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84
585장. 진실과 거짓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출회수 된 엔화의 강세 현상이 꺾였습니다. 아베 노믹스를 통한 엔화 무한 공급으로 인하여 앞으로 몇 년 간은 엔화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 전망됩니다.”
“세계 경기 추세는 안정화 추세입니다.”
회벽의 담백한 돔 형식 천정이 인상적인 회의 공간.
야훼바트 로리아나가 원형 테이블 상석에 앉아 보고를 듣고 있다.
차일드 가문의 월례 경제 보고 시간.
야훼를 섬기는 이들의 회의 대화는 진중했다.
자유로운 방계와 달리 대대로 적통을 이어오는 이들은 예의와 형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익률이 떨어졌군요.”
서류를 검토하며 로리아나가 조용히 물었다.
“환율 변동이 심해 예측성이 다소 떨어졌습니다.”
회의 참석자는 모두 장로 직함을 달고 있는 인물들이다.
인원은 총 10명.
로리아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중년의 사내들로 구성돼 있었다.
“정체 모를 자금의 출처는 파악했나요?”
로리아나가 다시 물었다.
“……아직입니다.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흐름을 쫓았지만 꼬리를 밟는 순간 몸통까지 사라집니다.”
장로 한 명이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출현해 세계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해 버린 자금 줄.
얍삽한 방울뱀처럼 어둠 속에서 머리만 흔들더니 이제는 독니를 드러냈다.
차일드 가문의 역사를 지배해 왔던 수단인 금융 쪽을 야금야금 베어 먹으며 이익을 갈취해 갔다.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 이 잡듯 뒤졌지만 끝내 흔적을 놓쳤다.
차일드와 다른 세력들이 판치는 어둠의 가상 세계 뒤편에서 벌어지는 싸움.
눈에 보이지 않는 쩐의 전쟁이 치열해졌다.
“정확하게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송구합니다.”
다들 할 말이 없었다.
지난 과거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어 왔다.
타 세력들 중에 실력이 뛰어난 인물이 나타나면 차일드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웃는 자는 항상 차일드 가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다들 동요하지는 마세요. 이 또한 야훼께서 준비하신 작은 시련일 뿐입니다.”
방계들의 반발 속에서도 야훼바트 로리아나는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다졌다.
누구 하나 감히 로리아나를 상대로 반발하지 못했다.
차일드 가문의 처음 시작은 오로지 야훼를 위함이었다.
신의 신실한 사랑을 받고 있는 한 로리아나는 차일드 가문의 주인 자리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다.
“야훼의 이름으로…….”
장로들이 고개를 숙였다.
철두철미한 설계자 차일드 가문도 요즘 부쩍 당황했다.
일본을 덮친 예기치 못한 지진과 원자력 문제.
거기에 보이지 않는 자금의 흐름 합류까지 누구도 예상 못했다.
견고했던 여리고성과 같았던 차일드 가문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야훼바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이 안배한 시련과 극복은 야훼가 점지한 이스라엘 민족의 운명이다.
“천지회에서 밀고 있던 자가 주석직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예견했던 바 아닌가요?”
“앞으로 그들의 도발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기축 통화까지 노릴 게 뻔합니다.”
“……그들은 과거부터 그랬어요. 오만했기에 거대한 제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들이 발생한 겁니다.”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차일드 가문의 중심이 바로 기축통화였다.
그리고 세계 경제와 군사력을 휘어잡고 있는 미국의 핵심은 연방준비은행.
그 실소유자가 차일드 가문이다.
역사적으로 그 사실을 부정한 지도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제거됐다.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차일드 가의 권리에 도전 한다면 용서가 안 됐다.
그런데 그 판에 중국이 들어오려고 한다.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양의 털은 가장 풍성할 때 벗겨야 값어치가 있는 법입니다.”
“실수 없기를 바랄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리아나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사신들에 대한 보고는 전혀 없군요.”
“놈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음흉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맞습니다. 이렇게 조용할 때 놈들은 꼭 무언가를 획책하고는 했습니다.”
“시리아에서 불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긴 합니다.”
장로들로서는 무엇보다 더 경계하는 아사신.
“이 또한 야훼의 안배이십니다. 길고 길었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긴긴 세월 동안 축적된 이스라엘과 중동 민족들과의 전쟁.
“야훼의 이름으로!”
장로들이 야훼의 이름 앞에 다시 한목소리로 뭉쳤다.
“모두 물러가세요. 기도할 시간입니다.”
로리아나의 명령에 장로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에서 물러났다.
“하아.”
짧은 한 숨을 몰아쉬는 로리아나.
“다니엘……. 당신이 꿈꾸는 욕망의 크기는 도대체 얼마나…….”
야훼께서 기다리는 자 다니엘 장.
세상을 휘젓고 있는 정체모른 자금 중 일부가 다니엘에 의한 것임을 로리아나는 잘 알고 있다.
3년 전 여름 휴가 때 만남이 있은 후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무심한 다니엘.
잊히지 않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로리아나는 눈을 감았다.
온전히 정신을 집중해 신께 기도해야 하는 경건한 순간에도 로리아나의 의식을 떠나지 않는 잔상.
로리아나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어 의식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푸후훗.”
“뭐야? 그 웃음?”
“웃겨서요.”
“뭐가?”
“선배님은 안 웃깁니까? 존경하는 국민이라는 저 말이?”
변호사 개업 기념으로 한 잔 거하게 산다고 장태산이 자리를 마련했다.
맛 좋은 와인을 기대하고 장태산이 알려준 장소로 찾아온 손대균 이사.
떡 하니 준비된 연탄 화로구이에 할 말을 잃었다.
대학교 시절에나 몇 번 맛을 본 적이 있는 값싼 음식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이런 서민적 음식을 즐길 만한 자리가 딱히 없었다.
상류층 인사들과의 관계에서 식사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 타임이다.
서민들처럼 맛을 즐기며 배를 채우고 시름을 잊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비즈니스인 만큼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식사 시간은 또 하나의 중요한 업무의 연장.
비밀스럽고 중요한 사업 얘기들은 주로 저녁 식사 시간에 오갔다.
평범한 사람들이 알고 있는 타락한 상류층들의 삶은 지극히 일부 부류들의 얘기였다.
멋모르는 철부지들이거나 집안에 잘못 태어난 쓰레기들이 그 부류에 해당됐다.
침대에 눕기 전까지, 아니 다음날 아침까지도 언제나 냉정한 자기 절제를 철저하게 유지했다.
가끔 작정하고 난잡한 파티를 즐기는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비즈니스의 연장 수준.
그런데 오늘은 얘기가 달랐다.
손대균은 수십 년 만에 과거 추억 속으로 강제 여행 소환을 당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치이이익.
장태산은 오늘 취임한 조근영 대통령 취임사를 듣다 알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초탈한 듯한 저 웃음.
‘설마…….’
그러면서도 기름 쫙 빠지게 쫄깃한 돼지껍데기를 태평하게 굽고 있는 장태산.
그를 보며 손대균은 괜한 의심이 들었다.
“뭐가 웃겨. 당연히 대통령이 됐으니 국민을 존경하는 게 당연하지.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질 대한민국 수장이잖아. 정치적으로 같은 경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지.”
살짝 던져보는 쨉.
손대균은 이상하게 장태산을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졌다.
대한민국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리앤장 이사 신분을 그냥 쥐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저분께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뭔가 하나쯤은 이뤄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예감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후대를 위해 아주 좋은 선례를 남길 것 같습니다. 아주 끔찍하게.”
“이제 시작하는 대통령이다. 정식 출범도 안한 집권방향을 네가 어떻게 알아. 앉아서 미래라도 봤다는 거야? 아니면…….”
꿀꺽.
답답한 마음에 반쯤 채워진 소주를 단숨에 털어넣었다.
“크으.”
그간 잊고 지냈던 소주맛.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열띤 토론할 때 빠지지 않았던 쌉싸름한 맛의 소주.
당시에 느꼈던 맛과 기분이 소름 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소환됐다.
우적.
돼지껍데기 한 점을 들어 자신도 모르게 입에 넣고 씹었다.
“!!!”
소주의 쌉싸름한 주향을 날려버리는 데 기가 막히게 궁합이 잘 맞는 돼지껍데기.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에 따라오는 고소함과 저렴한 기름 맛.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기가 막힌 조합이었다.
와인과 치즈의 조합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또로록.
침묵 속에 다시 채워지는 소주.
–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하하하.”
낮에 있었던 취임식 행사를 재방송으로 틀어놓은 식당.
나이 지긋한 주인 할머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조근영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음에도 장태산은 또 웃음을 터트렸다.
“후배! 예의 좀 지켜라.”
“지키려고 했는데……. 저 말을 들으니 너무 웃겨서 말입니다.”
“뭐가?”
“저 연설문 말입니다. 누구든 들으면 진짜 대통령의 의지를 강하게 어필하는 연설문이라고 알 거 아닙니까. 순진하게.”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장태산의 말.
“…….”
‘뭐야? 설마…… 진짜 알고 있는 거야?’
일송회에서는 진작 파악하고 있었던 중요한 정보였다.
대통령 선거 전에도 몇 번씩 언급되었던 대통령의 배후.
주요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모든 사안을 철저히 통제하고 무마시켰다.
그런데 장태산은 의심 정도가 아닌 확신에 차 말하고 있다.
대통령 조근영은 실세가 아니다.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체스판 위의 여왕이나 진배없다.
과거의 융성한 발전과 경제 부흥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잊지 못하는 하나의 우상이었다.
과거시대가 만들어 놓은 허상이 바로 조근영이었다.
오랫동안 정치권력을 휘둘러온 정치인과 기득권층이 그녀를 우상으로 세웠다.
사기꾼이나 진배없던 최병박으로 거하게 대한민국 국부를 비워내고 2차전에 돌입한 상황.
알려져서도 안 되고 들키면 더더욱 안 될 일이 산더미였다.
국고로 채워진 세금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
서로서로 챙겨주며 뒷돈으로 배불리 살아왔던 지난 5년.
어디서든 새어나가면 안 될 일이고 누구의 입을 통해서든 까발려지면 큰일이었다.
언론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경찰, 군인들을 막론하고 댓글부대를 꾸려 여론을 좌지우지 움직였다.
막판까지 밀리던 지지율은 미리 계획되었던 사건으로 한순간 뒤집었다.
측은한 시대의 불쌍한 공주 이미지로 포장했다.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전무한 인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평범한 투표권자들.
그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조근영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녀를 도왔던 언론을 비롯해 재계, 정치권은 벌써 꿀단지를 어떻게 나눌지 논의하기 바빴다.
리앤장에도 혜택이 온다.
소속 변호사나 고문들 중심으로 장관이나 청와대 요직에 임명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리앤장은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
“……그럼 대통령 뒤에 누가 있다는 거야? 너 설마 그 찌라시 믿는 건 아니지?”
짐작할 수 없는 표정으로 씨익 웃은 장태산.
“선배님, 행복하세요?”
“…….”
항상 정곡을 찌르는 장태산의 질문.
여기서 행복하냐는 질문을 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돈도 벌만큼 벌고 명예도 하늘만큼 높은 우리 선배님……. 타고난 사주는 정의로움 그 자체인데…… 어디서 꼬인 겁니까?”
취한 것 같지 않은데 줄줄 읊어대는 장태산의 말이 비수처럼 다가왔다.
부정할 수 없는 고통으로 손대균 심장을 찔렀다.
“장태산!”
살짝 언성이 높아졌다.
아직도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대균이었다.
그 어떤 것도 외부에 까발려지는 걸 원치 않았다.
– 개개인의 꿈과 열정에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학벌위주가 아닌 능력위주의 사회를…….
“선배님, 저 소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는 저 상황이 가슴 아프지 않습니까?”
“뭐, 뭐가!”
“진실이 상식이 되어야 하는데 거짓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위정자라는 인간이 머릿속에 아무것도 든 게 없습니다. 차라리 사기꾼은 없는 서민 돈을 갈취해 기업들 밀어주기라도 했지……. 저 분은 그런 생각조차 없습니다. 헬스, 낫또, 미용……. 그게 저분 머릿속에 든 것의 전부입니다.”
‘이 자식. 진짜 다 알고 있다! 어떻게 그 정보를!’
손대균은 진심으로 놀라고 당황했다.
일송회에서 파악해 놓은 조근영의 세세한 비밀까지 이미 알고 있는 장태산.
순간 두려웠다.
그냥 던지는 말이 아니었다.
리앤장과 일송회 회원들만 알고 있는 조근영의 약점이었다.
그리고 순간 의식에 각인되어 버린 말.
진실이 상식이 되는 세상.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아직 죽지 않은 양심에 전해지는 괴로움.
손대균은 아직도 갈림길에서 방황했다.
더러운 과거의 업을 지우고 끊어내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눈에 밟혔다.
아버지를 부정하고 비난해야만 모든 걸 끊어낼 수 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 못했다.
용기 있게 고백하고 소리쳐 외쳐도 크게 달라질 게 별로 없었다.
조직과 기득권에 낙인 찍혀 대한민국 내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꿀꺽.
잔에 채워진 소주를 다시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으.”
더 진하게 느껴지는 소주 맛.
가슴 속 갈등은 알코올이 들어가자 더 거친 불길이 활활 일었다.
“선배님, 멀지 않았습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그 말이 그냥 나온 격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기 힘들고 대단한 권력도 10년을 넘기기 힘들다.
“이번에는…… 태산이 네가 틀렸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존재했다.
지난 50년의 역사.
그동안 대한민국의 권력은 알게 모르게 친일파들이 주력이 되어 꾸려왔다.
잠깐 민주세력에 권력의 주도권이 넘어가는가 싶었지만 그건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오랜 세월 동안의 정치적 세뇌는 힘이 강했다.
권력에 저항하고 방향이 다른 이견을 보이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면 됐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거 세대를 중심으로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좌우 이념의 문제는 하등 상관없었다.
장태산 말처럼 진실과 거짓은 상식의 문제가 분명했지만 먹고 살기 바쁜 민중은 진실과 거짓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먹고 살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 그만이었다.
그 외 다른 문제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데 할애할 시간 자체를 거부했다.
개인의 게으름, 무능함과 불행까지 삶 전체를 부정하면서 탓할 대상을 찾기에 급급했다.
그 모든 것을 국가 구조의 탓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이념과 정의를 교묘하게 섞어 빨갱이 탈을 씌우면 대중은 분노의 화살을 준비된 타깃을 향해 정확히 겨냥했다.
교묘하게 사람들을 세뇌시키며 권력을 유지해 온 세월이 장장 수십 년이었다.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망령의 굳건한 유물이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묻는 장태산.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 나라는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국민들 수준이 어떻다는 것 정도는 너도 이제 알 거라 생각한다.”
직접 계획에 참여하고 실행하는 일송회의 핵심 멤버인 손대균은 확신에 차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 되었고 감출 수 없는 부조리가 낱낱이 까발려졌음에도 국민들은 또 다시 타락한 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부동산으로 쌓아올린 부가 후대가 쥐어야 할 기회를 좀 먹는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진 자로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부동의 사고로 다시 투기를 이어간다.
“저랑…… 내기하시죠.”
웃으면서 술잔을 채워 놓는 장태산.
“내기?”
“어려운 건 아닙니다. 제가 부탁할 때…… 진실만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무엇으로 내기 조건을 삼을 건데?”
손대균도 호기심이 생겼다.
언제나 자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사건을 치는 장태산이다.
이번에도 뭔가 파격적인 조건을 걸 게 확실했다.
“앞으로 4년 뒤, 그러니까 저기 오늘 취임한 조근영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합니다.”
“타, 탄핵!”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소리를 내뱉는 장태산의 모습에 손대균은 그만 얼어붙었다.
–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쩌렁쩌렁 울리는 신임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
짝짝짝짝짝.
그녀를 지지하는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아성.
대한민국 역사상 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대통령은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내기 조건으로 삼는 장태산.
“누가? 감히 대통령을 탄핵시킨다는 거야……. 말도 안 되는 내기다. 국회의원들이 돌았냐. 그것도 3분 2가 찬성을 해야 하는 일인데. 장난이 심하다.”
손대균은 뼛속까지 부정했다.
결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고 불가능한 현실이었다.
“됩니다!”
“안 돼!”
“선배님이 방금 전 말했던 대한민국 국민들 손에……. 최초의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지워질 겁니다!”
활활 타오르는 장태산의 뜨거운 눈동자.
‘설마!’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의심.
손대균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장태산이 따라놓은 소주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전염된 열기.
만약 장태산의 말대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혁명이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