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5
64장. 투자
‘내기? 이 아저씨도 수련했네.’
클라라 아버지 손을 맞잡자 그 안에서 은은한 내기가 감지됐다.
“엇!”
클라라 아버지도 놀라 신음을 흘렸다.
내가 자신처럼 내기를 소유한 자라는 걸 안 것 같다.
그래도 나와 겨룰 정도는 아니다.
기껏 단전에 20년쯤 되는 기운의 양이다.
하루가 다르게 내 육신은 태극오행양의심법으로 단련되어 갔다.
무당파 장문인의 수련법답게 효능이 끝내준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엠마뉴엘이 놀라며 남편을 봤다.
“아, 아니……, 젊은 친구가 힘이 좋군!”
놀라는 와중에도 리장창은 급격하게 안색을 바꾸었다.
놀라운 임기응변 능력이다.
“클라라 아버님께서도 대단하십니다.”
나도 장단에 맞춰줬다.
뭔지 몰라도 이 아저씨 감춰진 것들이 많았다.
“아빠가 좋아라하는 마오타이를 다니엘이 선물로 들고 왔어요~.”
“하하. 젊은 친구가 안목이 있군. 어서 들어가세.”
“감사합니다. 아버님.”
한국식 예법으로 아버님이라 꼬박꼬박 불렀다.
클라라도 우리 아빠와 엄마에게 이렇게 대했다.
“장미가 예뻐요. 그런데 몇 송이예요?”
“47송이입니다.”
“어머~ 제 나이를 알고 있었나요?”
“네? 아닙니다. 갑자기 장미꽃을 보는데 느낌이 왔습니다.”
느낌은 개뿔…….
그저 그 화원에 장미꽃이 47송이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의의 거짓말은 평안한 삶을 위한 양념이다.
“다니엘. 정말 예뻐요~.”
엠마뉴엘 부인이 활짝 웃었다.
사소한 것에도 기뻐하는 여인들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았다.
“이 친구 보통이 아니군. 내 사랑 엠마뉴엘의 마음을 빼앗아 갈 작정인가? 어서 들어가세.”
리장창이 손에 술병을 들고 앞장섰다.
그리고 난 비밀스런 홍콩 갑부 저택 내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이건 뭐 럭셔리의 극치다.
내가 머물고 있던 호텔 로열 스위트룸은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일층 거실 바닥은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대리석이다.
딱 봐도 비싸 보였다.
‘헐……, 벌써 65인치 티비가? PDP도 아니고 LCD잖아!’
일반인에게는 판매도 되지 않을 시기다.
부자들에게만 몇 대 주문받고 수천만 원씩에 팔던 대형 티비가 딱 거실 한편에 보였다.
천장에는 멋들어진 샹들리에, 벽에는 품격 넘치는 그림과 글, 중앙에는 10인용 가죽 소파세트가 놓였다.
졸부가 아닌 돈을 다룰 줄 아는 갑부집이다.
“누추하지만 이게 내 집일세.”
중국인의 허례와 뻥을 소유하고 있는 리장창이다.
말은 누추라고 하지만 딱 봐도 자랑이다.
“아빠. 다니엘 고택에 비하면 여기는 명함도 못 내민다니까요. 수백 년 건축 역사를 어떻게 따라가요~.”
클라라라 나를 지원 사격했다.
그렇지! 나에게는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고택이 있다.
그리고 리장창이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지만 내 통장 동그라미 개수는 따라올 수 없다.
“집이야 주거하는 곳이니 소소해도 편하게 지내기만 하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
소소라는 말에 리장창의 눈빛이 흔들렸다.
기껏 해봐야 1,000억 정도 되는 집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홍콩 별장으로 사용하면 딱일 것 같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리장창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다니엘, 아니지 장태산! 자네 아주 마음에 들어.”
자기 집에 기가 죽지 않는 내가 특이한가 보다.
“배고프죠? 식당으로 가요.”
엠마뉴엘 부인이 분위기를 살피며 식당으로 안내했다.
“풍경화가 산뜻합니다. 바다와 파도가……, 생동감이 넘칩니다. 화가가 이곳 풍경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걸린 큼지막한 풍경화 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유독 생기가 넘쳤다.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운용하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효과였다.
기가 들어 있는 음식이나 그림, 물건이 눈에 잘 들어왔다.
그림 앞에 잠시 멈췄다.
“마음에 들어요?”
“네~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화풍입니다. 보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그림입니다.”
다른 명화들과 비교할 수 없는 기운이라 보고 있으니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다.
“다니엘~ 그 작품 엄마 작품이야.”
“그래요? 대단하세요.”
“다니엘, 부끄러운 실력이에요. 클라라에게 듣자니 어머니가 대단한 화가라던데 언제 한 번 뵙고 싶어요.”
“언제든 놀러 오십시오. 대환영입니다.”
“그래도 돼요?”
“물론입니다.”
“엄마, 꼭 가봐. 고택이 아주 환상이야.”
“그래, 나 꼭 한국에 가보고 싶었단다.”
이거 점점 판이 커졌다.
엠마뉴엘의 표정을 보니 장난이나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우리 아버지 입만 찢어질 것 같다.
엠마뉴엘 부인이 또 한 미모 하신다.
아빠가 사돈 맺자고 바로 나설 것 같다.
“내 사랑 엠마~ 난 배가 고프다오.”
“어머. 미안해요. 리~.”
여기도 부부염장전문 조직이 있을 줄 몰랐다.
아직도 사랑의 꿀이 두 부부 사이에서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난 부엌 옆의 식당에 들어섰다.
‘허어어얼…….’
분명 오늘 저녁밥을 먹을 사람은 네 명이다.
그런데 10인용쯤 되는 원통형으로 돌아가는 대형 대리석 식탁 위에는…….
전설의 만한전석급의 요리들이 쫘악 깔려 있었다.
대충 봐도 접시가 100개가 넘었다.
찜, 탕, 국, 전, 구이, 해산물, 고기 등등.
이건 뭐 한정식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대충 준비했네. 어서 앉게~.”
리장창 아저씨 말에 이번에는 대꾸를 사양했다.
대충 준비했는지는 몰라도 나를 향한 정성이 갸륵하다 못해 황송했다.
“진수성찬입니다. 엠마뉴엘 부인, 감사합니다.”
“호호호~ 부담 없이 들어요. 주방장들이 고생했지,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주방장도 아니고 주방장들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나도 희망이 불끈 생겼다.
내 인생 복지 리스트에 주방장들이 추가됐다.
“술은 할 줄 알지?”
“어디 가서 술 못 먹는다는 말은 안 듣습니다.”
“그래? 그 말 한 번 믿어보지.”
믿어봐야 아저씨만 괴로워요.
태극오행양의심법을 수련한 이후로 술이 두렵지 않았다.
내공이라는 녀석은 해독 정화 작용을 기본으로 품고 살았다.
무협소설에서 고수들이 내공으로 독을 몰아내는 게 뻥이 아니다.
그렇게 자리에 착석했다.
뭘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요리가 진짜 많았다.
“다니엘, 이거 한 번 먹어봐. 제비집 요리야.”
맑은 튀김같이 생겨먹은 제비집 요리가 내 접시에 올려졌다.
“한 잔 받게나.”
안주가 준비되자 리장창이 내가 선물로 들고 온 마오타이를 개봉했다.
“제가 먼저 따라 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린가. 손님부터 받아야지.”
그 말에 두말 않고 잔을 받았다.
대박! 환생 전에 먹었던 중국집 싸구려 빼갈과 비교할 수 없는 진한 향이 맡아졌다.
나도 사실 처음 먹어본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고삐리 신분이라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난 완벽하게 성인 대접을 받았다.
“젊은 자네의 성공을 기원하네.”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과 클라라의 평안과 안녕이 계속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한국처럼 잔을 부딪치지 않았다.
허공에서 술잔을 잡고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난 한국 스타일로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마셨다.
‘크으!’
바로 이 맛이다!
목젖을 훑고 지나가는 독하지만 짜릿하면서도 달콤한 이 맛!
이게 바로 명주가 빚어내는 향기의 축배다.
“오! 화통하군!”
잔을 단숨에 비우자 다시 채워주는 리장찬 아저씨.
“한 잔 받으십시오.”
나도 그의 비어 있는 잔에 술을 따랐다.
“하오!”
좋다며 그가 잔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한 잔!
아주 죽여줬다.
“하오! 하오!”
안주를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그와 난 계속 대작을 이어갔다.
어느새 내가 가져온 술은 바닥을 보였다.
새로운 술병들이 계속 등장했다.
오량액, 수정방, 분주, 모태주, 검남춘 등등.
온갖 술들이 자랑하듯 나타났다.
모조리 비워줬다.
쿵!
그리고 어느 순간 리장창 아저씨는 고개를 식탁에 박았다.
“에휴……, 내가 못 살아.”
프랑스 아줌마의 한탄도 한국 아줌마와 다르지 않았다.
“다니엘 괜찮아?”
“나? 물론이지.”
“정말 대단해! 지금껏 아빠를 술로 이긴 사람은 없었는데 다니엘이 처음으로 무너트렸어.”
클라라가 손을 치켜세웠다.
“그래? 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다니엘, 정말 대단해요.”
엠마뉴엘 부인도 날 존경의 눈빛으로 봤다.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남자는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법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 제가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흐트러짐 없는 예의를 보였다.
물론 엠마뉴엘 부인을 상대할 때는 프랑스어로 답했다.
“그럼 가족이라 생각해요~ 다니엘 같은 아들은 언제든 환영이에요.”
“그럼 염치없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 놓으셔도 됩니다. 어머니.”
그리고 난 내 집처럼 편하게 두 아름다운 모녀와 대화를 나누며 정찬을 즐겼다.
집 주인아저씨를 멀리 주(酒)님의 나라로 보내버리고 말이다.
***
“끄으으응…….”
“괜찮으십니까?”
“자네 정체가 뭔가? 내 태어나 자네 같은 술고래는 처음일세.”
“집안 체질입니다.”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클라라 집에서 늦게까지 술과 요리를 맛보며 느긋한 여름 방학 휴가를 맛봤다.
아침이 밝았고 리장창과 중국식 콩죽으로 아침과 해장을 대신했다.
그리고 차를 마시기 위해 서재로 이동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였다.
풍광은 홍콩 제일이다.
“클라라 말로는 홍콩상행 은행에서 VIP라고 하던데, 맞나?”
“VIP는 잘 모르겠고 대출을 좀 받았습니다.”
“거기 애들이 까다로운데 잘도 받았군.”
“담보가 확실하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 투자자인가? 아니면 한국 재벌의 비자금인가?”
리장창이 훅 치고 들어왔다.
만나는 이들마다 나를 한국 재벌 3세쯤으로 생각했다.
재벌들 이미지가 해외에서는 이렇게 취급받았다.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자네가? 나이가 몇인가?”
“돈을 굴리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놀라는 리장창에게 빙긋 웃으며 답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맞네, 맞아. 내가 어리석었네.”
리장창이 대소를 터트렸다.
어제부터 느낀 바지만 호통한 아재다.
“그래 투자하는 종목은 뭔가? 주식? 아니면 선물? 그것도 아니면 대부업?”
나에 대해 궁금한 것 같다.
그러나 나를 아직 어린애 취급하는 게 느껴졌다.
통장 까면 쫄릴 양반이 어제부터 허세가 많았다.
그래도 인정해줬다.
딱 봐도 대단한 부자가 어린 나를 이렇게까지 상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업상 비밀입니다.”
“왜 그러나~ 엠마를 어머니라고 부른다며? 그럼 나도 아버지라 불러야지. 그리고 아버지는 당연히 자식의 일에 궁금할 권리가 있지 않나?”
웃는 모습이 노련한 상인의 모습이다.
‘엄청난 부를 움켜쥘 상이다.’
리장창은 복코부터 시작해 모든 상들이 부에 집중되어 있다.
아쉽게도 손이 짧아 클라라 한 명만 본 것 같다.
알아서 손해날 인물은 아니다.
“투자 좀 해주시겠습니까?”
“투자? 그래 말해보게. 아들이 사업한다는데 내 투자 좀 하지.”
손주 재롱을 보는 할아비 같은 눈빛으로 날 봤다.
“1프로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1프로?”
“그리고 투자금은 기본 미화로 10억 달러입니다.”
“뭐, 뭐라고? 1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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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