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22
421장.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2)
“사라!”
그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이름을 불러왔다.
“다니엘…….”
사라 요한슨도 남자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우연처럼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사실 모두 다 계획적이었다.
‘이 위험한 곳에…….’
다니엘에 대한 정보 수집에 있어서만큼은 사라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보원을 통해 그의 일상생활과 행동 패턴 등 대부분을 상세하게 수집해왔다.
자발적 관심의 발로였다.
처음에는 개인적 관심에서 시작됐지만 후에는 가문의 일과 얽혀갔다.
공을 들이고 있는 로버트 라이언과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사라 요한슨은 확신했다.
게다가 백악관 관련해서도 로버트 라이언의 지분이 생겼다.
그것도 생각보다 컸다.
로버트 라이언 뒤에 다니엘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다니엘에 대해 더 깊이 파악해 갔다.
정보를 파면 팔수록 묘한 그의 매력에 빠져 들어갔다.
최근 러시아에 큰 땅을 구입한 것과 중국 비밀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죽임을 당할 뻔한 위험을 몇 번이나 넘겼다는 사실에는 안도했다.
다니엘은 하룻밤 인연으로 끝나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많았다.
그를 만난 뒤로 다른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긴 밤 기존의 자신을 산산이 부숴버리고 새롭게 조각해 버린 남자가 앞에서 활짝 웃었다.
이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지 그는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연처럼 이렇게 급하게 그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사라 요한슨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미국 동계 올림픽 대표팀 지원자로 등록이 됐다.
“사라, 이곳에는 무슨 일입니까?”
“자원봉사자로 지원 나왔어요.”
“그래요?”
다니엘의 미소는 여전했다.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재능이 뛰어나서 ‘베토벤의 재림자’라는 이름으로 미국 사교계에 소문이 난 그였다.
그런 그가 한국 동계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되었다.
정보에 의하면 스키 실력 또한 상당하다고 했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임이 분명했다.
한 가지 분야에서도 대성하기 힘든데 그는 여러 가지 분야에서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이뤘다.
“아는 분을 만나신 것 같네요.”
다니엘 옆에 있던 노르웨이 미녀 선수가 아쉬운 눈빛을 보냈다.
누가 봐도 목적이 있는 몸짓이었다.
“오늘은 미안해요.”
사라 요한슨이 먼저 그녀를 정리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다니엘이라고 했죠? 다음에 만나요.”
다니엘의 이름을 입에 올리더니 그녀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정말……. 본가의 힘은 무서워.’
사라 요한슨은 뒤돌아 사라지는 여성을 보고 긴장했다.
그녀는 평범한 스키 선수가 아니었다.
다니엘에게 접근하기 위해 본가에서 포섭한 스파이였다.
세계 각국 정치인, 경제인, 스포츠인들 중 상당수가 알게 모르게 차일드 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그 범위가 광범위해서 웬만해서는 알 수 없지만 방계의 중요한 핏줄인 사라 요한슨은 알아냈다.
선수촌에 드리운 위험 요소는 생각보다 많았다.
다니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방금 자신이 어떤 작업을 당했는지.
자칫 인생의 큰 오점을 남길 수도 있었다.
“커피 마실래요?”
그에게 커피를 제안했다.
“좋죠.”
다니엘이 활짝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짓는 다니엘의 미소가 오늘따라 순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
“실패했어요.”
– 시간이 걸릴 것 같나?
“훼방꾼을 만났어요.”
– 훼방꾼?
“사라 요한슨.”
– 뭐라고?
“똑똑히 봤어요. 사라 요한슨이 나타나 저를 밀어냈어요.”
– 흐음…….
“어떻게 할까요?”
– 더 가까이 다가가. 사라 요한슨이 관심을 보일 정도라면……. 더 친밀함을 유지해.
“알겠어요.”
–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하도록.
통화가 끊겼다.
“사라 요한슨이라 이거지…….”
소피아는 호기심이 더 일었다.
네덜란드 국가 대표였지만 그녀는 영국에서 생활했다.
몇 해 전 학비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녀는 암중의 도움을 받고 그들과 계약을 했다.
할아버지가 명망 있는 유대인 가문 사람이었다.
철저하게 유대인 핏줄에 야훼를 믿어야만 가능한 지원이었다.
소피아는 즉시 개종했고 곧바로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학업을 끝마치고 소피아는 조직이 권하는 곳에 취직했다.
취미로 배웠던 스키로 국가대표도 됐다.
네덜란드에서 유명인인 소피아는 조직으로부터 나중에 중요한 업무를 맡길 때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녀는 1년에 한 달 정도 특별한 교육을 이수받기도 했다.
그때 알게 된 사라 요한슨의 얼굴과 이름.
중요한 인물로 분류됐었던 그녀가 일개 동양인에게 보이는 관심은 뜨거웠다.
여자로서의 직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라 요한슨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 말이다.
“동양인치고는 키도 크고 얼굴도 제법 잘생긴 건 맞는데……. 뭐가 또 매력이지?”
다니엘이라 불렸지만 한국 이름으로 장태산인 남자에 대해 소피아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조직에서 최대한 친밀하게 접근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이다.
미모를 이용해 다가갔다 오늘은 변죽만 올렸다.
사라 요한슨의 의도된 명백한 방해.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어차피 노르딕 스키 선수라면 내일 개막식 뒤에 휘슬러에 위치한 캘리한벨리로 이동해야 했다.
선수도 얼마 없기에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때를 기다려보기로 한 소피아.
“하아암~”
오랜만에 길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조직의 일을 떠나 청춘에게는 흥분되는 올림픽 축제.
소피아의 머릿속에 다니엘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
“여기 위험해요.”
“위험요?”
“네……. 다니엘이 아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에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장 경찰과 군인들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보다 안전한 곳이 있습니까?”
“다니엘.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제가 획득한 정보에 의하면 정체 모를 테러분자들이 이곳에 있어요.”
“그래요?”
어차피 위험은 언제나 친구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이제는 하도 당해서 큰 두려움도 없었다.
그래봐야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를 어쩌지는 못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이곳에 있는 선수들이 문제였다.
나 말고도 한국에서 선수들이 다양하게 참가했다.
자칫 국제 문제가 되어 세계 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었다.
미국 형님들이라면 테러리스트들과 전쟁도 벌일 것이다.
지난 생에 없던 사건이다.
2010년 동계 올림픽은 무사히 끝났다.
뭔가 예정된 시간의 흐름이 틀어지고 있었다.
“누구를 노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중국 쪽과도 관련 있다는 정보를 어렵게 알아냈어요.”
중국?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중국 놈들과 연관되어 있다면 나도 테러 범주에 포함될 수 있었다.
러시아까지 찾아와 총질했던 무식한 짱개들이었다.
차일드 가의 방계 쪽 최고 라인 정보라면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정보였다.
“걱정 돼요?”
“네?”
“제가 걱정 돼서 찾아온 거 맞아요?”
“그게…….”
사실 사라 요한슨과는 많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우연히 만나 뜨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와 난 애인 흉내를 내며 평소 연락하던 관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신분 차이가 보통 사람의 생각보다 컸다.
미국 최고 명문가에 엘리트 교육을 받은 미모의 여성이었다.
차일드 가문에서 알면 분명 그 자리에서 총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 그녀의 나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느껴졌다.
“고마워요. 나를 그렇게 걱정하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고맙다는 나의 말에 사라가 웃었다.
미녀의 웃음은 세상 그 무엇보다 남자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는 말은 사실 같았다.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사라와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함께 보낸 하룻밤 인연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제가 보호해 드릴게요.”
사라가 강단 있게 말했다.
보통 이런 대사는 남자가 던져야 제 맛인데 의외로 그녀에게는 어울렸다.
보스 기질이 사라에게서도 넘쳤다.
“좀 깊은 정보 가지고 있습니까?”
“……네.”
“주세요.”
“네???”
“동양 격언에 ‘풀은 뿌리째 뽑아야 다시 싹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일이니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이에요.”
“저도 악당들 잡는 전문갑니다.”
“다니엘…….”
사라가 못 믿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때 못다 마신 와인……. 올림픽 끝나고 마시는 걸로 증명하겠습니다.”
사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도도한 미녀에게 던지는 싸가지 없는 통보였지만(?) 그녀는 내심 반기는 듯했다.
아무리 봐도 내 몸 속에는 나쁜 남자의 피가 콸콸 흐르는 것 같다.
“정보는 줄 수 있어요. 그래도 조심해야 해요. 아직 놈들에 대한 정확한 첩보는 알지 못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알겠어요. 다니엘을…… 믿겠어요.”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와이너리가 딸린 별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그림 한 점 선물해 드리겠습니까.”
“정말요?”
“바이올린 선율은 덤입니다.”
“다니엘은……. 피할 수 없는 미끼를 던질 줄 아는 사냥꾼 같아요.”
“사라가 안타깝군요.”
“네……. 그런데 피할 방법을 전 모르겠어요.”
나름 쿨한 대화가 오고 갔다.
질척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없었다.
그래서 사라와의 만남이 개운한 것 같았다.
그녀와 난 아직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청춘들이었다.
***
“그 녀석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뭐야? 어디로?”
“그게……. 모르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선수촌 출입구 통제했잖아?”
“확실히 통제는 하고 있지만 있는 곳은 모릅니다. 선수촌 숙소가 한두 곳도 아니고 내일 개막식 때문에 어수선합니다. 애들이 마약 한 것처럼 들떠 있습니다.”
“찾아봐! 정보원들 다 풀어!”
“알겠습니다.”
“아오! 이거 뭔가 불길한데…….”
CIA 팀장 루크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상부로부터 긴급 보호 명령을 하달 받았다.
미국 선수들보다 우선해 한국인 장태산을 보호하라는 명령이었다.
상부에 묻거나 따질 수 없었다.
요인 경호의 우선순위는 상부에서 정했다.
선수촌에 풀린 요원들을 통해 그를 감시 중이었다.
“사라 요한슨은 밖으로 나갔습니다.”
“두 사람은 뭐한 거야?”
“커피를 마셨을 뿐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루크는 팀원 잭슨을 닦달했다.
위험 신호와 함께 승진을 위한 계단이 눈앞에 보였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장태산이라는 한국인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했다.
“수상한 놈들은?”
“모든 등급 놈들을 실시간 파악 중입니다. 아직 큰 변화는 없습니다.”
“아니야. 있어……. 뭔지 모르지만…… 느낌이 안 좋아.”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은 깊은 고요함이 주변에 팽팽하게 번져 있었다.
특히 이럴 때 큰 사건이 터지는 법이었다.
삐이잇.
그때 갑자기 울리는 긴급 통화 신호.
잭슨이 급히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 둥지! 지금 누군가 까마귀 집을 털었습니다!!!
# 42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