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33
734장. 새로운 스타.
“포섭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윤나와 강미나 모친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모친들은 무슨……. 자식 팔아서 호의호식하려는 아줌마들이지. 쯧쯧.”
강남에 위치한 KI 아트캐스트의 대표실.
반쯤 벗겨진 대머리에 안경을 낀 중년 남자가 혀를 찼다.
KI그룹 소속 아트캐스트는 계열사 중에서도 알짜배기 회사였다.
대표 임주황은 임주혁 회장의 친동생.
횡령과 여러 불법 행위로 구속된 KI그룹 임주혁 회장 대신 권좌에 앉아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임주황 대표.
그룹 계열사인 KI MCM 협업 기업으로 선정된 빅토리 스타 주한성의 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KI MCM의 대표인 여동생 임주란은 현 정권에 밉보이는 바람에 현재는 미국으로 도피해 있었다.
투자했던 영화가 하필 진보 정권을 감싸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독재 정권이 판치는 세상은 아니었지만 청와대 지시 한마디에 그룹이 발칵 뒤집어졌다.
느닷없는 세무조사를 비롯해 여러 경로로 압박이 들어왔다.
이유인 즉은 청와대 VIP가 해당 영화를 관람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관람 후 불같이 화를 냈다는 후문.
VIP의 부친 재임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자들에 대한 스토리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현 정권은 무게 있는 압박을 시작했다.
KI는 10대 그룹 수준이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전 방위적으로 압박해 오는 바람에 회장은 구속되고 여동생은 도망자 신세가 됐다.
남아 있는 직계는 임주황뿐.
아쉬운 대로 그가 전면에 나섰다.
임주혁 회장의 자녀들이 아직 이십대 초반으로 사회 경험이 많지 않아 가능했다.
그렇게 자리를 꿰찬 임주황은 권력을 휘두르는 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
공식적인 그룹 회장 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당장 따르는 비서만 여덟 명.
임씨 형제는 인색한 기업가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박한 월급과 비정규직으로 직원들 피를 빨았다.
회사 안팎에서도 횡포에 가까운 갑질로 유명했다.
모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다 눈에 띈 여성 상담원에게 추파를 던진 일도 있었다.
대놓고 비서로 고용해 주겠다며 꼬드기기까지 했다.
잊을 만하면 고급 식사와 선물 공세로 일단 여성들의 환심을 산 후 함부로 희롱했다.
임씨 일가의 이런 행보는 하루 이틀 있어온 일이 아니었다.
이런 임씨 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인생 살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아온 사람들이기도 했다.
KI그룹의 뿌리는 오정.
초대 회장의 핏줄이 확장돼 이룬 기업이었다.
특히 임주황이 요즘 공을 들이는 일이 있었다.
중국 연예계 진출을 위해 접촉한 공산당 산하 엔터테인먼트에서 FOB 멤버들을 요청했다.
공산당 고위 간부 쪽 자제가 FOB 팬인 듯했다.
생각만으로도 임주황은 신이 났다.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국과 비교 자체가 안 됐다.
처음에는 힘으로 빼앗으려 했지만 FOB 그룹 뒤에 만만치 않은 뒷배가 존재함을 알았다.
기회가 온 만큼 잔머리를 굴렸다.
최근 협업 업체로 선정된 빅토리 스타를 통해 작업했다.
성공한 걸 그룹 뒤에는 대부분 부모들이 조력자로 든든하게 버텼다.
보이 그룹들은 성인이 된 뒤에는 독자적으로 재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걸 그룹들은 달랐다.
착한 딸 콤플렉스가 작용했다.
대부분 부모들이 딸들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러다보면 부모들은 어느새 자식의 안위보다 돈을 챙기는 데 바빴다.
주제 파악도 안 된 채 한때 잘나가는 딸을 팔아 사업을 확장하거나 자신들의 능력인 듯 호의호식했다.
“1월 계약 만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작업해서 주워오겠습니다.”
“계약금이 얼마라고 했지?”
“명 당 20억입니다.”
“20억이라…….”
습관적으로 뺨을 매만지는 임주황.
“30억 던져줘.”
“네?”
“계약금은 티가 나니까 투자금이 좋겠어. 부모들 명의로 무이자 대출 해줘. 그래야 일이 확실히 마무리 될 거야.”
중국 측으로부터 이미 초기 계약금 명목으로 100억을 받아 챙긴 임주황.
배팅 금액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대표님이십니다!”
주한성이 임주황의 지시에 감탄을 터트렸다.
그저 그런 매니지먼트 이사였던 주한성은 임주황의 공식 딸랑이였다.
일찍부터 채홍사 역할을 맡아 임주황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해소시켜 왔다.
그 대가로 KI MCM의 협업 파트너가 됐다.
동시에 아트캐스트의 풍족한 조력도 받았다.
콘텐츠 인프라 기업인 아트캐스트는 종합 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했다.
탄탄한 그룹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작과 서비스,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오정이나 엘자, 연대 같은 기업이 끼어들지 않은 사업 영역인 만큼 대기업의 힘으로 휩쓸었다.
랏데와 함께 시장을 양분했다.
그리고 그 힘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윤나와 미나, 그 부모들이 사업한다고 했지?”
“빵집하고 골프 쪽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계열사와 연관 있어?”
“베이커리가 계열사 체인점입니다. 골프 사업도 연관 있습니다.”
“그럼 팍팍 도와줘야지. 수십 억 쯤은 한 달 안에 가볍게 사라질 정도로 말이야. 크크크.”
임주황이 달달한 입맛을 다셨다.
그도 FOB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선친 때부터 유난히 여자를 밝혔던 성향이 이어졌다.
오정 직계 쪽에서도 유흥에 있어 가장 많이 발전한 핏줄이었다.
그 피가 어디 가지 않았다.
특히 임주혁 회장과 임주황이 유흥에 환장했다.
그 덕분에 식품 사업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누구라고 했지?”
“네?”
“거 있잖아. 황연태 뒤에 있다는 그 이사.”
“장태산 말입니까?”
“맞아. 장태산. 그 자식 위험하다고 소문났던데 ……꼬리 조심해.”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알지?”
“물론입니다. 회사와 대표님께 절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한성이 고개를 팍 숙이며 주억거렸다.
“그래야지. 괜히 언론, 특히 네티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마무리 잘해.”
“충성!”
“흐흐.”
충성이라는 말에 흡족한 듯 웃는 임주황.
“대표님. 오늘 좋은 곳으로 예약해 놨습니다.”
“그래?”
“얼마 전 신인 여배우들과 계약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술 한 잔 사주시고 미래 비전에 대해 충고와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 대표 부탁이라면 그래야지. 요즘은 준비도 없이 이 바닥에 들어오려 한다니까. 업계 선배로서 특별히 시간을 내 이것저것 가르쳐 줘야지.”
임주황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재벌 하는 맛이 이 재미지. 흐흐흐.’
형이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게 된 임주황.
그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계획한 일이 지금 누구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말이다.
***
“빅토리 스타? 처음 들어보는데…… 신생입니까?”
“몇 년 전 업계에 들어온…… 아직 신생입니다.”
서련이를 만난 다음 날.
오랜만에 MTS를 찾았다.
황연태 대표가 다소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FOB 사건에 전말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바닥이 좁아 소문이 한 바퀴 쫙 돌았다고 했다.
잡지사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회사 앞까지 몰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윤나와 미나를 노려요?”
“KI그룹이 뒤에 있습니다. KI MCM과 협약을 맺은 상태라 자금 흐름이 좋습니다.”
“KI그룹…….”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에 재벌이 끼지 않는 사업 분야가 별로 없었다.
입맛이 써질 수밖에 없다.
KI그룹은 10대 그룹이다.
오정의 임성철 회장과 형제인 임동철 전 회장이 주인이었다.
대한민국 경제에 한 획을 긋기도 했던 인물.
임동철 회장은 고집스럽고 욕심 많은 관상을 가졌었다.
부모와 형제도 모르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전형적인 독재자 스타일.
권력을 위해 복귀 하려는 아버지를 청와대에 투서할 정도로 무대뽀였다.
그 일로 부친에게 찍혀 오정을 물려받지 못했다.
머리 좋은 아내를 둔 덕분에 쪼개 받은 유산으로 오늘의 KI그룹을 일궈냈다.
회사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식품 제조가 주력이다.
알짜인 수십 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을 정도로 규모는 커졌다.
문제는 회장을 비롯해 일가에 대한 평판이 썩 좋지 않다는 것.
오만한 임동철 회장의 자손답게 두 아들도 기업가로서 두려움이 없었다.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사업 수단은 제법이었다.
문제는 사업가로서의 도덕성과 덕목.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들여와 판매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양아치로 소문이 났다.
계열사로 두고 있는 방송 채널에서는 수시로 방송 내용을 조작해 송출하다 급기야 2019년에는 고소를 당하기까지 했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로 행해졌다.
일련의 사건들로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됐다.
그룹 회장은 탈세 전문이었다.
영화에서도 독과점을 유지했다.
대한민국 미디어 발전에 공헌한 바도 컸지만 그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KI그룹이 FOB를 노렸다.
일개 걸 그룹의 해체에 그룹이 연루된 것이다.
서련에게는 위로 차원에서 시절인연이라 운운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FOB는 특별했다.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던 멤버들.
내 생일에는 노래도 불러주고 신입생 OT와 부탁한 여러 행사에 참여해 즐거움도 선사했다.
특히 내가 제공한 곡과 안무로 대한민국 탑이 된 그룹이었다.
그녀들의 인생이 반짝하고 실패로 돌아갈까 봐 재산 관리부터 인성 교육까지 회사에서 도맡았다.
하지만 그 인연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KI 아트캐스트 임주황 대표가 지시한 것 같습니다.”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임주황.
앞으로 몇 년 뒤면 갑질 대표로 언론에 얼굴이 도배될 인물.
“빅토리 스타 주한성은 배포가 작습니다. 업계에서 겨우 연명하던 자가 줄을 잘 잡았습니다.”
“잘 압니까?”
“예전에 제가 근무했던 회사의 로드 매너저로 잠깐 있었습니다. 깔끔한 외모와 달리 소문이 지저분합니다. 소속 여성 연예인들을 함부로 대하기로 유명합니다.”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어떤 인물인지 그림이 나왔다.
“윤나와 미나에게는 얘기해 봤습니까?”
“아직입니다.”
“아직요?”
“이사님……. 아니 회장님. FOB는 이미 끝난 것 같습니다. 멤버들 마음이 따로따로입니다. 지금껏 어르고 달래서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더 이상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자칫 더 붙들려다가 이상한 소문만 더 늘어날 게 빤합니다.”
황연태 대표는 해체로 마음이 기운 듯했다.
업계 프로인 황연태 대표의 냉정한 평가.
“아쉽네요.”
“회장님이 처음 우려하셨듯이 부모들이 문제입니다. 서련이 개인 광고까지 정산을 요구했습니다. 서련이는 주자고 했지만…… 제가 말렸습니다. 인간들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솔직히 서련이가 있어줘서 그룹이 유지된 것도 사실입니다. 무리해서 멤버들을 수시로 다른 프로그램에 투입했지만……. 성과를 본 건 거의 없습니다.”
황연태 대표는 그간 담고 있었던 사실들을 쏟아 냈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토록 염려했던 부분이었는데, 결국 부모들이 나섰다.
수익이 일정 이상 발생하자 불어나는 욕심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식들이 언제까지나 지금의 수준으로 돈을 벌어다 줄 거라고 착각하는 부모들.
수중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가 커지자 더 이상 회사 측의 말을 듣지 않았다.
“미안합니다.”
황연태 대표도 나의 휘하 사람.
회장인 나의 눈치를 아주 안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닙니다. FOB는 저도 애착이 많이 갑니다. MTS의 대표 그룹이 아닙니까.”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 담겼다.
인간들의 끝이 없는 욕망과 불시의 배신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게 되자 그 맛이 가히 좋지 않았다.
“조건 없이 해지해 주십시오. 단, 12월에 발표할 곡은 반드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지금껏 사랑해 준 팬들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죠.”
마지막 요구 조건은 단호했다.
“알겠습니다.”
“탈퇴할 멤버들과 그 부모들에게 꼭 주지시키십시오. 만약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 주의하라고 말입니다.”
저물어가는 인연에 싸늘한 경고를 얹었다.
만약 그들이 탈퇴를 얘기하지 않았다면 최대한 뒤를 봐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복을 받을 그릇이 안 됐다.
“확실하게 주지시키겠습니다.”
황연태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곡을 드리겠습니다. 내년 봄쯤 신곡을 발표할 수 있도록 서련이는 주민이와 듀엣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할까요?”
“재계약 의사를 밝힌 멤버들은 재능을 발굴해 최대한 지원해 주십시오. 섭섭하지 않게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대우해 주시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고은이는 새 영화에 들어갔다고 했습니까?”
“네. 묘한 매력이 넘치는 친구입니다.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닌데…… 성격이 통통 튑니다. 공부도 소홀하지 않고…… 끈기가 대단합니다. 연기 쪽으로 대성할 스타입니다.”
“시나리오 이상한 작품들은 거절하십시오. 그리고 꼭 저에게 최종 컨펌을 받으십시오.”
“알겠습니다.”
“새로 준비한 걸 그룹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사실 MTS는 돈이 되는 사업 파트는 아니었다.
매출이 1년에 수천억에 달하고 수익만도 100억대를 넘나들었지만 내가 꾸리는 사업 분야에서는 규모가 작은 쪽에 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운영하고 있는 MTS.
미미하게 기류를 타고 있는 한류는 미래에 한국의 대표 상품이 된다.
그만큼 탄탄하게 다져진 문화는 매력적인 수출품이었다.
무형의 보이지 않는 문화가 갖는 파급력이 장난 아닌 세상이 멀지 않았다.
한류를 이끈 스타들을 한국에서 보기 위해 역으로 방한하는 팬들의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들 모두를 한국을 향한 지지자로 만들어야 했다.
이웃집 개들을 흠씬 패줄 때 옆에서 말 한 마디라도 거들어 줄 조력자들이었다.
말 그대로 내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무형의 무기였다.
“지금 연습 중입니다. 가서 보시면 느낌이 올 겁니다.”
황연태 대표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요?”
“특히 한나는…… 별 중의 별입니다!”
“한나가요?”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