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76
577장. 영입제안서를 받다
번쩍.
화려하게 터져나가는 폭죽의 화염과 빛을 뚫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붉고 새파란 벼락 한 줄기.
콰아아아아앙! 콰과과과과광!
직방으로 제단 위에서 팔을 뻗고 있던 신도겸과 장로들을 강타했다.
“!!!”
놀라운 기사(奇事)에 정신 줄을 놓고 기도하던 신도들 모두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나 선명한 불벼락.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교주 신도겸이 벼락을 맞고 비단 옷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화염에 싸여 고통스러워 온 몸을 뒤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대참사.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장로들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한 줄기 벼락은 지상에 내리꽂히며 금방 새끼를 쳤다.
옆에 서 있던 장로들까지 한입에 집어삼켰다.
불벼락을 몸에 두르고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집단 화형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
화염에 휩싸였던 교주와 일곱 장로들는 불이 붙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단상 위에 한 줌 재만 남겼을 뿐이다.
벼락에 맞았다면 시커멓게 탔어도 몸뚱이는 남아 있어야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시커멓게 탄 육신도 없어 모두 사라져버렸다.
누구 하나 달려들어 교주의 몸에 붙은 불을 끌 생각도 못했다.
“으으…….”
아예 얼이 다 빠져버린 신도들.
방금 전까지 하늘문을 열던 하늘사자와 장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데 충격을 받았다.
아주 지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늘님이 하늘사자님을……. 소환해 가셨다!”
그때 누군가 격정에 목소리로 외쳤다.
“으아아아아아! 우리 죄를 대신하시어 하늘사자님과 장로님들이 제단의 재물이 되셨도다!”
“오오! 참회하고 기도하라!!!”
“하늘님! 하늘니이이이이임!”
괴이한 상황을 목격한 열성 신도들.
곧바로 운동장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기도를 올렸다.
“벼락 맞았어……. 세상에.”
“이게 도대체…….”
하지만 그나마 덜 세뇌된 신도들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방금 하늘에서 내리친 건 분명 불벼락.
박힌 두 눈으로 직접 봤다.
엄청난 죄를 지어 하늘이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을 때 때린다는 불벼락이다.
눈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신도들이 하나둘 슬금슬금 자리에서 이탈했다.
“하늘님……. 흐으윽. 저희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에 반해 이미 악신에게 물이 제대로 든 열성신도들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하늘승리교 신도가 되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대부분.
그들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었고 오직 하늘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허억! 이, 이게 뭐야!!!”
장로를 비롯해 중요 신도들이 모두 하늘궁전 축제에 참가해 핵심 인사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별궁.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 생중계되는 하늘큰축제를 보고 있던 집행사자 남우현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승리교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우현이었다.
사이비교가 믿는 하늘님 따위는 없었다.
교주의 엽기행각과 비리를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지금 친 벼락이 진짜 불벼락임을 알았다.
덜덜덜 몸이 제멋대로 떨리는 남우현.
콰아아앙!
그때 별궁의 성전문이 누군가에 의해 강하게 열렸다.
타다다닥.
급한 걸음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
맨 앞에 남우현도 알고 있는 통영지청의 꼴통 여검사 구서현이 보였다.
“저 자식 체포해!”
“넵!”
지청 소속 수사관들이 남우현에게 달려들었다.
“놔! 놓으라고! 너희들 죽고 싶어!”
놀라 저항하는 남우현.
“하늘승리교 집행사자 남우현. 당신을 살인방조 및 마약유통, 미성년자 약취 유인과 인신매매혐의로 체포한다. 변호사는 알아서 선임하는 거 알지?”
씨익 웃으며 체포영장을 남우현 눈앞에서 흔드는 구서현 검사.
“……부장검사님 불러와! 이것들이 지금 누구를…….”
“나 불렀나?”
“……헛!”
부장검사 여형조가 수사관들 틈을 가르고 앞으로 나왔다.
“아니…… 여형조 검사님, 이게 지금 무슨…….”
쫘아앗.
그때 남우현의 뺨에 작렬하는 여형조의 매서운 손바닥.
“범죄인 새끼가 어디서 함부로 남의 귀한 이름을 불러! 뭣들 해! 압수수색하고 이 새끼 끌고 가!”
“넵!!!”
추상 같이 떨어지는 여형조 부장검사의 명령.
수사관들이 뺨을 맞고 멍해진 남우현을 끌고 나갔다.
“서류 포함 일체 자료 모조리 쓸어!!!”
타다닥.
구둣발로 거침없이 하늘승리교 별궁을 수색하는 수사관들.
“구 검사, 수고했어.”
“아닙니다. 부장검사님!”
“내가 많이 믿는 거 알지?”
과거와 달리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구서현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는 부장검사 여형조.
“감사합니다!”
밝게 웃으며 답하는 구서현.
그녀는 이 순간 한 남자를 떠올렸다.
검사로서 오늘을 살게 만들어 준 장태산.
곧 서울에서 그를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
풍래운축래(風來雲逐來)
오늘 바람에 구름도 따라가고
풍거운수거(風去雲隨去)
바람이 가면 구름도 따라가니.
운종풍거래(雲從風去來)
구름은 바람 따라 오고 간다고 하지만 풍식운하처(風息運河處)바람 자면 구름은 어디로 가는가.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스님 목소리가 법당에 울렸다.
대자자비하신 미소로 낮은 자리에 엎드린 중생들을 굽어 살펴보고 있는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무량수전.
“흐윽……. 흐읍…….”
늙은 노구를 이끌고 남자는 부처님께 무릎을 굽혀 절을 올렸다.
그 옆에서 같이 무릎을 꿇었다.
똑또로로로로로로 똑도도도독.
나이 지긋한 스님이 목탁을 쳤다.
“모두 다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연기처럼 사라짐이 인생입니다. 아침 이슬 같고 봄날의 아지랑이 같으니 아파할 것도 미워할 것도 두려워 할 것도 없습니다.”
스님의 음성은 차분하고 듣는 것만으로 위안을 주었다.
무량수전에 향이 살라지고 있었다.
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민주의 영정사진이 영가전에 놓여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신민주를 위해 기도 공덕을 올렸다.
향이 타면서 퍼지는 연기가 스님의 말씀처럼 안개와 같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하늘승리교 교주와 장로들을 모든 신도들 앞에서 벼락으로 불태워 없앴다.
놈에게 쌓여 있던 어둠의 카르마가 모두 선한 카르마로 대체되어 나에게 들어왔다.
지금까지 받았던 카르마 포인트 중에서 최고였다.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나의 기대와 달리 하늘승리교는 해산되지 않았다.
하늘사자를 이어 받은 하늘큰선녀라는 여성이 나타나 교의 책임자가 됐다.
어이가 없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지 않는 자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하지만 하늘승리교 신도들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던 것 같다.
교주 신도겸과 장로들이 눈앞에서 벼락을 맞아 죽었음에도 그 자체를 하늘의 소환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 얘기를 믿고 다시 따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이비 종교 처단은 내 선에서 가능하지 않았다.
딱 거기까지.
그 집단 안에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앞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신민주의 일은 잊어버릴 수 없었다.
시신을 인도 받았지만 바로 화장하지 않았던 신민주 아버지.
지청을 통해 나를 찾았다.
구서현 검사님이 중간에 연락을 줬다.
하고 있던 일을 접어두고 신민주 49제 첫 제가 치러지는 절을 찾았다.
아침부터 시작된 제는 경건하게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괴로움의 바다는 끝이 없지만 고개를 돌리면 바로 피안이라…….”
스님 법문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똑또로로로로로로로로.
스님의 목탁 소리가 맑고 경건하게 무량수전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조용한 극락왕생 발원제가 끝났다.
“목 좀 축이십시오.”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를 떠서 걷기 불편해 하는 신민주 아버지에게 가져다 드렸다.
제가 치러지는 동안 계속 절을 올리던 남자.
수척해진 얼굴과 달리 눈빛은 견고했다.
처음 나를 보고 검사로 착각하며 울부짖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검사님, 감사합니더.”
“저…… 검사 아닙니다.”
“괘안씁니다. 저에게는 진짜베기 검사입니더.”
부처님의 얼굴처럼 환하게 웃는 남자.
신민주 사건은 확실하게 마무리 되지 못했다.
신민주가 죽던 당시 함께 요트에 타고 있던 하늘승리교 신도들 대부분이 모른다고 발뺌했다.
피고가 될 교주가 죽어 버려 더 이상 추궁할 대상도 없었다.
하지만 신민주 아버지는 만족해 했다.
“마무리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더. 민주가 한이 없다고 했음니더……. 다 풀ㅤㄹㅣㅆ다고 한 없다고, 지보고 잘 살라코했음니더. 죽어서 다시 보자고……. 지 어매랑 기다린다코…….”
딸 생각에 다시 목이 메는 남자.
“그게 무슨.”
“검사님 만나던 날에 민주가 꿈에 찾아왔음니더. 아직 태우지 말로꼬…… 말입니더.”
시신은 진작 인계가 됐다.
그러나 바로 화장이 되지 않았던 신민주.
오늘 아침에야 화장을 해 이곳 절에 봉안됐다.
“얼매나 환하게 웃던지…….”
화장되어 한 줌 재가 된 딸을 떠올리는지 남자는 허공을 바라봤다.
“!!!”
순간 눈앞에 보이는 광경.
신민주였다.
남자의 말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하얀 옷을 입고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쓰으윽.
그리고 나를 향해 큰 절을 했다.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긴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업을 다 끝낸 듯 개운한 표정의 신민주.
사라락.
아버지 곁으로 다가와 어린 아이처럼 품에 안겼다.
죽어서 더 이상 이 세상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신민주는 이 생의 인연인 아버지와 이별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인 듯 애절함 가득 담긴 손길로 아버지의 거친 얼굴을 매만졌다.
처음 국과수에서 봤던 흐리멍덩한 영체가 아니었다.
온전한 사람 형체의 모습.
카르마 포인트가 많아지고 레벨이 높아지면서 영혼을 볼 기회가 자주 찾아왔다.
“갸가……. 참 똑똑하고 이뻤음니더. 지 애미 죽고도 아빠 걱정할까 봐 내색도 안 했던 아인디………. 참 안타깝습니더……. 참말로 아깝습니더……. 검사님처럼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도 낳고 한 세상 살아야…….”
딸이 자신의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남자는 말끝을 흐렸다.
“다음 생에는 그럴 겁니다.”
신민주에게 다음 생의 축복을 빌어줬다.
이번 생은 사이비 교주에게 홀려 한 많은 생을 살다 떠났지만 다음 생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교주의 사악한 손길을 거부하다 바다에 몸을 던진 그녀.
하늘이 있으니 그녀의 삶을 안다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고맙습니더. 검사님 분명……. 훌륭한 분이 되실 겁니더!”
– 축복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귀한 카르마 포인트를 얻었다.
내 것 같지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나도 돌려줘야 할 카르마였다.
파아앗.
그때 신민주 옆으로 빛과 함께 나타난 일단의 신들.
“???”
지금껏 내가 만났던 평범한 신들이 아니다.
손에 큰 칼과 언월도를 들고 있는 장군들과 관복을 입고 있는 고위급 신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 극락세계 경호팀 신들을 알현했습니다.
극락세계 경호팀? 그건 또 뭐야?
조금 전 무량수전에서 봤던 아미타부처님 뒤에 있던 탱화 속에 서 있던 각종 신들이 분명했다.
끔벅끔벅 당황스러워 눈만 꿈뻑이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 순간 다시 들리는 알림음.
– 경호팀이 영입서를 제안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어이가 없어 신들을 쳐다봤다.
내 속도 모르고 흐뭇하게 웃는 신들.
– 과장 대우 108나한이 되시겠습니까?
뭐, 뭐라고! 과장 대우 108나한???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