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25
424장. 개막식 (2)
‘뭐야? 저 여자!’
김유나는 갑자기 나타나 태산 오빠 앞을 막아선 여자를 어이없이 바라봤다.
동계올림픽 같은 큰 행사는 유나도 처음이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수만 명의 관중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음악은 흥겨웠고 소품과 분위기는 최고에 달했다.
타오르는 성화 밑에서 벌어진 화끈한 춤판.
평소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는 미국과 유럽 선수들은 흥겹게 춤을 추며 즐겼다.
그에 반해 아시아 선수들은 뻣뻣하게 몸을 흔들었다.
유나는 오빠 장태산을 찾았다.
주변에 얼쩡거리며 다가오는 남자 선수들을 피하고 싶었다.
대열이 흐트러졌다.
댄서 복장을 착용한 자원봉사자들까지 어울렸다.
한순간 클럽처럼 변해 버린 상황에서도 장태산은 눈에 뛰었다.
유나도 분위기를 타고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
오빠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고대하며 다가서는 순간….
갑자기 늘씬한 미녀가 태산 오빠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그녀.
키가 유나보다 훌쩍 컸다.
몸매도…. 서양 미녀들답게 나올 곳은 확실히 나오고 들어갈 곳은 잘록하게 들어갔다.
느닷없는 상황에 어이가 없어 바라보는 순간.
태산 오빠가 거절하지 않고 그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씨….”
유나 입에서 최고로 거친 망언이 터져 나왔다.
소리는 없지만 와장창 깨져버린 흥과 분위기.
김유나는 그녀를 사정없이 노려봤다.
***
“인기가 많아요~.”
소피아도 김유나를 알아챘다.
“당신만 할까요?”
최대한 가까이 그녀가 다가왔다.
소피아 주변에 날파리들이 많이 보였다.
여자 선수들 중에 소피아 미모는 단연 탑이었다.
혈기 방장한 남자들이 그녀 주변에 꼬였다.
“호호~ 그건 인정.”
갑자기 소피아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 정확히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그녀.
보기 심히 좋았다.
180이 넘는 장신 미녀의 춤사위는 주변을 압도했다.
스포츠로 단련된 탄탄한 몸매는 착 감기는 츄리닝 속에서 빛을 발했다.
생방송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를 기도했다.
네티즌들 눈에 띄면 무슨 트집이 잡힐지 몰랐다.
“저에게 관심 있습니까?”
이 여자 파란 눈을 왜 이렇게까지 반짝여?
마치 나에게 목적이 있는 것처럼 파란 눈동자에 흥미를 드러냈다.
“네~.”
직접 화법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도리어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소피아.
갑자기 그녀와 와인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유혹의 향기가 대놓고 강렬했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인생을 살 관상이 아니었다.
천마(天馬)의 상이 보였다.
한 마디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녀야 할 팔자였다.
얼굴에 도화살도 넘쳤다.
주변에 남자가 많다는 뜻이다.
서양적 관점에서는 매력 넘치는 미녀고 동양적 사고방식으로는 바람둥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두둥~ 두라라라랑~♪.
흥겨운 비트의 음악이 흥을 절정까지 끌어 올렸다.
알코올이 없어도 충분히 흥이 폭발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집단 분위기에 취하면 답이 없었다,
물론 보는 눈이 많아 끈적거리지는 않지만 소피아의 눈빛은 충분히 도발적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 소피아.
뭐야!
몸을 흔들다 말고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뜨거운 음성.
“오늘 밤… 같이 갈 거죠?”
“???”
소피아, 지금 뭐라는 거야? 가긴 어딜?
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소피아.
아무래도 이 여자 위험한 북극 여우의 후손 같았다.
***
“놈들은요?”
“정확한 위치는 파악 못했습니다.”
“큰일이군요.”
“그래도 테러리스트를 CIA에서 처리해서 다행입니다. 놈들이 소유한 폭탄이 꽤 위험한 물건이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지만…. 아사신이 남았어요. 하아….”
비비안은 한숨을 내뱉었다.
기사단이 동원할 수 있는 정보망을 모두 이용했지만 아사신의 털끝 하나 잡아내지 못했다.
과거부터 그랬다.
신비한 능력으로 은신에 천재적 재능을 보였던 놈들이었다.
기사단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비비안을 습격할 정도로 대범하고 은밀했다.
캐나다에 기사단의 단원들과 후손들이 많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프랑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캐나다는 국경이 넓었고 외진 곳이 많았다.
특히 동계 올림픽 때문에 관광객들도 넘쳐났다.
이곳에서 숨어버린 아사신들을 찾는 건 힘든 일이었다.
다행히 테러를 모의하던 자들은 처리가 됐다.
“다른 라인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곧 놈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에두아르도 말은 했지만 확신을 담지 못했다.
직접 겪었던 아사신은 어설픈 테러리스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다니엘은요?”
“지금쯤 개막식이 끝나고 휘슬러로 가는 차를 타고 있을 겁니다. 이틀 뒤에 열리는 노르딕 출전 선수들 대부분이 오늘 이동한다고 합니다.”
“…휘슬러로 가는 길은 험하지 않나요?”
“밴쿠버에서 차로 2시간 거리입니다. 휘슬러까지 이어진 99번 도로는 완벽하게 제설 작업이 끝났습니다. 가는 길이 산세가 좀 험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경찰들도 밤새 근무합니다.”
“느낌이 안 좋아요.”
비비안이 살짝 인상을 썼다.
기사단장의 핏줄을 이어받은 가문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달리 어느 순간 예지력의 축복을 받았다.
비비안도 요즘 각성 중이었다.
그렇기에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 것이다.
능력자는 기사단에게 있어 중요한,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는 비비안.
다니엘을 떠올리며 집중했다.
“헙!”
갑자기 답답한 듯 숨을 몰아쉬는 비비안.
강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환상이 들어찼다.
“위험해요!”
머리를 움켜쥐며 비비안이 소리쳤다.
“네?”
“다니엘… 을 놈들이 노리고 있어요!”
눈을 감은 채 환상을 좇는 비비안.
“그게 무슨….”
“휘슬러로 가는 길에 놈들이 매복 중이에요! 어서 헬기를 불러요! 다니엘… 의 얼굴이 계속 떠올라요! 어서요!”
“아, 알겠습니다!”
에두아르가 빠르게 움직였다.
“아아….”
비비안은 각성 중인 환상 속에서 비명을 흘렸다.
피에 물든 아사신의 전사들이 장태산을 죽이기 위해 도로를 막아섰다.
주변에 흐르는 피.
그리고 죽음.
“다니엘…! 기다려요! 내가 갈게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라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를 떠올리다~♬ 수많았던 추억에 슬픔에 잠긴다…~?”
요즘 최애하는 강윤아의 ‘Going House’의 애절한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미롭고 아련했다.
강윤아는 목소리 자체가 악기였다.
피아노 반주 하나에 목소리만 올렸을 뿐인데 명곡이 됐다.
부우우웅 부웅.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향하는 캐나다 99번 씨투 스카이 하이웨이 길을 신나게 달렸다.
고속도로라지만 한국과 달랐다.
왕복 2차로와 4차로를 수시로 바꿔가며 뻗어 있었다.
가다보니 바다가 보였고 눈 쌓인 큰 산이 달빛을 받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길옆으로 키 큰 나무들이 즐비했다.
금방 곰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자연 상태가 유지됐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오고가는 차들도 드물었다.
뻥 뚫린 도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였다.
도로 상태도 제설이 끝나 있어 완벽했다.
길가에 경찰차들도 간간이 보였다.
“소피아… 날 놀려?”
소피아의 유혹적인 대시에 속았다.
북극 여우의 꼬리질이 제법이었다.
개막식에 참가했던 노르딕 선수들 대부분이 오늘 밤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다.
선수층이 얼마 되지 않는 한국팀도 스폰을 빵빵하게 받아 대형 버스를 이용했다.
같은 시간 노르웨이 대표팀도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 스케줄을 소피아도 알고 있었다.
오늘 밤 같이 가자는 말을 괜히 혼자 흥분해 오해했다.
좀 더 뜨겁고 건설적으로(?) 생각했던 내가 민망해졌다.
대표팀 버스와 같이 출발하지 않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피하고 싶었다.
대신 로버트가 준비해 놓은 대형 지프를 사용했다.
튼튼한 4륜구동 지프에 장비를 넣고 홀로 길을 달렸다.
대표팀 차량 뒤를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뒤따라갔다.
살짝 열린 창문으로 시원하고 오염되지 않은 캐나다 자연산 바람이 들어왔다.
주변이 고요한 만큼 작은 소음까지도 선명하게 들렸다.
귓가를 간질이는 애절한 노랫소리와 어울려 분위기가 더 좋았다.
“유나야…. 미안하다. 오빠가 경기 끝나고 응원 갈게~.”
소피아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
김유나가 춤을 추고 있는 소피아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틈을 보이거나 춤추는 걸 허락지 않았다.
김유나 주변에 따라붙은 한국 기자들의 카메라가 지뢰밭처럼 깔려 있었다.
같이 입장한 것만으로도 온라인 포털에서 이슈가 됐다.
재빨리 주변 인맥을 동원해 해당 관련 기사들을 내리게 만들었다.
TS 그룹뿐만 아니라 로펌, 국정원 등 온갖 라인을 가리지 않았다.
전 방위적으로 나서면서 기자들 입을 막도록 작업이 됐다.
설사 메달을 따도 단신 처리가 될 것이다.
어차피 우리 국민들은 금메달 아니면 선수들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철저하게 국민성을 배려한 나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개막식이 끝나고 난 뒤 노르딕 스키 코치님으로 부임한 서준호 교수의 이동 통보를 받았다.
개인 이동은 쉽게 허락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교수님을 비롯해 선수 관계자들도 나를 못 본 척 했다.
상부로부터 은밀히 어떤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
선수들도 각자 자신들의 경기 때문에 바빠져 질투할 시간도 없었다.
간혹 다른 나라 선수들 중에도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었다.
김유나도 그런 경우에 해당됐다.
“응?”
신나게 산길 구불거리는 코너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안개 구간을 만났다.
99번 도로 옆에 있다는 데이지 호수에서 피어오른 물안개 같았다.
안개등을 켜고 속도를 줄였다.
스스스스스스슷.
순식간에 안개가 짙어졌다.
어선들도 꼼짝 못한다는 짙은 해무에 버금갔다.
“이거 뭐야….”
하지만 문제는 안개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기운.
“살기?”
보통 안개가 아니었다.
안개 속에 섞인 기의 의사가 명확히 전달됐다.
인상이 자동으로 구겨졌다.
이 안개 맛은 과거에 맛봤던 놈이다.
“설마?”
운무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고속도로 휴게소.
핸들을 돌려 천천히 휴게소 쪽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희미하게 보이는 몇 대의 버스 형태의 실루엣.
안개가 짙어지자 급하게 주차를 한 것 같았다.
이동할 때 앞서 출발한 그 버스들이었다.
각국 노르딕 스키 선수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별다른 움직임이나 인기척이 없었다.
짙은 안개로 겨우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휴게소 주차장.
그때 뭔가 움직였다.
아니 떼로 뭉쳐 나에게 달려드는 그 무엇.
“이런 x미!”
# 425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