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12
713장 다섯 악마의 시험.
“마혜수라 마혜습벌라……. 마하가로 인가야…….”
띠이이이잉.
황금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색이 짙은 목소리가 읊는 주문과 종소리가 섞여 만들어 낸 음파가 신의 세계로 전해졌다.
스으윽.
고개를 숙인 라훌 아스맛은 자신이 따르는 신께 최고의 경배를 올렸다.
황금 잔에 향유가 가득 담긴 채 불꽃을 피워 올리며 심지를 태웠다.
사방을 가득 채운 빛들.
“바하무스 아르간다…….”
신의 축복이 깃드는 디왈리 축제의 첫날.
제사장은 신심을 다해 신께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파스스스스슷.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
파랑색의 재를 맨살에 칠한 제사장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신의 강림.
시바신을 모시는 제사장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신탁.
시바신은 몹시 까다로웠다.
힌두교의 절대신들 중 하나인 시바신.
히말라야 산맥의 진정한 주인이 제사장의 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나의 신이시여…….”
라훌 아스맛은 잔뜩 숨을 죽였다.
시바를 만날 때마다 절대 경건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오염된 한 자락의 마음이라도 섞여 있으면 시바의 축복은 단번에 거두어질 것이다.
“바흐산 산자락에…… 빛이 퍼지는도다…….”
제사장의 입에서 신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신들이 머무는 신의 산들 중 한 곳인 바흐산.
인간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욕계(欲界) 6천의 어느 한 봉우리.
시바신은 지금 그곳에서 인간계를 바라보고 있음이 확실했다.
촤랏 촤랏랏.
신전을 휘저으며 돌기 시작하는 제사장.
그가 움직일 때마다 신전에 밝혀진 불빛이 푸른색으로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촤라라라라라라라랏.
춤을 추며 제사장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최고신의 강림이 만들어낸 현상은 아무리 위대한 제사장이라 해도 누구나 허락되는 건 아니었다.
온전히 인간의 마음을 비우고 육신을 비워 내어놓지 않는 한 신은 위대한 제사장에게 강림하지 않는다.
삿된 생각을 앞세워 억지로 신을 청했다가는 정신이 붕괴되고 육신과 합일되지 못한 분리현상을 겪게 된다.
그렇기에 본래의 인간 제사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무아지경에 들어 자신의 몸을 헌납해야 한다.
“오오오오오오옴…….”
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태초의 소리.
“시바시여!!!”
쿵! 쿵!
라훌은 신의 강림이 확인되자 이마를 바닥에 찍었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신탁은 아무 때나 내려오지 않았다.
제사장의 원력으로는 1년에 겨우 몇 차례만 가능했다.
이번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거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부은 제사장.
영혼을 쥐어짜듯 고대했던 마지막 신탁이 시작됐다.
“축제의 빛이 다할 때까지 다섯의…… 시험이 악마들에 의해…… 준비되었다……. 공평한 신들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 악마들의 시험을 물리치라……. 그리하면 너희들에게 나의 사랑과 자비가…… 빛으로 임할 것이다…….”
“!!!”
라훌은 귀를 기울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다섯 개의 시험.
그것도 악마들이 준비했다면 범상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대가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큰 신인 시바는 감정적으로 쉽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요즘 들어 세상일에 관여하는 횟수가 잦았다.
기회였다.
시바가 축복한다면 사랑과 자비가 라훌을 비롯해 인도에 내릴 것이다.
털썩.
신탁이 끝나자 제사장이 그대로 쓰러졌다.
“제사장님!!!”
라훌은 제사장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자칫 의식을 찾지 못하면 그대로 죽음의 강을 건너가 버릴 수도 있었다.
다시 이만한 인물이 나올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영력을 소유한 아리안족의 보물.
“크으읍……. 라훌…….”
제사장이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기침을 하며 라훌을 불렀다.
지쳐 있는 육신과 달리 제사장의 눈빛은 한없는 환희에 젖어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반드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시바의 축복은 함부로 세상에 내리지 않는다…….”
제사장은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적인 미래를 보고 있었다.
‘디왈리 축제 기간에…… 버텨야 한다!’
악마의 시험이 누구에게 임할지 라훌은 알았다.
이 또한 신탁.
신들도 세상의 미래를 모두 예견하지는 못했다.
신들과 인간이 얽혀 순간순간 만들어 내는 운명이 미래다.
업과 업이 뒤엉켜 새로운 업을 만들고 소멸시켰다.
단련되지 못한 작은 신들은 규칙 없이 불어오는 업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강력한 시바신 정도 되니 이나마 신탁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신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라훌은 신께 모든 것을 내맡겼다.
그가 할 일은 끝났다.
악마의 시험 또한 그를 따르는 인간들에 의해 이루어지리라.
‘다니엘……. 부디 악마들의 시험을 잘 물리쳐 주십시오!’
라훌이 의지할 존재는 오로지 시바신이 오른팔로 안고 있는 다니엘밖에 없었다.
***
“흠.”
모디는 짧은 신음을 흘렸다.
다니엘이 말한 그런 기술이 있다면 엄청난 혁명이 될 것이다.
지구는 이미 더 이상 처리가 곤란한 오염된 쓰레기들로 넘쳐났다.
석유가 원료인 여러 부산물들은 소리 없이 바다와 지구를 오염시켰다.
특히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태워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땅 속에 묻어도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은 썩지 않는다.
당연히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바다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오염 없는 화석연로가 된다면…….’
모든 거리에서 쓰레기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전기로 바뀐다면 시민들은 쓰레기를 모아 팔 수도 있다.
한마디로 쓰레기가 전기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산업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자원의 선순환 문제는 인류가 안고 있는 과제였다.
“신도 좋아하시지 않겠습니까. 아름답게 창조해 놓은 세상이 쓰레기로 뒤덮이는 것보다 나으니 말입니다.”
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니엘 장.
힌두교 신자인 인도인을 제외하고 매순간 입에 신을 달고 다니는 민족은 없었다.
모든 사물과 정물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인도인들.
신들의 고향이라는 별명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그 기술의 대가는 뭡니까?”
‘싸게’라고 조건을 달긴 했지만 암묵적 기술적 가치는 천문학적 수준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들도 앞 다투어 구입하려 들 것이다.
재활용하고 남은 압축 쓰레기들을 돈을 줘가며 해외로 수출하는 그들이었다.
“대가라…….”
다니엘 장이 말을 흐렸다.
“신께서는 물건이 올바르다면 언제나 정당한 대가를 치르라 말씀하셨습니다. 상인들은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남기는 이윤을 원가의 3배를 넘지 않도록 하라고도 경고하셨습니다.”
모디는 상인인 간치 출신이라 계산이 빨랐다.
지금 이 자리가 중요한 기술 계약의 시작점인 것도 알았다.
최대한 양심적으로 팔아 달라 요청한 셈이다.
“이 기술의 특징은 기존의 화력 발전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 공사야 불가피하겠지만 새로 건설하는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염원 배출이 최소화됩니다. 타다 남은 찌꺼기는 매립 쓰레기들 양과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완벽하게 태우는 만큼 쓰레기 매립장을 확장하지 않고도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최대한 장점을 어필하는 다니엘.
꿀꺽.
모디가 침을 삼켰다.
만약 성공할 수만 있다면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 지식층들이 심심치 않게 오염 문제를 들고 나왔다.
이제는 서민들도 환경 문제가 피부에 와 닿자 불만을 표시했다.
“수 처리 기술도 준비 중입니다.”
“네?”
“맑은 물이 흐르는 갠지스 강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게 바로 진정 신께 바치는 봉양이 아니겠습니까?”
“!!!”
정화되지 않은 하수와 쓰레기, 태워진 시체들이 하루 종일 흐르는 갠지스강.
시바신이 하늘에 흐르는 갠지스강을 인간 세상으로 끌고 내려왔다.
어머니의 강이라 불렸으며 죽음과 함께 육신을 화장해 뿌림으로써 신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힌두교도들은 믿었다.
갠지스강은 삶과 죽음, 인간과 신, 영원과 순간이 공존하는 경계 선상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물이 몸에 닿는 순간 피부병이 생길 정도로 오염 상태가 심각했다.
“공장과 하수만이라도 정화할 수 있다면 신의 강은 몰라보게 깨끗해질 겁니다. 하늘로 흐르는 신의 강이 깨끗해지면 육신을 떠난 영혼도 신의 세계에 더 빨리 닿지 않겠습니까?”
‘무서운 자다!’
라루 모디 주지사는 다니엘을 다시 봤다.
시바 신전의 신탁으로 시작된 자신의 경호.
자신을 지지하는 라훌 회장과 신전의 권고 때문에 거부하지 못했지만 다니엘을 전부 믿지 않았다.
다니엘은 카스트 제도에서 무척 꺼리는 외국인이었다.
반면 모디는 열성 힌두교 신봉자.
신탁이 없었다면 같은 식탁에 앉지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투자자라고 했지만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정치인 모디는 쉽게 타국인을 믿지 않았다.
특히 대화를 나눌수록 다니엘이 무서워졌다.
신의 이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잘도 팔았다.
달콤한 말 속에 섞인 협박은 시기적절하게 모디를 자극했다.
신실한 신앙인 모디는 적잖이 당황했다.
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
총리가 되면 골치가 아플 게 뻔한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돈.
파바밧.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그 기술 특허권, 우리 인도가 매입하겠습니다!”
모디가 한발 먼저 치고 나갔다.
상대는 스케일이 큰 세계적 투자자.
적지 않은 돈을 제시한다면 기술을 넘길 게 확실했다.
‘기술을 선점하면……. 이건 대박이다. 앞으로 인도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술이야!’
모디는 앞으로 펼쳐질 화려한 꿈을 꿨다.
넘쳐나는 쓰레기가 자원이 된다면 이만한 대박 사업이 없었다.
“하아아…….”
그때 귓속을 파고드는 다니엘의 한숨.
“무슨 문제라도…….”
“주지사님이라면…… 그 기술을 팔겠습니까?”
“지분을 주겠습니다. 내가 총리가 되면 인도 자본과 인력으로 빠르게 수출할 수 있습니다.”
공짜로 먹을 수 없다는 것쯤은 알았다.
하지만 지분을 제시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인도라는 대국이 선두에 나선다면 시비를 걸 만한 국가가 드물었다.
“물고기는 물속을 헤엄치지만 힘들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니엘이 모디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다니엘의 말.
“새는 창공을 날지만 결코 힘들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
“하지만 인간들 중에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면서도 매번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자들이 많습니다. 건강한 육신과 물고기나 새들 같지 않게 좋은 환경에 놓여 있으면서도 투덜거리는 자들……. 그런 자들이 많습니다.”
“…….”
모디는 다니엘의 말에 집중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왜 그럴까요?”
다니엘이 모디를 태울 듯한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중요한 사업 얘기 중에 전혀 다른 대화로 이어졌다.
모디는 침묵하며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그건 바로 어리석은 욕망 때문입니다.”
빙긋 웃으며 답하는 다니엘.
‘욕망……!’
“새들과 물고기는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자기 할 일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과대 포장된 미래를 꿈꾸며 스스로 괴로워합니다. 지금 주어진 자신의 환경과 주변에 성공한 자들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으로 끌어갑니다. 이건 인간을 창조했다는 신의 잘못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지금 주지사님처럼 허황된 탐심에 순간을 내맡기는 인간 자신의 잘못일까요?”
푸욱!
모디의 가슴에 박히는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비수.
사르르르.
모디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순간 탐심에 휩싸여 이성적 판단을 상실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흘렸을 다니엘의 땀과 노력.
배려로 시작한 다니엘의 호의를 놓쳐 버렸다.
오로지 자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욕망에 사로잡혀 문제를 확대시켰다.
“미안합니다. 다니엘. 신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모디는 정중하게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참회했다.
신이 직접 안배한 자신의 경호원에게 어두운 마음 한 자락을 들켜 버렸다.
“아닙니다. 누구나 욕심 낼 만한 기술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웃으며 받아주는 다니엘.
‘시바께서 오른팔로 안아 주신 자……. 거짓이 아니다!’
모디는 다니엘의 등 뒤로 번지는 후광을 보았다.
사바신의 자비가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두려움도 함께 밀려왔다.
시바신은 사랑했던 자도 타락하는 순간 파멸시켜 버리는 무서운 신.
다니엘은 그런 시바를 닮았다.
끼이익.
차가 멈췄다.
“내리시죠. 뭔지 모르지만…… 우리를 위해 대단한 시험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