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49
48장. 신의 떡밥
“크크크크크……, 푸푸푸푸……, 흐흐흐흐흐흐흐흐흐.”
미친 듯 웃음이 나왔다.
꿈이 아닌 것 같은 꿈속에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너……, 상태가 이상하다. 인간계에 무슨 일 있더냐?”
이 신 아저씨 서양인인데 말투는 정말 고리타분하다.
듣기 거북하다고 말해 소협이라는 말은 뺐다.
연세도 많은데 편하게 반말하라고 허락도 했다.
“신인데 그것도 모르세요?”
“신도 저기 고 레벨 신 정도 돼야 이것저것 마음대로 볼 수 있어. 나 같은 초짜는 가끔 혜안이 열릴 뿐이다. 내 신력으로는 이렇게 집 한 칸 누리는 것도 벅차다.”
“제우스 올림피아 쟁탈배 출신 아니시죠?”
“……아테네 여신 언어부분 특별 배려자라고 말해줬지 않느냐.”
“아~ 그랬죠.”
느낌이 왔다.
제우스배가 중앙행정직 5급 고시 수준이라면 그 밑에 하급신 주제 선발은 지방직 9급 정도였다.
특별 배려자는 특채와 비슷한 것 같다.
아테네는 지혜를 상징하는 여신.
제우스 올림피아 쟁탈배 출신 노바 형님과 신빨이 확실히 틀렸다.
“오늘 기분인데 나무 좀 심어줘요?”
“오오오! 고맙다! 넌 내 은인이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하룻밤에 거대한 미국 곰 한 마리 해체해서 쓱싹 먹어치웠다.
몸에 좋은 웅담부터 별미인 웅장, 장식용 통가죽 같은 돈 나가는 것들만 챙겼다.
‘내가…… 5조 클럽이라니…….’
10억 달러를 날이 새기 전에 5배로 뻥튀기했다.
숏 포지션 선물을 미친 듯이 청산했다.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주가에 선물도 따라 다이빙을 했다.
곰의 몸을 뜯어 먹기 위해 달려든 늑대들에게 던졌다.
녀석들이 나와 함께 곰을 잡았다.
개별 주가 옵션에서도 대박이 터졌다.
판이 작아 더 못 먹어서 아쉬웠다.
비쌀 때 팔았던 공매도 주식도 싼값에 사서 채웠다.
완벽한 나의 승리다.
무려 500퍼센트의 수익률.
이건 금융계의 깨지지 않는 전설이다.
조지 소로스나 워런 버핏이 나를 형님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나만 아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누가 뭐라 해도 난 하룻밤 만에 포브스가 발표하는 전 세계 부자 200위 안에 들었다.
이 가슴 터지는 행복을 나누기 위해 내가 아는 가장 불쌍한 신에게 찾아왔다.
그 사이 크리스 반스데일은 내 포인트로 멋들어진 본관도 세웠다.
못 보던 암석과 화초도 보였다.
무협 영화에서 보던 대장원의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진짜 비싸 보이는 것들은 없었다.
딱 ‘다있소’에서 집안 살림 장만한 그런 분위기였다.
“낙락장송 그거 어때요?”
“그, 그거 비싼 거다.”
언어학자라 한자도 잘 안다.
눈에 욕심이 보였다.
신이 되어서도 비싼 건 알았다.
“저 쏠 때 쏠 줄 아는 인간입니다.”
“크으……, 고맙다! 나 전생과 신생활 통틀어 너 같이 좋은 인간 처음이다.”
나 같은 인간이 좋은 인간이라니…….
저분 인생도 참 알만 했다.
“어떻게 세우면 됩니까?”
“네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놈을 저 자리에 떠올리면 된다.”
“저번처럼 포인트 나눠주는 게 아니라요?”
“왜? 너도 레벌업 했잖아?”
“레벨업요?”
“아! 아직 신이 아니라 잘 모르는구나. 너 레벨업 했다.”
“…….”
금시초문이었다.
나의 레벌업을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그리고 레벨업 했다고 뭐가 달라지지도 않았다.
게임에서 1레벨이 2레벨 되어봤자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제 몸에서 뭐가 보여요?”
크리스 반스데일이 내 몸을 보고 있자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응. 보인다. 네 몸에서 흐르는 빛이 투명색에서 연한 하늘색으로 변했다. 그게 바로 레벨업의 증거다.”
“좋은 거죠?”
“그럼~ 레벨업에 가까울수록 신계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지금 네 능력에서 쉬지 않고 노력하면 20년쯤 후면 셀프로 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썩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다.
신선 안 좋은 거다.
우화등선은 내가 꿈꾸는 미래가 아니다.
통장에 끝 모를 숫자를 찍어도 써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더 끝장나게 써보고 죽을 거다!’
돈도 써본 놈이 아는 법이다.
좀 더 세상 견문을 넓혀 부자들의 돈질을 배우고 싶었다.
“그럼 나무 심습니다.”
나도 내 능력이 궁금했다.
새로 건축한 본관 앞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상상하고 정신에 힘을 빡 줘라!”
크리스 반스데일의 훈계가 들렸다.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사장님이 심었다 하여 학교에서 애지중지하며 살피던 노송 한 그루.
녀석을 이곳에 옮긴다는 생각을 했다.
파아아앗!
새하얀 빛이 터지는 게 감은 눈에서 느껴졌다.
놀라 눈을 떴다.
그 순간 그 빛 속에서 뭔가 쑤욱 하고 나오며 커지더니 자리를 잡았다.
“헛!”
“오오오오오오! 신빨이 죽이는구나!”
‘나, 나타났다! 정말로!’
놀랍게도 내가 상상하던 제대로 몸뚱이가 배배 꼬인 소나무가 등장했다.
학교에 있는 녀석하고 똑같았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여기는 신이 거주하는 정원이다.
내 카르마 포인트가 이런 역할을 할 줄 몰랐다.
“이, 이거 실화죠? 막 내 꿈속의 개꿈 그런 거 아니죠?”
“세상에서 네 능력이 거짓이더냐?”
“아니요.”
“그럼 믿어라.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럴 때는 진짜 신 같은 크리스 반스데일.
내가 준 포인트로 옷도 바꿔 입었다.
황금용이 날아가는 곤룡포다.
중국 황제가 꿈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집을 꾸미면 뭐가 좋습니까? 노바 형님 집처럼 요정이나 여신들이 놀러 옵니까?”
“어, 어떻게 알았느냐? 노바라니? 나 말고 다른 신들과도 인연을 맺었느냐? 진짜 요정들이나 여신들이 놀러오는 걸 봤느냐?”
크리스 반스데일이 흥분했다.
이 할배…… 도 정상은 아니다.
아니 내가 만난 신들 모두 근엄이나 위엄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첫 번째 꿈에 나타났던 날 회귀시켰던 그 할배도 이상했다.
욕도 찰지게 잘하고 성격도 지랄이었다.
불법 무공 과외 선생님인 천룡신군도 합법 신선은 아니다.
여기 크리스 반스데일이나 노바 형님도 세상 기준에 정상은 아님이 확실했다.
“그분들 놀러오면 뭐가 달라져요? 막 포인트가 쌓여요? 좋아요! 그런 기능 있는 건 아니죠? 그 좋아요 누르면 베스트 뿜에 올라 포인트 딸 수 있는 건 아니죠?”
“……, 헉!”
놀라는 크리스 반스데일 신.
뭐야? 그 표정은!
“어, 어찌 신계 비밀을 그리 잘 아는 것이냐? 좋아요! 기능은 최근 장착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인데…….”
“…….”
이런 젠장!
이게 말이 돼?
진짜 신들 세계에도 그런 기능이 있단 말이야?
좀 더 고전적이고 신비해야 정상 아닌가?
하얀 턱수염 기르고 한 번 바둑을 두면 100년 정도 후딱 지나가는 그런 신선계는 진짜 소설에서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도끼 빠질 때 금도끼 건네주던 마음씨 좋은 부자 신선은 이곳에 없단 말인가.
이게 무슨 신계야!
인간 세상이랑 똑같은데…….
“진짜요?”
“신은 거짓을 말할 수 없다. 침묵은 허락되지만 거짓은 입에 담을 수 없다.”
“와아아……, 끝내주네요. 신들 세계~.”
인간 세상이 변하는 만큼 신들도 변하는 것 같다.
노바 형님도 말투가 현대인과 똑같았다.
인간을 굽어 살필 수 있는 신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
인간이 죽어 신이 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신도 인간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네요.”
“그래. 신으로 살아보니까 다를 거 없더라. 여기도 살아서 포인트 많이 쌓아놓고 조상빨 좋으면 장땡이더라. 인간보다 신들 세계가 더 치열해.”
“조상빨은 왜요?”
“왜긴 왜야! 조상들이 쌓은 선업 포인트가 많으면 후손 신들에게 포인트가 상속되기도 하고 증여도 된다!”
이런…….
진짜 인간 세상과 다를 게 하나 없었다.
조상들 공덕이 두터워야 후손들 잘 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나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 신계 참 좋은 곳이다……. 그래서 살면 살수록 정말 아쉬워…….”
“뭐가요?”
“이렇게 좋은 집을 짓고 매일 맛있는 거 먹고 풍악을 울려가며 예쁜 여신이나 요정들과 어울리는 게 좋긴 좋은데…….”
“더 바랄 게 있어요? 병들어 아프지도 않는 인간들이 바라는 유토피아가 맞잖아요?”
“포! 인! 트! 그게 문제라니까! 나와 함께 어렵게 신이 된 동료 최하급신이 후손 녀석의 포인트 대박에……, 올림피아구로 이사 갔다! 아……, 배 아파! 이럴 줄 알았으면 살아생전 장가라도 가는 건데…….”
이 양반 포인트에 한이 많았다.
올림피아구가 꼭 부자들이 사는 강남구처럼 들렸다.
크리스 반스데일과 신들 세계에 대한 대담 속에서 난 뭔가를 깨달았다.
아! 신들 세계도 금수저, 흙수저가 통하는구나.
인간이 돈이라면 여기는 카르마 포인트였다.
갑자기 크리스 반스데일이 불쌍하게 보였다.
얼굴이 노바 형처럼 깔쌈한 훈남 스타일이 아니었다.
예쁜 선녀님들도 눈이 있다면 품격 있는 노바 형 저택에서 놀지 이런 스타일 집에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집이 참……, 아재 스타일이다.
그것도 싸구려 중국제.
앞으로도 포인트 벌기 참 힘들 것 같다.
“여기 방문하는 여성 신들은 다 유럽 리그 소속인가요?”
우울해하는 크리스 반스데일을 위해서 말을 돌렸다.
나도 궁금했다.
“아니다. 여기저기서 다 온다.”
“네? 그럼 아시아 리그 선녀님들도 오시나요?”
“물론이다. 당연하지 않느냐? 그래서 집도 동양풍으로 이렇게 건축했다. 요즘은 유럽 여신들보다 동양계 여신들이 포인트를 팍팍 쓰고 다닌다.”
아시아 경기 부흥 여파가 신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정말요? 주신도 다르잖아요. 그리고 인종도 그렇고 문화나 언어도 다른데……, 신들이 그렇게 교류해도 되는 겁니까?”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천상 글로벌 시대다. 신계 자유화 물결에 의해 이제는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다.”
아! 글로벌!
이거는 뭐 더 이상 말해야 입만 아팠다.
나만 글로벌도 모르는 무식한 바보가 되었다.
“가끔 시간 나면 좋아요 눌러 줄게요.”
내 한 표가 뭐 중요하겠느냐마는 동정심이 일었다.
그래도 크리스 반스데일 덕분에 언어 걱정은 없었다.
내 머리에 기억된 스타일도 나쁘지 않았다.
“흐흐흐. 자주 만나게 될 거다.”
크리스 반스데일이 게슴츠레 눈을 뜨고 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네?”
“내가 이번에 새로운 언어를 뚫었다. 확 땡길 거다.”
별로 땡기지 않았다.
여기서 언어 하나 더 추가해서 득볼 게 없었다.
외계어라도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뭔데요?”
그래도 예의상 물었다.
저렇게 말하는데 묻지 않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나 아니면 놀아줄 신도 없는 것 같다.
“후후후후……, 룬어.”
“네? 루……, 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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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