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65
465장. 때려잡기 좋은 날 (1)
“청장님……. 검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검찰에서???”
이른 아침 출근한 유광석 서울지방국세청 청장은 조사 4국의 3팀장 김필주에게 직보를 받았다.
“말씀하신 대로 서류를 정리해 중앙지검 남병찬 부장검사님께 보냈는데…….”
“보냈는데?”
“구속영장이 반려됐다는 소식과 함께 일체 증거자료를 모두 반환처분 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불법적 세무조사를 감행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뭐라고? 검찰이 협박했어?”
“네…….”
“!!!”
유광석 청장은 일이 틀어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그동안 몇 번 경험했던 일이다.
‘밀렸다!’
눈이 질끈 감기고 두통이 밀려왔다.
힘 대 힘에서 졌다.
장태산이 가진 권력의 힘이 더 강했다.
국세청장에 버금가는 자신과 말을 맞춘 중앙지검 부장검사까지 밀어버렸다.
최소 정권 실세의 힘이 작용했음이 확실했다.
마누라 말만 믿고 너무 강하게 밀어붙였다.
찬병원과 조국일보로도 밀리지 않은 힘든 상대.
‘도대체……. 누구야?’
“TS 그룹 투자자라고 합니다.”
“누가?”
“장태산이 말입니다.”
“뭐라고! TS 그룹!!!”
유광석이 놀라 그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불과 몇 달 전 있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장만수 장관의 오른팔인 백성철 국세청장이 야심차게 사건을 벌였다가 이 바닥에서 사라질 뻔했다.
당시 국장급이었던 유광석은 그 사건의 전말을 소문으로 듣고 놀랐었다.
전직 대통령 주변 세무조사를 통해 승승장구했던 백성철이 하루아침에 역적이 됐다.
VIP가 대노했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다시는 TS 그룹 일에 관여 말라는 비밀 훈령이 떨어졌을 정도였다.
그런데 장태산이 그 TS 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야? 그 말 사실이냐고!”
“네…….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TS 그룹 회장과도 친분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왜 그걸 이제 말해! 너희들 뒷조사도 안 하고 뭐한 거야! 니가 책임질 거야!”
애먼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자신이 바로 처리하라고 말해놓고 부하를 닦달하는 유광석 지청장.
팀장 김필주가 입술을 씰룩거리며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개새끼…….’
김필주는 대놓고 욕을 뱉지는 못했지만 피가 끓었다.
지시를 내린 윗선들이 위급해지면 보이는 뒤집어씌우기 수작이었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그때 김필주를 살리는 구원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유광석이 거칠게 전화를 받았다.
– 유광석이 너 뭐하는 놈이야!
“처, 청장님…….”
– 너 미쳤어!!!
백성철 국세청장이 전화를 받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그게…… 제보가 들어와서…….”
– 제보? 집안 단속도 못하는 놈이 무슨 나라 일을 하겠다고 주접을 떨어!
“네? 집안 단속이라니요…….”
– 인터넷도 안 봐? 당신 와이프 포르……. 아니 동영상이 쫙 퍼졌어!
“도, 동영상요?”
– 감사가 나갈 거야. 그러니까 준비하고 있어! 이번 일…… 장관님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뚝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유광석은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와이프 동영상이라는 말이 전혀 감히 잡히지 않았다.
급하게 컴퓨터로 다가가 인터넷을 클릭했다.
그 순간…….
– 서울지방국세청 청장 와이프 동영상.
– 유광석 청장.
– 찬병원 VIP.
– 이연숙…….
주르륵 연관 검색어 순위가 올라와 있었다.
포털 사이트가 온통 난리였다.
“이게 무슨…….”
자신과 와이프 이름, 계급 등이 노출돼 도배가 되었다.
하얗게 질린 유광석이 떨리는 손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머리는 진작 백지가 됐다.
딸깍.
아직 차단되지 않고 열려 있는 사이트를 찾아 연결했다.
버퍼링 뒤에 바로 연결되는 동영상 하나.
[하아앙…….] [사모님……. 피부가 좋으십니다.] [미스터…… 조. 거기…… 거기!]등을 보인 채 마사지를 받고 있는 허여멀건 여자의 등판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그리고 체격이 좋은 젊은 남성의 손길이 거침없이 움직였다.
덥고 있던 수건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손길과 신음.
[좋아~.]흥분을 참지 못하고 등을 돌려 남자를 와락 껴안는 여자.
클로즈업되는 얼굴.
“다, 당신!”
***
“쟤가 찬병원 딸이냐?”
“맞아. 이름이…… 신지은이었지?”
“아니 쟤네 병원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동영상이 한두 개가 아니라며?”
“난리 났단다. 우리 엄마 계모임 회원들 중에도 찬병원 VIP들 있는데 다들 사색이 돼서 집 밖에 나오지도 않는데.”
“흐흐흐흐. 완전 포르노더라.”
“서울지방국세청장이면 끗발 날릴 텐데 한 방에 갔네~.”
‘도대체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신지은은 로비에 서 있던 선배들이 자신을 힐끔힐끔 보며 수군거리자 기분이 나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전부터 강의가 빽빽하게 있어 일찍부터 집에서 나왔다.
밖에 나가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왔는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다 자신을 보며 눈을 피하는가 하면 돌아서서 입을 놀렸다.
또각또각.
신지은은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왔다. 신지은.”
“……뻔뻔하네. 철면피인가?”
“그 엄마에 그 딸이겠지.”
“난 처음 볼 때부터 밥맛이었어.”
“어떻게 신성한 병원에서 그 짓을……. 히포크라테스가 울고 가겠다.”
“더럽다 더러워.”
동기들만 있는 강의실 곳곳에서 일제히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대놓고 더럽다고 말하는 동기들.
“……너희들 나한테 불만 있어?”
입술을 깨물며 신지은이 사방을 둘러보며 눈을 흘겼다.
평소에는 눈만 마주쳐도 조심스러워하던 동기들이 흘기는 신지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뭘 잘못 먹었나!’
자신의 수족처럼 굴던 여자 동기들은 안 보였다.
종합병원 빼고 가장 잘나가는 강남 찬병원의 미래 오너를 오늘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치 망한 집구석 딸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아니면 모르는 거야?”
그때 앙숙인 장주희가 강의실로 들어서며 한 마디 던졌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뭘 몰라!”
“정말 모르나 보네……. 신지은 지금 너희 병원 쑥대밭이잖아. 정말 몰랐어?”
“???”
“그래. 알고도 학교에 나오면 용자지.”
“장주희…… 너 계속 헛소리 할래! 너희 집안이나 걱정해! 주식 투기꾼 집안 주제에!”
“어머~ 그거 몰라? 우리 오빠 무혐의로 결정 났어.”
“그게 무슨…….”
신지은은 믿을 수 없었다.
집에서 엄마가 장태산이라는 장주희 오빠를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해 밟았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장주희는 태연하게 무혐이라고 말했다.
“지은아! 큰일 났어!”
평소 신지은과 짝을 이루던 동기가 허겁지겁 강의실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날카롭게 묻는 신지은.
“찬병원 VIP실 비디오가…….”
동기는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뭔데! 우리 병원 VIP실이 어쩐다구!”
“야동.”
장주희가 차갑게 한 마디를 덧붙여 뱉었다.
“야동?”
신지은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딸이어도 그녀는 병원의 깊숙한 비밀까지는 알지 못했다.
“너희 엄마가 VIP들을 대상으로 포르노 찍어 보관했다고! 그리고 그게 유포 됐어. 해외로부터 시작해 지금 난리도 아냐.”
그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신지은.
“아니야! 그런 거짓말 퍼트리면 너 고소할 거야!”
강하게 부정하며 장주희를 죽일 듯 노려봤다.
“고소 겁나 좋아하네.”
장주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진짜 뻔뻔하다…….”
“자기 병원이라 이거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기들을 상대로 갑질 했던 그간의 업보가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비난의 소리.
“아니야! 아니라고!!!”
타다다닥.
신지은은 꽥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급히 의대 정보연구실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화질 죽이네.”
“진짜 청장 와이프야?”
평소에는 조용하던 그곳도 소란스러웠다.
급하게 자리 한 곳을 잡고 웹 뉴스를 클릭하는 신지은.
“!!!”
자극적인 제목들과 병원 이름을 단 기사들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
– 이게 나라냐? 병원에서 야동이라니…….
⌞원래 이게 정상이었다. 가진 자들의 더러운 판타지~.
⌞흐흐. 몇 달 동안 감상용 소장각!
⌞검찰에서 조사 들어갔답니다.
⌞조국일보 편집부장 와이프는…… 웩!
⌞새로운 건 없나요?
⌞경찰에서 지금 순차적으로 차단하고 있답니다. 빨리 소장하세요!
⌞이미 각종 사이트에 풀려 막아도 의미 없음.
포털 사이트가 난리가 났다.
고위 공무원 와이프 동영상이 풀렸다.
다옴과 나이버뿐만 아니라 불법 영상을 재생하는 사이트들에 모두 퍼졌다.
한 방에 보내 버렸다.
자신들이 가진 쥐꼬리만 한 권력으로 타인의 행복을 짓밟는 자들에게 돌아간 적절한 형벌이었다.
범죄인에게 인권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직접 고통을 당한다면 인권에 대한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인권은 정의를 수호하려는 이들에게 허락된 권리였다.
감히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놈들에게 주어진 특혜가 아니었다.
한국 형법은 너무 약했다.
미국처럼 죄에 죄를 더해 수십, 수백 년이나 석방 없는 종신형을 과감하게 선고할 필요가 있었다.
법이 우습게 보이니 악인이 판치는 거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고 뺑소니 친 자도 집행유예로 풀리는 나라가 한국이었다.
가장과 아버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갈 이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을 패 죽여도 치사죄로 겨우 몇 년을 산다.
죽음에 대한 대가는 최소 무기징역이 답이었다.
법을 재정하는 자들이 뒤가 이렇게 구리니 화끈하게 법을 법답게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개정해야 할 적폐 중 하나였다.
“난 용서하지 않는다.”
법을 수호하려는 일반인들을 해한 짐승들에게 매는 꼭 필요한 벌이다.
특히 위임된 권력을 함부로 사용한 자들에게는 더한 형벌이 가해져야 올바른 사회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청장 유광석과 그 와이프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었다.
떵떵거리며 치켜들고 살던 얼굴을 이제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찬병원도 명성에 똥칠을 당했다.
이제 찬병원의 VIP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들은 없을 것이다.
일반 의료 행위로는 먹고 살 수가 없었다.
망해야 정상이었다.
“남병찬이 휘두른 칼맛이…… 아플 것이다. 후훗.”
남병찬에게 넌지시 퇴직 후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전달 됐다.
그는 무섭게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차도살인지계는 완성이 됐다.
그리고 오늘은.
“보스. 준비 됐습니다.”
한진웅 대표가 찾아왔다.
장례식장 가는 것도 아닌데 블랙 슈트를 차려입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
“갑시다.”
바깥으로 나갔다.
지난겨울부터 엮였던 더러운 악연 하나.
촤라라랏.
빠른 걸음에 가벼운 코트 자락이 펄럭였다.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날 오후의 햇살.
그룹 하나 주저앉히기에 딱 어울리는 좋은 날이었다.
# 466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