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2
51장. 어서 가라 시간아~
‘표정이 왜 저래? 맛이 이상한가?’
요리하는 와중에 무아지경을 경험했다.
내 손이 그렇게 빨리 야채를 손질하고 라면과 달걀을 삶을지 몰랐다.
머리에 떠오르는 영상이 행동으로 바로 재현이 됐다.
‘냉장고를 털어라’의 쉐프들이 요리하는 15분 기록과 비슷했다.
놀랍게도 요리하는 와중에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렸다.
몸 안의 기가 요리에 담겼다.
요리하는 중에 태극오행양의심법이 스스로 운용됐다.
요리에 기가 담기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마음도 정갈하게 바뀌었다.
순수하게 이 요리를 맛보는 자의 건강을 기원하는 선한 마음이 깃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만두 라볶이.
분식이 아니라 푸짐한 해물찜 요리 같은 녀석이 등장했다.
와아……, 지렸다.
“오빠……, 흑.”
갑자기 주희가 나를 부르더니 눈물 한 방울을 또로록 흘렸다.
격한 감동이 녀석을 후려친 것 같다.
“왜, 왜 그래?”
“우아아아앙! 감동이야! 오빠!!!”
갑자기 주희가 눈물을 터트리며 감동이라 외쳤다.
그리고 내 오른팔을 꽉 잡았다.
“오빠! 이거 대박이야!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마약 넣은 거 아니지? 특허 신청하자!”
“태산 오빠……, 저 책임지세요. 이제 다른 라볶이는 평생 생각도 안 날 거예요.”
“무슨 소리야! 태산 오라버니, 전 오래전부터 준비되었사옵니다. 현모양처가 태어날 때부터 꿈이었사옵니다~.”
쌍둥이 친구들이 나를 보고 눈에 하트 뿅뿅을 그렸다.
서로 싸우며 사극 버전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봐도 어여쁜 쌍둥이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친구들도 기본은 훨씬 넘는 미모 스펙을 자랑했다.
근묵자흑의 이치가 이곳에도 적용됐다.
쌍둥이 친구들은 나에게 흠뻑 빠졌다.
요리하는 남자는 나쁜 남자보다 사악하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거 여자들에게는 치명적 스킬이었다.
“다 식겠다. 어서 먹어.”
“오빠! 이 라볶이는 사랑입니다!”
“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라볶이 체인점 사업 같이해요. 준비된 신부 후보 기호 1번 서아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오빠도 같이 먹어.”
“그래. 같이 먹자.”
요리 하나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넉넉히 라볶이를 준비했다.
내 돼지 친구들 다섯 명이 덤벼도 될 양이었다.
젓가락을 들고 떡볶이 떡을 입에 넣었다.
나도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아!”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졌다.
보이는 비주얼과 똑같이 떡은 탱탱 쫀득거렸다.
적절하게 밴 고추장 토마토케첩 소스는 입에 착 달라붙었다.
살짝 가미한 설탕이 풍미를 자극했다.
입에 감도는 매콤함은 피로를 싹 날렸다.
젓가락이 요염하게 몸을 꼰 라면 면발로 향했다.
살짝 덜 익은 상태의 면발을 찬물로 씻자 탱탱함이 더해져 입안을 탱글거리며 후려쳤다.
‘미친……,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죽인다.’
별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다.
엄마가 냉장고에 넣어놓은 야채와 설탕 같은 보조 조미료 몇 개가 다였다.
처음 사용했는데 머리에 레시피가 떠올랐다.
숟가락으로 매콤 달달한 소스를 떠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소녀들은 말없이 젓가락으로 라볶이를 빠르게 비워갔다.
아직 소화효소가 풍부해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그녀들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내 돼지 친구들의 여성 버전이었다.
저렇게 먹고도 날씬한 허리는 세계 10대 불가사의다.
“오빠! 밥 말아 먹자!”
“나도 콜!”
소녀들이 어느새 그 많던 건더기를 다 아작 냈다.
입에 소스를 묻힐 정도로 전투적이다.
실로 대단한 식욕이다.
“밥 볶아줄까?”
“정말요?”
“그럼~ 여기에 참기름 몇 방울 넣고 조미김 싹 부셔서 넣으면…….”
“꺄아아악!”
“오빠! 사랑해요! 진심! 진심!!!”
상상만으로 이미 행복한 소녀들의 비명이 집을 장식했다.
나도 그 모습이 심히 보기 좋았다.
꽃다운 소녀들과의 저녁 야식 시간.
이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때!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카르마 포인트……, 하아, 이게 도대체 뭐야? 게임도 아니고.”
멍한 상태로 내 방에 돌아왔다.
꽃돼지 여동생과 친구들에게 밥 두 공기를 볶아서 대접했다.
그것도 녀석들은 부족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내 환상 속 소녀들의 이미지가 처절하게 망가졌다.
후식으로 사과를 준비했는데…….
우리 엄마보다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깎았다.
신들의 능력은 경험할수록 대단했다.
그리고 새로 얻게 된 기이한 능력에 할 말을 잃었다.
카르마 포인트 알람이 귀에 들렸다.
목소리는 무미건조했지만 세상 그 무엇보다 듣기 좋았다.
뭔지 모르지만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한 게 확실했다.
대장금 여사가 말했던 내가 얻은 새로운 능력이다.
대장금 여사가 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누구나 맛보면 눈물 흘릴 정도로 감동을 주는 요리는 카르마 포인트 획득의 지름길이다.
대장금 여사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바를 들어줄 때 얻게 된다 이거지.”
이치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카르마 포인트가 현실 세계의 돈과 비슷한 효과를 창출했다.
“선의와 귀신들의 한을 풀어주고도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한 것 같은데.”
처음 꿈속에서 만났던 호통 할배도 그랬다.
내가 교통사고로 죽을 때 꼬맹이를 살린 선업으로 날 살릴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 이후 깡패 두목에게 죽임을 당했던 소녀의 한을 풀어줬다.
홀로 졸업식을 맞이했던 장주여고생의 귀신 부모님께도 포인트를 받았음이 확실했다.
내 친구 돼지 녀석들을 배불리 먹게 함도 포인트 축적의 비밀이다.
놈들에게 치킨과 피자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또한 학교의 악당이었던 홍가 놈을 정리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시내 깡패들 정화사업도 마찬가지다.
“주고받음에 철저한 질서가 있다는 소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들의 계산법 말이야.”
보이지 않으며 쉽게 정형화 될 수 있는 등가교환 포인트였다.
구미가 당겼다.
그렇다고 억지로 얻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포인트는 포인트고 돈은 돈이다!”
난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돈이라는 물질로 살아가는 존재였다.
어느새 또 다시 불야성의 시장에 가상의 세계가 열렸다.
여기는 밤이지만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은 이제부터 개장이다.
붉고 푸른 숫자들이 각 호가창에서 빛을 뿜었다.
누군가 이 순간에 엄청난 돈을 잃고 또는 따고 있다는 신호다.
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세상의 눈먼 돈이 나를 미친 듯이 불렀다.
“옛 선인들은 말씀하셨지. 돌쇠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고 말이야.”
카르마 포인트를 알고 난 뒤에 난 그 감춰진 의미를 파악했다.
현대에서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
그건 바로 돈이었다.
“자! 판은 벌어졌다. 돈 넣고 돈 먹기! 오늘도 달려보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이 간 세계 시장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보였다.
특히 캐나다 달러 변동이 가팔랐다.
환율 급등으로 캐나다 국민들의 삶의 질은 낮아질 게 확실했다.
미국 달러 대비 초강세를 보였다.
동시에 엔화에 대해서도 초강세였다.
이 정도 환율 급등이라면 생활비가 50프로쯤 더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엘도라도였다.
머리에 선명하게 환율 변동 그래프가 떠올랐다.
국제 환율 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캐나다 달러에 파랗게 질려 수직 낙하 중이다.
그 낙하가 언제 끝날지 난 알았다.
지금도 들쭉날쭉 매수와 매도창의 단위가 변했다.
먹잇감이 내 사냥터에 진입했다.
사냥꾼의 눈길로 놈의 목을 노렸다.
“오늘을 위해 난 그렇게 돈을 모았다. 흐흐.”
심장이 쫄깃했다.
도박판에서 가장 억울한 일은 판돈이 작아 판을 키우지 못할 때다.
로얄 플러쉬 패를 잡아도 판돈이 작으면 푼돈만 먹어야 한다.
외환시장의 양대 축인 FX 마진과 외환선물시장도 마찬가지다.
FX 마진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거래되는 자금이 전 세계 증권시장 거래의 수십 배였다.
난 그 놈을 노렸다.
FX Margin Trading.
거래대금도 2007년 4월 기준 1일 3조 2천억 달러다.
2007년 환율로 무려 3,000조에 가까운 돈들이 하룻밤 사이에 여기저기로 옮겨 다녔다.
합법을 가장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끝판 도박판이다.
카지노는 차라리 이 판에 비하면 성인군자들의 놀이터다.
판돈이 털리는 순간 1원 개평도 없다.
국내와 달리 판이 크고 흔적 없는 해외 거래 시장을 노렸다.
홍콩과 미국, 런던에서 가장 큰 장이 열렸다.
FX 거래는 선물과 달리 별도의 안정적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 주요 프라임 뱅크가 청산보증을 담당했다.
시장에 참가하는 은행 같은 금융권, 기업, 개인 등이 참여하는 거대한 판이다.
수많은 선물중개회사가 거간꾼이 됐다.
현물거래와 선물거래의 장점만을 추려서 만든 상품이다.
스프레드라는 가산금 말고 거래수수료가 무료다.
주말을 제외하고 24시간 전 세계에서 장이 열렸다.
“레버리지는……, 50배!”
과감하게 배팅했다.
선물중개회사가 내 주문을 받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잠시 후 그래프가 살짝 출렁거렸다.
목표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 달러다.
캐나다 달러가 엔화와 미국 달러에 대해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캐나다 달러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했다.
거래가 체결되며 불이 반짝반짝 들어왔다.
한 거래의 단위가 1랏이라 불렀다.
보통 10만이 최소 거래단위였다.
유로 1랏은 10만 유로를 의미했다.
엔화를 제외하고 수익 단위인 핍은 거대 환율 소수점 4자리 마지막을 의미했다.
1핏의 변화만으로도 유로화와 달러 기준으로 10달러의 수익과 손실이 발생했다.
그런 계약이 레버리지가 50배로 설정 되었다면 2프로의 변동만으로도 원금이 날아가 마진콜을 당할 수 있다.
큰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도 부담이다.
하락장에도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넉넉한 총알이 필요한 이유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내 자금이 적지 않았다.
유로와 달러 같은 큰 거래보다는 시장이 작았기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캐나다 달러 구입 미국 달러 매도, 캐나다 달러 구입 엔화 매도 두 거래를 동시에 진행했다.
타닥 타다다다다닥.
빠르게 손놀림이 오고 갔다.
눈은 화면에 집중하면서 이곳저곳 비밀 법인으로 거래가 됐다.
구입하는 와중에도 핍 상승으로 인해 수십만 달러의 이익이 수익 결산창에 떴다.
“이제 골목대장 놀이는 끝낸다.”
대항해 시대가 시작됐다.
100억 달러 중에 50억 달러는 레버리지 50배로 투입했다.
나로 인해 그래프가 몇 번 출렁거릴 정도다.
10억 달러는 캐나다 엔화 시장에 투입했다.
40억 달러는 거래가 많은 캐나다 미국 달러 시장에 밀어 넣었다.
나머지 50억 달러는 혹시 모를 마진콜 대비 증거금으로 남겨 놨다.
공격적 투자도 언제나 최소의 방비는 남겨두어야 하는 법이다.
“휴우.”
땀이 났다.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갔다.
마진 거래가 끝나자 다음은 국내 투자 법인과 내 개인 계좌, 어머니 계좌를 열었다.
국내 증권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었지만 난 미련이 없다.
바다 고기를 잡는 큰 그물로 민물에서 놀고 싶지 않았다.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환율의 큰 판으로 국내 자금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국내에서도 투자가 가능했다.
구글에 투자한 자금 말고 다른 모든 자금을 투입했다.
며칠 전 내가 소유했던 모든 주식을 팔았다.
HSBC에서 차입했던 2억 달러는 정확하게 이자를 계산해 상환계좌에 입금했다.
묶여 있던 내 자금이 풀렸다.
이제는 자유다.
FX 마진 거래가 좋은 점이 기한이 없다는 점이다.
선물거래 3, 6, 9, 12의 결산일이 없었다.
“황금알을 쑹풍쑹풍 낳거라!”
모든 거래가 끝났다.
내가 계획했던 1차 목표 밑그림은 여기까지다.
뜨거웠던 모니터가 천천히 식는 것 같았다.
몇 달 동안 나와 함께 할 사냥감을 조준했다.
국내 자금도 KR 선물 회사에서 레버리지 50배로 질렀다.
2007년 당시에는 그리 큰 제약이 없다.
개인들도 본격적으로 선물과 외환 거래의 맛을 알 때다.
수많은 그림자들 속에 나를 감췄다.
2016년에나 양도 거래세가 부과되었기에 수익에 대한 세금 문제도 없다.
내 돈 벌들이 꿀통에 가득 꿀을 채울 때까지…….
“아우! 빨리! 시간 좀 가라! 가! 나도 마음껏 돈질 좀 하고 싶다고!”
숫자로 사라지는 돈을 보면서 입맛이 썼다.
미성년자라 돈이 있어도 돈이라 못 부르는 이 홍길동 같은 세상.
성인이 될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돈질하고 싶어서 온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았다.
“지름신은 안 계세요? 계시면 다음에 강림하셔서 저와 함께 화끈하게 질러 봅시다!”
# 5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