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22
823장. 홍콩 떡밥(2).
“레, 레드 다이아몬드!!!”
양광은 기함을 터트렸다.
이 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보석들을 취급해 왔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물건처럼 가격을 책정하기 어려운 보물은 처음 봤다.
장립의 손바닥에 놓여 있는 물건.
레드 다이아몬드가 턱하니 박힌 반지였다.
빨간 빛이 영롱하게 살아 실내등의 빛을 아롱지게 빨아들였다.
“아!”
양소려도 감탄을 터트렸다.
여인의 마음을 순식간에 훔쳐버린 도적 같은 보석.
“음…….”
깊은 탄성 뒤 양광은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진짜 레드 다이아몬드였다니~.’
다이아몬드에도 금수저가 따로 있었다.
일반적으로 보석을 분류할 때 보통 다이아몬드가 5등급 수준이라면 레드 다이아몬드는 특등급으로 취급됐다.
알려지기로 세상에 단 30점밖에 없는 희귀한 놈이다.
그중에서도 ‘무사예프’라 불리는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탑이다.
한 개 가격만 해도 무려 800만 달러.
그런데 장립이 내보인 다이아몬드는 언뜻 봐도 7캐럿이 넘어 보였다.
양광이 손을 바들바들 떨며 장립에게서 보석 반지를 받아들었다.
“진품이에요…….”
“이 영롱한 핏빛이라니…….”
부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감별에 들어갔다.
“오!”
“환상적이에요.”
양광은 보석 감정용 돋보기를 착용한 채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내로라하는 감정사들도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품 보석 반지였다.
“세공도 흠 잡을 데가 없어요.”
“모든 요소요소가 걸작이다.”
양광과 양소려는 보석의 마력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장태산.
“얼마 정도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혹시 장물은…….”
양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정도 물건이 장물이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게 확실했다.
“지금까지 이런 크기의 물건을 본 적 있습니까?”
장태산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는 대충 봐도 견적을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도대체 이자는 정체가 뭐란 말인가?’
가방에 잔뜩 넣고 온 황금 제품들도 보통 물건들이 아니었다.
실력 있는 장인 세공사가 정성을 들여 한 땀 한 땀 제조한 황금 수공예품들이었다.
특별히 요구하지도 않은 세공비를 더 쳐준 이유가 다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손에 쥔 이놈에 비하면 앞에 보았던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장 자체만으로도 상류층들은 명예로 여길 것이다.
“이름이 있습니까?”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양 소저께서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제가요?”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보석들은 각자 불리는 명칭이 따로 있었다.
인류가 지속되는 한 계속 역사에 기록될 이름.
장태산은 위대한 보석의 이름 짓는 영광을 양소려에게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스칼렛 하트.”
순간 양소려의 입에서 튀어 나온 한마디.
“스칼렛 하트…… 좋네요.”
‘배포가 큰 자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양광은 자신의 이름을 장립이라 밝힌 화교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사실 이름도 출신도 그의 말만 듣고 믿을 수는 없었다.
특히 눈빛이 깊어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외모 또한 준수하다.
인상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특히 고집스럽게 보이는 콧대가 인상적이다.
“양 대인, 가격이 얼마나 나올 것 같습니까?”
장태산은 양광을 자연스럽게 양 대인이라 호칭했다.
“제대로 가격을 받으려면 경매에 출품해야 합니다.”
“그래요?”
“최소 1500만 달러에서 시작하면 될 거 같습니다.”
“최대는요?”
“이 정도 물건이라면…… 2000만 달러 이상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평생 가도 만져볼 수도 없는 거금이다.
그러나 장태산은 눈빛 하나 흔들리기는커녕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양광과 양소려는 그런 장립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1300만 달러에 넘기도록 하죠.”
“네?”
“어차피 제가 나서서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압니다. 나머지 금액은 수수료로 지급하겠습니다.”
“!!!”
수백만 달러를 수수료로 지급하겠다 말하는 통 큰 남자 장립.
“비밀 계좌 가능하죠?”
‘모든 걸 알고 찾아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군.’
홍콩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중국으로 넘어간 뒤 오고가는 자금에 대해 중국 본토에서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회적 입지가 양광 정도는 되어야 무탈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었다.
적당한 수수료였다.
엄중하게 관리되는 비밀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자본도 필요했다.
계좌 개설에 필요한 최소 금액만 잡아도 1000만 달러.
“안 됩니까?”
계산을 거듭해 볼 시간도 허락지 않는 장립.
양광과 양소려를 번갈아 쳐다봤다.
양광을 향해 가볍게 눈을 감았다 뜨는 것으로 제안에 동의하는 양소려.
“좋습니다!”
양광이 호쾌하게 제안을 수락했다.
“역시 명성만큼 화끈하십니다. 하하하.”
장립은 거래에 만족한 듯 웃음지었다.
“이럴 게 아니라 이 정도면 귀한 인연인데…… 앞으로를 위해 의형제라도 맺도록 하죠.”
양광은 장립에 관해 더 알고 싶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비범한 자가 분명했다.
단순히 이자가 들고 온 보석 때문만은 아니었다.
장립의 숨은 능력이 이뿐만이 아니라는 게 확실했다.
새로운 꽌시의 형성.
“그러도록 하죠. 양 대인처럼 호방한 분을 대형으로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장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수락했다.
“하오! 앞으로 잘 부탁드리네. 소형제.”
양광은 기뻐하며 당장 그 자리에서 장립을 소형제라 칭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형.”
“내가 할 말이네.”
터덕.
예견되어 있었던 듯 맞잡은 두 남자의 손.
“장 숙부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지처럼 타고난 장사꾼이 분명한 양소려도 두 사람의 관계에 자연스럽게 한 발을 걸쳤다.
“이거 졸지에 처도 없는 총각이 숙부가 됐습니다.”
“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장립이 총각임을 눈치 채고 두 눈을 밝히는 양광.
“좋은 반려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립이 너스레를 떨며 장단을 맞추었다.
“기다려보게. 내가 기가 막히게 좋은 처자를 소개해 주겠네.”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받게.”
양광이 얇은 황금판의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황금용이 새겨져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명함에는 양광의 이름만 크게 박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서 누군가 자네에게 시비를 걸면 이걸 보여주게. 공안은 물론 그 누구에게든 말일세.”
양광의 분신이나 다를 바 없는 황금판 명함 한 장.
“형님의 호의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립은 반짝반짝 빛나는 양광의 명함을 잘 챙겨 넣었다.
그런 그의 입가에 가만히 흐뭇한 미소가 피어났다.
떡밥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투척되었음을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
“숙부, 도박 좋아하세요?”
옆에서 달콤한 향기와 함께 듣기 좋은 광동 사투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보조개가 깊게 패인 중국형 미인.
분명한 목적이 있는 듯한 눈빛으로 날 봤다.
“양 소저. 둘이 있을 때는 미스터 장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나이도 비슷한 연배인 듯한데 숙부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럴까요?”
기다렸다는 듯 배시시 웃는 양소려.
피차 선수끼리 굳이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양광은 은근히 내 보물의 출처를 궁금해했다.
이계에서 스테인리스 접시들을 팔아 그때그때 바꿔 놓았던 보석들.
지구와 달리 레드 다이아몬드는 흔한 물건이었다.
이계는 마력석을 가장 중하게 취급하는 세계라 보석류는 가치에서 뒤로 밀렸다.
싼 값에 넉넉하게 거둬들여 쟁였다.
그중의 하나를 양광에게 판 것에 불과하다.
안개 속과 같은 미래를 위한 투자.
계획대로 양광이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물었다.
게다가 그녀의 딸은 자처해 나의 가이드가 됐다.
마카오에 도박을 하러 간다는 말에 선뜻 양소려를 나에게 보냈다.
미인이 옆에 있으면 행운이 함께한다는 덕담도 덧붙였다.
나에 관한 정보를 캐고 싶어 수작을 부린 듯했다.
물론 미녀 가이드를 사양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나도 양광과 그 부녀에 대해 낱낱이 파악해 두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적과의 동행.
대금 중 일부를 수표 다발로 바꿨다.
이미 사용한 흔적이 있는 일명 세탁 처리가 된 수표는 마음 놓고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양광의 화통함과 정확함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마카오는 언제 와도 다른 세상 같아요.”
홍콩과 사뭇 분위기가 다른 마카오.
타락한 욕망의 그늘이 온 도시를 덮고 있었다.
배를 타고 도착하니 바로 페리 선착장 앞.
그곳에 대형 리무진이 대기 중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그곳으로 가요.”
“넵!”
홍콩과 마카오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양광의 위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덜컥.
기사가 리무진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사라락.
매화 무늬가 수놓아진 격조 높은 양소려의 붉은 치파오.
먼저 차에 오르는 순간 살짝 벌어진 치마 틈으로 그녀의 새하얀 맨살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매혹적인 눈길에 미소까지 건네며 소려는, 나름 미인계를 펼치고 있었다.
조신한 척하면서도 남자를 유혹하는 솜씨가 제법 능수능란했다.
그녀의 바람대로 한껏 감상하며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부우웅.
운전석과 공간이 분리된 리무진.
거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어디로 갑니까?”
“베네시스로 갈 거예요.”
“최곱니까?”
돈 많은 양아치 흉내를 냈다.
“물론이에요~. 파파가 최고로 모시라고 했어요.”
꽤나 도발적으로 웃는 그녀.
무릎을 포개 올린 채 요염하게 앉은 양소려에게서 위험한 향기가 풀풀 풍겼다.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매끈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잔 근육의 결이 살아 있었다.
한마디로 고수라는 증거였다.
어설픈 남자는 양소려를 상대했다가 뼈도 못 추릴 것이다.
“오자마자 귀인을 만나 편하게 됐습니다.”
“마음먹고 찾아온 거 아니에요?”
다시 배시시 웃는 양소려가 직진 코스를 밟는다.
음흉하게 다른 생각을 품는 성격은 아니었다.
내가 목적을 갖고 접근했다는 걸 그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적의 적은 친구라 했습니다.”
“???”
나도 바보가 아니다.
적당히 미끼를 깔며 물고기를 한쪽으로 몰았다.
적의 적이라 말하긴 했지만 무척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의미.
구체적이지 않은 나의 말에 생각이 깊어진 양소려의 눈동자가 더욱 반짝였다.
“좋은 친구분들이 있다고 했습니까?”
“실망하시지 않을 거예요.”
양소려는 마카오에 친구들이 꽤 있다고 했다.
나름 나를 테스트하기 위해 미리 판을 깔아 놓은 셈이다.
끼익.
차가 멈췄다.
항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네시스.
“마음에 드세요?”
베네치아를 그대로 본따 만든 베네시스 얘기는 소문으로만 들었다.
“대단하군요.”
호텔 안에 베네치아 운하와 르네상스 풍의 격조 높은 건물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는 곳.
운하 안에는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도 운행 중이다.
하늘을 그린 천장은 놀랍게도 화가들이 직접 작업한 그림이라고 했다.
호텔 조명이 가미되며 모든 것이 몽환적으로 보였다.
“이곳 호텔 방 3000개 모두 스위트룸이에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센즈 그룹이 운영하는 곳답죠? 화려하고 매혹적인 데다 품격까지 갖췄어요. 아주 치명적이죠.”
살짝 들뜬 채 베네시스를 소개하는 양소려.
한눈에 봐도 여인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럭셔리했다.
한국에 있는 그 어떤 호텔과 리조트, 건물을 들이대도 이 호텔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나는 다른 각도에서 호텔을 감상했다.
이계에 가서 별장으로 사용하기 딱 좋은 사이즈의 건물이다.
참 보기 좋았다.
그리고.
“당신만큼 위험한 곳이군요.”
“칭찬이죠?”
가시조차 매력적인 장미처럼 그녀가 웃었다.
사락.
“들어가요.”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양소려.
“어서 오십시오. 환상과 행운이 가득한 베네시스 카지노입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카지노 남녀 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각을 잡고 나를 맞이했다.
회귀의 전설 2부