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68
669장. 아마존의 눈물.(4)
“무슨 소리야!! 실종? 납치? 엠마가?”
“그렇습니다. 의원님!”
“누가? 왜? 어디서? 감히 누가 내 딸을!!!”
워싱턴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상원의원실.
다선의 상원의원 존 피어스가 놀람과 당혹감, 분노에 차 상대를 추궁했다.
CIA 정보국장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존 피어스 상원의원.
그의 조부와 부친 모두 미국 해군 사상 첫 4성 장군이었다.
존 피어스 또한 군인이었다.
월남전에 참전해 포로로 잡혔었지만 탈출해 귀환한 전쟁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공화당의 대주주였다.
2008년 오바마를 상대로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정치적 입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은성무공훈장을 비롯해 국가방위공로메달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미국의 수호자인 셈이다.
예상치 못한 보고에 그가 분노했다.
재혼한 부인에게서 얻은 막내딸 엠마 피어스.
다른 자식들과 달리 품에 끼고 키웠다.
막내딸 엠마는 유난히 똑똑하고 아름다웠다.
환경이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암암리에 주목을 받고 있던 사랑스러운 막내딸 엠마.
그 딸이 납치됐다는 보고다.
“브라질 호라이마주에서 환경운동가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빌어먹을…… 금광업자들인가!”
평소 거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피어스 상원의원이 욕을 내뱉었다.
잔뜩 흥분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맥스! 도대체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나! CIA 정보국장의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나?”
CIA 정보국장 맥스는 존 피어스 상원의원의 다그침에 움찔했다.
상원의원이 행사할 수 있는 파워는 막강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쥐락펴락하는 단 100명의 진정한 권력자들.
임기 2년의 하원의원들이 제출하는 법안을 최종 심사했다.
행정부가 제출하는 예산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칼질을 할 수 있었다.
한 번 당선되면 변고가 없는 한 다선이 보장되는 상원의원.
그중에서도 공화당 다수 수장인 존 피어스 상원의원이다.
그가 한 번 큰소리를 내면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오바마 역시 숨을 죽여야 했다.
오바마 케어를 지지하는 공화당의원이 바로 존 피어스였다.
“죄송합니다. 바로 정보요원들을 추가하여…….”
“됐네.”
“네?”
“금광업자들이 환경운동가들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모르나?”
“…….”
맥스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은 무법이 판을 치는 국가다.
지역 권력자들이 소유한 힘은 중앙정부의 권력을 뛰어넘었다.
엠마의 생사를 보장할 수 없었다.
“난 베트남에서도 동료들을 버리지 않았네. 내 딸도 마찬가지일세.”
“그 말씀은…….”
“내가 수색대를 꾸리겠네.”
“의원님이 직접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나? 엠마는 내 목숨 같은 아이야!”
포로 생활 중에 다리를 다쳐 걷는 게 온전치 못한 존 피어스가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특수부대를 파견하겠습니다.”
맥스가 말렸다.
미국에 호의적인 브라질 정부에 부탁하면 될 일이다.
괜히 존 피어스 상원의원이 나섰다가 일이 커질 수 있었다.
존 피어스 상원의원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미국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국가 간 전쟁까지는 아니어도 브라질에 대한 불신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나도 갈 걸세.”
“의원님!”
“막지 말게. 내 딸은 내가 지킬 게야! 그 아이와 약속했네. 반드시 지켜야 해!”
결심을 굳힌 존 피어스.
“하아.”
고집불통 상원의원의 대답에 맥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삐이잇.
존 피어스 의원이 인터폰으로 비서를 호출했다.
– 네, 의원님.
“대통령 연결해 주게. 지금 당장!”
***
“???”
혀를 깨물려다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눈을 뜬 엠마.
“!!!”
처음 보는 동양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죽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남자.
자신을 희롱하려던 마우루 목에 날카로운 검 끝을 들이대고 있었다.
“누, 누구.”
마우루가 사시나무처럼 떨며 물었다.
이곳은 금광업자 안토니우 실바의 부하들이 거주하는 곳.
밀림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위치해 있어 헬기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지리를 훤히 아는 능숙한 자들만 올 수 있는 장소.
총을 든 경비들도 여럿 보초를 섰다.
“엠마?”
남자는 엠마를 보며 물었다.
“네. 제가 엠마에요. 아빠가 보냈나요?”
“조이.”
“아! 조이!”
엠마는 내심 아버지가 보낸 용병일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미국 정치인인 아빠.
엠마 납치 소식을 듣는 순간 아빠가 손 놓고 있을 리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구해줄 거라 약속했었다.
휘릭.
그때 남자가 들고 있던 검으로 엠마의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로프를 잘랐다.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깔끔한 솜씨.
“걸을 수 있습니까?”
“그게…….”
장시간 묶여 있었다.
놈들은 함부로 사람을 다뤘다.
온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밀림에서 이미 탈진해 버린 상태의 엠마는 걸을 자신이 없었다.
“다른 분들도 구해줄 수 있나요?”
엠마는 손발을 매만지며 물었다.
환경운동가를 비롯해 수색팀원들 여럿이 이곳에 있다.
“불가능합니다.”
“왜요? 그분들을 구해주시면 제가…….”
“난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아!”
남자의 말에 엠마는 짧은 신음을 토했다.
그 소리는 이미 모두 다 죽임을 당했다는 말.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우루가 마지막 남은 생존자였던 자신을 마무리하려 나타난 것이었다.
“마우루…… 당신이 죽였어. 그들 모두를.”
배신자 마우루를 노려보며 엠마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평범하게 살던 대학원생 엠마에게 동료들의 죽음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를 건들면 너희들도 죽어! 안토니우님께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마우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호라이마주의 주인 안토니우 실바.
이 지역에서 그를 거역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유언이냐?”
“뭐, 뭐라고?”
“부탁이에요. 저 자를…….”
엠마는 독해졌다.
선량한 자신의 동료 모두를 죽이고도 뻔뻔하게 겁박해 오는 마우루.
“엠마……. 한숨 주무십시오.”
“네?”
“슬립.”
귓가에 들려온 달콤한 말 한마디에 온몸의 힘이 스르르 빠지는 엠마.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숲의…… 마술사!”
그 상황을 지켜보다 마우루가 놀라서 외쳤다.
밀림과 원시 부족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숲의 마술사에 관한 전설.
아마존 여신을 섬긴다는 마술사 이야기였다.
“안토니우 실바가 두목이냐?”
“두목이라니! 그분은 이 지역을 다스리는 주인이시다!”
마우루는 이름을 언급하는 목소리에도 경외심을 담았다.
원주민인 자신을 멸시하지 않고 일거리를 준 사람이다.
부모와 부족으로부터 버려졌던 어린 시절부터 눈치 하나로 살아온 마우루.
그는 인심 좋은 안토니우 실바가 좋았다.
안토니우의 부하들과 가족처럼 어울리며 함께하는 일이 재밌고 보람 있었다.
안토니우 실바님의 뜻을 거스르지만 않으면 원주민들도 사냥하며 무법자처럼 살 수 있었다.
마우루에게는 하늘이자 주인인 안토니우 실바.
이 마술사 역시 금세 물리쳐 줄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지옥 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려줘! 여기 적이 나타났다! 적이야!!!”
마우루는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안토니우의 부하들 10여 명이 이곳에서 함께 생활했다.
“…….”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안 보여? 네 동료들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그게 무슨…….”
푹!
남자의 손에는 결코 자비가 없었다.
마우루의 목을 깊숙이 찌르는 검.
“커어억!”
마우루는 뼛속을 파고드는 고통에 바둥거렸다.
어디서 많이 지켜봤던 상황.
불과 몇 시간 전 직접 자신의 손으로 환경운동가와 수색팀원들 몇을 죽였던 마우루.
살려 달라 애원하던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환영처럼 살아났다.
“커르르르륵. 커어어억.”
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내 마우루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스윽.
다니엘은 쓰러져 있는 엠마를 품에 안고 통나무 집 밖으로 나왔다.
울창한 수나무들 사이로 교묘하게 지어진 집들.
집 주변으로 여러 구의 시체들이 보였다.
엠마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환경운동가들과 수색팀원들 모두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다니엘은 검을 쓰는 데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살인자들에게도 똑같은 죽음으로 응징하는 일만 남았을 뿐.
그들의 시신을 수습할 시간이 없었다.
“파이어!”
마법을 펼치는 다니엘.
파바바바밧.
허공에서 빛나는 10여 개의 빨간 구체.
펑! 퍼버버버벙!
비와 진득한 습기에 젖어 축축했던 밀림에 떨어지는 불덩어리.
화르르르르르르르.
뜨거운 화기가 오두막과 주변을 순식간에 태워갔다.
다니엘은 미련 없이 엠마를 품에 안고 밀림을 벗어났다.
마법을 사용하는 타잔처럼.
***
“불? 인공위성 확대해 봐!”
“넵!”
CIA 건물 지하에 위치한 대테러 지원팀.
군사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있는 정보국장 맥스가 부하에게 바로 지시를 내렸다.
존 피어스 상원의원의 추진력은 놀라웠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특별 군사 승인을 받아냈다.
존 피어스에게 정치적 빚을 안길 수 있는 순간이었기에 오바마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브라질 대통령에게 핫 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허가를 받았다.
브라질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항공모함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특수팀.
존 피어스도 동행했다.
스르르륵.
마우스를 조작하자 화재가 발생한 밀림 일부 특정 지역이 확인됐다.
“네이팜탄에 맞은 듯하군.”
“그런 것 같습니다.”
습기 많은 밀림이 깔끔하게 불탔다.
“위치는?”
“작전구역입니다.”
CIA에 파견된 군장교가 대답했다.
“단서가 될 만한 위치를 확인해서 의원님 쪽에 전달해.”
“넵!”
‘딸 때문에 상원의원이 특수팀을 동원하다니…… 언론에 알려지면 난리 나겠군.’
최대한 빨리 비밀스럽게 끝나야 하는 임무.
맥스는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브라질 정부도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지역 보스와 부딪치는 일.
드러나는 피해 없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도했다.
“어! 국장님! 이거 보십시오!”
그때 위성 자료를 살피던 오퍼레이터가 놀라 소리쳤다.
“뭔데?”
“수상한 헬기들과 군 병력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뭐? 헬기들과 군병력???”
“이것 보십시오. 수십 대의 무장 병력 차량이 헬기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가 확대한 화면.
비포장 171번 도로를 질주하는 무장 병력 차량과 그보다 먼저 선두에서 나는 헬기 몇 대.
분할 확대한 병력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맙소사! 전쟁이라도 난 거야???”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