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61
662장. 헉! 당신은!!!(2)
“트럼프…… 자네…….”
프레드 마스는 트럼프를 경외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소리는 농담인 줄 알았다.
본래 허세가 과하게 심한 친구다.
사업 수완이 뛰어나고 머리는 그런대로 좋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미국 대통령감은 아니다.
명문가 출신이거나 뭔가 특별한 이력이 존재하지 않는 한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다.
세계를 경영할 수 있을 만큼 사람들에게 폭넓게 지지를 받는 위인이어야만 가능했다.
트럼프는 도덕적으로나 여러 가지 능력 면에서 미국을 경영할 만한 그릇이 못 되는 셈이다.
부동산 사업체를 경영하거나 농담 따먹기 토크쇼 사회자 정도가 제격이다.
트럼프 자신도 차라리 오락거리에 가까운 그런 종류의 사회 참여를 좋아했다.
화려하고 남들의 시선을 끌며 미녀들과 썸씽을 즐길 수 있는 자리만 찾아다니던 인물이다.
여성 편력이 심한 건 친구인 프레드 마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도 무수히 벌였다.
그런 트럼프가 제대로 사건을 쳤다.
뉴욕을 비롯해 워싱턴에서도 부르기 쉽지 않은 월가의 전설 로버트 라이언.
그가 직접 LA까지 날아와 트럼프가 연 파티에 참석했다.
파티 규모도 지금까지와 달리 꽤 컸다.
처음에는 자기 소유의 소규모 호텔을 언급하다 돌연 최근 구입한 LA의 별장으로 바꿨다.
장소가 바뀐 만큼 파티는 성대하게 열렸다.
트럼프의 예측하지 못한 파격적 행동.
베버리힐즈의 놀기 좋아하는 인물들은 죄다 모였다.
트럼프도 돈을 화끈하게 풀었다.
고급 와인은 물론 꽤 실력 있는 파티 업체를 불러들였다.
그렇게까지 성대한 파티를 열어놓고 막상 트럼프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그즈음 동양인 한 사람이 파티장에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그를 주변 사람들에게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프레드 마스는 깜짝 놀랐다.
그는 분명 오바마를 뒤에서 도왔다는 다니엘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니엘과 단짝인 로버트 라이언이 트럼프를 사이에 두고 한자리에 섰다.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로버트 라이언과 점심 한 끼 먹기 위해서는 거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주변 곳곳에서 LA 유명 인사들을 언급하며 통화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파티장에 손에 꼽는 인사들이 더 모여들었다.
LA에 거주하는 슈퍼리치들이 대부분.
파티의 격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동시에 트럼프의 어깨는 아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으쓱해졌다.
“왜? 놀라워?”
입이 찢어지기 직전인 트럼프가 프레드 마스를 보며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다니엘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알고 봤더니 내가 과거에 알던 동생이더라고.”
“진짜?”
“보고도 못 믿는 거야?”
“내 말이.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로버트 라이언 주변으로 미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탑 스타들이 로버트와 눈을 맞추며 미소를 띠었다.
그녀들의 미소는 유혹적이었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개의치 않는 눈치다.
로버트 라이언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넘치는 에너지가 젊은 청년들 못지않았다.
말 그대로 돈 많은 중년의 잘생긴 이혼남.
구미가 당길 만한 상대였다.
물질적인 성공을 바라는 미녀들에게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그런데 다니엘이라는 저 친구는 뭐 하는 거야? 아는 여인인가?”
“동양인이라 수수한 타입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지? 우리 스타일은 아닌데…….”
풍만한 금발 미녀들을 좋아하는 트럼프와 프레드 마스.
다소 마른 듯한 미모의 여성을 상대하고 있는 다니엘을 힐끔 바라봤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뭔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놀라는 표정을 짓는 다니엘.
그와 마주하고 서 있는 여성은 다니엘을 보며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니엘 널 위한 파티다. 즐겨~ 마음껏. 크크크.’
트럼프가 귀한 생돈을 풀어 만든 자리.
다니엘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제는 트럼프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운명의 파트너.
“트럼프! 이리 와서 재미있는 얘기 좀 하시죠.”
로버트 라이언이 트럼프를 불렀다.
“물론입니다. 제가 한 토크 하죠. 하하하.”
판이 깔린 마당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노련한 트럼프가 아니었다.
과하다 싶을 만큼 활짝 웃는 얼굴로 가슴을 쫙 펴는 트럼프.
한손에는 와인을 든 채 위풍당당하게 로버트의 곁으로 가 섰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바마……. 기다려!’
***
그녀는 뭐! 어쩌라고!
야! 니가 15초 광고도 아니고 뜸은 왜 들이는데!!
빨리 말해!
꿀잼 방송을 보다가 딱 끊고 치고 들어오는 중간광고 같은 알림음.
베토벤이 저주하는 그녀.
베토벤이 피아노를 가르치다 눈 맞은 여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유부녀는 물론 귀족가의 여식, 띠동갑 두 바뀌는 돌아야 할 만큼 어린 여인들까지.
또 불멸의 여인이라 불렸던 묘령의 여인까지.
도무지 눈앞의 여인과 베토벤의 저주라는 말이 연결되지 않았다.
베토벤에게 사랑의 뼈아픈 기억을 남겼으리라 추정되는 여인임이 짐작되는 그녀.
피부는 백옥처럼 하얗고 언뜻언뜻 얼굴을 스치는 손가락은 길었다.
차라리 어딘가 아파 보이기까지 하는 그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존경과 경외의 감동에 찬 시선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일단 호구조사가 먼저였다.
“아! 죄송해요……. LA필하모닉 객원 바이올리니스트 바바라 에브가일이라고 해요. 바바라라고 부르셔도 돼요.”
만나자마자 애칭으로 불리기를 바란다는 그녀.
그만큼 나에 대한 호감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베토벤의 재림자라는 호칭은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유럽과 미국에서 날렸던 건 엄연한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화면이 좀 후지긴 했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보통 사람들 시선에는 천재들 중 한 명 정도로 생각됐겠지만 제대로 음악을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모두 다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보통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바이올린과 피아노 주법.
음악인들 사이에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난 뮤즈였다.
“다니엘 장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변호삽니다.”
“변호사요? 음악 쪽이…… 아닌가요?”
“예술은…… 취미 생활입니다.”
“!!!”
나의 말에 바바라가 당황해 눈을 크게 떴다.
LA필하모니 객원연주자 정도라면 무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아까워요……. 그 실력으로 취미 생활을 하다니.”
바바라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눈치다.
“바바라,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뭐든 물어봐 주세요.”
자신에게 호감 있다 생각한 듯한 표정의 바바라.
집안은 그렇게 부유한 것 같지 않았다.
입고 있는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것과 수준이 맞지 않았다.
대신 순수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빛을 뿜어내듯 외모와 조화를 이뤘다.
누가 봐도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듯한 바바라.
“이런 파티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내 말에 바바라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르바이트에요. 파티 참석 페이가 생각보다 쎄요. 객원연주자는 언제나 배고픈 생활을 하니까요.”
하긴 파티장에도 꽃은 필요한 법.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남자들의 허세를 위해서라도 아름다운 여인들은 필수 요소였다.
특히 배고픈 예술가에게 이런 자리는 꿀 알바가 분명했다.
과거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음악가들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귀족들이 대거 모이는 장소에 불려가 흥을 돋우며 연주해 스폰을 잡았다.
“난처한 질문을 드려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이런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진정한 음악가가 될 수 없다고 위대한 스승께서 말씀하셨으니까요.”
“누가 말입니까?”
“베토벤요.”
베토벤 그 아저씨, 이제 아주 잘 먹고 잘 산다.
곤궁했던 환경에서의 음악활동, 잊은 지 오래일 것이다.
무엇보다 신계에서 잘나가는 웨이터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쏟아지는 포인트에 음악인으로서 가졌던 자존심 다 팔았다.
“베토벤을 좋아하십니까?”
알림음은 분명 베토벤이 저주하는 자라 했다.
“네……. 어릴 때부터 베토벤이 작곡한 소나타와 교향곡을 들으면 눈물이 났어요. 뭔지 모르지만 아련하고 미안하고.”
아련하고 미안?
이 여자 정말 전생에 베토벤 등판에 칼 꽂은 배신녀인 건가!
“베토벤이 여러모로 인간 세상에서는 불쌍했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을 테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네? 지금은요? 그게 무슨…….”
이런 얘기 많이 알면 서로 피곤해진다.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악신(樂神)아닙니까. 죽어서도 그 이름이 후세에 남으니 부러운 일이고요. 어차피 인간들 모두가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계약자들이니까요.”
배시시 바바라가 웃는다.
“동양 사람들은 참 생각이 독특한 것 같아요. 여기 오시는 분들 대부분 죽음 따위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요.”
바바라의 시선이 파티장을 향했다.
따라라 따라라랑~♫.
어둠이 짙게 깔렸다.
현악 사중주 악단의 연주는 어둠이 내려앉은 가든에 듣기 좋게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흥을 돋우는 술이 있고 미남 미녀들이 있었다.
더 이상 그 무엇도 필요해 보이지 않는 인세 낙원.
모두들 분위기에 한껏 취해 있었다.
격식을 차린 자리인 만큼 무리하게 술에 취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큰소리를 내는 인사들도 없었다.
교양이 넘치는 상류사회 인사들의 파티.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바바라의 시선은 전혀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고 냉정했다.
바바라와 비슷한 차림을 한 여인들이 듬성듬성 곳곳에 보였다.
그녀들은 뭇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신을 어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좋지 않습니까. 각자 목적이 있어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이 시간은 분명 모두에게 소중한 순간이니까요.”
나도 비즈니스 목적으로 참석했다.
바바라도 마찬가지.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한한 시간을 쪼개 찾아왔다.
이왕 시간을 할애한 만큼 알차게 소득을 내자 주의다.
지난 생에는 TV에서나 봤던 베버리힐즈의 유명 연예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트럼프는 불콰하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로버트 라이언도 형형색색 꽃밭에서 지금 순간을 한껏 즐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해피한 이 밤.
굳이 죽음을 떠올리며 망상에 젖을 필요는 없었다.
“저…… 다니엘.”
바바라가 날 보며 어렵게 이름을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셔도 됩니다. 바바라.”
첫눈에 반했다며 늦은 밤에 따로 와인 한잔하자는 소리만 안 하면 된다.
곳곳에 은근슬쩍 나를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괜히 사건 만들고 싶지 않다.
“하나 부탁해도 돼요?”
“네~.”
무리한 부탁이 아니라면 들어줄 의향은 충분히 있다.
베토벤이 왜 저주하는지 그 이유도 궁금하다.
“당신의 연주,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
“어려운 부탁인 건 알지만…… 제 눈과 귀에 직접 담고 싶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당신의 그 폭풍 같은 연주를 수십 수백 번 봤지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어요.”
바바라의 그 심정 이해는 된다.
음질이 좋지 않았던 동영상.
음감이 뛰어난 음악인들에게 그 영상은 갈증만 더했을 것이다.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었다.
“흐음.”
짧은 신음이 먼저 나왔다.
누가 뭐라 해도 오늘 파티의 주인공은 트럼프였다.
그를 중심에 세우기 위해 로버트를 붙이고 나는 뒤로 빠졌다.
괜히 이런저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전에 없던 스마트폰 화질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시대.
“어렵나요?”
바바라의 간절한 눈빛.
거절하려니 음악과 사랑에 빠진 이에게 예의가 아닌 듯했다.
대신 꼭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어차피 며칠 동안 미국에 머물 계획이다.
“그럼 따로 시간을…….”
파아앗!
그 순간 갑자기 바바라 앞에서 빛이 터졌다.
그리고.
– 여기 있었군.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존재.
베토벤이다.
– 아시는 분입니까?
여러 복잡한 시선으로 바바라를 바라보는 베토벤.
뭔가 깊은 과거 인연이 존재함이 확실했다.
– 너도 아는 자다.
– 네?
‘자’라는 말은 보통 남자를 두고 지칭하는 말이다.
– 여자로 환생했을 줄이야……. 포인트가 모자랐군. 크크크.
여자? 환생? 포인트?
베토벤과는 다른 이들이 들을 수 없는 내면의 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 바바라를 아십니까?
– 바바라?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나의 질문에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베토벤.
바바라를 앞에 세워두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표정관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요!!!
– 잘 보거라. 너도 아는 자다. 나와 내 친구들의 포인트를 강탈한 그놈이 바로 저자다!
베토벤이 손가락으로 바바라를 가리켰다.
– 놈이라고요? 놈……. 헉! 설마!
– 그래 바로 저자가 우리 포인트를 강탈해 인간계로 튄 그놈!!!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