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2
71장. 마음껏 드세요.
“아우! 이놈의 고삐리 버릇! 겨울 방학이 뭐냐! 겨울 방학이!”
로버트와 전화를 끝마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보스라고 부르는 로버트에게 방학 때 보자는 소리를 내뱉었다.
개 쪽팔렸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확실하게 샜다.
2년 동안 학생 신분으로 살았더니 방학이 입에 붙었다.
“그래도 마지막 방학이 오는구나~.”
세월이 참 빨랐다.
이제 수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두 번째 인생의 고등학교 시절도 끝나간다.
“후회하지 않을 시간이었다.”
회귀한 뒤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혔던 트라우마들을 해소했다.
아이들을 위해 동네 정화사업도 대대적으로 벌였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상반기 대한민국 범죄 없는 도시 1위로 선정됐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암흑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이 동네는 그나마 안정될 것이다.
썩은 뿌리가 제거된 만큼 오염이 덜 될 게 확실했다.
“그런데 나 정말 700억불 갑부가 된 거 맞아? 꿈은 아니지?”
며칠 동안 FX 마진 거래를 청산했다.
쪼개 투자했던 40억 달러가 700억 달러가 되어 돌아왔다.
소문나지 않게 천천히 쪼개 팔았다.
하루에 엄청난 금액이 운용되는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
홍콩에서 개설한 여러 투자 법인을 통해 철저하게 세탁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나 가능한 머니 게임이다.
마진 수익금이 발생할 때마다 물 타기를 해 판을 키웠다.
나 때문에 FX 투자자들과 각국 중앙은행들은 혼란을 맛봤을 것이다.
FX는 세계 각국 은행들의 단기 콜 자금에도 영향을 미쳤다.
떼부자가 됐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다시 회귀한 뒤에 이렇게까지 부자가 될 줄 몰랐다.
“나 너무 검소하게 사는 거 맞지? 집도 아파트 한 채에 차도 한 대……, 신분은 고삐리…….”
이래서 은행에 있는 돈은 돈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다.
당장 인터넷만 사라지면 50조도 아웃이다.
그래도 다행히 내가 죽을 때까지 인터넷 없는 세상은 오지 않았다.
“또 화끈하게 불려볼까.”
부자가 됐지만 돈을 고인 물처럼 두고 싶지 않았다.
돈은 바퀴처럼 구르지 않으면 가치를 잃는 법이다.
“이제는 더 큰판이다. 흐흐흐.”
악당 웃음이 절로 나왔다.
머리에 또 다른 환상적인 그래프가 떠올랐다.
유로화가 며칠 후 달러 대비 급등을 시작할 것이다.
미국이 불안하면 안정된 유럽 쪽으로 돈이 몰리는 건 인지상정의 경제 이론이다.
곧 미국 경제가 망할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때 미국은 그들만이 가진 위대한 저력을(?) 마음껏 세상에 선보였다.
지폐 프린터를 가동해 헬리콥터로 뿌려버리는 미국 형님!
그때 다시 세상의 흐름은 안전한 미국으로 몰린다.
난 그걸 알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다.
“유로가 많이 컸다.”
캐나다 달러와 달리 유로화와 달러는 시장에서 사이즈가 달랐다.
매일 거래되는 마진 금액의 50, 60프로 이상을 요놈이 차지했다.
하루 거래 금액만 2조 달러가 넘었다.
로버트에게 200억 달러를 보내고 며칠 동안 남은 500억 달러를 나눠 투자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몰빵하지 않는다.
그래프가 환상적인 놈을 몇 개 골랐다.
소소하게 100억 달러씩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구입했다.
적당하게 200억 달러를 유로로 매수하고 영국 파운드화를 매도했다.
나머지 300억 달러를 화끈하게 유로화 매수 달러 매도에 투자했다.
무려 500억 달러를 재투자했다.
200억 달러는 따로 떼어 로버트에게 맡겼다.
쭉쭉 상승하다 내년 중반에 절벽에서 낙하할 선물 몇 개를 점찍어 넘겼다.
내 허락 없이는 매도를 할 수 없다.
수십 개의 손발을 만들었다.
이제 혼자 밤새서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로버트 팀도 내 이번 투자자금과 수익으로 어느새 30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됐다.
10개 법인으로 나눠졌기에 액수는 티가 나지 않았다.
헤지펀드 단위들은 수백억 달러짜리들이 많았다.
앞으로도 녀석들은 더 자기 분열할 예정이다.
최소 100개 목표다.
“절대 드러나서는 안 돼!”
내 계좌에 있는 녀석들도 철저하게 분산 투자되었다.
홍콩과 영국,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진 계좌에서 투자가 이뤄졌다.
겨울이 시작되면 홍콩에서 법인과 계좌 쇼핑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이미 브로커에게 연락을 해뒀기에 가져오기만 하면 됐다.
암중에서 비밀 투자하는 자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세상을 어둠 속에서 지배하는 자들 그룹에 속해 나도 어둠의 투자자가 됐다.
자랑질은 철저히 사양이다.
잘났다고 나서는 순간 질투심 세계 1위인 대한민국 네티즌들과 어둠의 금융을 이끄는 놈들에게 타깃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미국 정치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힘 좋은 동지를 많이 만들어야 했다.
꿈속 할배가 말했던 이웃집 개들을 잡기 위해서는 돈 몽둥이가 최고다.
주먹으로 말하는 시대는 끝났다.
인류가 핵폭탄을 만든 순간 더 이상 인류만의 전쟁이 있을 수 없게 됐다.
협박용과 자위용은 되지만 결코 무력사용용으로 쓸 수 없다.
돈이 곧 무기다.
경제 전쟁에서 패하면 삼류 국가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 전에 일단 학교부터 가자!”
오늘도 날을 꼬박 샜다.
붉은 기운이 세상을 서서히 물들이며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스으으읍.”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신선한 양기가 가득한 이른 새벽이다.
정신을 비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태극오행양의심공을 시작했다.
몸에 스며드는 화끈한 태양의 기운을 마음껏 흡기했다.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돈도 마음껏 쓸 수 있는 법이다.
점점 다가오는 내 인생의 찬란한 시절.
조용하고 뜨겁게 준비하고 있다.
***
“시청에서 준공 검사 떨어졌다. 형식 요건은 갖췄으니까 이사만 하면 된다.”
보육원 이전도 끝이 보였다.
어머니가 넉넉하게 보육원에 수억 단위로 기증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두 분이나 더 초빙했다.
미술지도도 어머니가 직접 해줬다.
아버지는 아이들 간식으로 사과를 공급했다.
나 또한 장주 슈퍼에 전화해서 원하는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주문했다.
사랑 보육원은 대한민국 최고 시설이 됐다.
학교 건물이 의외로 튼튼하고 방한 시설이 잘 돼 있었다.
S급 자재로 아이들 방, 식당, 선생님들 사택, 실내 체육관, 화장실을 개보수했다.
준 호텔급 시설이 됐다.
단기간에 엄청난 물량과 인원이 투입됐다.
컴퓨터도 기증하고 운동 기구도 가득 채워 놨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부모님은 없지만, 시설과 환경만큼은 최고로 만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변호사님.”
“누누이 말하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이다.”
“에이. 그래도 조 변호사님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죠. 시장이 워낙 유명한 분이잖아요.”
한국자유당 시장은 욕심 많고 거만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이권에 눈이 밝고 표 안 되는 일에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재수 없는 정치인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이 많은 시민들은 주구장창 한국자유당만 찍었다.
그런 시장에게 보육원은 뜯고 빨다 버린 뼈다귀만도 못할 것이다.
조 변호사님과 로펌 끗발이 아니면 씨알도 안 먹힐 게 확실했다.
“그건 그렇더라. 이 양반 처음에는 완강하게 버티다가 과거 내사 자료 하나 풀었더니 바로 꼬리 말더라.”
“그런 거 막 풀어도 돼요?”
“돼. 어차피 까지도 못한다. 다음 대통령이 한국자유당 대통령이 될 게 확실해서 검찰도 몸 사리고 있다. 밝혀도 조용히 묻힐 거야.”
“검찰이 그래도 됩니까? 죄가 있으면 엄중하게 처리해야죠.”
“……, 검찰총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넌 회사 사장 비리 있다고 마음대로 감사팀에 고발할 수 있겠냐? 어차피 한통속인데 괜히 인생만 괴롭다. 촌구석으로 보내면 평생 음주운전 사고 처리 뒤치다꺼리하고 살아야 해.”
알고 있지만 전직 검찰 고위 간부 입에서 들으니 더 실감났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 나라 모든 행정 권력들의 암흑기에 들어간다.
내년에 광우병 촛불 집회로 위기가 오겠지만 언론 탄압과 국정원 동원 여론전이 시작된다.
표를 찍은 이들에게 하늘이 내린 벌 같다.
부동산 투기에 눈멀어 후손들에게 엄청난 무게의 짐을 남기게 되는 역사의 출발점이다.
난 눈을 감았다.
대중의 우매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나에게 없다.
인간은 스스로 깨닫기 전에 누구도 구제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시험은 어떻게 됐어? 장 대표 내 후배 되는 거 확실한 거야?”
“뭐~ 시험은 그럭저럭 봤습니다.”
그럭저럭이 아니라 상당히 잘 봤다.
다 알고 있는 수능 문제가 어려울 리 없었다.
반 아이들과 함께 수학과 영어, 과학에서 비슷한 이전 문제들을 풀었다.
정답이 아니라 문제 핵심을 가르쳐줬다.
아마 올해 우리 반 애들 중에 서울로 학교 갈 놈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모든 게 계획적이다.
사탐에서 딱 한 문제 틀렸다.
괜히 수능 만점 맞아봐야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조용한 지배자가 되기에는 너무 튀는 행동은 금지다.
“아는 교수님 학교에 계시는데 면접 때 얘기 좀 해줘?”
“그건 반칙이죠. 저 깨끗하게 사업하며 인생 살고 싶습니다. 입학 비리로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조 변호사님.
피식 미소를 지었다.
“하하. 농담이다. 장 대표가 그런 부탁했다면 난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거야.”
농담 아닌 거 다 안다.
나에 대한 애정이 갈수록 더해가는 조 변호사님이다.
자신이 아끼는 자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이는 관상이 숨어 있었다.
“변호사님.”
“그렇게 은밀히 부르면 무섭다니까!”
“왜 그러세요. 저 이제 고등학교 막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전직 차장검사님에 비해 쪼랩이죠.”
“쪼랩? 그거 게임 용어지? 미안하다만 넌 쪼랩이 아니라 만랩이야!”
조 변호사님도 인터넷 용어를 잘도 안다.
상식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게 다시 확인됐다.
세상이 변화하는데 과거에 젖어 그때가 좋았지 하는 순간 세상과 단절되는 법이다.
“로펌 지분 좀 인수할 생각입니다.”
“로펌 지분? 그거 뭐하게? 일 생길 때마다 돈 주고 부려. 그게 깔끔하고 좋아.”
내 큰 뜻을 조 변호사님은 모르고 있다.
“그래도 식구가 되면 대우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식구라……, 그래. 돈 투자해 준다는데 싫다고 할 놈들이 아니지. 내 선배들이지만 진짜 돈에 환장한 양반들이다.”
누가 봐도 확실한 범죄 행위도 돈만 있다면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세상이다.
인류가 집단 생활하면서부터 시작된 유전무죄의 법칙의 진화형일 뿐이다.
결코 그걸 거부할 생각이 없다.
철저하게 정당한 방법으로 이용하면 그뿐이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돈으로 말이다.
“지분 구입 가능합니까?”
“돈으로 안 되는 건 세상에 없다. 얼마나 필요해?”
“30프로 정도면 됩니다.”
“30프로……, 법무법인이니까 당연히 가능하다. 그리고 그 정도 지분이면 로펌 대표이사급이다. 너 로펌에 관심 있어? 그거 의외로 돈 안 된다. 변호사들 나눠주고 남으면 순수익 5프로도 벅차다.”
“조 변호사님이 이사 하세요.”
“뭐! 내, 내가?”
“외국인은 49프로 취득 제한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제한이 없지 않습니까. 조 변호사님이 이사님 되는 거 아무 일도 아닙니다.”
“…….”
내 제안이 나쁘지 않는 것 같다.
돈 들고 투자하겠다는데 싫다고 할 로펌 대표들이 아니다.
“거기 공동 대표 두 분이죠?”
“맞다. 대검찰청 차장, 변호사 출신 둘이 공동 대표다.”
“얼마 정도 할까요?”
“로펌은 소속 변호사들도 중요하지만 오랜 세월 버텨온 그 이름값이 더 값지다. 절대강자 리앤장 말고 삼우는 대한민국 3대 로펌 중 하나다. 싸지는 않아.”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죽을 때까지도 리앤장 로펌은 악마의 변호사들로 꼽혔다.
법률 시장의 50프로를 이들이 먹었다.
대기업이나 부자들을 위한 전용 로펌으로 불렸다.
있는 자들은 모두 리앤장에 돈을 가져다 바쳤다.
권력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적으로 규정된 이들의 목을 가차 없이 쳐냈다.
그들의 1년 매출이 이 당시만 해도 5,000억이 넘었다.
하지만 다른 로펌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다.
“1,000억이면 되겠습니까?”
“1,000억? 장 대표, 그 정도면 우리 로펌 1년 총 매출이야!”
“확 구미가 땡기겠죠?”
“당연하지! 자금이 수혈되면 쓸 만한 변호사도 확충할 수 있어서 대환영 받을 거다. 이쪽 업계가 돈 놓고 돈 먹기 판이다. 간판 전관 데려오려면 기본 50억은 바닥에 깔아야 하니까.”
“그럼 전해주십시오. 법인 명의로 투자하겠다고 말입니다.”
“진짜야? 구라면 나 쪽팔려 나와야 한다.”
“저는 못 믿어도 통장의 돈은 믿으셔도 됩니다.”
“……, 장 대표. 나 진짜 이사 먹는다?”
뭔가 조직 내에서 서러움이 있는 것 같다.
조 변호사님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럼요. 마음껏 드세요. 조 이사님~.”
“고맙다! 장 대표!”
조 변호사님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마주 잡았다.
손이 불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로펌이 내 돈다발 미끼를 무는 순간…….
‘니들 다 내 거다! 흐흐.’
법으로 싸우는 내 용병들.
큰 그림을 위한 또 하나의 무기 구매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다.
“누구십니까?”
“오빠! 나야! 나!”
# 72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