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53
654장. 빅딜의 계절(5)
“아빠. 정말 대단했어요. 신규로 짓고 있는 공장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어요.”
– 네가 놀랄 정도야?
“볼부 본사 공장보다 넓어요. 그리고 자동화 설비가 상당했어요. 시간당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거예요.”
– 그래?
카리나의 말에 스웨덴에 있던 페어 라르손은 크게 놀라며 반문했다.
스웨덴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망해가던 한국 자동차 공장이 부활하고 있었다.
볼부를 암중에 소유하게 된 한국 투자자 다니엘 장.
그가 세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어느새 확보한 신기술들을 볼부에 제공했다.
안전하지만 재미없는 차를 만들던 볼부 기술자들이 화들짝 놀랐다.
페어 라르손도 마찬가지다.
곧 출시되는 볼부의 신형 자동차 라인.
가격도 저가가 아니었다.
오디오를 비롯해 전장 부품 모두 최초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것들로 장착했다.
거기에 안전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런 볼부 파트너가 된 삼룡자동차.
의외로 안전 부분에서는 볼부와 의견이 통일됐다.
“다니엘 대표가 러시아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생각인 것 같아요.”
– 미국이라……. 미국.
자본적인 한계로 볼부는 스웨덴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드에 팔린 이후에도 눈칫밥 신세였다.
중국은 원치 않았다.
회사가 넘어간다면 기술만 빼돌릴 게 확실했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중국에 대한 인식은 명확했다.
약은 장사치.
과거 실크로드 시절에도 중국 상인들은 접시와 비단을 팔아 유럽의 금화와 은화를 쓸어갔다.
귀족가 사치품으로 교묘하게 유행을 만들어 부를 착취해 갔던 전형적인 장사치.
로마의 멸망에는 중국 비단이 일조했었다.
로마 귀족들이 비단에 엄청난 은화를 지불했다.
중국인의 습성과 인성은 세기가 바뀌어도 지금도 여전했고 결코 변하지 않았다.
부당함은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않는다는 타고난 장사꾼인 중국인.
다니엘 장의 선 인수로 볼부는 중국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평생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학비를 비롯해 직원 복지가 스웨덴 급을 넘어가요.”
– 놀랍구나.
스웨덴은 복지 선진국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국민 복지 수준, 치안, 빈부격차, 인간개발지수, 레가툼 번영지수, 자유언론지수, 정치인 부패지수, 국제 평판, 국가 경쟁력지수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복지는 OECD에서 하위권 수준.
“다니엘을 만난 건 신이 주신 은총이 확실해요.”
– 나도 신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있단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볼부와 삼룡은 자동차 업계의 중심이 되어 있을 게 확실해요. 설비 투자를 더 늘려야겠어요. 공장 라인도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전기차 생산 라인을 일찍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투자금이 필요하겠구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해요.”
– 그런데 미션을 바꿔도 될 것 같으냐? 아직 한국 미션은…….
“요즘 한국 기술 많이 좋아졌어요.”
– 일본의 아이진에서 좋아하지 않겠구나.
“어차피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없었어요. 아이진 미션이 그동안 했던 행태를 생각해 보세요.”
볼부에 사용되는 아이진 미션.
엔진은 자체 개발했지만 효율화를 위해 볼부는 미션 개발을 포기했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 아이진 미션.
요즘 들어 기어 단수를 올렸다며 가격이 매섭게 치솟았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회사 재정적 측면에서 마이너스였다.
그런 상황에서 다니엘이 연대파워텍에서 생산되는 미션 구매를 추진 중이라고 알려왔다.
– 다니엘이 일본을 경계하는 게 확실하다.
“저도 일본은 별로에요.”
카리나도 일본에 대해서 인상이 좋지 않았다.
민주주의 사회를 표방하지만 독재 국가와 비슷한 폐쇄적 정치 집단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이었다.
국왕을 신처럼 신봉했다.
이에 비해 그저 조금 더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는 스웨덴 국왕과 달랐다.
보여지는 앞과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민족, 일본.
‘자기들 것만이 최고다’라고 외치다 세계 무역 시장에서 점점 퇴보하는 중이었다.
장인정신의 폐단이 안주(安住)였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은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 다니엘은 어때?
“……여전히 멋있어요. 그리고 그런 다니엘의 국가인 한국이 부러워요.”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니엘은 돈만 밝히는 보통의 투자자가 아니다.
페어 라르손은 다니엘이 진정한 애국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을 위해라면 주저하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지갑을 열 줄 알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 스스로 펼치는 애국.
그런 그의 행보가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국가가 있기에 집단과 개인이 존재한다는 걸 스웨덴 국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살아남기 위해 중립국을 표방했다.
힘이 없는 국가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며칠 한국에 머물까 해요.”
– 그래 파견 직원들 격려도 하고……. 정보도 많이 알아 와라.
“스파이 같아요.”
– 사랑스런 미녀 스파이지~.
“정말 그럴까요?”
– 그럼. 다니엘도……. 널 외면하지 못할 거야. 넌 자랑스러운 라르손 가문의 금발 미녀란다.
페어 라르손의 말에 활짝 웃는 카리나.
밤이 점점 깊어갔다.
와인 한잔하고 싶은 밤.
다니엘의 번호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
“광오하군…….”
“어이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전문구 회장 얼굴이 핼쑥해졌다.
장태산은 연대를 향해 무섭게 선전포고를 날렸다.
과거 황제가 약소국 국왕에게 사신을 보내 조공을 내도록 협박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회장님이 보시기에 제가 지금까지 그 정도 신뢰도 쌓지 못하고 산 것 같습니까? 입증할 만한 증거는 주변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장태산은 참으로 당당했다.
그와 대적하던 그룹들이 보기 좋게 무너졌다.
피를 나눈 친인척에게는 더 잔혹했다.
적으로 낙인찍힌 자에게 있어서는 자비를 모르는 전사.
연대도 기로에 서 있었다.
공격당할 위험성이 높았다.
“로템은 방산업체야. 외국인은 대표가 될 수 없어.”
“대주주 적격 심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 한국 기업들이 투자할 겁니다. 그리고 대표는 회장님이 임명하십시오.”
“!!!”
기대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지분을 넘겨도 대표 자리는 남기겠다는 의미.
“물론 주식에 비례해 이사나 감사는 저희 쪽에서 들어갈 겁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계획을 세웠던 거야?’
무섭고 치밀한 계획에 전문구 회장은 입맛이 썼다.
말 그대로 빅딜이었다.
연대로템 주식을 넘기고 자금과 명분을 얻을 수 있었다.
2조 가까운 현금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미끼였다.
이것저것 투자할 게 많았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 연대자동차는 큰돈이 필요했다.
“삼룡과 볼부 미션 구입을 연대파워텍에 맡기겠습니다.”
“뭐라고?”
놀라운 제안은 또 이어졌다.
“연대에 공급되는 똑같은 품질이어야 합니다. 공급도 우선적으로 받고 싶습니다.”
“삼룡과 볼부는 우리에게는 적이야.”
“자신 없으십니까?”
“왜 그래야만 하지?”
“일본이 싫습니다.”
“…….”
‘진짜 애국심인 건가?’
일본의 아이진 미션을 사용하고 있는 볼부와 삼룡이었다.
그들에게 사용되는 물량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것이다.
최소 10만 대 이상 물량.
“확정적으로 1년에 40만 대 발주해 드리도록 하죠.”
“40만 대를! 확정적으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삼룡의 내수 판매는 고작 몇 만대 수준.
볼부도 30만 대 수준이다.
그 모든 물량을 연대에 몰아주겠다는 엄청난 제안이었다.
미션은 엔진과 함께 자동차의 가장 비싼 부품에 속했다.
잠깐 계산해 봐도 엄청난 이익을 남길 게 확실했다.
“기간은 앞으로 7년 동안입니다.”
“7년?”
“네. 7년입니다.”
“왜냐고 묻고 싶군.”
연속되는 충격적 제안에 전문구 회장은 의구심이 계속 일었다.
“전기자동차는 내연 기관이 필요 없습니다.”
“7년 안에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나?”
“네.”
‘도대체 저 자신감은 뭐란 말인가?’
끝도 없이 밀어붙이는 장태산의 행동에 전문구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수소 전기차는 개발 안 하나?”
은근슬쩍 질문을 던졌다.
연대에서 미래 자동차로 밀고 있는 수소전기차.
“망하는 사업에는 투자 안 합니다.”
“마, 망해?”
“회장님은 수소전기차가 상품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당연하지! 환경을 중시하는 미래 사회에서 석유자동차를 대신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그리고 수소전기차가 대세일 수밖에 없네. 그중에서 수소자동차는 친환경 자동차의 최고 정점이지. 수소자동차는 공기정화장치를 달고 있어 디젤 자동차가 뿜어대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정화…….”
“수소는 그냥 나옵니까?”
장태산이 말을 끊었다.
“아직 단가는 높지만 대량화가 되면…….”
“수소는 폭탄입니다.”
“탄소섬유로 수소탱크를 만들면 되네.”
“1킬로당 유지비가 전기차에 비해서 월등히 높습니다. 충전소 건설비용은 어떻고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30억 원이 넘습니다. 만약 충전소가 폭발하면 인근 지역은 어떻게 될까요?”
“발전은 언제나 위험을 안고 가는 법이야.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적은 충전 시간으로 성장 가치가 충분해. 사람들은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전문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수소 값은 지금 휘발유 가격에 6배 선입니다. 미래에 획기적으로 생산단가를 낮출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리고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소모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구조입니까? 전기차 충전소를 사용하면 간단한 일을 수소로 바꿔 위험하게 충전한다니……. 웃기지 않습니까?”
피식 웃는 장태산.
“정부에서 보조를 하면 미래에…….”
“세금은 누가 냅니까? 그리고 값싼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수소차가 필요할까요? 도심에는 건설도 못 하는 수소충전소를 굳이 사람들이 찾아갈 거라 생각합니까?”
“…….”
전문구는 할 말이 없었다.
팩트는 정확하고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말입니다. 근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위험성과 안전성이 대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전까지 수소차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집 옆에 폭탄 공장이 들어서는데 주민들이 가만있을 것 같습니까?”
“자네…… 어찌 그렇게 심한 말을.”
“언제까지 퍼스트 팔로우 정책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시장의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퍼스트 무브 선도 기업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수소차는 잘못된 선택입니다. 겉보기에 화려한 사옥을 짓기보다는 자동차 전장산업 같은 미래 부품과 전기차에 투자해야 합니다. 세계적 수준인 대한민국의 배터리, 자율주행, 완성차 제조 기술을 이용해서 앞으로 치고 나가십시오. 연대라면 충분히 융합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으음…….”
전문구 입에서 내심 감탄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누구도 자신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비판하지 못했다.
“수소는 석유와 석탄을 뛰어넘는 인류의 에너지원이야. 기술이 개발되면…….”
“그때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자동차에 물만 넣어서 수소가 생성된다면 적극 추천하겠지만 그 전에는 아닙니다.”
딱 잘라 말하는 장태산.
“전기차 생산 전용 공장부터 건설하십시오. 가망 없는 중국 공장은 그만 돌려도 됩니다. 그놈들의 들러리로 서는 게 지겹지도 않으십니까?”
“!!!”
중국 공장 문제까지 언급하는 장태산.
“됐네. 그 말은 그만 듣고 싶군.”
아버지 때부터 연대 경영은 오너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했다.
장태산의 말이 전문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중국 공장에 투자한 자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의 성장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중국인도 그저 그런 이미지가 돼 버린 연대자동차를 멀리했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연대자동차가 반드시 사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는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장태산도 순순히 물러났다.
“빅딜은 받아들이도록 하지. 지분 25%의 매각 가격은 1억 5000만 달러. 1년에 40만 대의 미션 확정적 발주면 되네.”
결코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었다.
기대 이상으로 남는 빅딜.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이로써 자네와의 은원은 모두 정리된 것으로 하지.”
“물론입니다.”
“자주 보고 싶지 않네.”
“약속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현대 사회는 신용이 곧 인격입니다.”
끝까지 건방진 태도를 보이는 장태산.
“조심하게. 자네는 적이 너무 많아.”
전문구 자신도 결코 친구가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전문구의 싸늘한 눈빛이 장태산을 바라봤다.
“그래서 제 피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뜨겁습니다.”
“???”
“상대의 정체를 모르고 무지하게 달려드는 적을 가차 없이 벨 때…….”
전문구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 장태산.
“피가 더 뜨겁게 끓어오릅니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