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51
652장. 빅딜의 계절(3)
“벌레 같은 자식! 이 개만도 못한 X둥이가!!!”
뉴욕의 가장 화려한 한 빌딩의 펜트하우스에서 울려 퍼지는 거친 욕설.
금발에 거대한 장신의 남자가 씩씩거렸다.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전 지역 방송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곳에서 자신에게 모욕을 가한 오바마.
“반드시 너를 무너뜨리고 말겠다! 으드득.”
트럼프는 이를 갈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수군거렸다.
유명 샐럽들은 오바마 행정부에 찍혔다고 판단한 트럼프에게 거리를 뒀다.
과거의 소문이 더해져 ‘멍청이’의 대명사가 되었다.
부동산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화려하게 살던 트럼프로서는 평생 겪을까 말까한 치욕이었다.
미국은 돈만 많으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국가였다.
재력이 있는 만큼 항상 트럼프 주변으로 미녀들이 넘쳤다.
특유의 재치 있는 화법으로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그는 여러 가지 국제 스포츠에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항상 무대의 중심에 서고 싶어 했던 트럼프.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했다.
꿋꿋하게 지켜왔던 자존심에 제대로 상처가 났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오바마를 쓰러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국민들의 지지와 인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오바마에 비해 트럼프가 갖고 있는 정치적 레벨은 한참 모자랐다.
재산 많은 부동산 재벌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의 이미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상대가 안 됐다.
“인간 누구에게나 허점은 존재하는 법……. 놈에게도 분명 빈틈이 있을 것이다.”
상대의 작은 실수나 허점을 노려 공략하는 데 익숙한 트럼프.
사냥개 본능이 발동됐다.
지금껏 그 능력 하나로 부동산의 전설이 됐다.
트럼프의 새파란 눈동자가 빛났다.
“맞아! 그놈에게 자금을 투자한 자가 있다고 했지!”
오바마의 초선과 재선에 천문학적인 정치 자금이 지원됐다.
슈퍼팩을 이용한 합법적 방법.
정통적으로 기업가들에게 돈을 지원받는 일이 익숙한 공화당 후보조차 당황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트럼프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 하하 이게 누구야~. 나의 뜨거운 친구 트럼프잖아.
“프레드~ 잘 지냈나?”
– 나야 잘 지내지. 무슨 일이야? 오바마 때문에 방에서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 대고 있는 거 아냐?
트럼프의 오래된 친구이자 월가의 소식통인 프레드 마스가 입담 좋게 전화를 받았다.
“프레드.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아. 그 근본도 없는 아프리카 촌놈에게 이 트럼프가 일격을 당했다고.”
– 요즘 파티마다 그 얘기로 아주 시끄러워. 오바마에게 거칠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당나귀 트럼프 얘기 말이야. 크크크.
당나귀는 미국인에게 최고의 모욕적인 말 중 하나였다.
게으르고 멍청하다는 표현의 대명사인 당나귀.
트럼프의 얼굴이 험하게 찌그러졌다.
“빌어먹을 놈들. 같은 백인들끼리 뭉쳐야지. X둥이에게 권력을 내주고 좋다고 웃고 다니다니!”
거침없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 트럼프.
다른 유색인들보다 흑인을 더 싫어했다.
학창시절에 흑인 놈에게 당했던 흑역사를 안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히피족을 따라 자유롭게 살던 트럼프.
교내 규칙을 유난히 강조하던 학생회장이었던 흑인 놈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둘의 대결은 어느 순간 극한으로 치달았고 자존심 대결이 되어버린 둘은 학교 체육관에서 비밀스럽게 결투가 이뤄졌다.
그 당시 트럼프는 보기 좋게 완패를 당했다.
결국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소문은 빠르게 학교와 주변으로 퍼졌고 트럼프는 그 뒤로 쥐 죽은 듯이 살았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요즘 다시 슬슬 살아났다.
흑인 오바마가 싫어 틈만 나며 곳곳에서 먼저 공격을 가했다.
오바마도 그 사실을 알고 언론을 통해 면전에 놓고 트럼프를 면박했다.
– 그런데…… 무슨 일이야? 진짜 소문대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건 아니지?
“맞아. 난 미합중국 대통령이 될 거야! 그래서 잘난 언론 놈들과 오바마 얼굴에 오줌을 갈겨 버릴 거야!”
– 오! 내 친구 트럼프……. 만약 네가 대통령이 된다면 난 기꺼이 너의 종이 될 의향이 있어. 사랑합니다. 각하!
프레드 마스가 진지한 트럼프에 말에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나의 종 프레드.”
역시 트럼프는 뻔뻔했다.
기꺼이 친구의 장난스러운 태도를 받아줬다.
– 하명하십시오. 각하.
“오바마의 뒤를 밀어준 정체 모를 슈퍼팩의 지원자가 누군지 알아봐.”
– 그건 내가 좀 알지~.
“그래? 누구야?”
– 월가에 워낙 조심스럽게 퍼진 소문인데…….
짐작대로 뭔가 알고 있는 프레드 마스.
“뭘 알고 있는 거야? 빨리 말해봐.”
– 로버트 라이언과 관련 있어.
“당연하겠지. 로버트 라이언 같은 거물이 끼지 않고는 말이 안 되니까. 그 로버트 라이언의 친구가 오바마의 참모잖아.”
– 소문에 로버트 라이언과 함께 투자한 동양인 친구가 있다고 하더군. 오바마 초선뿐만 아니라 재선에도 관여됐다는 소문이 쫙 퍼졌어.
“동양인? 일본인? 중국인?”
–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이름이…… 뭐라더라. 맞아! 다니엘!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동양인인 건 확실해.
“뭐라고!! 다니엘!”
트럼프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찾아왔던 한국인 친구의 이름도 다니엘이었다.
‘설마?’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품고 있을 때 도움이 되겠다고 나섰던 다니엘 장.
그가 오바마의 뒤를 도왔다면 그가 건넨 말은 농담이 아닌 게 확실했다.
다니엘 장은 다음 대 미국 대통령 역시 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다음 대 대통령은 트럼프 자신이 분명했다.
– 알고 있는 친구야?
“……아니야. 나도 이름을 얼핏 들어본 것 같아서.”
– 동양인들 상당수가 다니엘이란 이름을 써. 개성이 없지. 신경 쓰지 마.
“고마워. 프레드. 자네는 내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순간 바로 참모가 되는 거야.”
– 하하. 고마워. 트럼프~ 난 너의 무모한 개척정신이 늘 마음에 들어.
처음부터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대꾸하는 프레드.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트럼프 눈동자가 제대로 출구를 찾은 듯 번뜩였다는 사실을.
“조만간 내 호텔에서 파티를 할 생각이야. 친구들 많이 불러와. 특히 미녀들~.”
– 걱정하지 마. 그건 내 전문이니까. 흐흐.
미녀들 얘기에 죽이 맞는 두 남자.
통화가 끝났다.
“다니엘……. 네가 정말 그 다니엘이라면.”
로버트 라이언과 영혼의 단짝처럼 움직이는 다니엘 장.
프레드 마스의 힌트가 트럼프의 답답했던 심장과 머리를 개운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기다려. 내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순간 네가 뿌린 더러운 냄새를 모조리 지워버릴 테니까!”
조금 전과 달리 활활 전의를 불태우는 트럼프.
손에 쥔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한국에 있는 다니엘 장.
그에게 던질 미끼를 포장하기 위해 머리를 뜨겁게 굴렸다.
***
“앉게.”
“운치가 좋습니다.”
“자네가 상주하는 회장실만 못하지.”
“그건 맞습니다. 덩치는 작지만 이곳보다 경관은 낫습니다.”
“차 마시겠나?”
“비서실 직원들이 저를 미워할 것 같습니다. 늦은 밤에 퇴근도 못 한다고 말입니다.”
“그게 비서들이 할 일이지.”
이웃집 호랑이 굴에 찾아왔다.
늦은 저녁 9시.
전문구 회장은 퇴근하지 않고 있었다.
만나자는 말에 직접 회장실로 초청했다.
거절하지 않았다.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채권자였다.
“녹차 주십시오.”
“나도 녹차 마시겠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입구에서 나를 인도했던 비서실 직원이 차를 준비하기 위해 나갔다.
“요즘 많이 바쁜 것 같더군.”
“알고 계셨습니까?”
“자네는 요주의 인물이라 다들 관심이 많아.”
“친구들이 절 애타게 찾아서 말입니다.”
“푸틴을 두고 하는 말인가……. 용감하군.”
“회장님께도 소개해 드려요? 무슨 문제 있습니까? 연대가 러시아 시장에서는 선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놀라워서 하는 말이야.”
“필요하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회장님은 특별 할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러시아에서 푸틴을 만난 일을 알고 있는 전문구 회장.
다들 나에 관해 관심이 아주 많았다.
“임성철 회장님이 많이 예뻐하는 것 같아.”
“제가 어른들에게 미움 받지는 않습니다.”
“내 막내딸이 나이가 많아 아쉽군.”
전문구 회장은 언제나 저돌적이었다.
“어려도 사양하고 싶습니다.”
“왜?”
“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얼굴 뜯어 먹고 사는 것도 한 순간이야.”
같이 술 한잔했다고 대화는 격의 없이 흘러갔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 좋다.
다만.
“전문수 회장님은 바쁜가 봅니다.”
“……같이 만나고 싶어?”
“책임질 분이 빠지니 섭섭해서 그렇습니다.”
“으음.”
오늘 만남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미리 경고했다.
나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해를 끼친 전문수였다.
그 아들과 손자가 연루된 일은 패악이 되어 국가 시스템을 좀먹기까지 했다.
“여전히…… 당돌하군.”
“술이 빠져서 아쉽습니다. 취한 척 하고 좀 더 강하게 나갈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은근 경고를 날렸다.
오늘 만남은 결코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동생이 자네에게 끼친 피해는 내 사과함세. 피해자들에게도 적절히 보상하겠네.”
본격적인 딜이 시작됐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어차피 누구나 한 번 죽는 인생인데 너무 쉽게 타인의 삶을 짓밟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어린 청소년들을 상대로 말입니다.”
“문수 손자도 청소년이야.”
“청소년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지요. 사람이 아닌 개새낀데 말입니다.”
“!!!”
자신 앞에서 종손자를 개새끼라고 말하는 나를 노려보는 전문구.
아직 대화할 자세가 안 돼 있다.
“말이 심하군…….”
“만약 피해자가 회장님 손자였다면 어땠을까요? 성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겁니다.”
중학생인 소녀를 강간하려 했고 그 오빠에게는 평생 트라우마가 될 상처를 남겼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 목숨은 없었다.
“비약이 심하군.”
“그뿐만이 아니죠. 제가 직접 당한 더러운 경험은 어떻게 보상하실 생각입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성격이 안 좋습니다. 이전 안아 회장과 천일건설 회장들도 저와 아주 사소한 일로 부딪쳤다가 그 지경이 됐습니다. 사과 한번 통 크게 하면 될 일을 아무것도 아닌 자존심 지키겠다고…….”
파파팟.
나의 기운이 거칠어졌다.
어설픈 사과는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연대를 안아와 천일, 동룡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지 말게.”
전문구 회장이 격양됐다.
나름 귀여웠다.
“물론이죠. 연대는 살점이 많은 거대 공룡인데~.”
“!!!”
가감 없이 목표물로 삼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두려움을 모르는 친구군.”
“소문 들어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사람이 아닌 자들에게는 인두겁을 쓴 괴물이 됩니다.”
구수한 옥수수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주고받았던 대화.
“목표한 주식은 다 모은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전 연대 안 좋아합니다.”
거짓말이다.
공매도로 후려쳐서 주식을 쓸어 담았다.
술을 나눴던 자리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주식에 관한 일.
당시 그 자리에서 나에게 공매도를 그만하라 부탁했던 그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주식을 공매도로 후려친 뒤 거둬들였다.
개인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연대의 대주주가 된 셈이다.
여기저기 쪼개져 있어 공시할 의무도 없었다.
이래서 해외 자본이 무서운 것이다.
그림자 속에서 소리 없이 무기로 쓸 칼을 준비할 수 있다.
“너무하는군……. 난 어느 정도 사과가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옥수수 막걸리 몇 병에 그 예민한 사건을 마무리 하려 하셨습니까? 하하하. 그 값은 오늘 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생에는 담이 너무 높아 볼일이 아예 없었던 연대자동차 회장.
이번 생은 그렇지 않았다.
영진이와 한나에게 했던 짓뿐만 아니라 동룡과 합세해 내 인생에 직접 개입하려 했던 전문수.
그 대가가 가볍지 않았다.
“뭘 원하나…….”
이제야 말이 통할 것 같았다.
차를 준비하겠다는 비서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회장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쯤은 눈치 빠르게 아는 비서들.
“계열사 하나 내주셔야겠습니다.”
“계열사? 어떤 걸 말하나?”
그룹 회장에서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자식 같은 의미.
나에게는 쓸 만한 인질이 필요했다.
그것도 실하고 맛도 있는 데다 품질도 좋은 녀석으로 말이다.
“로템 주식 25%만 주십시오.”
씨이익.
입가에 번지는 채권자만 지을 수 있는 잔혹한 미소.
“자, 자네 지금 무슨 소린가!”
물론 채무자는 곧바로 저항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