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7
56장. 형! 진짜 존경한다!
“형제여~ 내가 왔노라.”
“노바 형님?”
“그렇다. 형제여.”
본가 내 방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공간이 바뀌었다.
노바 형의 대저택이다.
노바 형님이 부르기 직전까지 잠을 설쳤다.
옆 사랑채까지 터서 확장한 방은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그 메이커의 킹사이즈 침대가 놓였다.
창문은 삼중 단열 창에 커튼도 어머니가 수시로 갈았다.
단열재가 두툼하게 보강되어 예전 방과는 완전히 달랐다.
몸에 좋은 황토 페인트로 마무리되어 곰팡이 냄새는 맡을 수가 없다.
호텔 부럽지 않은 화장실 겸 샤워장도 생겼다.
에어컨까지 돌아가는 쾌적한 환경이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낮에 만났던 예린 선배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잊어버렸다 생각했지만 아직 흔적은 남았다.
저녁 일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결혼 찬성이라는 말은 농담으로 넘길 수 있겠지만, 뒤에 카르마 포인트 지급은 날 심란하게 만들었다.
결혼 찬성한다는 아버지 말씀에 왜 내 카르마 포인트가 주어지냐고!
예쁜 며느리를 보고자 욕심내는 아버지 흑심이 확실했다.
“노바 형님, 바쁘셨나 봅니다. 한 달 뒤에 찾아오신다더니 늦었습니다.”
“미안하다. 형제여. 내 몸이 생각보다 부실했다.”
몇 달 만에 등장하는 노바 형이었다.
나타나는 순간부터 형님이라고 말을 텄다.
진심 미안하다는 말을 이해했다.
어쩌겠는가. 몸이 부실하다는데 천하의 노바 형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형제여~!”
“네, 노바 형님.”
“포인트를 소중하게 사용하라. 갑자기 형제의 포인트가 쑥 빠져나가 고생했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사용할 일이 있었습니다.”
나도 잘한 건 없었다.
대장금 여사님과의 거래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카르마 포인트 탈탈 털어 하급 요리 재능을 얻었다.
“앞으로도 고위 신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분별하여 접촉하라. 신과의 거래는 항상 영혼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영혼 흔적요? 그게 뭡니까?”
“흐음……, 형제여. 신과의 거래는 언제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흔적이 강해지면 자칫 강신이 될 수도 있다.”
“가, 강신이면…….”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걸 말한다. 형제여~.”
젠장! 이거 잘못하다가 무당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신선 되는 것도 사양이고, 무당 되는 건 더더욱 필요치 않았다.
“적당히 밀고 땡겨라. 밀당은 신들과의 거래에서도 필요하다.”
“노바 형님에게도요?”
“난 아니다.”
“왜요? 자칫 노바 형의 흔적이 진해질 수 있지 않습니까?”
“형제와 난 이미 1프로의 의리로 맺어진 몸이다. 걱정 붙들어 매라.”
“혹시 그럼…….”
“형제여~ 걱정하지 말라. 인간계보다 신계가 훨씬 물이 좋다.”
“아! 그렇군요.”
노바 형이 혹시 내 몸에 강신할 걸 염려하자 노바 형은 쿨하게 고개를 저었다.
거짓 같지는 않았다.
언제나 형제여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말투는 신뢰가 갔다.
진실하기에 불륜으로도 신이 된 남자였다.
“형제여, 얼굴을 보니 근심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가?”
귀신이다.
내 근심 걱정을 바로 알아챘다.
“제가 사실은 몇 달 전에 첫사랑에게 배신을 당했습니다. 뭐 고백은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 우연히 만났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간 보다 까였군.”
“간 본 게 아니라 그녀가 나보다 조건 좋은 남자를 보고 정신을 잃고…….”
“남자에게 변명은 추하다. 넌 루저다.”
와! 저 팩트 폭력 보소!
자존심이 확 상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바 형에게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한때 노바 형이 상대하던 여자들이 어떤 나라 공주, 공작부인 등등이다.
“반성하라. 마음이 오고 가는 상대를 빼앗겼다는 건 나라를 잃은 것과 같다.”
“나라씩이나…….”
“목숨을 걸 정도로 절실했는가?”
“그건……, 아닙니다.”
예린 선배가 그런 된장녀일 줄 어찌 알았는가.
전생에서는 스치기만 했던 짝사랑이다.
“그럼 됐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연연하면 큰 사랑을 이룰 수 없다. 형제여~.”
위로라고 던졌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건 형님이나 그런 거죠!
여자로 깨달음을 얻어 신이 된 남자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난 그에 비하면 아직 루저다.
“형제여! 넌 내가 선택한 형제다! 용기를 내라! 인간 세상을 정복하고 나와 함께 신계도 평정하도록 하자!”
이 아저씨 위험하다.
저기서 말하는 인간 세상은 오직 여자에 대해 한정된 말이 분명했다.
유부녀 전문 킬러와 동급이 되기 싫었다.
난 어디까지나 합법을 좋아하는 평화주의적 인간이다.
그래도 노바 형의 패기는 보기 좋았다.
나에게 포인트를 빌려 위태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기세를 잃지 않았다.
“노바 형님. 최신 업데이트 없습니까?”
오늘 찾아왔을 맥을 짚었다.
나도 노바 형의 최신 업데이트 내용이 궁금했다.
“흐흐흐. 형제여~ 드디어. 그렇지 않아도 형제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찾아왔노라.”
표정을 딱 보니 대단한 건수 잡은 게 확실했다.
저 자신만만한 표정은 정복자의 징표다.
“어떤 여신입니까?”
남자들 사이에서 자다 말고 노가리 까기에는 여자 얘기가 제격이었다.
이게 꿈속인지 현실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손으로 날렵한 턱선을 매만지는 노바 형님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봤다.
“그녀는 이곳,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여인이다.”
“당연하겠죠. 신인데~.”
“상처가 많았다. 백 년 동안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을 당했다.”
“와아아……, 백 년이요? 그런 사랑이 가능해요?”
“그녀는 아침 이슬 같고, 봄의 첫날에 피는 여린 풀잎 같았다. 눈빛은 언제나 비 오는 하늘을 닮아 촉촉했다.”
묘사는 됐고 도대체 어떤 여신입니까!
신들의 사랑이 궁금했다.
“혹시 그 존재에 대해서 들어봤나?”
“뭔 존재요? 제가 아는 여신입니까?”
“아마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인간들 세상에 영화와 책으로도 많이 소개됐다.”
“헤라? 아테네? 테티스? 아프로디테? 누구요?”
“넌 대통령을 마음대로 볼 수 있나? 유럽이나 아랍의 왕족들은?”
“어떻게 봅니까? 가끔 티비나 인터넷에서나 보기는 합니다.”
“내가 방금 말한 여신들도 그렇다. 우리와 노는 물이 다르다.”
“아! 그런 일이……, 그럼 어떤 존재를 말하는 겁니까?”
내 물음에 노바 형님이 씩 웃었다.
뭐지, 저 우월감 가득한 미소는?
“엘프.”
“네에에에에? 에, 엘프요???”
“그래. 그녀는 엘프들의 여왕이었으며, 이제는 신이 된 아도니아 그라시아스 아들라니아다~ 어때, 이름부터 죽이지 않나?”
“…….”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엘프라는 말에 난 충격을 받았다.
신들의 세계가 방대하다지만 판타지스러운 종족까지 있음은 몰랐다.
세상에 엘프라니! 그것도 여왕!
‘엘프라니? 그럼 드래곤도 있는 거야? 나 지금 도대체 뭔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
혼란스러운 눈으로 노바 형님을 봤다.
“신들의 세계에 정말 엘프가 있어요? 여신이 된 그 엘프 여왕을 꼬셨다고요?”
“형제여!”
“네. 노바 형님.”
“인간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은 우주에 다 존재한다. 존재하기에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잊지 말라.”
“!!!”
정말 놀라운 말이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에 상상할 수 있다는 그 말의 의미는 어마어마했다.
말은 쉬웠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내가 이렇게 신이 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도……, 내가 죽었어도 내 이름을 알고 찬양하는 자들이 많아서다.”
그래 그건 인정합니다.
그 찬양자 속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형제여~.”
“네, 형님.”
“사랑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 최신 버전을 넘기고 가노니 부디 보고 많이 깨우치기를 바란다.”
“네? 최신 버전을요? 내용이 뭡니까? 고리타분한 설교는 아니죠?”
“흐흐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난 가겠다. 그녀와의 데이트 시간이 다가온다.”
노바 형님이 사랑에 푹 빠진 것 같다.
얼굴에 화색이 팍팍 돌았다.
부러운 형님 같으니라고…….
살아서도 그렇더니 죽어서는 더 대단했다.
“그럼~.”
노바 형님이 인사를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지간히 바쁜 것 같았다.
그런데 무지 부러웠다.
이럴 때마다 신계 세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뭘 보란 말이야?”
노바 형님이 남겼다는 최신 버전을 생각했다.
가동 방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파파아아아앗!
그때 갑자기 내 망막에 잡히는 한 편의 영화!
“어! 어어어어!”
놀람의 탄성이 터졌다.
3D 화면이 재생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1인칭 모드로 시작되었다.
눈을 뜨고 감는 게 느껴졌다.
눈앞에는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슬픔에 잠긴 모습으로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야리야리한 몸매가 압권이다.
우수의 아우라가 여인을 뒤덮고 있다.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자태다.
뒷모습뿐이지만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허리를 넘는 기다란 은빛 머리칼은 바람에 은은히 날렸다.
말할 수 없는 향기가 코에서 맡아졌다.
감춰져 있던 귀가 뾰족했다.
노바 형님이 말하던 엘프 여왕이 분명했다.
분명 내가 아닌데 나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재생과 몰입력이다.
“그대가 슬퍼하니 호수도 말을 잃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신의 세계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이여~.”
느끼한 노바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1인칭 모드답게 내 입에서 나왔다.
“죄송합니다. 방랑자여……, 그저 지나온 시간이……, 흐르는 강물 같고 바람 같아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여인의 대사도 만만치 않았다.
중세 시대 소설 대사 같았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됐다.
노바 형님은 그녀와 살짝 거리를 두고 같은 시선을 두었다.
“아프니까 시간입니다. 흘렀으니 추억입니다. 그것들이 있기에 여기에 우리의 인연이 있는 겁니다.”
노바 형님의 대사가 시작됐다.
엘프 여왕과 비슷한 동질의 기운을 목소리에 담았다.
재빠른 임기응변이다.
그렇게 둘은 대화를 이어갔다.
노바 형님의 구라와 진심이 적절히 섞인 말들을 엘프 여왕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둘은 멈추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존재의 이유 같은 철학적 사고도 대화 속에 끼었다.
이 아저씨 정말 지적 능력이 대단했다.
그 와중에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됐다.
내가 듣기에는 느끼한 대사와 아재 개그 같았는데 엘프 여왕은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루 만에 손을 잡았다.
진짜 선수였음을 인정했다.
이틀이 되던 날 둘은 아주 진하게 키스하는 사이가 됐다.
그래 요즘은 이틀이면 적당한 진도라 이해했다.
하지만 삼 일째 되던 날.
“옴마야! 이, 이건 뭐야!”
화들짝 놀랄 21금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고귀한 존재였음에도 하급인 인간 하프 엘프를 사랑했던 엘프 여왕.
만남조차 하프 엘프의 조작이었다.
엘프들에 대한 증오를 여왕을 타락시킴으로써 완성하려 했다.
어느 날 모든 게 밝혀졌다.
하프 엘프는 지독한 바람둥이였다.
어느 날 모든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진 엘프 여왕은 자신의 몸을 소신공양하여 신의 세계로 점프했다.
워낙 쌓은 카르마 포인트가 많아 바로 신이 되었다.
하지만 신이 되어서도 사랑의 아픔을 쉽게 잊지 못했다.
그러다 신들의 호수에서 만난 노바 형과의 운명적인 조우를 맞이했다.
그리고…….
“노, 노바 형! 이 죽어서도 복 받을 형님 같으니라고!!”
세상에 그 달달한 혀와 처절한 진심으로(?) 엘프 여왕을 침실로 끌어들였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엘프 여왕이 노바 형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아! 순결한 엘프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오오!”
영화 재생은 계속 되었다.
연속 입에서 감탄이 터졌다.
8K 초울트라급 화질의 생생함은 날 충격과 감동의 세계로 인도했다.
꿀꺽 마른침이 수없이 넘어갔다.
내가 손으로 엘프 여왕을 만지고 입술로…….
세상에 이런 초특급 비밀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노바 형님!
노바 형!
난 예전부터 형! 진짜 존경했다!
이 아름다운 우정! 우리 절대 변하면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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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