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71
672장. 아마존의 눈물.(7)
“모두 불탔습니다. 의원님.”
“……엠마의 흔적은?”
“주변을 수색하다 이걸 발견했습니다.”
해군에 소속된 네이비씰 장교가 존 피어스 의원에게 뭔가를 건넸다.
그의 손에는 빨간 머리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 이건…….”
입술을 잘근 깨물며 슬픔을 견디는 존 피어스.
빨간 머리핀을 건네받은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딸의 열 살 생일 선물로 존 피어스가 사준 머리핀이었다.
엠마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행운의 상징이라며 해외에 나갈 때마다 꽂았던 엠마의 머리핀을 존 피어스가 모를 리 없었다.
“……엠마. 나의 사랑하는 딸 엠마……. 흐으윽.”
천하의 전쟁 영웅이 작은 머리핀을 쥔 채 오열했다.
네이비씰 대원들은 주변을 경계하는 척하며 시선을 돌렸다.
목표 지점이었던 밀림의 한 지점은 이미 불에 타 텅 빈 공터가 돼 버렸다.
건물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흔한 나무 뼈대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드문드문 보이는 쇳덩어리들과 타다 만 사람의 뼈로 보이는 것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화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처참한 광경.
엠마 피어스가 이곳에 있었다면 살아있을 가능성은 재로였다.
‘엠마……. 널 이렇게 만든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반드시 지옥으로 보내주마!’
이곳에 오는 도중 존 피어스는 최대한 모든 정보를 획득하는 데 힘썼다.
브라질 호라이마주의 실제 권력자인 안토니우 실바.
그가 저지른 악행으로 확인됐다.
당장 달려가 놈의 머리통에 총구멍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됐다.
딸의 아버지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신분은 미국의 상원의원.
국익을 위해서 지금은 참아야 했다. 놈에게 수십 배의 고통으로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뭐라고? 살아 있다고?”
그때 네이비씰을 이끄는 팀장 장교가 헤드셋으로 긴급한 정보를 받았다.
존 피어스가 ‘살아 있다’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의원님!”
장교가 존 피어스를 급하게 불렀다.
“무……슨 일인가?”
“엠마 양이 살아 있다고 합니다. 방금 전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뭐라고!! 엠마가 살아 있다고!”
“바로 이동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엠마 양이 머물고 있는 마을이 무장 단체로부터 공격을 당할 것 같습니다.”
“무장 단체라면……. 안토니우 실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내 이놈들을!!!”
죽었다 살아난 딸을 다시 죽이려는 자들.
존 피어스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님 연결하게. 그리고……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준비시키게!”
“의……원님!!!”
전투기를 준비시키라는 말은 엄청난 의미였다.
분쟁 지역이 아닌 상황에서 타국의 영공을 침공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특히 전투기는 더더욱.
“지금껏 내 가문과 나는 미국을 위해 헌신했네. 이번에 나는 조국으로부터 그간의 빚을 받아내고 싶군! 자랑스러운 미국의 시민권자인 내 딸을 위해!”
***
“재밍은?”
“완벽하게 실행됐습니다.”
“흐흐. 좋았어. 이제부터…… 사냥이다!”
마르쿠스는 만족스러운 결과에 웃음이 절로 났다.
마을이 가까워졌다.
1킬로미터만 더 가면 리오 마을이다.
그 전에 주변 전파를 모두 차단했다.
군에서 빼돌린 각종 무기류.
차량에서 사용하는 광범위 재밍기뿐만 아니라 휴대용 대공 미사일까지 장착했다.
전투 차량에 타고 있는 훈련된 병사들이 150여 명.
모두 다 안토니우 실바가 아닌 마르쿠스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마르쿠스는 호라이마주에서 안토니우 실바 다음인 2인자로 살았다.
안토니우 실바의 양아들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냥개나 진배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묵묵히 참아왔다.
착실하게 공을 들여 안토니우 실바의 부하들을 모조리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됐다.
지금 당장 마음만 먹는다면 안토니우 실바의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명분이 부족했다.
때마침 벌어진 환경운동가 납치 사건.
느낌이 좋았다.
화끈하게 사냥감을 제거한 후 모든 결과에 대해 안토니우 실바에게 떠넘기면 된다.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쥐기 위해서라도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한 사냥이 필수였다.
두두두두두두.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헬기 모터 소리가 들려왔다.
“타이스 경호회사 헬기입니다!”
“격추 시켜!”
“넵!”
부하가 휴대용 대공미사일인 스팅어를 장착했다.
시간도 좋았다.
밀림에 밤이 찾아온 만큼 활동하기에 용이했다.
꽤 거리가 있는 헬기를 적외선으로 탐색하는 스팅어.
두두두두두두.
레이더 경고장치가 가동된 듯 급하게 방향을 돌리는 헬기.
플레어도 장착되지 않았기에 기만체도 뿌리지 못했다.
푸슉.
가벼운 발사음과 함께 허공을 뚫고 헬기를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
촤아아아아앗.
이내 어둠속에 선명한 불꽃을 뿜으며 빠르게 뻗어갔다.
유효사거리 8km에 마하 2의 속도를 가진 미사일.
일개 경호회사 헬기는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 없다.
콰아아아앙!
단 몇 초 만에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헬기.
“휘이이이이이~.”
“전투다 전투! 크하하하하.”
타다다다다당.
휘파람을 불며 차량에 탄 부하들이 총을 허공에 난사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들은 손맛을 기대하며 피가 한껏 끓어올랐다.
“타이스 놈들이 리오 마을에 있다. 다…… 죽여라! 너희들의 지도자 마르쿠스의 명령이다!!!”
스피커를 통해 사냥꾼들의 심장에 불을 대는 마르쿠스.
“돌격!!!”
부아아아아아앙!
열을 맞춘 차량들이 거칠게 마을로 내달렸다.
선두에서는 구형 장갑차가 어둠을 뚫고 질주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타이스 경호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겨우 자동소총뿐.
마르쿠스는 누구보다 영악했다.
미리 모든 걸 파악한 후에 실행에 옮겼다.
‘안토니우 실바! 오늘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당신이 지게 될 거야. 크크크.’
“끼오오오오오!”
“돌격! 돌격!”
출발 직전 마리화나와 각종 마약류를 사용한 부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두 눈은 충혈되고 이성은 이미 마비되어 거칠게 돌격을 외쳤다.
화르르르르르르.
정체불명의 거대한 불덩이가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나기 전까지.
“???”
예비된 사냥에 잔뜩 흥분한 병력들 모두 멍하니 불덩이를 바라봤다.
밀림의 어둠을 밀어내며 닥쳐오는 붉은 불덩어리.
묘한 빛깔은 아름다웠다.
지름은 약 1미터 정도.
밀림의 어둠을 순식간에 몰아내며 장갑차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모두의 귀청을 찢듯 파고드는 폭발음.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전체가 단단한 철로 무장된 장갑차가 불에 휩싸였다.
그것도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높이로 치솟으며 활활.
“어어…… 어어.”
마르쿠스는 차마 말을 뱉지 못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
대전차 미사일 같은 건 아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나타난 빨간 불덩어리였다.
쇄애애애앳.
그때 다시 어둠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성이 들렸다.
퍼억!
총을 들고 있던 병사의 이마를 정확하게 뚫고 꽂힌 화살.
“저,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동료의 죽음에 차에서 뛰어내리는 안토니우 실바의 사병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장갑차 내부에서 미친 듯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누구 하나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
곧 잠잠해진 장갑차 내부의 비명 소리.
“찾아! 적을 찾으라고!!!”
총을 뽑아 든 마르쿠스가 이성을 잃고 고함을 쳤다.
비포장 171번 도로에서 벌어진 습격.
병사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을 살폈다.
하지만 도로를 제외하고 주변은 모두 빽빽한 밀림.
“어어! 저……기 나무 위에 있다!”
그때 누군가가 나무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
전사로 보이는 자 하나가 가장 큰 거목 위에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먼 하늘에서 뜨기 시작한 달과 장갑차를 태우는 불기둥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
가죽 갑옷 차림에 손에는 활을 들고 서 있었다.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전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끼릭.
전사가 화살을 겨누었다.
도리어 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긴장했다.
상대는 원시적인 무기인 활을 들고 있었지만 생생한 공포는 병사들을 덮쳤다.
“갈겨! 너희는 총을 들었어! 저 자식을 쏘라고!!!”
다급해진 마르쿠스가 공격을 명했다.
타다다다다당.
마르쿠스가 먼저 총을 쐈다.
타당! 두두두두두두두두.
뒤를 이어 사방에서 전사를 향해 총탄이 쏟아졌다.
스릇.
하지만 유령처럼 나무 위에 서 있던 전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뻐어어억!
다시 병사 한 명의 머리가 어둠을 뚫고 날아온 화살에 뚫렸다.
“으으으…….”
“유령…….”
움직임을 좇을 수 없는 적이 나타났다.
병사들의 눈은 적을 쫓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공격 태세를 갖추던 자들이 도리어 수세에 몰렸다.
모습을 드러낸 적은 단 한 명.
그럼에도 그가 몰고 온 공포는 극한으로 치솟았다.
저격수 한 명으로 중대 병력의 발이 묶이는 건 수많은 전쟁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일.
“누구야! 정체가 뭐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 드러내라고!!”
스피커를 들고 어둠 속을 향해 마르쿠스가 악을 썼다.
“…….”
소리 없는 어둠에 휩싸인 밀림과 대답 없는 적.
“으아아! 저기!!!”
“불덩어리다! 숲의 마술사가 나타났다!”
화르르 화르르르르.
대답 대신 병사들 머리 위로 다시 나타난 수십 개의 불덩어리들.
‘말도 안 돼…….’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공격 무기가 넘치는 21세기다.
마르크스가 이끌고 있는 병사들의 실력도 웬만한 브라질 정규군에 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꼼짝할 수 없게 됐다.
어두운 하늘에 떠 있는 비현실적인 불덩어리에 모든 사고가 정지돼 버렸다.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몸도 말을 듣지 않았다.
신이 내린 징벌처럼 생각됐다.
아마존과 밀림을 수호한다고 전해지는 아마존의 여왕.
그녀를 믿고 따른다는 숲의 마술사들.
그동안 행했던 수많은 악행의 기억이 마르쿠스와 병사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밖으로 알려지지 않게 원주민 마을을 초토화 시킨 일이 샐 수 없이 많았다.
이들 손에 의해 죽은 이들의 숫자만도 수천 명이 넘었다.
그들의 영혼이 한 덩어리가 되어 나타난 듯한 공포감.
뜨겁게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그들의 두 눈처럼 보였다.
“여, 여왕이시여…… 용서를.”
병사들 틈에서 흘러나오는 참회의 말.
하지만.
쇄애애애애앳.
불덩어리들은 동시에 지상을 향해 내리 꽂혔다.
수십 미터 상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불덩어리들.
퍼어어엉! 퍼버버버버버벙!
도로 위로 멈춰 서있던 트럭과 쏟아져 나온 병사들을 위로 무자비하게 떨어지며 폭발했다.
화르르르르르 화르르르르르.
수만 년 동안 울창한 숲으로 존재해 왔던 원시의 숲에서 때 아닌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크아아아아악!”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이 사방에서 뒹굴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불꽃같았다.
휘리리리리리릭.
한 번 엉겨 붙은 불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꺼지지 않았다.
불은 날뛰는 병사들을 쫓아다니며 날름날름 삼켰다.
“불이 쫒아온다!”
“살려줘! 살려줘!!!”
퍼버버버벙.
사방에서 차량들이 하나 둘 폭발했다.
불이 붙은 채 병사들이 어둠에 잠긴 밀림 속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건 날뛰는 병사들만의 착각.
주변을 둥그렇게 에워싼 불의 장벽이 그들의 도주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파이어 애로우!”
어디선가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
피비비비비빗.
하늘이 응답하듯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불의 화살 비.
빈틈을 두지 않고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다.
“이게 무슨…….”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마르쿠스.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고 믿음직스러웠던 부하들은 온데간데없었다.
하나같이 검게 탄 통구이가 되어 여기 저기 나뒹굴었다.
환상이 만들어낸 듯한 장면들의 연속.
그때 마르쿠스는 똑똑히 보았다.
“마술사…….”
불바다를 이룬 지상 위 허공에 유유히 떠 있는 존재.
가죽 갑옷을 착용한 숲의 마술사가 화살을 자신을 향해 겨냥하고 있었다.
쇄애애애애액.
똑바로 눈앞의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
순식간에 작은 화살이 몽둥이처럼 커지며 눈앞에 다가왔다.
뻐어어억.
이마에서 느껴지는 뻐근하고 둔한 고통.
마르쿠스의 몸이 이마에 화살을 박은 채 뒤로 천천히 넘어갔다.
화르르르르르르.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마르쿠스를 향해 덮쳐오는 거대한 화마.
어떤 불꽃보다 화려하게 아가리를 벌리며 먹잇감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adeus…….”
‘신들에게’라는 포르투갈어.
검게 타들어가는 이들의 주검 위로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말이 어둠 속에서 묵직하게 들려왔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