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98
599장 나에게 다오!
“……안타깝지만 자네는 해고네.”
“네? 보스 그게 무슨…….”
다리우스에 파견되었던 경호팀장 에르난데스.
급작스럽게 고용주 로버트 라이언의 호출을 받았다.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하고, 경호도 끝마쳤기에 칭찬과 보너스를 받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냉기 풀풀 날리는 고용주 로버트 라이언.
정황 설명 하나 없이 해고를 통보했다.
에르난데스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르난데스, 이번 경호 대상이 누군가?”
로버트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보스께서 지시한 한국인 다니엘 장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떳떳하게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답했다.
맡은 경호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아무 사고도 없었으며 그 와중에 미국 대통령의 경호까지 일부 책임졌다.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군인 시절에도 대통령을 그때처럼 근거리에서 본 적이 없다.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함박 미소를 지었다.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를 위해 뭘 했나?”
“네?”
“다니엘 장에게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총을 겨누었다면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나?”
“보, 보스. 그런 말도 안 되는…….”
“바꿔 말하지. 만약 내가 대통령과 척을 지고 적대 관계에 놓였었다면 에르난데스 자네는 날 위해 총을 들었겠나? 아니면 대통령의 명을 따랐겠나?”
“!!!”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에르난데스.
본능적으로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다른 경호업체의 두 배나 되는 연봉을 받고 있었다.
각종 보너스부터 시작해 의료보험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경호 중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게 되면 일시불로 100만 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거기에 연금 형식으로 매년 수명을 다할 때까지 10만 달러가 가족들에게 입금된다.
지금까지 이런 경호업체는 없었다.
이 바닥에 넘쳐나는 게 미국 특수부대 출신들이었다.
대부분 사설 경호업체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거나 아랍 쪽에서 목숨을 내놓고 전투 용병이 됐다.
용병들은 상당수가 개죽음을 당하기 일쑤.
“이제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군. 군인 시절에는 국가의 세금을 받았으니 당연히 대통령 명을 따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내 돈을 받는 이상……. 자네는 나를 위해 총을 들어야 했네.”
사실 로버트 라이언은 화가 많이 났다.
아침 일찍 보스로부터 조용히 추궁을 당했다.
믿지 못할 자들에게 등을 맡기지 말라는 경고였다.
사건의 전말을 모두 살핀 후 로버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보스를 보호해야 할 경호원들이 선약 없이 찾아온 대통령과 그의 경호원들을 그냥 통과시켰다.
그것도 최소한의 검문이나 상부 보고도 없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믿을 수도 없는 경호팀 전체를 해고했다.
“보스……. 한 번만 더 기회를…….”
에르난데스가 입술을 깨물며 애원했다.
다른 곳으로 이적해 전쟁 용병 신세로 살 수 없었다.
미국에서 이곳보다 편하고 복지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경호업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것처럼 나의 믿음을 저버리고 신뢰를 깼으니…… 해고네.”
냉정한 말로 다시 한 번 해고를 확인시키는 로버트 라이언.
그 말을 내뱉는 그의 운명도 크게 에르난데스와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보스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 갔다.
보통 인간 같지 않은 능력을 소유한 다니엘 장.
그의 눈 밖에 나면 로버트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사실만큼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
‘망했네!’
렉시는 자신의 상관인 머스크의 대책 없는 발언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번 달 적자는 12억 달러가 아니라 15억 달러였다.
1분기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결산손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악재에 재정이 구멍 났다.
주행 중이던 테슬러 자동차 한 대가 보란 듯이 활활 불타버렸다.
리콜 비용에 소송비용까지 합치면 답이 안 보였다.
주가는 또 미끄러졌다.
머스크의 추락만을 기다리는 월가 놈들이 공매도에 배팅했다.
눈 뜨고 돈을 빼앗겼다.
주식을 추가 처분할 수도 없었다.
경영권이 위협당할 수준이 됐다.
회사는 계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얼리어답터들은 환장하는 테슬러 자동차지만 아직 미완성 단계다.
전기 자동차 개념에서 획기적이었지만 자율주행을 비롯해 중요 진행률은 생각보다 낮았다.
지금까지는 상장과 여러 투자 회사들을 홀려 자금을 마련했지만 요즘 들어 그것마저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없이 낙천적인 성격의 머스크는 천하태평이다.
자신이 망하면 투자자도 같이 망한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의 소유자다.
물욕도 생각보다 없다.
회사 안에 간이침대를 놓고 직원들과 같이 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시며 사업에 몰두했다.
성공한 CEO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행보.
직원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열광했지만 문제는 자본이었다.
머스크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모든 걸 실현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다.
미친 괴짜다.
실리콘벨리에 닷컴 열풍이 불 때 학교를 때려치우고 동생을 불러들여 닷컴 기업을 설립했다.
몇 년 만에 컴팩에 거액을 주고 팔아 부자가 됐다.
그때부터 거침이 없었다.
페이폴이라는 업체를 다시 만들면서 2억 달러에 가까운 슈퍼 리치가 됐다.
투자는 계속됐다.
우주여행을 위한 스페이스 사업을 벌였다.
모두 다 바보라고 손가락질 할 때 로켓에 도전했다.
비웃음을 뒤로하고 일궈낸 엄청난 업적.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선을 보낼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테슬러를 창립했다.
세계가 모두 놀랐다.
태동하는 하이브리드를 넘어 바로 전기차에 도전한 발론 머스크.
천재에게 한계는 없었다.
후손들을 위한 그린 에너지 사업을 위해 솔라시티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물론 그것도 적자.
동시에 미국 서부 고속철도 사업의 엉망진창에 화가 난 머스크는 최고시속 1300km 정도 되는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잡스와 달리 우물을 여러 개 판 머스크는 월가 투자자들에게는 마녀가 든 사과 취급을 받았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묘하게 설득을 당해 투자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칫 잘못 먹으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진다는 머스크의 기괴한 사업들.
하지만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구미가 당기고 달콤해 보였다.
전기차라는 거짓 상품을 가장 잘 팔아먹는 세일즈맨이라는 조롱도 받았다.
그래도 머스크는 끄덕도 안 했다.
다만.
“하아.”
렉시만 속이 타들어갔다.
돈이 넘쳐난다는 월가의 전설이 된 로버트 라이언과 어렵게 연결했다.
실처럼 가는 인맥까지 전부 동원한 결과였다.
처음 만남을 시도했을 때는 시큰둥하던 로버트 라이언.
갑자기 만남 날짜를 알려왔다.
VIP 투자자 중에 사업에 흥미를 보이는 이가 있다는 소식이었다.
머스크를 어르고 달래 투자자를 만나게 했다.
그는 젊은 한국계 투자자.
자금 융통 문제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머스크가 사고를 쳤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투자 상대를 머저리라고 표현하고 돈을 빌려달라고 대놓고 요구했다.
어떤 투자자도 머스크와 같은 대화 방법을 좋아하지 않았다.
진짜 머저리라면 모를까.
“얼마면 됩니까?”
“???”
다니엘 장 입에서 놀랄 만한 말이 튀어 나왔다.
어찌 된 일인지 투자자가 흥미를 보였다.
“마음이 통할 줄 알았어! 하하하. 다니엘, 말 놓아. 이 조그마한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친구끼리 딱딱한 표현은 사양하겠어. 머스크라고 불러. 그리고……. 투자는 얼마나 할 수 있어? 자네 부자라고 소문났으니까 적어도…….”
렉시는 놀라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사이 머스크는 한술 더 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응이 놀랍긴 하지만 이상하게 분위기가 좋았다.
렉시 입가에도 기대에 찬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4딸라.”
“응? 4……딸라?”
악센트 강한 영국식 발음에 머스크가 놀라 다시 물었다.
‘그럼 그렇지.’
렉시는 4달러란 말에 모든 걸 내려놓았다.
얼굴은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투자자의 태도는 머스크를 놀리는 행동이다.
딱 봐도 오늘 투자 역시 물 건너갔다.
상당수 투자가들이 저런 식으로 머스크를 조롱하며 유유히 떠났다.
잠깐이나마 호감 있던 동양인에게 심정이 상했다.
머스크만큼 멋있다고 생각했던 첫인상이 바닥을 뒹굴었다.
렉시 표정이 눈에 띄게 싸늘하게 식어갔다.
씨이익.
4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투자금을 언급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는 다니엘 장.
그 앞에서 멍청한 표정이 된 머스크와 렉시.
세 사람 사이에 잠깐 묘한 침묵이 흘렀다.
***
4딸라…… 놀랐지?
미래에 등장하는 한국의 햄버거 세트 메뉴 ‘4딸라’.
그 심오한 뜻을 알 리 없는 머스크와 렉시.
머스크는 아직 순수했다(?).
좋게 말하면 세일즈의 기본을 전혀 몰랐다.
내가 매입할 때는 사정없이 후려쳐 깎고, 매매할 때는 거품 가득 붙여 팔아야 하는 법.
그런 점에서 우리의 선조 궁예 아저씨가 대단한 거다.
일단 관심법을 팔아 상대를 조져 놓고 시작했다.
지금 분위기는 매우 안 좋은 상태다.
내가 던진 ‘4딸라’라는 말에 두 사람은 아주 심각해졌다.
머스크는 세기에 한 번 출현할까 말까한 천재과다.
딱 봐도 영혼이 지구인은 아니다.
화성이나 다른 별 출신이 확실했다.
그러니 자꾸 본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끊임없이 준비하는 거다.
우주선 타고 왔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전직 외계인의 영혼을 소유한 우주신의 후손.
“다니엘…… 지금 날…….”
머스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을 농락하는 거라 생각한 듯하다.
“여기 식당 없어?”
말을 편하게 놨다.
친구라며 먼저 말을 놓았던 머스크.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나이 차이는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낚싯줄을 느슨하게 풀어 놓아야 할 때.
“식당?”
“아직 점심 전인데 페티 두툼한 미국식 햄버거가 땡겨. 한국의 유명 햄버거 세트 메뉴에 ‘4딸라’가 있는데 그 메뉴가 여기 있을라나 모르겠네……. 4딸라.”
능청 좀 떨었다.
“그, 그랬어? 방금 4달라가 그거였어?”
머스크 눈빛에 다시 희망의 빛이 샘솟는다.
진짜 순수한 건지 아니면…… 진심 머저리인 건지?
“그럼 투자는……. 점심 먹으며 얘기 할까요? 회사 가까운 곳에 근사한 햄버거 매장이 있어요.”
싸늘해져 가던 미녀 아가씨 얼굴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았다.
머스크보다 눈치가 좋았다.
두 사람 관계가 수상했다.
머스크를 향해 보였던 걱정과 애정 넘치는 시선.
나름 바람둥이인 머스크가 그녀의 마음을 알라나 모르겠다.
“머스크. 우리 햄버거 먹으면서 천천히 사업 얘기 좀 할까. 가령 우주 식민지 같은 거 말이야.”
“식민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 어릴 적 꿈이 지구 밖 행성에 가서 살아보는 거였거든.”
“해, 행성?”
행성이라는 미끼를 물고 파닥거리는 머스크라는 물고기.
아직 발표도 나지 않은 화성 이주 계획.
머스크 머릿속에 있는 사업 내용을 먼저 건드리며 끄집어냈다.
“가령 화성이라던가…….”
방점을 찍었다.
“헙!”
자신이 꿈꿔온 꿈이 내 입에서 밝혀지자 당황하는 머스크.
황당하겠지만 머스크는 2025년 정도로 해서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계획을 품고 살았다.
정말 놀란 머스크는 그대로 표정이 굳었다.
렉시는 오가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듯 눈만 깜박였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한국 기업 연구소에서 최근 아주 끝내주는 배터리를 개발했는데 한번 볼 테야?”
“배터리! 용량이…… 얼마나 되는데?”
누가 테슬러 주인 아니랄까 봐 배터리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과거 회귀하기 전 머스크 자서전을 비롯해 사업체에 대해 파고든 적이 있었다.
테슬러가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및 전장 산업의 부진과 함께 배터리 용량 한계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가격은 엄청나지만 주행거리가 그만큼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 각국 배터리 사업체에 줄을 댔지만 머스크 마음을 충족시킬 만한 녀석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선수를 쳤다.
“모듈의 에너지 밀도가 500Wh/L.”
가볍게 던진 수치.
“What! 500Wh/L!!!”
눈이 황소 눈알만큼 커진 발론 머스크.
구미가 땡기지?
머스크야~ 돈 줄게 어서 테슬러를 나에게 다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