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11
712장 무조건 이건 YES!!!(2)
“나마스테…….”
“나마스테!”
신의 자비심을 그대로 닮은 듯 너그러운 인상의 사람들이 서로를 보며 합장을 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평온을 얻은 모습.
디왈리 축제가 시작됐다.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의 가장 큰 축제.
집이나 가게들은 락슈미 여신을 환영하기 위해 내부를 깨끗이 수리하고 화려한 전통 문양 바닥 장식 랑골리를 집 안팎에 그려놓았다.
밤새 밝혀져 있던 등은 아직도 빛이 꺼지지 않았다.
빛의 축제답게 모든 사무실과 집 안은 불을 밝혀 빛으로 보호됐다.
“나마스테~.”
세 명의 여행객 복장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길가 상점의 인도 상인이 그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차박차박.
대꾸도 없이 빠르게 지나치는 여행객들.
그들의 입가엔 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미소가 없었다.
“……쯧.”
그대로 지나치는 남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인도인이 혀를 찼다.
누가 봐도 이방인이었다.
생김새는 북부 인도인처럼 보였지만 중국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신들의 축제에서 신의 인사를 거부하는 이방인들의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중국인들의 오만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디왈리 축제에서까지 거만한 태도는 도를 지나쳤다.
국경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런 만큼 상대국을 여행할 때는 조심해야 하지만 중국인들은 국력을 믿고 너무 거만하게 행동했다.
스스로 대국이라 칭하며 세계 모든 민족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중국인이지?”
“신들이 보고 있건만…….”
“예의가 없는 민족이야.”
멀어져 가는 세 남자를 쳐다보며 주변 상인 인도인들이 수군거렸다.
디왈리 축제 기간만큼은 빈번하던 사고도 줄어드는 인도.
모든 신들이 비켜보며 축복을 내리는 중요한 시기라 여기는 만큼 행동거지를 조심했다.
“더러운 것들!”
인도인들의 시선이 멀어진 것을 확인한 중국 여행자.
그들 무리 중 선두에 선 남자가 이를 갈며 한마디 뱉었다.
유일신을 믿는 자였다.
영락없이 인도 북부인의 생김새를 하고 있었지만 신앙의 중심으로 삼는 믿는 신이 달랐다.
중국 이슬람 중에서도 소수인 시아파.
90%가 수니파를 믿는 중국 이슬람인들 사이에서도 박해를 받는 이들이었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싸움은 중국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극단주의를 추구하는 중국 이슬람 수니파들은 공산당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
하지만 소수 시아파는 의외로 중국 정부와 손을 잡는 이들이 많았다.
수니파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공산당과 연합했다.
“무지한 자들의 참상을 보십시오. 미물인 소나 원숭이들을 섬기는 미개한 종족들입니다.”
“악취에 코가 썩을 지경입니다.”
특별한 명을 받고 인도에 들어온 중국 이슬람인들.
그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인도인들의 모습에 경멸을 멈추지 않았다.
“……참아라. 언젠가 이들에게도 예언자님의 가르침이 임할 것이다.”
선두에 선 남자는 예언자의 재림을 굳게 믿었다.
뒤따르며 고개를 끄덕이는 두 남자.
“지금부터는 살아서 돌아갈 생각을 말아라.”
태어 날 때부터 무국적자였던 세 사람.
분쟁에 투입되기 위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특수 교육을 받아왔다.
수니파로 인해 박해를 받았던 아버지와 조상들.
중국인들과 손을 잡고 증오를 더 탄탄하게 키웠다.
“신의 영광을 위하여.”
“영광을 위하여.”
중국어로 서로의 의지를 다지는 세 남자.
“너희 둘은 함께 움직여라. 난…… 뒤를 따라가겠다.”
이번 임무는 대상을 제거한 후 모두 함께 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
“신의 품에서 뵙겠습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뜨겁게 바라봤다.
특수한 교육을 위해 이른 나이부터 선발되어 함께 생활해 온 이들이었다.
100여 명의 아이들이 함께했고 그중에 겨우 3명만이 오늘까지 살아남았다.
처처적.
손을 맞댄 세 남자.
“가라.”
무리의 조장을 맡고 있는 남자의 명령.
두 사람은 몸을 돌려 빠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조용히 사라지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는 남자.
“나마스테.”
마주치는 인도인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힌두교 인사를 자연스럽게 나눴다.
입술은 한껏 웃고 있지만 눈빛은 더없이 차가운 사내.
그의 모습은 구자라트주의 주도인 간디나가르의 길을 따라 빠르게 멀어졌다.
***
“이걸 사용하십시오.”
모디 주지사의 경호원이 권총과 요대를 내밀었다.
촌스럽게 누가 이런 걸 사용하나.
“전 필요 없습니다.”
“경호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주지사님 말고도 스스로의 목숨도 챙겨야 합니다.”
“신들께서 지켜주실 겁니다.”
인도는 생과 사를 모두 신께 내맡기는 나라다.
“알겠습니다.”
신을 언급하자 경호원이 총기를 거뒀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경호원이 됐다.
그것도 다음 대 인도 총리가 될 남자의 경호원.
한국에서 날 따라온 경호원들에게는 모두 휴가를 내줬다.
그들은 모두 라훌의 뉴델리 집에서 푹 쉬고 있다.
라훌 회장과 샬루는 축제를 위해 뭄바이 본가로 돌아갔다.
떠나기 전 샬루는 섭섭한 눈빛을 보냈다.
축제 기간을 나와 보내고 싶다는 듯한 눈빛.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심전심이다.
일이 끝나면 뭄바이로 찾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그럴 생각이다.
새하얀 수염 난 중년 아재와 5일 동안 함께해야 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차박차박.
모디 주지사가 집에서 나왔다.
그의 집도 다른 인도인들처럼 화려하게 신들을 위해 치장하고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초가 밝혀져 있다.
“락슈미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감사합니다!”
모디는 밖으로 나오며 경호원들에 은화 하나씩을 주며 신의 축복을 전했다.
“신들께서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모디는 나에게도 은화를 줬다.
공돈이라 입에 미소가 걸렸다.
“신들께 경배를.”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인사를 나누는 모디.
앞장서서 그가 걸었다.
주변에 포진한 경호원들은 모두 넷.
밖에는 주지사를 경호하는 경찰차와 경찰관들이 대기 중이다.
주지사라 불렸지만 인구 60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의 리더였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고 땅이 넓어 주지사라 해도 격이 달랐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모디의 뒤를 따랐다.
“주지사님! 신들께서 축복을 내려주실 겁니다!”
“부디 이 조국을 빛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모디! 모디! 모디!”
밖에서 대기 중이던 열성 지지자들이 새 옷을 입고 모디를 응원했다.
미소 지으며 합장한 채 고개를 숙이는 모디 주지사.
철컥.
보디가드 첫째 날.
난 모디 주지사의 차문까지 열어줬다.
마법으로 얼굴을 변장해 인도인처럼 보이도록 했다.
모디도 놀란 변장 마법.
주지사와 함께 차에 올랐다.
부우우우웅.
길을 따라 흘러가듯 움직이는 자동차 행렬.
날씨가 참 맑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시원한 인도의 11월 3일은 이곳저곳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였다.
그리고 보이는 길가를 점령한…… 소 새끼.
한국에서는 주인 잘 만난 개 팔자를 가장 상팔자라 말하기도 하지만 이곳에는 소가 짱이다.
소를 경배하는 인도인들은 소들 목에 화환을 걸어주고 붉은 문양으로 치장까지 했다.
맛난 야채와 풀들이 소 앞에 수북이 쌓였다.
그걸 당연하게 즐기는 인도의 소 새끼들.
이곳에서는 소 팔자가 상팔자였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차에는 운전기사와 모디 주지사, 그리고 나만 탔다.
집집마다 활짝 피어 있는 꽃 장식들을 바라보며 모디 주지사가 입을 열었다.
“한 송이의 가을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고, 새들도 울고, 시간들은 뒤안길로 서글피 흐느끼며 사라지는 법입니다.”
“오!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당연하지.
내가 좋아라 하는 시인님의 시를 패러디했다.
“이걸 착용하고 계십시오.”
모디 주지사에게 팬던트 목걸이 하나를 선물했다.
별 문양은 없지만 강력한 보호 마법이 걸린 물건이었다.
대상을 완벽하게 물리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마법 물품.
엘프들이 선물한 고급품인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이건…….”
“시바신이 주시는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 시바신이 목걸이 값으로 포인트를 바로 송금했습니다.
시바신, 포인트가 넘쳤다.
매일같이 10억 명이 넘는 힌두교도들이 찬양을 해대니 포인트 통장이 꽉 차는 건 당연한 일.
신이 되더라고 이런 신이 되어야 한다.
– 시바신이 당신만을 위해 특별 영입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영입 제안서?
– 시바신을 수호하는 신이 되시겠습니까. 상급신에 준하는 연봉 포인트가 지급되며 각종 축제 때마다 상여 보너스 추가 수당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사대 보험 포인트에게 가입되어 있어 퇴직 시에도 안정적으로 계속 상급신으로 유지 될 수 있습니다. Yes or No?
신들 참 집요하다.
당연히 대답은 NO!
시바신 자리도 아니고, 그 밑에 수호신?
108나한 과장보다 대우가 좋았지만 인도까지 와서 신이 되기는 싫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 소 좋아한다.
소고기도 못 먹는 이 동네는 사양이다.
“걱정입니다.”
“뭐가 말입니까?”
시바신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을 때 모디 주지사가 말을 건넸다.
밀착 경호의 기본 원칙은 대상의 근심을 없애주는 것.
한국식 찾아가는 명품 적극 서비스가 가동됐다.
“지금은 축제 기간이라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지만 곧 있으면 당장 하늘이 뿌옇게 될 것입니다. 신들이 주신 땅을 오염시키는 행위가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괴롭습니다.”
현대 산업의 발전과 동반되는 오염은 피할 수 없는 관계였다.
과거 한국도 그랬다.
서울과 각종 공장 단지 주변은 새카만 매연이 파란 하늘을 뒤덮었다.
차들이 뿜어대는 매연도 대단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 해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법이다.
당장 배고파 죽을 것 같은 절박함에 있는 이들에게 환경보전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가 그랬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두 곳.
엄청난 대국답게 생산해 내는 오염 수위도 최상이었다.
“모든 지구인들의 공동 책임입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은 선진국들의 저렴한 소비제품들이 상당수였다.
한쪽에서는 오염을 줄이라 소리치면서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욕망.
그런 이중적 태도는 인간들이 가진 어리석음 그 자체였다.
“방법이 없어 고민입니다. 이대로라면 세상은 신들의 노여움에 불벼락을 맞을 겁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공장 매연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같은 산소 생산국들의 만행도 무시할 수 없다.
화전민들이 저지르는 불법 화전 행위.
인간의 생존과 지구 평화에 대한 해답이 요원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게 내가 가만있을 수는 없다.
“진심입니까?”
인류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배운 자로서의 책무가 아니었다.
“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
간단한 대답에 모디는 입을 다물었다.
집에 쌀 떨어져 배고프다니 빵 사 먹으라는 말처럼 헛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바다와 땅에 묻히는 생활 쓰레기 대다수를 화력 발전소 연료로 제공하면 됩니다.”
“오염 방지 기술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불완전 연소되는 연료는 더욱 더 독한 매연을 만들어 낼 뿐입니다.”
“가능합니다.”
“네?”
“완전 연소로 태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방출되는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모디 주지사가 생각에 잠겼다.
방법이 있다는데 고민할 것도 없었다.
전기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오염원도 제거하는 획기적인 기술 혁명.
“총리가 되신다면…… 도입하시겠습니까? 이것도 인연인데……. 다른 곳보다 싸게 드리겠습니다.”
‘싸게’라는 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는 숨 쉬면서도 진행되어야 하는 법.
나도 모디에게 물었다.
Yes or No?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