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792
793장. 새로운 싸움.(3)
“좋은 아침이에요~.”
“조 대리, 오늘 옷차림이 화사해~.”
“봄이잖아요.”
강남대로 대형 빌딩 상층부 몇 개 층을 모두 사용하는 대국재단 사무실.
경영관리실 소속 여직원 조안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화사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시원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통유리로 강남대로가 한눈에 들어와 사무실 내부는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주차장도 널찍했고 직원들도 모두 정이 넘쳤다.
연봉도 꽤 높았다.
근무 시간과 퇴근 시간도 칼같이 지켜졌다.
1년 중 휴가 기간도 30일에 가깝다.
아파트 무이자 대출부터 자녀 학자금까지 직원들을 위한 혜택도 많았다.
재단에 근무하는 인원들도 제법 됐다.
30여 명에 달하는 정직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중용대학교은 물론 병원과 사회복지 시설을 전반적으로 관리했다.
다른 사설 재단과 달리 모든 회계는 투명하게 처리됐다.
복지가 훌륭한 만큼 회사 공금에 굳이 손을 대는 질 나쁜 직원도 없었다.
이사장의 엄명이 따로 있기도 했다.
일을 하다 실수가 발생하는 건 이해하지만, 회계부정이 발생할 시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감사팀이 재단에서 가장 강한 파워를 가졌다.
로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재단 산하 기관들을 수시로 감사했다.
처음에는 유난스럽다는 인상 때문에 불편했지만 지금 와서는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응했다.
정직하게 일하면 전혀 문제될 일이 없었다.
드르륵.
본인 책상에 앉는 조안나 대리.
직속 부장은 아직 출근 전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커피를 마시며 아침 여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평온한 분위기의 아침 풍경.
인터넷 창을 열고 잠시 뉴스를 살폈다.
시간은 8시 40분.
정확히 9시에 근무가 시작됐고 누구 하나 자유 시간을 터치하지 않는다.
경리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어 일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신세대 이사장님은 시골 본가에서 재택근무를 할 때가 많아 전자서명도 활성화돼 있다.
“KI그룹 망하겠네.”
뉴스를 보던 조안나가 혀를 찼다.
포털 사이트 뉴스란을 도배한 임주혁 회장의 일탈 행위.
병보석 중임에도 만취해 담배를 피우며 여성까지 끼고 술판을 벌인 모습에 국민들이 광분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버린 세상.
조안나는 가슴이 답답했다.
부모 세대의 향수를 자극해 쉽게 정권을 잡은 현재 정부.
권력에 취해 위정자들은 민의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재벌과 상류층에 한에서만 신경을 썼다.
검사들과 법원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
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납득하기 어려운 기소와 판결들에 국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다음에는 꼭 투표할 거야.”
지난 총선 때는 이직 문제로 정신없이 보내느라 투표할 기회를 놓쳤다.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투표 때나 되어야 국민을 두려워하는 척하는 대선주자들과 국회의원들.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온갖 듣기 좋은 말들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말을 경청하는 듯 굴었다.
정말 가증스러웠다.
정작 그들 본인은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그런 거짓말쟁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차근차근 수집했다.
조안나도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양비론을 과감하게 버렸다.
다 똑같은 도둑놈들이라고 해도 누가 더 나쁜 놈인지 구별할 수 있는 식견은 갖췄다.
“어? 이 둘이 불륜이었어? 와아아아……. 유명 연예인들이…… 이래도 돼?”
갑자기 다옴 뉴스란에 속보가 떴다.
자극적 타이틀을 단 기사를 본능적으로 클릭했다.
방금 전까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임주혁 회장에 관련한 뉴스가 금세 묻혔다.
40대 초반의 유부녀와 총각인 20대 후반의 드라마 남자주인공에 관련된 기사였다.
두 사람이 서로 불륜관계에 있다는 뉴스.
드라마를 촬영하다 진짜 바람이 난 케이스였다.
시청률 20%를 찍었던 연상녀와 연하남의 로맨스가 드라마 엔딩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단아한 이미지의 두 아이 엄마인 유부녀 배우와 야성미 넘치는 남자 배우의 불륜.
방금 전까지 임주혁 회장을 욕하던 조안나도 연예계 뉴스에 쑥 빨려 들어갔다.
“웬일이니…….”
“세상에…… 드라마가 현실이 됐네.”
“막장이다. 막장. 쯧쯧.”
“여배우 남편 어떡하니……. 얼마 전에 애들하고 TV에도 나왔는데.”
사방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이용해 뉴스를 보던 직원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그렇게 각자 연예계 뉴스에 몰입해 수군거리고 있던 순간.
스르르르르륵.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다다다다다다닥.
일단의 검은 양복을 입은 인물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당신들 뭡니까!”
입구 쪽에 있던 남자 직원이 놀라 급하게 물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 검사 손주혁입니다. 재단 횡령과 배임, 조세 포탈 혐의로 지금부터 압수수색을 실시하겠습니다.”
손주혁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며 차갑게 말했다.
“!!!”
“…….”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은 대국재단 사무실.
“모두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만약 지금 이 시간부로 증거를 파기하거나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할 시 공무집행방해죄 및 공범으로 처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손주혁은 여유 만만했다.
할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해 중앙지검장의 승낙을 받았다.
장태산에 대해 알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던 중앙지검장.
주춤대는 그에게 앞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업체는 단 한 곳도 없어.’
검찰만이 소유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
법원에서는 불법이라 말하지만 압수수색 중에 발견된 별 건 증거 자료들은 다른 수사 자료로도 활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검사들은 무조건 압수수색 영장을 발급 받아 휘둘렀다.
적당히 언론에 흘려 포장하면 정의로운 기업가도 한순간에 쓰레기로 만들 수 있었다.
일찍부터 로펌 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손주혁.
“뭣들 해. 수색하고 압류해!”
“넵!”
수사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힘 있는 검사 밑에 있다 보면 떨어지는 게 많았다.
특히 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은 인정받는 베테랑들.
지금 이 팀을 지휘하는 손주혁이 누군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일반 평검사지만 부장급이나 차장급을 넘는 파워를 가졌고 또 행사했다.
중앙지검장과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평검사 손주혁.
“다들 협조 부탁드립니다.”
“손 떼세요!”
“복도로 나가주세요!”
강압적인 분위기에 얼어붙은 직원들은 하나 둘 복도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싹 뒤지십시오!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하나도 남기지 마십시오!”
손주혁의 우렁찬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어디 한번 재롱이나 떨어봐. 몰아치는 폭우도 빗방울 하나로 시작되는 법. 장태산……. 이제부터 진짜다!’
이글거리는 손주혁의 야심에 찬 눈동자.
우당탕탕.
촤르르르르릇.
거친 수사관들의 손길에 대국재단 사무실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다.
***
“장 회장 작품은 언제 봐도 죽여줘. 증거는 언제 모아둔 거야?”
“적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렇지? 도 대표도 두렵지?”
“네~. 그래서 전 요즘 더 바짝 엎드려 충성한답니다.”
“나도 충성! 충성!”
나와 손발을 오래 맞춰본 조윤태 이사와 도도희 대표가 너스레를 떨며 아부를 했다.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충성의 대가는 달콤할 겁니다.”
“흐흐. 고마워. 복 받을 거야.”
“전 LOR 뼈 묻는 거 알죠?”
“임시주총 소집장은 언제 보낼 겁니까?”
“여론이 피크를 치고 있으니…… 다음 주에 시작하자.”
“저도 그때가 좋을 것 같아요. 서류 보완할 것도 있고요.”
“삼십육계(三十六計) 중 승전계 편에 보면 금적금왕(擒敵擒王)이라는 병법이 있습니다.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중추를 공격해 적의 세력을 궤멸시키는 계책입니다, 빠른 속전속결로 결정타를 가하고 확실하게 끝장을 내야 합니다.”
“우리 장 회장 병법에도 능하셔.”
“전 미인계로 써 주세요.”
여유가 넘치는 회의 시간.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했지만 아직 신경 쓸 만한 큰일은 없었다.
장한수 실장을 통해 임주혁의 자유를 거둬들이고 다시 구속할 것을 지시했다.
손국중 회장이 뒤를 봐주고 있는 임주혁.
힘과 힘의 대결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삐이이이이잇.
오늘따라 인터폰이 날카롭게 울렸다.
“무슨 일인가요?”
– 회장님. 한진웅 대표입니다.
“연결해 주세요.”
–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바로 전화가 연결이 됐고 한진웅 대표의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듬직한 한진웅 대표가 이렇게 흥분할 정도라면 진짜 큰일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 대국재단이 중앙지검에 털렸습니다!
“뭐라고요? 대국재단요?”
정말 깜짝 놀란 사건임은 분명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검찰 쪽의 공격.
나의 실력을 경험해 봤을 그들의 도발이 낯설었다.
분명 정권 실세로 알려진 주순자와 평화 협정을 맺었다.
그런 마당에 겁 없이 나를 건들 인사는 대한민국에 몇 되지 않을 터.
시선이 조윤태 이사에게 향했다.
손대균 이사가 사표를 던진 뒤로 모든 법적 문제는 조윤태 이사 소관이 됐다.
“재단이 털려? 어떤 미친놈이!”
재단과 깊숙이 연관돼 있는 조윤태 이사가 분노했다.
띠띠띠.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통화를 시도하는 조윤태 이사.
– 선배님. 그렇지 않아도 바로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스피커폰을 켜놓은 조윤태 이사.
“오 차장, 이거 뭐야. 대국재단에 내가 이사로 있는 거 몰라?”
– 죄송합니다. 저도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앙지검 차장이 모르면 누구야? 송 지검장이 지시한 거야?”
– 허락한 건 맞는데…….
중앙지검 차장 검사로 짐작되는 이가 입장이 난처하다는 듯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대꾸했다.
뭔가 두려워하는 듯한 목소리.
“간이 작은 송 지검장이…… 그럴 일은 없을 테고……. 주도한 검사가 누구야?”
조윤태 이사가 전화기를 든 채 추리를 시작했다.
– 손주혁 검사가 주도했습니다.
“손주혁? 처음 들어보는데? 새로 발령 받은 부장이야?”
– 평검사입니다.
“평검사? 오 차장 나랑 지금 장난해. 평검사가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질러!”
조윤태 이사의 목소리가 크게 올라갔다.
검찰 내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이라면 지금 상황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큰 사건을 터트릴 때는 최소 부장급 정도는 나서야 가능했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검찰.
– 손국중 회장 손자가 바로 손주혁입니다.
“뭐라고! 손국중 회장!”
크게 놀라며 나를 쳐다보는 조윤태 이사.
– 제가 좀 더 알아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어. 바로 연락해.”
– 넵!
“흐음.”
짧은 신음이 터졌다.
나도 손국중 회장의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다.
일을 처리하는 데 손이 무척 빨랐다.
아들을 리앤장에서 제명하고 해외로 쳐내더니 곧바로 나를 공격해 들어왔다.
고수다운 면모가 엿보였다.
상대의 허점을 공략해 집중 공격할 줄 알았다.
지반이 약한 연결고리인 대국재단을 공격해 나의 힘을 빼려는 수작질.
검찰이 가진 힘이 대단히 놀라웠다.
없는 죄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들.
그들이 바로 검찰이었다.
대통령도 우습게 보는 정치 사냥개들의 입마개가 풀린 셈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조용히 나에게 쏠렸다.
눈빛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국재단을 털면 먼지가 날릴 거라는 것쯤은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다.
다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것 뿐.
그리고.
“손국중……. 손주혁.”
조용히 두 사람의 이름을 곱씹었다.
이제는 결코 멈출 수 없는 결투.
피식.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입가에 어느 때보다 차가운 미소가 천천히 번졌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