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3
62장. 면접 (2)
갑자기 내 옆에 뿅 하고 한 중년 남자가 나타나며 인상을 썼다.
양반 갓을 쓰고 옥관자를 착용한 하얀 아이보리색 비단옷을 쫙 빼입었다.
딱 봐도 나 고위 양반입네 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건 뭐지?
왜 신이 두 분이야???
처음 있는 괴사에 두 사람을 바라봤다.
“동생! 그게 무슨 소린가! 난 엄연히 이 불쌍한 중생의 콜을 듣고 응답했을 뿐이네. 위법한 행동을 한 적 없네!”
“형님 저 깃발부터가 문제죠! 천상제일만사무불통지 저거 과장 광고법 위반으로 걸리셨잖아요. 이미 대법상제 판결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 아시면서 어린 중생을 현혹시키면 안 되죠~.”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전통이라는 게 있는데 관습법도 존중해야지!”
“그건 법관인 상제님들께 따지시고요. 계속 저거 내거시면 바로 신고 들어갑니다.”
“끄응……, 일단 알았네. 원 사람이 성격이 급해서…….”
말과 함께 거짓말처럼 깃발이 사라졌다.
위법은 천상에서도 위험한 것 같았다.
“형님. 페어플레이 정신 모르세요? 우리 다 같이 없는 살림에 과욕 부리지 맙시다. 다른 신선들이 비웃습니다.”
“웃으라고 해! 지들이 그런다고 나에게 포인트를 주기나 해? 난 포인트만 벌면 돼!”
“에휴……, 형님하고 말하면 제 입이 아픕니다.”
어째 대화가 인간들 사이에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상과 비슷했다.
“저 그런데……, 누구세요?”
새로 등장한 중년 신선을 봤다.
한쪽 눈이 안대로 가려진 상태였다.
외모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았다.
“난 조선 말기 세상을 풍미했던 박유봉이라고 하네.”
“네? 누구요?”
“자네 흥선대원군 모르시나?”
“압니다.”
“그럼 그 아들 고종을 왕제로 알아본 위대한 관상가를 모르는가?”
“흐음……,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것까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문제도 아니다.
“한때 대원군이 총기가 넘칠 때 내 말을 듣고 승승장구하셨지.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는 박유봉 신선의 눈가에 회한이 묻어났다.
“대원군께서 내 말씀을 두 번 듣지 않아 역사와 가문에 큰 죄를 지었다.”
“뭘 말입니까?”
이런 내용, 재밌다.
조선 시대 야사다.
신들이 들려주는 과거사는 할머니들의 옛날이야기 같은 구수한 맛이 있다.
“첫째는 민비의 관상을 보고 내가 세 번이나 말렸다. 외척의 기세가 강한 운세이고 대장부적인 기질이 있어 임금과 어른을 우습게 알 팔자라고 했지.”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리고 고종께서 장자인 완화군을 낳으시고 세자 책봉을 물었을 때 난 말렸다. 장수할 인상이 아님에도 고집을 부리다…….”
완화군 하니 생각났다.
명성왕후의 계략에 말려 13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자다.
“와아! 대단하시네요! 그런 영험한 관상가시라니…….”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내 관상도 난 스스로 봤다. 한쪽 눈이 없어야만 관직에 오를 수 있는 관상이었기에 한쪽 눈을 스스로 없앴지.”
“…… 대단하시네요.”
독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출세하기 위해 자기 눈을 버렸다는 남자가 제 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뭐가 대단해! 나중에 민비에게 꼬리치다가 사약을 받았잖아! 관상가가 본인의 죽을 운명도 못 알아보고서야 어찌 명함을 내밀 수 있단 말인가. 나처럼 죽을 시기까지 예견을 해야 진정한 관상가라고 할 수 있지! 에헴~.”
“그때는 제가 세상 물정 몰라서 그랬습니다! 사람의 관상은 봤지만 시대의 흐름을 놓쳤을 뿐입니다! 형님도 임진왜란 맞추면 뭐 하십니까? 후학들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아 헛물만 켰잖습니까!”
“무슨 소린가! 못 알아먹는 무식한 놈들을 어찌 내게 제도하란 말인가!”
“그러니까 벼슬이 높아야지요. 종 6품이 뭡니까. 적어도 저처럼 종 3품 정도 돼야 애들에게 말빨이 먹힌다니까요~.”
“사약 받은 놈이 그게 무슨 자랑이야!”
“어차피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죽습니다. 그래도 폼 나게 한 번은 살아야 그게 인생이죠!”
“난 사약쟁이는 사양한다!”
“흥! 저도 품계 딸리는 인간은 사양입니다!”
“야! 인간적 품계가 뭐가 그리 중허냐! 지금 너나 나나 카르마 포인트가 바닥난 거지꼴인디!”
“어마! 성님! 그래도 난 쬐금 포인트가 남아 있어라~. 동급인 아니지라~.”
대화가 참…….
갑자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지금껏 만났던 신들과는 레벨이 한참 떨어지는 것 같다.
“두 분 잠깐만요!”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지금 필요한 능력을 얻기 위해서 신을 초빙했을 뿐이다.
이렇게 난장판을 원하지 않았다.
둘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두 분 제 카르마 포인트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
그제야 난장판이 조용해졌다.
신들이나 인간이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수백 년 신선이나 이제 갓 100년 된 신선이나 차이가 없다.
“두 분 다 관상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맞죠?”
“그렇지! 관상하면 나 격암 남사고지!”
“무슨 소립니까! 관상으로 종 3품 벼슬에 오른 제가 낫지요!”
“본 실력이 아니잖아! 과거를 본 것도 아니고 아부로 딴 거잖아!”
“아부도 실력입니다!”
“됐고요! 두 분 어떻게 신선이 됐습니까? 지금부터 제 면접에 탈락하시면……, 계약은 없습니다. 그러니 묻는 말에 진실만을 말씀하십시오.”
면접이라는 말에 두 신선은 얼어붙었다.
거저먹으려면 탈 납니다!
신들이나 인간이나 경쟁을 통해서 성장하는 법이다.
자세를 편하게 잡았다.
본격적으로 신선 면접을 시작했다.
“난 재난과 환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를 알려줬다. 그 덕분에 왜란을 비롯해 각종 위난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지. 그 덕에 신선이 됐다.”
격암 남사고 신선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정도면 훌륭한 능력이다.
“그러면 뭐 합니까! 후대에 그 십승지를 팔아 사이비 노릇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아우, 그러는 거 아니다! 내 잘못이야? 사기 처먹으려고 죽자고 달려드는데 내가 어떻게 말려? 그건 상제님도 못 해!”
뭔지 모르지만 십승지를 팔아 장사해 먹는 인간들이 있는 것 같다.
“박유봉 신선께서는 어떻게 신선 자리에 오르셨습니까?”
“국의를 위해 충언을 한 값으로 올랐다. 대원군을 통해 몇몇 국책 사업을 실시했지. 비록 대다수가 민비로 인해 실패했지만 그 덕을 본 자들의 카르마 포인트로 올라설 수 있었다. 아우! 민비만 아니었어도……, 당상관에는 오를 수 있었는데!”
명성왕후에 대한 박유봉 신선의 원한이 하늘을 찔렀다.
“아우, 그런데 왜 옥관자를 착용하나? 종 3품 벼슬치에게는 가당치 않은 의관일세!”
“내 카르마 주고 구입했습니다! 신선계에서 이것도 내 마음대로 못해요? 형님도 꼬우시면 구입하세요!”
형님 아우라 부르면서도 말투는 전투적이다.
이거 상투만 틀었지 진짜 어른들은 아닌 것 같다.
급하면 말투도 사투리를 팍팍 섞어 사용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기술 테스트 들어갑니다.”
“말해라! 내가 보여주마!”
“흐흐흐. 내 전문이다. 형님보다는 최신식이 낫지~.”
두 신선 관상 부심이 쩔었다.
“제 관상 한 번 봐 주세요.”
“뭐? 네 관상?”
“흐음……,”
둘은 내 출제 문제에 인상을 썼다.
“왜 안 보이세요?”
“그게…….”
박유봉 신선이 난감해 했다.
“허참! 과거가 있는데 과거가 없고 현생에 존재하는데 현생이 없고……, 이거 뭐야? 너도 신선이냐?”
“네? 제가 신선요???”
***
‘내가 신선이라고? 말도 안 돼! 난 인간이야!’
내가 낸 문제는 그렇게 실패했다.
박유봉 신선은 나의 관상에 대해 한 마디로 말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생도 보이지 않았고 현생도 너무 짧은 관상이라고 했다.
관상은 놀랍게도 얼굴 안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 드러났다.
남사고와 박유봉 신선 둘에게 난 최저 경매가로 능력을 넘겨받았다.
보너스로 남사고 신선의 풍수지리는 덤으로 습득했다.
남아 있던 카르마 포인트를 사이좋게 나눠줬다.
얼마나 가난하게 살았는지 얼마 되지도 않은 포인트에 둘은 감격해 눈물까지 보였다.
요 근래 백 년 만에 처음 벌어보는 포인트라고 고백했다.
포인트 남발하지 말고 저축하고 살라며 충고를(?) 남겼다.
나에게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며 기뻐하던 두 신선.
확실하게 내 갈 길을 깨달았다.
살아서는 돈이 최고요, 죽어서는 카르마 포인트가 넘버원이다.
돈과 카르마 포인트!
앞으로 두 놈만 보고 살 생각이다.
“갑자기 꿈은 왜 물어보십니까?”
로버트 라이언이 날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
대답 대신 나는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중악인 콧대는 밑으로 웅후하게 뻗어나 있으니 후년에 성공할 타입이다. 남악인 이마가 위로는 넓으나 간격이 좁으니 이 또한 후천 성공을 의미하는 바. 동악인 옆면은 밋밋하지도 않고 튀어나오지 않았으니 성격이 원만함이다.’
쭉쭉 관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관상의 뼈대는 다섯 봉우리로 표현되는 5악이 기초가 됐다.
‘서악을 의미하는 뺨과 광대뼈 또한 원한만 능선을 이뤘으니, 능히 인덕이 있음을 의미하고. 다만 북악인 턱뼈가 뾰족하니 가족이 미끄러질 운명이니……, 자식과 가정이 후년에 원만치 않구나.’
돗자리 깔아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됐다.
‘나이 운을 뜻하는 6부 또한 다르지 않다. 양 보골과 신골이 5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한다. 나이가 마흔 아홉이면 올해부터 그 운이 회동하는 시기다. 보각과 천창, 미골, 지각의 형세로 보아 후년에 만난 귀인의 도움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온갖 복락을 누리겠구나~.’
관상이 다 좋은데 이 말투가 참 거슬렸다.
내가 평가하지만 두 신선들 말투가 그대로 배어 나왔다.
그렇게 로버트에 대한 관상이 완성되어 갔다.
‘관상의 12지로는 현재의 상태를 말하니……,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으니 체력이 강하고 신념과 행동력 판단력이 대범할 때가 많다. 콧날이 크고 살이 쪘으니 성실함을 의미하며, 보기에 뾰족하다 느껴지는 입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공정하나 자손 운이 부족하다는 걸 말하고……, 처진 귓불은 재운이 후년에 들었다는 걸 또다시 증명한다. 팔자 눈썹은 친근감과 대담함이 있어 정재계에 활약하면 딱이다. 튀어나온 이마로 보아 언변과 재치가 있다. 그리고…….’
로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샅샅이 까발려졌다.
태어날 때 주어진 얼굴은 전생의 업이요, 살면서 변하는 얼굴은 현생의 업이며, 점점 변하는 마지막 얼굴은 미래생의 모습이라 했다.
그런 점에서 로버트는 나와의 만남은 필연이다.
둘이 만난 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두 신선에게 습득한 관상으로 보아 로버트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말주변이 뛰어나고 대범하여 미국 정치권과 재계를 상대하기에 딱이다.
부귀운도 말년에 몰려 있다.
나와의 시너지효과가 엄청 좋을 것이다.
“로버트를 보고 있자니 현재 꿈을 잃고 방황하는 것 같군요.”
“네? 제가요?”
“아닌가요? 초면에 이런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같군요. 가족은 흩어졌고 재물은 바닥을 쳐 빈궁하고 과거 사회에서 만난 인연들은 로버트를 아는 척도 안 하는군요.”
“!!!”
아저씨 뭘 그리 놀라시나.
“그, 그걸 어떻게?”
“뒷조사 안 했습니다. 동양의 신비한 관상학이라는 학문입니다.”
“아! 관상학!”
월가에서 놀던 하이 퀄리티 인재답게 바로 알아들었다.
“힘내세요. 귀인을 만날 겁니다.”
“정말입니까? 아직 저에게도 희망이 있습니까?”
로버트 눈이 반짝였다.
“네~. 희망이 철철 넘치고 있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대표님과 함께 있으니 왠지 기운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궁합입니다! 성품 궁합!’
남녀 간의 궁합뿐만 아니라 인간 간에도 상극과 상생이 있는 법이다.
로버트와 난 극상생의 합이 들었다.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해요.”
클라라가 눈치껏 적당히 치고 들어왔다.
“고마워요. 클라라~. 매튜가 격찬하던 커피를 이제 마셔보는군요.”
“매튜 교수님은……, 입이 아주 저렴했어요~.”
“그래요? 하하하하.”
로버트가 활짝 웃었다.
“다니엘 대표님, 면접은 진행 중이신가요.”
“합격입니다.”
“네??? 하, 합격요?”
로버트가 커피를 마시다 말고 깜짝 놀랐다.
“뭐 문제 있나요?”
“그게 아니라 저에 대해서 피력할 시간도 부족한데…….”
“잘 부탁합니다. 로버트 이사님.”
“이사요!”
로버트가 눈을 번쩍 떴다.
“왜 부족하세요?”
“아닙니다! 신의를 다해……, 대표님을 보필하겠습니다!!!”
로버트가 감격하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봤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나도 로버트가 마음에 들었다.
로버트 아저씨 땡잡은 겁니다~.
돈과 꿀이 흐르는 천국이 이제 당신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63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