자였다.
즐겁게 웃으며 두툼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웠다.
큼지막한 석쇠 위에 소금과 후추, 바질과 레몬즙에 담겨 있던 두툼한 고기가 올려졌다.
언제 준비해 놨는지 고기는 양념이 모두 배어 있었다.
치이이이이이잇.
화끈한 그릴 석쇠 위에서 빠르게 구워지는 소고기.
화르르르르르르르.
향이 강한 도수 높은 와인이 뿌려졌다.
거친 불꽃이 피었다.
“와우!”
와인으로 만들어 낸 붉은 불꽃은 스테이크를 완벽하게 감쌌다.
그런 타오르는 불꽃을 피하지도 않는 다니엘.
분명 손과 얼굴까지 불꽃이 솟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뭐야. 저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야?’
마치 불꽃 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아니 불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지켜보던 베르타는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잘 나가는 축구 선수를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가식적인 가면을 쓴 신사들과도 달랐다.
하룻밤을 위해 달콤한 말을 하루 종일 입에 달고 대하던 바람둥이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끝~.”
석쇠 위에서 구워진 스테이크를 플레이팅 된 접시에 올려놓았다.
로즈베리가 스테이크 위에 놓였다.
스테이크 육즙과 합쳐져 로즈베리가 금세 촉촉하게 젖었다.
다니엘에게 빠져드는 베르타 같았다.
“비너스도 시샘할 두 미녀들과 함께하는 이 눈 내리는 저녁 식사를 평생 추억으로 삼겠습니다.”
이탈리아 남자처럼 올리브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 동양인 다니엘.
“특별히 두 분을 위해 빈티지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순수 메를로 포도로 숙성된 1999년산 와인입니다. 이 와이너리의 가장 보배 같은 녀석이죠. 회색 점토와 거친 바위틈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그 끈질긴 생명력의 찬탄을 품게 됩니다.”
뽕.
특별히 준비했다는 와인을 꺼낸 다니엘은 새 와인 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뭐야? 와인에 대해서도 잘 아는 거야?’
이탈리아인에게 물보다 더 친숙한 존재가 와인이었다.
그런 와인에 대해 막힘없이 소개하는 다니엘이 베르타에게는 한없이 매력적이게 보였다.
또록 또록 또로록.
적당히 채워진 와인 잔.
“아무리 어두워도 빛나는 별처럼……. 이 인연도 그러하기를.”
싱긋 웃으며 건배사를 던진 다니엘.
팅. 티잉.
최고급 와인잔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토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즐거운 저녁 식사.
해박한 지식과 유머를 겸비한 다니엘은 저녁 식사 분위기를 주도했다.
다니엘이라는 한 남자로 인해 예기치 않은 저녁 만찬은 그 어떤 때보다 즐겁고 행복했다.
사박사박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맛보는 육즙 터지는 스테이크 또한 꿀맛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갖고 싶다…….’
베르타는 처음으로 한 남자를 손에 넣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
“집밥 먹였다고 포인트라니……. 아버지가 마피아 보스면 뭐하나.”
금융위기가 본격화 되고 세상이 각박해지는 2010년.
그 이후부터 대한민국은 먹는 모습을 방송하는 먹방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바쁜 사회생활과 가족과의 단절로 엄마 밥에 대한 향수가 만들어낸 현상이었다.
2020년까지 꾸준히 방송된 먹방은 방송계의 대세로 자리 잡는다.
먹는 것에 있어 유럽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건 없는 모양이었다.
럭셔리 라이프를 살아가는 마피아 보스 딸들도 따뜻한 한 끼를 그리워했다.
대한민국 정서로 말하면 집밥, 엄마 밥이 그리웠던 것이다.
갑작스런 만남과 인연이었지만 마음을 다해 밥을 지어 먹였다.
수프에 고기에 와인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냈다.
짝퉁 연인을 자처한 카리나의 정성이 갸륵했다.
베르타도 맛있다고 연거푸 감탄을 터트렸다.
미녀들과 함께한 저녁식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피아 딸이라고 총을 손에 들거나 입에 걸레를 물지 않았다.
예상외로 대화 수준이 높았다.
와인과 요리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림과 문화, 2009년 세계 경제 전망까지 이어졌다.
둘 다 어릴 적부터 가정교사를 두고 상류층 교육과 수업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정규 대학 과정도 밟고 있었고 나이는 나와 같았다.
도중에 친구 먹기로 하고 편하게 대화가 오갔다.
카리나와는 어제 만났다고 밝혔다.
마피아 보스 딸에게 거짓말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
베르타는 짐작하고 있었다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자정 무렵까지 눈을 맞으며 와인을 마셨다.
“이제 야식 좀 먹어볼까.”
심장이 떨려왔다.
세상에서 이것보다 맛있는 야식은 없었다.
“아공간~!”
신들의 버프를 제대로 받아 획득한 나만의 비밀 창고를 열었다.
볼 때마다 나를 한없이 기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스윽.
아공간에서 루벡 남작 비밀 창고에서 획득한 중급 마력석을 끄집어냈다.
마력석 먹고 탈이 난 적이 있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오늘이 먹을 때임을 계시 받았다.
“크기는 똑같은데……. 마력 차이는 상상불허란 말이야.”
하급에서 중급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농도와 질은 비교가 불가능했다.
색깔도 우윳빛이 아니라 진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급 마력석 하나 가지고도 연구소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그런 마당에 이 녀석 존재가 알려지면 세계 각국에서 빼앗아 가려고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다 쓰고 나면 재충전이 가능한 이계 초특급 슈퍼 건전지.”
건전지라 명명했지만 그 용량은 건전지 수준이 아니었다.
인류 과학 문명에 또 다른 핵무기급 발견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아도는 전력을 대용량으로 저장 할 수 있다면 이건 무한자원의 핵심이요 노다지였다.
사막에서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해 송전로 없이 전기를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보다 완벽하고 깔끔한 돈줄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숫자로만 존재하는 인터넷상의 자금과 태생이 달랐다.
나에게 이계 방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자세를 바로 잡았다.
바깥 경계는 본의 아니게 마피아들이 철통같이 지켜주고 있었다.
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씨큐리티 직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경비를 섰다.
내 안전이 자신들의 미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잘 먹겠습니다!”
경건하게 마력석을 들고 마음을 정화했다.
레벨업으로 기의 감응력도 월등히 달라졌다.
손끝이 떨리고 마음이 설레었다.
중급 마력석이 가져다 줄 또 다른 세계.
이계 백작성으로 고서클 마법사가 오고 있었다.
이것저것 다 섞어서 강해진다고 나쁠 건 세상에 없었다.
눈을 감고 천천히 마력을 탐해갔다.
파스스스스슷.
손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마력.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오늘 밤 이 녀석을 발가벗겨 모조리 빨아 먹을 것이다.
***
“하아…….”
베르타는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기분 좋게 마신 와인이 피를 더 뜨겁게 만들었다.
눈을 감으면 자꾸 다니엘이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분명 나이가 같았지만 인생 선배처럼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베르타가 좋아하는 지적인 남자의 표본 같았다.
요리도 잘했고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태도는 끝을 모르게 매력적이었다.
“카리나……. 이번에는 속을 뻔했어~.”
의심했던 대로 카리나와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
카리나가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한 베르타의 심장은 미칠 듯 뛰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그로 인해 베르타는 운명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
엄마도 아빠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총을 맞고 도망치던 아빠를 엄마가 목숨을 걸고 구해줬다.
스윽.
베르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는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카리나가 어떤 수작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한눈에 푹 빠질 멋진 남자는 먼저 잡는 여자가 임자라고 했어.”
엄마가 베르타에게 항상 했던 말이었다.
한 번 사는 인생, 사랑할 만한 남자를 만나면 목숨도 아끼지 말라고 말이다.
사라라락.
창밖은 눈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창가에 선 베르타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 밤.
듬성듬성 외로이 서 있는 야외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아…….”
긴 숨을 내쉬웠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잠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성에 여러 번 방문해 머물렀었기에 구조는 익숙했다.
다니엘이 머물고 있는 방은 바로 위층.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계단을 밟고 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주는 침묵 속에서 베르타의 발걸음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그리고 베르타는 다니엘 방문 앞에 멈췄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
베르타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가볍게 열리는 문.
쿵쿵!
미친 듯 베르타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카리나는 할 수 없는 베르타만의 화끈한 도박이었다.
“???”
창밖의 희미한 불빛이 스며드는 방.
다니엘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대신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서 있는 그림자 하나.
뜨거운 열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알몸의 사내가 그곳에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붉은 빛이 은은하게 피어났다.
“아…….”
놀라 탄성을 토하고 만 베르타.
그가 등을 돌렸다.
“다, 다니엘?”
눈빛까지 붉은 빛을 띤 다니엘이 베르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빛에 의해 다니엘의 전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베르타가 부끄러운 본능에 재빨리 눈을 돌렸다.
“베르타…….”
용암 같이 뜨거운 남자가 베르타의 이름을 불렀다.
우뚝 남자가 베르타 바로 앞에 섰다.
천천히 베르타 귓가로 다가오는 붉은 열 덩어리.
베르타는 더 질끈 눈을 감았다.
자신이 찾아올 것을 예상한 듯했다.
베르타는 도리어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린 꼴이 되어 버렸다.
“파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후후훗.”
베르타의 귓가에 뜨겁고 나직하게 들려온 다니엘의 열기 가득한 속삭임.
파르르 베르타는 몸을 떨었다.
어릴 때 파파에게서 맡았던 채취가 느껴졌다.
조직의 배반자들과 전쟁을 벌일 때 파파가 풍겼던 날선 짐승의 채취가 훅 하고 코끝을 파고들었다.
베르타는 저항할 수 없는 남자의 향기에 취해 돌처럼 굳어 버렸다.
새벽이 끝나기 전에는 결코 풀려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피 끓는 사내를 깨워버린 죄.
베르타는 곧 찾아올 열락을 기대하며 그저 몸을 떨 뿐이었다.
덜컹.
그때 갑자기 들리는 창문 열리는 소리.
휘이이이이이잉.
그리고 순식간에 불어 닥치는 차가운 눈보라와 매서운 바람.
“다, 다니엘?”
그가 보이지 않았다.
붉은 짐승 다니엘이 사라지고 없었다.
# 33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