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7
76장. 그를 위한 떡값
“보스, 준비하신 대로 진행 중입니다. 인수합병에 특화된 로펌을 인수했습니다.”
“앞으로 중요하게 사용할 조직입니다. 관리에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다른 곳보다 연봉이 높습니다. 복지 수준도 완벽해서 다들 행복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직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났다.
난 철저하게 아메리카 비즈니스 스타일로 움직였다.
로버트를 이용해 로펌을 인수했다.
앞으로 내가 사용하게 될 가장 유용한 무기다.
“그리고……, NPE 회사도 매입하십시오.”
“네? NPE라면 특허관리금융회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습니다. 알짜배기 회사를 매입하십시오.”
“……, 알겠습니다. 보스.”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에게 미래가 열리는 법이다.
내가 미래 주가와 환율 등을 알고 있지만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상식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쟁을 준비했다.
그중에 하나가 Patent Troll이라 불리는 특허괴물이다.
금융위기 당시부터 시작해 기하급수적으로 특허소송이 늘게 된다.
금융위기에 놀란 사모펀드들이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았고 그때 바로 특허소송을 이용했다.
물건을 제조하지 않아 상호 라이선스 사용도 필요 없었다.
대신 IT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문제가 화끈하게 벌어진다.
특허는 미래 발전의 핵심이다.
“이 일은 다른 로펌을 인수해서 진행하십시오. 비밀스럽게 진행하셔야 합니다.”
“NPE 또한 사모펀드 투자대상이라 자금의 흐름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범위는 어느 정도로 설정하면 되겠습니까?”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로버트도 특허괴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램버스라는 회사가 벌였던 세기적 특허소송은 유명했다.
“일차적으로 인터넷 기업과 핸드폰 무선사업, 모바일메신저 기능 특허, AI, 빅데이터, 전기자동차에 관한 것들을 연구하는 모든 특허를 구입하십시오. 특허 구입비용은 무제한입니다.”
“네? 무, 무제한입니까?”
“업체 몇 개를 새로 분리해서 지적재산권 팀장 체제로 운용하십시오. 제 다른 메일과 연동해서 진행사항을 보고하고 결제가 나면 바로 집행하시면 됩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로버트 아저씨는 이게 좋았다.
길게 묻지도 않았고 일처리도 깔끔했다.
매일 올라오는 보고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됐다.
중요 계좌를 열람할 수 있기에 수익들을 모조리 파악했다.
점조직처럼 결제가 이뤄졌다.
그렇기에 새벽 시간이 가장 바빴다.
조직도 크게 확대됐다.
사모펀드가 20여 개로 늘었다.
그들을 통해 자본을 급속도로 확충했다.
어느새 외국에 내 손발이 될 인재가 1,000명이 넘어갔다.
각종 선물 회사뿐만 아니라 로펌까지 외연이 확장됐다.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대학연구소까지 샅샅이 훑을 수 있는 인재들을 찾아야 합니다. 연봉은 업계 최고 대우로 하시면 됩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본격적으로 큰 파도가 몰려오자 미국 기업들이 인재들을 방출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헤드헌팅 업체도 하나 인수 중입니다.”
“역시 로버트답습니다!”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보스의 무차별적인 지원에 감사드릴뿐입니다. 보스 덕분에 월가에서 절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하하. 앞으로는 주목이 아니라 두려워하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힐러리 쪽 지지자들이 저를 무척 싫어한다고 합니다.”
“2월이 되면 곧 공화당원들도 덩달아 싫어할 겁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보스 덕분에 최상급 경호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인수한 경호업체가 아주 쓸 만합니다.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바로 한국에 경호원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돈 벌어서 뭐 하겠는가.
이것저것 기업들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싸게 나온 업체들이 천지다.
경호업체 인수하는 데 3,000만 달러도 안 들었다.
기존 채무와 인력 인수 조건이다.
네이비실이나 델타포스, 그린베레, CIA 출신들로 구성됐다.
특수 인물 경호뿐만 아니라 정보탈취, 요인 암살까지 가능한 인재들 100여 명이 망해가는 회사 소속이었다.
회사 대표가 장사꾼이 아니었다.
정직과 신뢰로 고객들을 대하다가 망했다.
업체와 경호원들 모두 인수받았다.
대표는 그대로 뒀다.
어차피 경영에 관한 문제는 직원을 파견해 관리하면 그만이다.
물론 모두 다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 관상을 통해 반골 기질이 강하거나 배신할 상들은 가차 없이 걸러냈다.
내 관리하에 들어오는 인재들의 1차 선별은 로버트가 맡았고 최종 오케이는 내가 냈다.
관상을 통해 얻게 되는 유무형의 이익이 엄청났다.
로버트도 내 선택을 무조건 따랐다.
“오바마 후보 쪽도 경호원을 지원하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요청을 받았습니다. 2월에 있을 스프링필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준비로 경호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경호회사를 인수한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호회사 직원들이 미래 미합중국 대통령이 될 오바마의 경호실로 들어갈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정치 장사꾼이다.
선거를 밀어준 자들을 마음껏 낙하산으로 꽂을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시민들은 낙하산을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해외 공관 미국 대사들 중 반수 이상을 그렇게 임명했다.
내각과 중요 부처 인사들도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다.
내 손과 발을 하나라도 더 심어야 했다.
특히 경호원 같은 측근은 더더욱 필요했다.
기회가 딱 좋았다.
2008년 2월 대통령 출마 선언 이후에도 힐러리가 당선될 것이라 믿고 대부분 그쪽에 줄을 댔다.
오바마를 주목하지 않을 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앞으로 꿀 빨 일만 남았다.
클린턴과 달리 대통령 복이 없는 힐러리였다.
내가 본 관상으로도 그랬다.
전형적인 2인자 상이다.
만약 그녀가 대통령 되기를 포기했다면 2016년 누가 봐도 요상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로버트, 열흘 후에 홍콩에서 보도록 하죠.”
홍콩 여행을 준비 중이다.
로버트와 함께 진지한 사업 얘기를 나눠야 할 시간이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하하. 우리가 연인도 아니고 기대를 합니까. 만나서 가볍게 술이나 한잔합시다.”
공적인 일에는 말투가 딱딱했다.
“보스는 제 애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소중한 분입니다.”
그러나 로버트는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저씨의 멘트에 손이 수시로 오그라들었다.
“연인이 들으면 서운하겠습니다.”
“연인은 연인일 뿐이지만 제 인생의 유일한 은인은 보스뿐입니다.”
듣기 좋은 말도 할 줄 아는 아저씨다.
얼마 전 메일로 20대 후반의 아가씨와 만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개인의 사생활까지 로버트는 감추지 않았다.
“저도……, 로버트가 좋습니다.”
크으! 이 멘트는 또 어쩔 거야!
나도 어쩔 수 없다.
내 충신을 위해 이 정도 뻐꾸기는 날려줘야 했다.
“감사합니다. 보스. 그럼 쉬십시오.”
로버트도 한국이 새벽 시간이라는 걸 안다.
“그래요. 로버트. 다음에 연락합시다.”
띠릭.
국제 전화가 끊겼다.
“아우!”
바로 팔에 일어난 닭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다시 번호를 눌렀다.
시간은 자정이 훌쩍 넘었다.
합격자 발표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였다.
차분하게 ARS 번호를 눌렀다.
“수험번호를 선택하십시오.”
딱딱한 그녀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들려오는 멘트…….
“한국대 법학과 수험번호 44번 장태산 님, 합격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본 한국대에 입학하심을…….”
“앗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합격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장태산~ 수고했다.”
과거에는 꿈에서나 가능했던 한국대 법학과 입학이 실현됐다.
여러 신들의 버프로 이뤄진 합격이지만 가슴이 뿌듯했다.
핸드폰을 들어 단축키를 눌렀다.
“엄마.”
“응~ 아들.”
우리 엄마도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발표날인 걸 알고 계셨다.
“저 합격했어요.”
“저, 정말!”
“네. 방금 확인했습니다.”
“여보! 태산이가 합격했대요!”
“뭐? 정말? 하하하하하하.”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부모를 위한 작은 효도.
한국대 법학과 합격은 그 소소한 효도의 하나였다.
***
“장 작가님, 잘 계셨습니까~.”
“사장님 덕분에 한국대 법대에 합격했습니다.”
“오오! 이제 제 후배님 되시는군요. 하하하. 축하드립니다.”
나이스미디어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는 쉴 때마다 심심풀이로 글을 썼고, 출판사에 넘긴 원고만 권수로 50권을 돌파했으며, 매달 1권씩 꾸준히 책을 출판했다.
저장되어 있던 원고 내용을 받아쓰는 수준이었지만 역시 꿀잼이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18권 모두 권당 30만 부가 넘어갔다.
집계되지 않는 초대박 작품이었다.
나이스미디어가 과거보다 더 빨리 장르시장을 접수해갔다.
사장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하지만 이제 종이책 시장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그는 몰랐다.
“별일 없으시죠?”
“작가님의 쾌속 집필로 아주 끝내주는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나이스미디어의 보물입니다.”
보물은 내가 아니라 그분이다.
장희재 작가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 초에 말씀드리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네? 무슨 일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출판사 소속 작가 중 한 명이 구름전투사라는 원고를 가지고 왔었습니다.”
“네? 구름전투사요?”
“세상에……, 작가님 글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표절이 뭐 어느 정도여야지 말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문장 모두를 베껴서 자기 원고라고 우기던지……, 크게 혼을 냈습니다.”
양심이 훅 하고 찔렸다.
장희재 작가가 이 작품으로 집도 사고 장가도 가는데…….
내가 모조리 다 빼앗아 버렸다.
계좌라도 알면 원고료를 돌려주고 싶었다.
잠시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만들기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다.
“그, 그래서요?”
“자기는 죽어도 장 작가님 작품을 베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고는 1년 전부터 준비했었다고 우겨서 작가님이 주신 원고들 모두 보여줬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장 작가가 받았을 충격이 새삼 느껴졌다.
그러게 2020년까지 왜 원고를 완결하지 않아 나를 죄인으로 만든단 말인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충격을 받았겠군요?”
“네.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다시 원고를 들고 왔습니다. 이 친구가 그래도 성실한 친구였는지 절망하지 않고 다른 원고를 가져왔습니다.”
“원고요? 무슨 내용입니까?”
장희재 작가의 차기작이 궁금했다.
그의 뛰어난 창작 능력과 위트는 대한민국 장르 시장의 한 축이었다.
“나는 귀족입니다! 라는 소설입니다.”
“네? 나는 귀족입니다???”
이거 뭔가 역사가 꼬였다.
‘나는 귀족입니다’라는 이계 레이드물의 시초 같은 작품이다.
결코 2008년도에 탄생할 놈이 아니다.
전자책 시장 시작과 함께 대박을 터트리는 작품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레이드물인데……, 재미는 있는 것 같긴 한데 독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장르라 걱정입니다.”
게임 소설과 이계 판타지, 무협이 아직 대세였던 2008년도다.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하지만 장희재 작가가 레이드물을 썼다면 그 또한 대박일 것이다.
“출간하세요. 그 작품 잘 나갈 겁니다.”
“네? 잘나가요?”
최 사장님이 놀라 물었다.
“느낌이 옵니다. 무조건 초판 5,000부 이상 찍어서 내보내십시오.”
“5,000부나요?”
사장님, 걱정 말고 찍으세요!
제가 10,000부 맞춰드리겠습니다.
장희재 작가의 작품으로 밑천을 삼아 엄청난 떼돈을 벌었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콩고물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법이다.
“반드시 출간하십시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우리 대박 작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원고 들어오면 바로 찍겠습니다.”
최 사장님이 활짝 웃었다.
‘희재 작가. 미안해~ 나중에 만나면 꼭 떡값 좀 줄게.’
그를 향한 나의 진심.
오직 하늘과 나만 아는 역천의 비밀 중 하나였다.
# 77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