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37
36장. 우리 대표님
“대표님…… 사무실이…….”
“왜 좁아요?”
“아니요. 그 반대예요. 둘이 사용하기에는…….”
다음 날 아침 유세라가 출근했다.
법인 등록지를 만들기 위해 임차한 강남대로 인근의 사무실.
통 크게 120평짜리 한 층을 전부 임대했다.
그것도 럭셔리 21층 꼭대기.
월세가 저렴했다.
보증금 2억에 월 2,000밖에 안 했다.
전에 사용하던 사업자가 망해서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에 사무실 집기를 모두 인수했다.
사기꾼이었는지 사무실이 초호화였다.
사장실 가죽 소파는 홍콩상행 은행 지점장님 소파도 울고 갈 정도로 죽여줬다.
팩시밀리부터 탕비실의 차와 커피, 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시원하면서 산뜻한 철제 유리 의자들까지 모두 완비된 풀 옵션 사무실이었다.
회의실도 두 칸이나 존재했다.
세라 누나 말대로 둘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컸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도 따로 고용했습니다. 청소는 걱정하지 마세요.”
“네에…….”
“할 일은 어제 말했듯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바빠지겠지만 지금은 자기 개발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자기 개발요?”
“어학 공부도 좋고 따고 싶은 자격증도 있으시면 도전해도 좋습니까. 혹시 사법고시는 준비할 생각 없습니까? 제가 잘 아는 족집게 고시 전문 선생님이 계시는데~.”
“…….”
유세라 누나가 할 말을 잃고 나를 봤다.
승낙만 한다면 1년 안에 수석 합격시켜 줄 자신이 있다.
내 머릿속에 모든 기출문제가 저장돼 있다.
일은 많지 않았다.
물건을 팔 것도 아니다.
누구와 흥정할 것도 없다.
투자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내 금융 산업은 이게 장점이다.
“아! 어제 연봉 협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혹시 실례되지 않는다면 전 로펌에서 받은 연봉이 얼만지 말해 주실 수 있습니까?”
“3,000입니다. 사대보험 포함한 연봉입니다.”
다 떼고 한 달 실수령액은 월 200 살짝 넘는 정도라는 소리다.
근속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니 적당한 금액일 거다.
로펌이 생각보다 인건비가 짠 것 같다.
저런 미인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홍보 효과가 크다.
그런데 겨우 3,000?
“연봉 4,000만원으로 책정해도 되겠습니까? 사대보험은 전액 회사에서 부담하겠습니다.”
“네에에??? 4, 4000요?”
연봉 5,000정도 수준으로 올렸다.
솔직히 말해 유세라 누나 정도라면 연예계에서 콜이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한 곳으로 빠지지 않고 직장에 다니는 게 대단했다.
로펌 변호사들이 그녀를 노리는 것도 이해됐다.
“적어요?”
“아니에요. 너무 파격적인 금액이라…….”
“보너스도 있습니다. 기본 400프로에 연월차 수당, 명절 보너스, 휴가 보너스도 따로 지급됩니다.”
“대, 대표님.”
“네?”
“혹시 다단계 사업하시는 거예요?”
“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라 누나가 날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 난 세라 누나가 마음에 들었다.
***
우리 대표님은 이상한 남자다.
처음 볼 때는 훈남 조폭인 줄 알았다.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머리칼이 짧았다.
고삐리도 아니고 요즘 유행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정장은 근사하게 잘 어울렸다.
키도 180은 훌쩍 넘었다.
몸매는……. 아휴!
그러나 면접 장소가 호텔이라는 게 마음이 확 상했다.
면접을 핑계로 술 한 잔 마시자는 수작으로 작업 들어가는 줄 알았다.
대충 나오는 스토리가 다음에는 손잡고 다른 것도 잡으려는 엉큼한 남자들의 수법이다.
그때는 확 알을 깨버리고 나오려고 작심하고 갔다.
검찰 차장검사 출신인 로펌 조 변호사님 인격을 믿지만 그분도 실수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호텔 뷔페는 근사했다.
로펌을 때려치우고 일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입맛이 없었다.
개새끼들!
술만 처먹으면 내 몸이 안주인 줄 알고 자꾸 주물럭거린다!
몇 번은 참았다.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출신에 이 정도 취직자리는 흔하지 않았다.
적당히 하다 그만둘 줄 알았다.
그래도 대한민국 상류층들이라 인격을 믿었다.
내 착각이었다.
배우고 똑똑한 놈들이 더했다.
로펌 대표 변호사라는 고위 판사와 검사 새끼들은 순 생양아치였다.
치마만 입고 가면 내 온몸을 훑는 게 일과다.
가슴 뚫어지게 바라보면 뭐가 달라져?
막말로 내가 자기들 젖 주던 엄마도 아니고 말이야!
생양아치들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
개인 사무실 안에서 골프 연습하고 인터넷에서 야동을 주구장창 봤다.
변호사 간판만 달았지 재판정에 잘 나가지 않았다.
다만 전화를 돌렸다.
전관예우의 실체를 봤다.
전화만 하면 밑에 직급이었던 판사나 검사들이 쩔쩔맸다.
그게 전부 다였다.
저녁에 술 마시면 다음날 출근하지 않아도 용서받았다.
접대라는 명목으로 좋은 곳에(?) 갔음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그리고 한 사건 당 수억씩 받아 갔다.
전화와 접대로 사건은 돈이나 권력자의 승소로 끝났다.
와아……, 세상 위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님은 달랐다.
태산이라는 이름처럼 듬직했다.
뷔페 요리를 먹으며 세상에!!!
콜라를 마셨다.
나에게도 절대 술을 권하지 않았다.
밥을 먹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오갔다.
상상 외로 말이 잘 통했다.
취업자들의 애로사항과 시대의 아픔, 정치 이야기까지 술술 막힘이 없었다.
이래서 대표가 되는구나 싶었다.
머리에 돈하고 여자만 밝히는 로펌 고위 변호사들과 품격이 달랐다.
매너도 훌륭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줬다.
오래 사귄 남자 친구와 함께 있는 것처럼 저녁을 배불리 먹었다.
회사에 대해 물었지만 금융업이라고만 알려줬다.
다단계는 아니라는 확답을 받았다.
언제든 이상하면 퇴사해도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대표님은 흔쾌히 승낙했다.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출근을 약속했다.
강남 사무실은 집에서 30분 거리라 딱 좋았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생 회사라 잘해야 30평 정도 규모라 생각했다.
적성에 맞는다면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잡일도 할 자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교장 선생님으로 퇴임하신 아버지에게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
밥값은 스스로 눈치껏 하는 게 예의라고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회사는 눈치를 볼 게 없었다.
대표님은 사무실에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았다.
컴퓨터 몇 대와 하루 종일 씨름했다.
기껏해야 점심시간 때 나와서 나와 맛집 투어를 다녔다.
그것도 11시 30분 밀리지 않는 시간에 말이다.
퇴근도 5시면 칼퇴근이다.
그 흔한 전화도 오지 않았다.
명함 신청하고 법인 카드 신청하고…….
냉장고에 먹고 싶은 간식거리 잔뜩 쌓아두고…….
일주일 동안 내가 한 일의 전부였다.
돈을 받기가 미안했다.
그래도 오늘은 일거리를 주었다.
홍콩에 출장을 가신다며 비행기 1등석 국적기 왕복 티켓과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예약을 지시했다.
통도 크셔라~.
나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휴가 때 2인까지 항공권 비즈니스석은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지급하겠다고 말이다.
물론 호텔 비용도 포함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이 미모와 몸매로 세상 유혹을 이겨낸 보너스로 신들이 주신 선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회사 망할 때까지 절대!
내 발로 먼저 나가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대표님은……. 그만큼 너무 멋졌다~.
***
아! 언어가 이런 거구나!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난 환상을 맛봤다.
각국에서 모인 각 인종들이 나누는 모든 말들이 완벽하게 자동 해석돼 들렸다.
‘오늘 공항에서 맛본 한국 요리는 형편없었다.’
‘우리 사랑이 이것밖에 안 되냐!’
‘엄마는 왜 내 말에 그렇게 불신하느냐!’
‘오늘 휴양지에서 뜨겁게…….’
젠장! 이건 안 듣고 싶은 말이었다.
단 하룻밤에 이뤄진 기적이었다.
진짜 신들의 불법과외는 칭송받아 마땅했다.
신속, 정확하고 화끈했다.
뭔지 모르지만 내 입으로 카르마 포인트 25프로를 크리스 반스데일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순간 거래가 끝났다.
크리스가 감격하며 내 손을 잡고 울었다.
신들 세계에서도 없는 자의 슬픔이 알알이 전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큼지막한 정원수라도 구입하라고 1프로 더 기증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괜히 퍼주다가는 포퓰리즘이라는 소리 들을까 봐 겁났다.
그리고 전수가 이뤄졌다.
내 머리에 손을 대고 기도하던 크리스.
꼭 나중에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고 했다.
그렇게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미라클이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각국 사이트들을 모두 돌아다녔다.
세상에…….
모두 다 보이고 들렸으며, 해석되었다.
입에서도 줄줄 영어, 일어, 불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인도어, 아랍어, 중국어 등등.
몇 시간씩 난 기적의 바다에서 행복함을 맛봤다.
그리고 영어 교과서가 허접쓰레기임을 확인했다.
크리스가 말했던 학문적 접근의 잘못된 폐해가 교과서에서 적나라하게 보였다.
딱 망하기 좋은 케이스였다.
“홍콩행 한국항공 HE603편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12번 출구에서 지금 수속이 진행 중입니다. 출발에 늦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면세점에 들러 아이쇼핑을 하는 사이 출발 시간이 됐다.
“퍼스트 클래스 고객님, 오늘도 저희 한국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용 통로로 입장해 주십시오.”
국적항공기 한국 항공기 승무원들은 다 얼굴 보고 뽑는 게 맞았다.
표를 내밀자 친밀하게 웃으며 어여쁜 승무원이 정중하게 안내해줬다.
나는 두 번째 생 처음으로 일등석 전용 출구를 밟았다.
일등석에 입장하자 상쾌한 미소를 보이며 쪽찐 머리의 미녀 승무원들이 자리까지 안내했다.
몇 개 없는 일등석 좌석이었다.
손님은 나 혼자.
그때부터 풀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괜히 돈 내고 국적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이용하는 거 아니다.
비행기가 안정적 고도에 이르자 식사가 나왔다.
퍼스트 기내식, 와인 리스트, 한식 정찬 메뉴판이 나왔다.
꽃등심 스테이크 구이가 메뉴인 양식 코스를 주문했다.
와아…….
하늘색 스카프를 맨 미녀 누나들이 빵, 디저트, 샐러드, 스테이크, 과일까지 풀 서비스로 내왔다.
아쉽게도 미성년자라 와인은 스스로 거절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미녀 누나들.
나 혼자 사용하는 퍼스트 클래스라 눈만 마주치면 생긋 웃는데…….
아……, 괴롭다.
나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세상이 날 그리 두지 않았다.
내 개인 정보를 보지 못한 듯 내릴 때쯤 가장 젊은 누나가 쪽지를 몰래 전했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누나! 내가 정장 차림이지만 고삐리라고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시크한 도시 남자 이미지를 풍기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마지막까지 단정하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누나들과 아쉽게 작별했다.
왜 부자들이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서비스가 차원이 달랐다.
자본주의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
그렇게 첵랍콕 국제공항에 내렸다.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오는 순간 난 내 이름을 들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리고 난 간절히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신이시여! 오늘은 그만 시험에 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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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