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39
339장. 이 시대의 악당으로 사는 법
“전멸? 그들 모두?”
“그, 그렇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청부에 나섰던 유럽 이탈리아 지부 조원 20여 명이 마피아 청부에 투입되었다가 모두……. 죽었습니다.”
“……이탈리아 군대가 나섰나?”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걔들을 죽였단 말인가! 마피아 조직 따위가 특수전 훈련을 마친 조원들을 죽였다고?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마피아가 아닙니다!”
“그럼 누구야!”
“한국 특수 부대 출신 경호업체에 당했습니다.”
“뭐라고? 한국 경호업체?”
성도군구 52산악사단의 사단장 대교 왕수보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인단의 단주를 맡아 이곳에서 전문적으로 살수들을 훈련시켰다.
군벌 출신이라 상부의 터치를 받지 않았다.
인단은 나이 어린 무적자들을 매입하거나 납치하고, 어린 시절부터 특수 훈련으로 단련을 시켰다.
그중 내공과 능력이 남다른 자들은 전문 살수로 육성하였고, 탈락한 자들도 특수부대로 편성했다.
내공을 다루지 못해 탈락했더라도 일반인 수십 명쯤은 가뿐하게 상대할 수 있는 부하들이었다.
그런 부하들이 총으로 무장했음에도 모조리 죽었다.
“그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부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단의 단주는 실력으로 오른 자리였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자 누구!”
“장태산……. 그자 말입니다.”
“뭐라고 장태산! 그놈이 왜 그곳에?”
인단 단주 왕수보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지단 단주 리장창의 딸과 염문을 뿌렸던 자였다.
천단 단주 장문량의 아들을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고 또 미국에서 추방시킨 원흉이기도 했다.
몇 번 살수를 투입했지만 계속 실패한 뒤로 왕수보가 불구대천지 원수로 여기게 된 그자의 이름, 장태산.
“우연히 이탈리아에 연수를 왔다가 전투에 참가한 것 같습니다. 마피아들이…… 보스의 딸을 노렸는데……. 장태산과 그 휘하 경호업체에 당하면서 실패했습니다.”
“아…….”
왕수보는 짧은 탄식을 터트렸다.
천지회의 모든 단주들과 악연으로 얽힌 인물이 장태산이었다.
“살인을 청부한 마피아 온드란게타에서 위약금 대신 그놈을 원하고 있습니다. 1급 살수를 보내시겠습니까?”
참모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흐음…….”
생각에 빠진 왕수보.
“기다린다……. 아직 때가 아니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섬을 선택했다.
지단의 단주 리장창이 장태산에 관련해서는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를 해왔다.
“그러하시면…….”
“위약금을 지불하라. 그리고 장태산 그자의 행보를 더욱 더 밀착 감시해!”
“존명!”
***
“비비…….”
“다니엘!”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비비안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달려와 안겼다.
와락 품에 안긴 그녀의 몸에서 익숙한 향기가 맡아졌다.
프랑스에서 헤어지고 처음이었다.
홍콩에서 만나고자 했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재회하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클라라의 시누이가 되어버린 비비.
그녀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었다.
하늘이 짜놓은 그물이 그냥 그랬을 뿐이다.
마음이 아려왔다.
“당신을 보고픈 간절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하루를 보내다 선물처럼 당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품에 안긴 비비가 내 눈을 올려다보며 시처럼 그간의 그리움을 읊었다.
그녀와 함께했던 짧은 여행이 떠올랐다.
박물관, 프로방스 여행, 그리고 아사신까지.
나도 비비도 그때는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잘 지냈어? 마른 것 같아.”
그녀의 야윈 볼을 어루만졌다.
“요즘……. 다이어트 중이야~”
내 세심한 관심에 활짝 웃는 비비.
그간 보낸 시간 속에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에두아르가 보낸 눈빛이 잊히지 않았다.
아프게 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
“뺄 게 어딨어?”
“다니엘이 몰라서 그렇지 감춰진 속살이 엄청 많아~.”
농담으로 주고받는 짧은 대화에도 비비와 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
좋은 여자였다.
“나 몰래 맛있는 부야베스 많이 먹은 거 아냐?”
마르세유에서 먹었던 비비의 추억의 음식이 생각났다.
“다니엘과 함께 가려고 마르세유는 안 갔어.”
고개를 젓는 비비는 특유의 귀여운 고양이 얼굴을 만들었다.
사삭 그녀의 머리칼을 그때처럼 쓸어주었다.
배시시 웃는 비비.
심장이 저릿하고 아파왔다.
애써 그녀를 외면하고 잊으려 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굳이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비비가 날 많이 의지하는 게 느껴졌다.
“들어가자. 지금 비비에게는 따뜻한 수프에 와인이 필요한 것 같아.”
“다니엘이 만들어 줄 거지?”
“그럼~ 멀리서 찾아온 손님인데.”
“와아아아! 너무 좋아!”
품속에 안겨 있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비비.
“내일 떠날 건데 오늘은 여기 있어.”
“그래도 돼?”
“그럼~ 우리 친구잖아. 여행 친구.”
“행복해~ 우아아앙!”
보고픔과 그리움에는 국적이 없었다.
“들어가자.”
비비와 팔짱을 낀 채 성으로 들어갔다.
그때 문득 유명한 시 구절 하나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그 시.
비비의 온몸에서 행복이 봄꽃처럼 팡팡 터지는 게 느껴졌다.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코끝까지 풍겨왔다.
***
– 보스. 죄송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 와이너리에 마피아 습격 사건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모든 게 다 제 불찰입니다.
“로버트. 그것도 번뇌입니다.”
– 네?
번뇌라는 말을 로버트는 이해하지 못했다.
“로버트는 신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모르는 운명을 로버트가 짐작하고 대처해 버리면 인생이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회귀한 나도 모르게 엮인 사건을 로버트가 어떻게 알고 막을 수 없었다.
– 그래도…….
“제 팔자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면 나머지는 하늘과 신들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 보스의 말은……. 언제나 귀를 열게 만듭니다.
오늘도 나이는 한참 밑이지만 로버트의 존경을 한껏 받았다.
한국에 돌아왔다.
꿈같던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은 마무리 됐다.
비비와 하루를 보냈다.
성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차와 와인을 마셨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로만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눴다.
의식적으로 나도 비비도 클라라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비비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에 빠졌다.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그녀와 에두아르가 조용히 성을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던 비비.
굳이 서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때로는 말이 필요 없는 이별도 있다는 걸 배워버렸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걸 비비도 나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과 운명이 허락지 않는다는 걸 비비와 나는 느꼈다.
비비와 나, 둘 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나보다 비비가 더 지나간 시간들을 그리워했지만 앞으로는 잘 버틸 것이다.
비비는 강했다.
비비의 모계는 비바람을 해치고 지중해를 건넌 그리스인의 후예였다.
내가 이탈리아로 갔던 이유는 비비 때문인 것 같았다.
마피아 보스들과의 인연보다 비비와의 만남이 더 소중했다.
그렇게 비비와 일별한 나는 직원들을 데리고 미련 없이 한국으로 귀국했다.
획득한 총들은 와이너리 비밀 창고에 보관했다.
씨큐리티 직원들에게 생명수당으로 5000씩 쏴줬다.
며칠 휴가비 치고는 과한 면이 있었지만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몸을 던진 대가였다.
오는 중에 보너스를 두둑이 받은 직원들은 여자 친구들을 위해 각종 명품 선물을 구입했다.
그렇게 돌아온 한국.
로버트와 2009년 경영을 시작했다.
“금융위기 여파가 아시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08년 4분기 중국, 일본, 싱가포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미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중국을 토대로 자국산 상품 소비 운동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2009년을 시발점으로 경제 민족주의가 대두 될 것입니다.”
차분하게 2009년 예상을 건넸다.
– 경제 예측 보고서를 통해 그 조짐을 알고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은행을 구하기 위해 7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지출 법안을 통과시킬 겁니다.”
–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티모시 재무장관 후보가 실물경제 정상화를 위해 은행기관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은행경색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로버트와의 대화는 언제나 유익했다.
아직 오바마가 대통령에 정식 취임하지 않았다.
난 미래를 읽고 로버트는 오바마 쪽에서 정보를 받았다.
운명이 바뀌고 있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완벽을 기했다.
“일단 미국 쪽 투자는 제가 지시한 대로 계속 진행하면 됩니다. 유럽 쪽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서유럽 국가를 향해 망해가는 동유럽 국가들이 청구서를 발송할 겁니다.”
–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버트의 대답은 언제나 든든했다.
월가의 끗발 날리는 천재들의 보고서를 매일 받아볼 것이다.
미국의 독감에 아시아와 유럽은 폐렴 수준의 고통을 받게 된다.
세계적 저금리 기조로 각국의 부동산은 폭등하게 된다.
동시에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 시스템이 미약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동유럽 은행에 대출을 많이 해줘 그들도 타격을 받았다.
2009년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사리난장판이었다.
“신흥국 환율 투자도 멈추지 마십시오. 인도 루피, 브라질 헤알, 멕시코 뉴페소, 러시아 루블, 터키 리라, 태국 바트, 필리핀 페소는 앞으로도 짭짭할 것입니다.”
– 외환팀 수익도 엄청납니다. 경이적인 수익률입니다!
로버트의 목소리가 살짝 흥분으로 들떴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유가는 바닥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주 놀이터인 FX 마진거래 시장은 놔두고 나머지 자잘한 환율 시장을 로버트에게 넘겼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들은 천지였다.
난장판에서는 주워 먹는 게 임자였다.
미국이 위기에 봉착했지만 역설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가 되어 버린다.
세계 환율 시장의 핵심은 미국이었다.
약소국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벌어놨던 돈을 토해내야 했다.
이 모든 사건이 미국에 의해 계획됐다.
미국 일반 시민들은 모르겠지만 설계자에 의해 모든 게 조작 당했다.
“로버트, 우리는 이 시대의 악당이 되어야 합니다.”
– 보스를 만나는 순간부터 전 월가의 악당이 됐습니다.
쩐의 전쟁에서는 양심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 맛난 열매를 먹어치워 버린다.
결코 양보할 생각은 없다.
돈 벌어 쓸 곳이 천지였다.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업 사냥에 나설 생각이었다.
싸고 좋은 물건이 헐값에 시장에 나온다.
그리고…….
“슈퍼컴퓨터는 계속 확충하고 있습니까?”
– 보스의 명대로 투자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좋습니다.”
– 보스 혹시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만큼 큰일을 계획 중이십니까?
“하하. 채굴 좀 하려고 합니다.”
– 네? 채굴요???
로버트는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9년도에 세상에 나타나는 인터넷 노다지.
앞으로 10년 뒤 세계 부호 순위를 뒤바꿔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신 화폐가 등장한다.
그리고 슈퍼컴퓨터는 채굴과 동시에 새로운 암호 화폐를 만들어 내는 데 이용될 최상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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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